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아무도 부르지 않는노래 1991 16

아무도 부르지 않는 노래 49

아무도 부르지 않는 노래 49 베틀 앞에 앉아 있는 여인 손바닥만한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에 여윈 등이 길게 그림자를 드리운다 말없이 하루종일 베틀이 움직이는 숨소리 가득차는 밤 조심스럽게 허공을 휘저으며 찾는 햇살 그녀의 손길이 베틀위에 걸리고 철커덕거리며 베틀이 돌아가는 동안 그녀는 살아있다 태양옷을 지어 입으면 나는 이 방을 나갈 수 있을꺼야 밤이 되면 베틀에는 한숨이 어리고 기도는 눈물로 가득찼다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 보는 눈 먼 그녀만이 알고 있는 보이지 않는 세계 베틀은 자꾸 낡아져 갔지만 아직도 태양옷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세상보다 점점 더 어두워지는데 베틀은 無爲의 움직임으로 여인의 생애를 끌고 간다 베틀 앞에 앉아 있는 여인 불꺼진 부화장의 무정란처럼

아무도 부르지 않은 노래 45

아무도 부르지 않은 노래 45 노란 프래지어와 안개꽃이 화병 위에 얼굴을 내민다 늦게 찾아오는 겨울 아침 뿌리를 잘리운 채 저마다의 햇살을 피우고 있다 벽을 기어 오르는 넝쿨손이 시계 쪽을 향하고 있다 뿌리 없는 꽃들은 하나 둘 햇살을 뿌리며 얼굴을 숙이고 손이 길어지는 만큼 넝쿨은 좀 더 깊은 뿌리의 절망이 필요하리라 전지가 다 닳은 벽시계가 문득 멎고 스멀거리며 시계 속으로 어둠이 낯 선 풍경을 쏟아낸다 갑지기 더듬거리는 눈과 언어를 모르는 입이 옷을 벗기 시작했을 때 삶의 뒷켠에서 별이 하나 돋아났다 문을 향해 내려가는 꽃들의 눈빛이 뒤로 돌려지지 않는 넝쿨손을 타고 오르며 아무 곳에도 닿을 수 없는 길을 멀리 멀리 던지며 지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