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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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의 나무편지 174

“회화나무와 느티나무 사이를 걸어보실 일입니다”의 그 나무

[나무편지] “회화나무와 느티나무 사이를 걸어보실 일입니다”의 그 나무  ★ 1,232번째 《나무편지》 ★   나희덕의 시 《해미읍성에 가시거든》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이 나무를 바라보는 마음이 이토록 애틋하지 않았을 겁니다. 해미읍성에서 간다 하더라도 아마 〈서산 해미읍성 회화나무〉만 한참 바라보고 그냥 돌아왔을 겁니다. 나희덕의 시를 알고난 뒤로는 이 나무 〈서산 해미읍성 느티나무〉를 스쳐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그런 일은 없었지만, 혹시 회화나무만 보고 돌아섰다면 아마 아무것도 보지 않은 것처럼 허전한 마음이었을 게 뻔합니다. 그만큼 회화나무와 느티나무는 마음에 똑같은 크기로 남아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처음에 나무를 ‘식물도감’이 아니라 ‘시집’으로 배웠다”고 자주 올린 말씀이 허수로이 끄집어낸 ..

지리산 깊은 골을 지켜온 민족의 기상… 소나무 중의 소나무

[나무편지] 지리산 깊은 골을 지켜온 민족의 기상… 소나무 중의 소나무  ★ 1,231번째 《나무편지》 ★   민족의 영산 지리산 깊은 골에서 긴 세월 동안 민족의 기상을 지키며 서 있는 큰 소나무가 있습니다. 〈지리산 천년송〉이라는 이름으로 국가자연유산 천연기념물에 지정돼 있는 근사한 소나무입니다. 이 소나무 이야기는 지난 4월30일의 《경향신문》 칼럼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에 소개했기에 우리 《나무편지》에서 다시 중복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워낙 짧은 분량에 작은 사진 한 장으로 제한돼 있는 《경향신문》 칼럼에는 온전히 이 나무를 소개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 오늘의 《나무편지》에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소개합니다. 《경향신문》 칼럼은 제 홈페이지 〈솔숲닷컴〉의 ‘COLUMN’ 게시판에서 ..

풍요로운 숲, 편안한 산책길, 오래된 절집을 지켜온 큰 모과나무

[나무편지] 풍요로운 숲, 편안한 산책길, 오래된 절집을 지켜온 큰 모과나무  ★ 1,230번째 《나무편지》 ★   입하에 피어나서 ‘입하목’이라고 불리다가 ‘이팝나무’가 됐다는 설을 가진 이팝나무 꽃이 입하 못미처에 활짝 피어나더니 입하에는 외레 길 위에 다 떨어졌습니다. 눈 내린 겨울날처럼 하얀 이팝나무 꽃이 길 위에 수북이 깔렸습니다. 이팝나무 꽃 진 입하 뒤의 아침, 지난 《나무편지》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모과나무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모과나무는 흔히 볼 수 있지만, 그의 꽃을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여느 봄꽃 못잖게 예쁘고 좋은 꽃이지만 꽃 피어있는 시간이 다른 나무에 비해 짧은 때문입니다. 같은 장미과의 벚꽃을 비롯한 대부분의 봄꽃에 비해 꽃송이가 클 뿐 아니라, 분홍 빛의 꽃잎이 더 없..

내년 봄이면 설렘으로 궁금해 하게 될 새 친구를 소개합니다.

[나무편지] 내년 봄이면 설렘으로 궁금해 하게 될 새 친구를 소개합니다.  ★ 1,228번째 《나무편지》 ★   다시 또 목련, 지난 주에 찾아보았을 때 덜 피어난 황목련 종류를 찾아보고 돌아왔습니다. 사월 들어서며 시작한 목련의 개화는 이어집니다. 첫 목련 개화에서부터 거의 세 차례의 주말을 보냈지만, 아직도 꽃잎을 오므리고 봄바람을 엿보는 종류들도 있었습니다. 물론 흰 색 종류의 목련 꽃은 거의 다 시들어 떨어졌어요. 지난 주말에는 붉은 빛깔의 목련들이 한창이었고, 노랑 빛의 목련 꽃들은 오늘 《나무편지》에서 보여드리는 것처럼 막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는 수 없이 봄은 목련의 계절입니다.   지난 주말에 천리포수목원에서는 거의 한달에 걸쳐 진행했던 ‘목련 축제’를 마무리했습니다. 그러나 앞에 적..

아직 목련과 함께 할 시간은 더 남아 있습니다.

[나무편지] 아직 목련과 함께 할 시간은 더 남아 있습니다. ★ 1,227번째 《나무편지》 ★ 사월 들어서면서부터 “목련 꽃 한창”이라고 호들갑만 떨고 이제야 목련 소식 전해드립니다. 우리의 봄을 더 아름답게 하는 목련 종류는 매우 많은 데다, 꽃 피는 순서에도 차이가 있어서 이 즈음에도 목련 꽃은 충분히 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한 때문이었습니다. 나무의 뜻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하루 이틀 미룬 게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그 사이에 천리포수목원에서 피어난 흰색 종류의 목련은 절정을 넘어섰습니다. 수목원 밖에서도 마찬가지이지요. 남부지방은 물론이고, 서울을 비롯한 중부 지방 도심의 백목련 종류는 이미 낙화까지 다 마친 듯합니다. 하지만 지역을 조금만 달리하면 목련 꽃이 지금 한창인 곳도 있습니다. 이를테..

목련 꽃 화창한 이 봄이 더 아름다운 까닭을 기억합니다.

[나무편지] 목련 꽃 화창한 이 봄이 더 아름다운 까닭을 기억합니다. ★ 1,226번째 《나무편지》 ★ 눈길 머무르는 곳마다 목련 꽃이 한창입니다. 도시의 아파트 건물들 사이로 난 작은 산책길에도, 학교의 식당 건물 앞 볕 좋은 곳에도, 한적한 지방 소도시의 도서관 앞뜰에도, 수목원 식물원 길섶에도 어김없이 목련이 활짝 피었습니다. 지금은 도무지 어쩔 도리 없는 목련의 계절입니다. 대개는 흰 색의 백목련 종류가 지금 한창입니다만, 가끔은 서둘러 피어난 자목련 종류도 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목련은 지금이 절정이라고는 하지만, 앞으로도 며칠 동안은 우리의 봄을 지켜주겠지요. 풀꽃들 가운데에도 성마른 성질의 풀꽃도 있는 듯합니다. 지난 주에 천리포수목원 숲길에서 우연히 만난 앵초가 그렇습니다. 앵초의 꽃은 ..

숨가쁘게 달려온 봄꽃들의 찬란한 봄 노래를 바라보며

[나무편지] 숨가쁘게 달려온 봄꽃들의 찬란한 봄 노래를 바라보며 ★ 1,224번째 《나무편지》 ★ 온 땅에 봄 기운 우우 퍼지자 나무들이 풀꽃들이 일제히 봄노래를 외장쳐 부릅니다. 빠르게 다가오는 봄 기운에 발걸음도 따라서 분주해지고, 눈길도 한층 바빠집니다. 그래봤자 사람의 눈으로는 이 봄을 일일이 다 바라볼 수도 없고, 봄의 걸음걸이를 사람의 말로 꼼꼼히 적을 수 없습니다. 한꺼번에 피어나는 봄꽃들을 《나무편지》에 온전히 담을 재간이 없습니다. 게다가 해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봄의 속도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도 봄길잡이에 나서는 마음을 어지럽게 합니다. 봄 숲에서 한 밤과 두 낮을 머무르고 돌아와 가만히 봄꽃들을 돌아봅니다. 지난 2월 초에 드린 《나무편지》에서 3월 중순인 지난 주말에는 아마도 ‘설강..

고단한 백성의 살림살이를 넉넉하게 지키기 위해 이룬 소나무 숲

[나무편지] 고단한 백성의 살림살이를 넉넉하게 지키기 위해 이룬 소나무 숲 ★ 1,223번째 《나무편지》 ★ 경상남도 하동군은 매화축제가 열리는 전라남도 광양시에서 섬진강을 경계로 마주 바라보는 곳입니다. 섬진강 하류는 경남과 전남의 경계를 이루고, 하동군의 서쪽에 맞닿은 전남 지역의 북쪽은 구례군, 남쪽은 광양시인 겁니다. 지도를 보면 하동이 비교적 남북으로 길게 이어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지난 주에는 광양 매화축제를 거쳐서 하동의 나무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오늘의 《나무편지》에서는 그날 교통 정체로 꼼짝을 못하는 바람에 하루 종일 머물렀던 하동의 아름다운 숲, 〈하동 송림〉을 보여드립니다. 숲 전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하동 송림〉은 백성의 살림살이를 가장 먼저 살피고자 한 훌륭한 관리에 의해 이..

사람들 사이에서 피어난 봄꽃의 향연을 찾아 길 위에 오르며 …

[나무편지] 사람들 사이에서 피어난 봄꽃의 향연을 찾아 길 위에 오르며 … ★ 1,221번째 《나무편지》 ★ 삼월, 새 봄의 첫 편지입니다. ‘봄’이라는 절기가 달력의 숫자로 결정되는 건 아니지만, 아직 겨울 옷을 채 내려놓지 못한 이 즈음이라면 무엇에서라도 봄의 기미를 끌어당기고 싶은 게 긴 겨울을 보낸 사람의 성마름이지 싶습니다. 삼월의 일정표는 벌써 숨가쁘게 채워져 있습니다. 대학의 강의도 시작해야 하고, 봄꽃 마중도 떠나야 하며, 나무가 들려주는 생명 이야기를 기다리는 분들도 찾아뵈어야 합니다. 수두룩하게 들어찬 삼월 달력입니다. 봄이니까요. 삼월의 첫 월요일을 큰 설렘으로 맞이합니다. 남녘에서는 매화의 개화 소식이 달려옵니다. 주말에는 광양 매화마을에서 매화잔치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지난 해와 ..

사라져가는 것들’의 하나인 시무나무가 이룬 싱그러운 마을 숲

[나무편지] ‘사라져가는 것들’의 하나인 시무나무가 이룬 싱그러운 마을 숲 ★ 1,220번째 《나무편지》 ★ 지난 번에 이어 오늘 아침의 《나무편지》에서도 시무나무 이야기 보태겠습니다. 지난 번 《나무편지》에서 소개해드린 시무나무를 낯설어 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나무편지》에서 ‘사라져가는 것들’이라는 제목을 붙여서 마치 시무나무가 멸종 위기를 맞이하여 서서히 사라져가는 다시 보기 어려운 나무인 것처럼 쓴 때문에 더 그랬던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분명히 시무나무는 이십 리마다 한 그루씩 볼 수 있었던 예전에 비하면 필경 그 숫자가 적어진 건 분명합니다만, 그렇다고 멸종 위기 수준은 아닙니다. 가까운 친연관계를 가지는 같은 느릅나무과의 느티나무에 비하면 분명히 적은 게 사실입니다. 더구나 오..

[나무편지] 낯섦 혹은 새로움으로 맞이한 큰 나무와 오래된 《나무강좌》

[나무편지] 낯섦 혹은 새로움으로 맞이한 큰 나무와 오래된 《나무강좌》 ★ 1,218번째 《나무편지》 ★ 고향에 잘 다녀오셨지요. 어머니 아버지 안부도 잘 살피셨지요. 저는 이번 설 연휴 앞에 몸살 감기를 앓았습니다. 조금 힘든 몸살이었습니다. 혹시라도 가족에게 전염이라도 될까 저어되어 제사는 어찌하나 걱정했는데 제사에 참여하기 위해 찾아와야 할 다른 가족들 가운데 어린 아기까지 심한 감기에 걸렸다기에 아예 다 취소하고 그냥 평소의 휴일처럼 지내게 됐습니다. 다행히 조금 나아진 상태로 연휴를 보내기는 했습니다만, 갈수록 회복의 속도가 늦어지는 게 조금은 서글픕니다. 설 연휴 지나면서 다시 또 한 가지 알려드릴 일부터 전하겠습니다. 바로 내일 2월의 둘째 수요일의 일입니다. 잘 아시는 이야기입니다만, 부천..

이십 리마다 한 그루… 우리의 관심 밖에서 사라져가는 것들

[나무편지] 이십 리마다 한 그루… 우리의 관심 밖에서 사라져가는 것들 ★ 1,219번째 《나무편지》 ★ 가만가만 상상해 봅니다. 그저 상상입니다. 길을 걷다가 눈에 익숙한 한 그루의 나무를 만나는 경우 말입니다. 어린 시절 동무들과 숨바꼭질하며 놀던 큰 나무를 만난다고 하죠. 다른 건 둘째 치고 우선 나무를 보고, “아, 이제 다 왔구나” 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골목을 따라가면서 울타리 곁에서 잘 자란 팔손이의 너른 잎사귀들을 스치고, 이어지는 담장 아래 쪽에 옹색하게 마련한 화단에서 피어난 채송화 분꽃 바라보며 조금 더 걷습니다. 화단 끝 자락에서 능소화가 덩굴을 이뤄 담벼락을 휘감고 오른 집이 나오는데, 그 집 안쪽에서 걸음 소리에 반가운 큰 개가 온 마을이 울리게 ‘컹컹’ 짖습니다. 그 집이 바로..

[나무편지] 낯섦 혹은 새로움으로 맞이한 큰 나무와 오래된 《나무강좌》

[나무편지] 낯섦 혹은 새로움으로 맞이한 큰 나무와 오래된 《나무강좌》 ★ 1,218번째 《나무편지》 ★ 고향에 잘 다녀오셨지요. 어머니 아버지 안부도 잘 살피셨지요. 저는 이번 설 연휴 앞에 몸살 감기를 앓았습니다. 조금 힘든 몸살이었습니다. 혹시라도 가족에게 전염이라도 될까 저어되어 제사는 어찌하나 걱정했는데 제사에 참여하기 위해 찾아와야 할 다른 가족들 가운데 어린 아기까지 심한 감기에 걸렸다기에 아예 다 취소하고 그냥 평소의 휴일처럼 지내게 됐습니다. 다행히 조금 나아진 상태로 연휴를 보내기는 했습니다만, 갈수록 회복의 속도가 늦어지는 게 조금은 서글픕니다. 설 연휴 지나면서 다시 또 한 가지 알려드릴 일부터 전하겠습니다. 바로 내일 2월의 둘째 수요일의 일입니다. 잘 아시는 이야기입니다만, 부천..

언 땅을 뚫고 일어서는 꽃들과 함께 하는 더 싱그러운 봄마중

[나무편지] 언 땅을 뚫고 일어서는 꽃들과 함께 하는 더 싱그러운 봄마중 ★ 1,217번째 《나무편지》 ★ 설 앞입니다. 해마다 《나무편지》에서 드리는 말씀인데요. 우리는 음력 설을 쇠는 바람에 ‘새해 인사’를 꼭 두번씩 할 수 있어 더 좋습니다. 그래서 다시 인사 올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설 지나면 이제는 곧바로 봄 마중 채비를 해야 합니다. 대개의 경우 설날은 2월에 들어있고, 2월은 여느 달보다 짧고 빠르게 지납니다. 그러면 3월, 학교의 대문이 활짝 열리고, 꽃샘바람 다가온다 해도 봄입니다. 게다가 입춘도 지났으니까요. 오늘 《나무편지》에서는 그래서 ‘봄 마중’ 채비로 준비한 천리포수목원의 프로그램을 소개합니다. 뭐 지난 해 여름부터 이어온 거니, 그리 대단한 건 아닙니다. 함께 ..

조용히 꿈틀거리지만,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겨울 숲

[나무편지] 조용히 꿈틀거리지만,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겨울 숲 ★ 1,215번째 《나무편지》 ★ 바닷가 겨울 숲에 다녀왔습니다. 천리포수목원입니다. 겨울 숲은 언제라도 평안합니다. 월든의 헨리 데이빗 소로가 겨울 숲을 좋아한 건 무성했던 잎 내려놓고, 솔직하게 드러낸 나무의 속내를 그대로 오래 바라볼 수 있는 때문이었지만, 천리포수목원의 겨울 숲이 좋은 건 무엇보다 한적하다는 겁니다. 이곳을 처음 찾았던 26년 전만 하더라도, 일반인의 출입을 제한하던 때여서, 언제라도 한적했습니다만, 요즘은 그때만큼 한가로운 날은 전혀 없습니다. 고작해야 사람들의 발길이 비교적 뜸한 이 계절이 그나마 한적하다 할 수 있습니다. 빈곤퇴치를 비롯해 집 없는 이들을 위한 노숙인 지원단체를 설립하고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