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포에서
경남 사천시 서포에서 바다 앞에 서면 우리 모두는 공손해진다.어떤 거만함도, 위세의 발자국도멀리서 달려와 발밑에 부서지는 포말에 눈이 먼 기도문이 된다. 바다의 푸른 팔뚝에 문신처럼 박힌 거룩한 포용을 가슴에 담을 뿐. 바다 앞에 서면 우리 모두는 서로의 섬이 된다.보지 않으려 해도 볼 수밖에 없는 수평선으로 달려가위태로운 줄타기의 광대가 되는 자신을 떠올리거나수평선의 끝을 잡고 줄넘기를 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거나무의식적으로 손을 길게 내밀어 고무줄처럼 수평선을 끌어당기고 싶다면아직 우리는 살아 있는 것이다.좀 더 살아야 하는 것이다. 시작 메모>오랜만에 바닷가에 닿았다. 짙은 어둠 속을 더듬거리다 보니 문득 섬에 닿았다. 바다의 낭만 속에 숨은 온갖 생명들의 숨소리와 힘겨운 노동의 거룩함이 밤새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