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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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찾기 여행 9

쑥굴리·수구레국밥·올챙묵…별난 이름 별난 음식

쑥굴리·수구레국밥·올챙묵…별난 이름 별난 음식 중앙일보 입력 2020.09.18 00:03 우리말 찾기 여행 ⑦ 향토음식 향토 음식만큼 지역 정서가 밴 문화도 없다. 산에서 캐는 산물과 바다에서 거두는 산물이 다르니 산골 마을과 갯마을의 밥상도 달라서다. 고장마다 내려오는 향토음식 중에서 별난 이름을 찾아봤다. 대를 이어 물려 받은 이름이라 사연이 곡진하다. 대부분이 사투리라지만, 국어사전에 등재된 표준어도 제법 있다. 음식 이름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의 표기를 따랐다. 쑥굴리 전남 목포의 전통 주전부리 쑥굴리. 1990년대까지만 해도 목포시내 분식점의 대표 메뉴였다. 쑥굴리는 찹쌀가루에 쑥을 버무려 빚은 경단이다. 일종의 찹쌀떡이어서 쫀득거리고, 조청을 끼얹어 달다. 집에서도 해 먹었다지만, 학교 ..

우리말 찾기 여행⑥ 통영 다찌

[우리말 찾기 여행] 통영 별미 다찌 ‘다 있지’란 뜻이라고요? [중앙일보] 입력 2020.09.03 05:01 수정 2020.09.03 07:50 손민호 기자 우리말 찾기 여행⑥ 통영 다찌 경남 통영의 흔한 다찌 상차림. 제철 해산물로 가득한 다찌는 밥상이 아니라 술상이다. '통영다찌'의 차림상이다. 백종현 기자 ‘다찌’는 경남 통영의 술 문화다. 강구안을 중심으로 동피랑 서피랑 곳곳에 ‘다찌’ 간판을 건 식당이 박혀 있다. 명성과 달리 최근에는 실망했다는 반응도 많다. 지금의 다찌 상차림은 모둠회 정식(또는 해산물 정식)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애초에는 안 그랬다. 다찌는 어부의 술상이다. 술의 힘을 빌려 고된 뱃일을 버티는 어부에 의한, 소주를 사이다 잔으로 쭉 들이키는 술꾼을 위한 술 문화다..

날씨

우리말 찾기 여행 ⑧ 날씨 자연은 늘 아름답다. 다만 덜 아름다울 때가 있고, 더 아름다울 때가 있다. 그림 같은 풍경이라고 해서 찾아갔다가 실망하는 경우는 대개 더 아름다울 때를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행의 묘미가 여기에 있다. 애써 찾아간 공간이, 가장 아름다운 시간과 맞아떨어질 때 여행은 평생 잊기 힘든 추억을 남긴다. 자연의 찰나에도 이름이 있다. 그것도 어여쁜 우리말 이름이 있다. ◆이내=일몰 사진을 찍을 때 주의사항이 있다. 해가 넘어갔다고 바로 철수하면 안 된다. 해가 진 직후 하늘에서 가장 예쁜 순간이 열린다. 해는 없지만, 하늘에 푸르스름한 기운이 남아 있는 시간. 길어야 20분이 안 넘는, 낮과 밤이 교대하는 시간의 하늘을 ‘이내’라 한다. 오로지 이 순간을 가리키는 순우리말이다. ..

강릉말로 읽는 이탈리아 산골 이야기

“눈 오잖소야”… 강릉말로 읽는 이탈리아 산골 이야기 [조선일보 100년 / 말모이 100년, 다시 쓰는 우리말 사전] [44] 이탈리아 동화 ‘눈 오는 날’ 강릉말로 옮긴 소설가 이순원 입력 2020.09.23 03:00 “뭐이 눈이 오잖소야!(눈이 오네요)!” “징말루 다형이지 뭐래요! 우덜한테는 쉴 의개두 있고 먹을 것두 개락이구 페난히 둔노 잘 데두 있잖소.(정말 다행이지 뭐예요! 우리한테는 쉴 곳도 있고 먹을 것도 넉넉하고 아늑한 잠자리도 있잖아요.)” 춘천 김유정문학촌에서 만난 소설가 이순원은“대관령에 눈이 많이 오면 사람이 밟고 간 곳만 다음 사람도 밟고 지나가서 구멍이 뽕뽕 난 길이 생겼다”면서“방아 찧을 때 쓰는‘확(곡물을 빻을 수 있도록 둥근 홈을 낸 돌)’처럼 생겨‘확길’이라 불렀다”..

안돌이지돌이다래미한숨바우···이름 가장 긴 이곳, 바위? “No”

안돌이지돌이다래미한숨바우···이름 가장 긴 이곳, 바위? “No” [중앙일보] 입력 2020.08.20 05:00 우리말 찾기 여행⑤ 정선의 이색 지명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지명이 있다. 이름하여 안돌이지돌이다래미한숨바우. 사진에서 계곡 건너편 바위 절벽이 그 지명이다. 물길이 바뀌기 전 정선 사람들이 저 바위 절벽에 매달려 다녔다고 한다. 지금은 계곡 이쪽으로 임도가 나 있다. 안돌이지돌이다래미한숨바우. 하나의 낱말이다. 보시다시피 13개 음절로 이루어졌다. 이 단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지명이다.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 깊은 계곡 안에 숨어 있다. 이름을 읽으면 바위 같지만 길이다. 길 이름이다. 진용선(57) 정선아리랑연구소장은 자타공인 ‘아리랑 선생’이다. 우..

“금강소나무는 일제가 지은 이름, 황장목으로 부르자”

“금강소나무는 일제가 지은 이름, 황장목으로 부르자” [중앙일보] 입력 2020.08.14 00:03 우리말 찾기 여행 ④ 황장목 숲길 강원도 원주 치악산국립공원 구룡사 입구 쪽 소나무 숲길. 9월 26일 황장목 숲길 걷기 축제가 열리는 현장이다. 지난해 9월 치악산국립공원은 1.1㎞ 구간의 ‘금강소나무 숲길’을 ‘황장목 숲길’로 이름을 바꿨다. 3년째 열린 ‘치악산 황장목 숲길 걷기 축제’ 행사의 일환이었다. 금강소나무는 조선 왕실이 썼다는 최고급 토종 소나무를 이른다. 왜 길 이름을 바꿨을까. 어쩌다 치악산은 황장목 부르기 운동에 나섰을까. 사연이 길다. 황장목 vs 금강송 치악산국립공원 황장목 숲길 어귀. 지난해 축제 때 ‘금강소나무 숲길’에서 이름을 바꿨다. 1㎞ 남짓 탐방로가 이어진다. 황장목(..

바람아래 드르니 샛별 꽃지… 詩처럼 고운 태안의 해변들

[우리말 찾기 여행] 바람아래 드르니 샛별 꽃지… 詩처럼 고운 태안의 해변들 [중앙일보] 입력 2020.07.02 06:00 수정 2020.07.02 08:50 우리말 찾기 여행③ 태안의 우리말 지명 충남 태안 드르니항. 배가 하도 많이 들러 드르니항이 됐다는데, 왕년의 영화일 따름이다. 주꾸미 배 너머로 보이는 다리가 바다 건너 안면도 백사장항을 잇는 '대하랑 꽃게랑' 다리다. 손민호 기자 충남 태안은 해수욕장의 고장이다. 태안군 관광지도에 따르면 태안반도와 안면도 서쪽을 따라 모두 38곳의 해수욕장이 늘어서 있다. 태안의 해변은 이름도 경치만큼 아름답다. 바람아래, 드르니, 샛별, 꽃지, 운여, 섬옷섬, 두애기… 하나같이 어감이 고운데, 뜻이 잘 안 와 닿는 것도 많다. 홍경자(67) 태안군 문화관광..

두 물 어울려 아우라지, 두 물 만나 두물머리

두 물 어울려 아우라지, 두 물 만나 두물머리 [중앙일보] 입력 2020.06.25 06:00 우리말 찾기 여행② 아우라지 강원도 정선의 아우라지. 송천과 골지천이 만나 조양강을 이루는 길목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널리 알려진 우리말 지명에 ‘아우라지’가 있다. 강원도 정선군 여량면 여랑리에 있는 실제 지명이다. 정확히는 송천과 골지천 물길이 어우러지는 지점을 이른다. 송천은 강원도 평창군 황병산(1407m) 계곡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고, 골지천은 강원도 태백시 금대봉(1418m) 계곡에서 발원한 물길이다. 이 두 물길이 아우라지에서 만나 조양강을 이루고, 조양강이 정선군 가수리에서 동대천과 합쳐 동강이 된다. 동강이 강원도 영월군에서 서강과 섞이면 남한강이라 불리고, 남한강이 두물머리에서 북한강과 어울..

외씨버선길

조붓하고 맵시 있게 ‘육지 속의 섬’ 잇는 240㎞ 외씨버선길 [중앙일보] 입력 2020.06.05 00:03 수정 2020.06.05 00:34 우리말 찾기 여행 ① 외씨버선길 중앙일보가 국어문화원연합회와 함께 ‘우리말 찾기 여행’ 연재를 시작합니다. 우리말 찾기 여행은 여행지에서 예쁜 우리말을 발굴해 알리고 잘못 쓰이는 표현을 바로잡는 기획입니다. 독자 참여 홈페이지도 열었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조지훈 시 ‘승무’에서 이름 딴 청송~영월 15개 코스 트레일 ‘외씨버선길’이라는 이름의 트레일(걷기여행길)이 있다. 600개나 된다는 국내 트레일 가운데 아마도 가장 이름이 예쁜 길일 터이다. 길도, 길을 에운 풍경도 이름처럼 곱다. 이름에 밴 사연은 차라리 곡진하다. 경북·강원 내륙 오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