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고규홍의 나무편지 148

무르익은 가을 천리포수목원의 조붓한 숲길 산책에 초대합니다.

[나무편지] 무르익은 가을 천리포수목원의 조붓한 숲길 산책에 초대합니다. ★ 1,200번째 《나무편지》 ★ 한가위 명절 잘 보내셨지요. 살아계신 어머니 아버지 찾아뵈올 고향 마을이 따로 있는 게 아닌 처지여서 개천절까지 이어진 한가위 연휴는 여느 연휴보다 길게 느껴졌습니다. ‘차례상’을 명분으로 명절에 만나게 될 가족들이 좋아할 음식을 준비하는 일부터 시작된 분주한 연휴 초반이었습니다. 좋은 음식 재료를 찾아 번거로운 시장통을 누비고, 떠들썩하니 모여 앉아 음식을 만들고, 손이 곱을 만큼 잘 여문 밤을 치고, ‘음복’을 핑계로 거나하니 술에 취하고, 살아온 이야기를 횡설수설 늘어놓고 ……. 늘 적막하기만 했던 집안이 왁자했던 추석 명절의 즐거운 날들이었습니다. 가족과의 풍요로운 만남으로 충전한 몸과 마음..

지금은 나무들이 간신히 노동의 수고를 갈무리하는 계절입니다

[나무편지] 지금은 나무들이 간신히 노동의 수고를 갈무리하는 계절입니다 ★ 1,199번째 《나무편지》 ★ 큰 나무 그늘에 자리잡고 보랏빛 앙증맞은 꽃을 그리도 예쁘게 피워내던 맥문동 꽃송이가 시들어 떨어졌습니다. 그 자리에 지난 계절을 견뎌온 흔적으로 동그란 열매가 돋아났습니다. 지상의 모든 생명을 먹여 살릴 양분을 지으려 빛과 물과 바람을 엮어내는 광합성의 긴 노동의 계절을 갈무리하는 신호입니다. 아직은 노동의 수고를 내려놓을 때가 아닙니다. 어쩌면 꽃 지고 잎까지 지고난 지금이 이 작은 생명에게는 가장 치열한 순간일지 모릅니다. 무엇보다 북풍한설의 겨울을 무사히 보내고 다시 다가오는 계절에 잎 돋우고 꽃 피울 후손을 키울 씨앗을 키울 막중한 임무가 남아있으니까요. 가을 바람 선선합니다. 바삐 살아가느..

우연히 만나서 더 오래 기억 깊숙이 간직하게 된 절집 나무

[나무편지] 우연히 만나서 더 오래 기억 깊숙이 간직하게 된 절집 나무 ★ 1,197번째 《나무편지》 ★ 지금 그곳의 배롱나무 꽃은 어떤가요? 다 시들어 떨어졌는가요? 아니면 아직도 이 여름의 끝을 붙안고 간당간당 매달려 있는지요? 한 여름 내내 우리 사는 세상을 붉게 밝혀주던 배롱나무 꽃의 안부가 궁금합니다. 아침 저녁, 옷깃을 스미는 바람 결에서 배롱나무 꽃 지는 소식이 담긴 듯해서 더 그렇습니다. 제가 사는 곳의 아파트 단지 안의 배롱나무 꽃은 아직 싱그럽습니다. 지칠 줄 모르고 불러 젖히는 배롱나무 꽃의 여름 노래는 끝이 없네요. 여름 무더위에 지친 몸은 가을 바람을 그리워하지만, 배롱나무 꽃을 조금 더 곁에 두고 싶은 마음도 어쩔 수 없습니다. 내가 사는 곳은 중부지방, 경기도 부천시입니다. 예..

정이품송의 ‘정부인’이라는 특별한 이름을 얻은 큰 소나무

[나무편지] 정이품송의 ‘정부인’이라는 특별한 이름을 얻은 큰 소나무 ★ 1,195번째 《나무편지》 ★ 말씀드린 대로 오늘의 《나무편지》에서는 〈보은 속리 정이품송〉의 ‘정부인송’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보은 서원리 소나무〉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굳이 누가 ‘정부인송’이라는 근사한 이름을 붙여주든 말든 6백 년의 긴 세월을 말없이 바람 부는 대로, 구름 흐르는 대로 살아온 큰 소나무가 있습니다. 바로 〈보은 서원리 소나무〉입니다. 정이품송의 안부가 궁금해 찾아간 지난 주의 보은 답사 길에 우리의 〈보은 서원리 소나무〉도 함께 돌아보았습니다. 정이품송에서 〈보은 서원리 소나무〉까지는 지도상의 직선 거리로는 4킬로미터인데, 재 넘어 한적한 고갯길을 돌아들면 7킬로미터 쯤 걸립니다. 멀지 않은 길이어서,..

태풍 ‘카눈’의 흔적 남긴 〈보은 속리 정이품송〉과 〈구미 독동리 반송〉

[나무편지] 태풍 ‘카눈’의 흔적 남긴 〈보은 속리 정이품송〉과 〈구미 독동리 반송〉 ★ 1,193번째 《나무편지》 ★ 별고 없으십니까. 제6호 태풍 ‘카눈’이 지나갔습니다. 한반도 중심을 통과하는 태풍으로는 매우 이례적인 태풍이어서 긴장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나마 인명 피해는 크지 않았던 듯해 다행이지 싶습니다. 모두 별고 없으시지요. 6호 태풍은 지나갔지만 대략 한 해에 태풍은 25 개 정도가 발생한다니, 아직은 안심할 단계는 아닙니다. 대략 25개의 태풍 가운데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건 대개 ‘가을 태풍’이라고 부르는 것들이니, 이번 6호 태풍을 견뎌낸 경험을 바탕으로 다가올 태풍을 잘 이겨내야 하겠습니다. 이번 태풍도 어김없이 큰 나무들에 그 흔적을 남겼습니다. 뉴스에 먼저 도착한 나무 소식은..

지금 한창인 연꽃처럼 강인하고 싱그럽게 이 계절 보내세요

[나무편지] 지금 한창인 연꽃처럼 강인하고 싱그럽게 이 계절 보내세요 ★ 1,192번째 《나무편지》 ★ 휴가는 잘 다녀오셨는지요! 휴가 철 내내 교통 사정이 참 안 좋았죠. 휴가 시작인 지난 주말에는 예정된 프로그램이 있어서 천리포수목원에 가야 했습니다. 평소에 두 시간이면 충분히 가게 되는, 대략 150킬로미터 거리의 길입니다. ​교통 사정이 좀 나쁘다 해 봐야 두 시간 반이면 갈 수 있지요. 그런데 그 토요일에는 무려 네 시간 반이 조금 더 걸려 겨우 갈 수 있었습니다. 그날 프로그램에 참여하신 분들께도 여쭈어 보니, 네 시간 반이면 그나마 빨리 온 것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휴가 여행 떠나신 분들의 차가 한꺼번에 몰렸던 모양이었습니다. 지금은 연꽃이 한창입니다. 연꽃은 우리의 옛 선비들이 무척 좋아한..

큰비에 쓰러진 나무를 보내드리고 또 하나의 느릅나무를 떠올립니다

[나무편지] 큰비에 쓰러진 나무를 보내드리고 또 하나의 느릅나무를 떠올립니다 ★ 1,191번째 《나무편지》 ★ 장마 끝나고, 이제 본격 휴가철입니다. 내일부터는 휴가 떠나는 분들로 길 위를 오가기가 불편하지 싶습니다. 그래도 무덥고 축축한 이 계절, 며칠만이라도 일상을 떠나서 몸과 마음을 충분히 쉬게 해 주어야 할 때입니다. 나무 이야기에 뭐 달리 휴가라는 게 있어야 할 이유가 없지만, 편하게 쉬시는 때에 굳이 피곤하게 해 드리지 않으려, 휴가 떠나기 전날 한낮에 “휴가 잘 다녀 오시라”는 인사 말씀으로 《나무편지》 띄워 올립니다. 오늘 《나무편지》에 담은 나무는 〈정선 봉양리 느릅나무〉입니다. 얼마 전에 새로 천연기념물에 지정한 ‘정선 봉양리 뽕나무’와 가까이 있는 큰 나무입니다. ‘정선 봉양리 뽕나무..

바라보기만 해도 머리가 맑아진다는 우리나라 최고의 덩굴식물

[나무편지] 바라보기만 해도 머리가 맑아진다는 우리나라 최고의 덩굴식물 ★ 1,188번째 《나무편지》 ★ 숲 길을 한참 걷다 보니, 발목 안쪽의 안복사뼈 부근의 살갗이 따끔거리고 쓰라렸습니다. 오랜만에 오래 걸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신발이 오래된 탓도 있는 듯합니다. 헌 신발 붙들고 궁상떨지 말고 좋은 새 신발 하나 사야 하겠습니다. 동백나무 숲으로 널리 알려진 전라북도 고창 선운사에서였습니다. 선운사 동백나무 숲이야 워낙 널리 알려진 숲이지만, 그보다는 ‘잠깐 서 있으면 머리를 맑게 해 주는’ 〈고창 삼인리 송악〉의 안부가 궁금했습니다. 가만히 짚어보니 꽤 오랜만의 만남인 듯해 설렘이 더 컸습니다. 송악은 우리 토종 식물로 아이비 종류의 하나, 그러니까 ‘한국의 아이비’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렇게 써..

나리 종류 화려하게 피어날 천리포 바닷가 숲길로 초대합니다.

[나무편지] 나리 종류 화려하게 피어날 천리포 바닷가 숲길로 초대합니다. ★ 1,187번째 《나무편지》 ★ 황금빛으로 노랗게 피어난 모감주나무 꽃이 피고지는 장마철, 큰 비 내려 시름 깊어진 남녘과 달리 중부의 일부 지역에는 그저 흐린 날씨에 비는 오락가락하는 정도입니다. 모두 평안하신지요. 봄에 피어 장마 드는 즈음까지 참 오래 피어있는 꽃 클레마티스로 오늘의 《나무편지》를 시작합니다. 클레마티스는 우리말로 ‘큰꽃으아리’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원예종으로 선발한 새 품종이 많아서, ‘큰꽃으아리 종류’라고 해야 할 겁니다. 오래 전, 아마도 대략 십오년 전쯤에 띄운 《나무편지》에서는 큰꽃으아리 종류의 덩굴로 담벼락을 가득 채운 집에서 살고 싶다고 했던 적이 있을 만큼 좋아하는 꽃입니다. 이번 주말까지 이 ..

몸과 마음의 만병을 몰아내는 만병초 꽃에 담긴 치명적 화려함

[나무편지] 몸과 마음의 만병을 몰아내는 만병초 꽃에 담긴 치명적 화려함 ★ 1,186번째 《나무편지》 ★ 오늘의 《나무편지》에서는 몇차례 예고해 드렸던 것처럼 5월 중에 화려하게 피어났던 꽃 ‘만병초’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이미 시들어 떨어진 꽃 이야기로 《나무편지》를 쓰는 일은 여느 때만큼의 설렘이 동반되지 않는 게 사실입니다. 더구나 주중에 몇 곳의 숲을 찾아가 여러 종류의 여름 꽃을 보고온 뒤여서 더 그렇기도 합니다. 그렇기는 해도 다시 돌아보게 되는 봄꽃이 언제 다시 보아도 그저 좋기만 한 ‘만병초’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물론 내년 봄이면 다시 피어날 꽃이기야 하지만, 세상의 모든 꽃은 단 한번씩만 피어난다는 생각을 하자면 지난 봄의 만병초 꽃을 돌아보는 일은 지금 한창 꼬무락거리는 여름 ..

한여름에 피어난 목련 꽃, 그리고 지금 한창인 수국과 노루오줌 꽃

[나무편지] 한여름에 피어난 목련 꽃, 그리고 지금 한창인 수국과 노루오줌 꽃 [나무편지] 한여름에 피어난 목련 꽃, 그리고 지금 한창인 수국과 노루오줌 꽃 ★ 1,185번째 《나무편지》 ★ 드디어 목련이 피어났습니다. 여름에 피어나는 두 종류의 목련이 모두 피었습니다. 올 봄부터 유난스러웠던 여느 꽃들처럼 두 종류의 여름 목련도 조금 이르게 피어난 것 아닌가 싶습니다. 꽃이 철 이르게 피어나는 건 아주 좋지 않은 일입니다. 자손을 번식시키기 위해서 나무는 꽃을 피워서 꽃가루받이를 완성해줄 매개동물(대개는 벌과 나비, 딱정벌레 같은 곤충이겠지요)을 불러들여야 하잖아요. 그 위대한 생명 활동을 완성하려면 꽃이 피어날 때에 맞춰 그 꽃을 찾아올 매개곤충도 깨어나야 하는데 그게 서로 맞지 않으면 애써 피운 꽃..

짧았던 봄의 기억을 오래 간직하게 하는 여러 봄꽃들을 보내며

[나무편지] 짧았던 봄의 기억을 오래 간직하게 하는 여러 봄꽃들을 보내며 ★ 1,184번째 《나무편지》 ★ 빠르게 스쳐지나간 지난 봄을 함께 했던 꽃들을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지금은 이제 여름 꽃 마중을 채비해야 할 시간이니까요. 하나하나 오래 더 오래 바라보며 그냥 봄의 시간 속에 머무르고 싶은 봄꽃의 기억은 누구에게나 남아있겠지요. 지난 봄날에 담은 사진첩을 뒤적이며 한참 바라보지만 짧았던 지난 봄날의 햇살을 누구보다 화려하게 그러안고 피어난 꽃들을 모두 보여드리기 어렵겠지요. 그 중에 만병초 꽃만큼은 더 풍성하게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그냥 넘어가기 싫을 만큼 예쁘게 피어났던 만병초 종류의 꽃들은 다른 일이 없다면 다음 《나무편지》에서 보여드릴까 하고 오늘은 매발톱꽃, 그리고 이미 꽃잎 떨군 알리움과..

프루스트의 마들렌 향기처럼 지금 이 순간을 더 오래 기억하기 위하여

[나무편지] 프루스트의 마들렌 향기처럼 지금 이 순간을 더 오래 기억하기 위하여 ★ 1,183번째 《나무편지》 ★ 대부분의 목련 꽃이 떨어질 즈음에 향기로 피어나는 목련 종류의 또다른 나무가 있습니다. 초령목(招靈木, Michelia compressa (Maxim.) Sarg.)이라는 이름의 나무입니다. 초령목은 목련과의 나무인데, 한자로 표기한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영혼 혹은 귀신을 불러오는 신령한 나무이지요. 아예 ‘귀신나무’라고 부르기도 하는 특별한 나무입니다. 공식적으로는 쉬는 날이 아니었던 월요일을 끼어 화요일까지 편안히 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셨을 수요일 아침입니다. 이 아침의 《나무편지》에서는 초령목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옛날에는 초령목이 우리나라에 자생하지 않고, 일본에서 들..

비 내리고 바람 불어 속절없이 쓰러진 한 그루의 아름다운 느릅나무

[나무편지] 비 내리고 바람 불어 속절없이 쓰러진 한 그루의 아름다운 느릅나무 ★ 1,182번째 《나무편지》 ★ 연휴였지요. 비는 한여름 장맛비처럼 이어졌지만, 그래도 즐거이 보내셨겠지요. 괌 지역을 할퀴고 지나간 태풍은 방향을 틀어서, 어느 쪽으로 들이닥칠지 아직은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만 우리 사는 한반도가 직접 영향권에 들지는 않을 듯하다고는 합니다. 이번 태풍이 이르다 싶었지만, 지난 태풍의 기록을 꼼꼼히 살펴보니 그 동안 5월 태풍이 아주 없었던 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태풍은 없었다는데, 이번 태풍 소식으로 조금이나마 긴장하게 된 건 우리를 둘러싼 자연과 기후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겠지요. 태풍 세력은 약해졌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하니, 계속해서 잘 지..

‘장미의 계절’… 우리 함께 《부천상동도서관 나무강좌》에서 만나요

[나무편지] ‘장미의 계절’… 우리 함께 《부천상동도서관 나무강좌》에서 만나요 ★ 1,181번째 《나무편지》 ★ 어쩌는 수 없이 ‘장미의 계절’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곳곳에 장미꽃 만발한 오월 말입니다. 어디라도 장미 꽃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장미는 참 많은 사람들의 큰 사랑을 받는 ‘꽃 중의 꽃’이 맞습니다. 심지어 셰익스피어도 “내가 아는 꽃 중에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는 이야기를 남겼을 정도이니까요. 종류도 참 많습니다. 아마도 단일 식물 종 가운데에 가장 많은 품종이 선발된 나무가 장미일 겁니다. 이 땅에 선보였던 장미의 품종은 무려 2만5천 종류가 넘고, 그 가운데 지금까지 우리 곁에서 여전히 피고지는 장미 꽃도 7천 종류가 넘는다고 합니다. 사람의 힘이 대단한 건지, 장미가 대단한 건지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