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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의 나무편지

내년 봄이면 설렘으로 궁금해 하게 될 새 친구를 소개합니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4. 26. 14:02

[나무편지]

내년 봄이면 설렘으로 궁금해 하게 될 새 친구를 소개합니다.

  ★ 1,228번째 《나무편지》 ★

   다시 또 목련, 지난 주에 찾아보았을 때 덜 피어난 황목련 종류를 찾아보고 돌아왔습니다. 사월 들어서며 시작한 목련의 개화는 이어집니다. 첫 목련 개화에서부터 거의 세 차례의 주말을 보냈지만, 아직도 꽃잎을 오므리고 봄바람을 엿보는 종류들도 있었습니다. 물론 흰 색 종류의 목련 꽃은 거의 다 시들어 떨어졌어요. 지난 주말에는 붉은 빛깔의 목련들이 한창이었고, 노랑 빛의 목련 꽃들은 오늘 《나무편지》에서 보여드리는 것처럼 막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는 수 없이 봄은 목련의 계절입니다.

   지난 주말에 천리포수목원에서는 거의 한달에 걸쳐 진행했던 ‘목련 축제’를 마무리했습니다. 그러나 앞에 적은 것처럼 아직도 목련 꽃, 그 가운데 특히 황목련 종류는 아직 더 피어나겠지요. 하긴 뭐 그게 끝은 아닙니다. 목련 가운데에는 여름에 꽃 피우는 목련도 있습니다. ‘태산목’으로는 불리는 북아메리카 지역 원산의 목련 종류입니다. “태풍 불어올 즈음에 꽃을 피운다”고 이야기해 온 여름 목련입니다. 하지만 이 봄에 목련을 비롯한 봄꽃의 개화 시기를 제대로 가름하지 못한 것처럼 이제 ‘태풍 불어올 즈음’이라는 표현도 바꾸어야 할 겁니다.

   일단 태풍이 우리나라에 다가오는 시기도 많이 달라졌잖아요. 태산목의 꽃이 대개 7월 말부터 8월 초쯤에 피어나기 때문에 대개는 태풍 불어올 즈음에 맞이하곤 했기 때문에 했던 말이거든요. 하지만 요즘은 여름 태풍보다는 가을 태풍이 더 많이 불어오지 않던가요? 그러니까 태산목 꽃의 개화 시기는 물론이고, 태풍 상륙 시기도 달라졌으니 더 혼란스러운 겁니다. 이제는 그냥 기다리기만 해야 하고, 그러다가 놓치더라도 어쩌는 수 없지 않나 싶어 안타깝기도 합니다.

   지난 주 중에 찾아본 수목원 숲의 목련 가운데에 가장 눈에 뜨이는 건 노랑 빛깔의 목련 꽃들이었습니다. 활짝 피어난 꽃도 있었지만, 대개는 꽃봉오리 껍질을 내려놓은 노란 꽃송이들이 하늘을 향해 다소곳이 꽃잎을 오므리고 곧추 서 있었습니다. 목련 꽃이 보여주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꽃봉오리 안쪽의 좁은 공간에 오래 움크리고 있었던 까닭에 꽃잎은 아직 쪼글쪼글했지만, 그래도 귀티 가득한 노랑 빛의 싱그러움이 빛났습니다. 그냥 바라보기만 하는 것으로 더 없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황목련 종류’라고 뭉뚱그려 부르는 노랑 빛깔의 꽃을 피우는 목련은 백목련 종류나 자목련 종류에 비해 그 종류는 적은 편입니다. 그러나 흔치 않은 때문인지 그 존재감만은 여느 목련 종류를 뛰어넘습니다. 더구나 황목련 종류는 다른 곳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니 더 그럴 겁니다. 오늘 《나무편지》에서는 황목련 종류만 보여드립니다만, 이 즈음에는 자목련 종류도 참 예뻤습니다. ‘불칸’이나 ‘클레오파트라’라는 이름을 가진 자목련 종류도 지난 주에 한창이었지요.

   주말에 비 내리고, 화려했던 ‘목련 축제’도 막을 내렸습니다. 이제 다시 또 저 아름다운 목련 꽃을 보려면 다시 한 해를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서 나무 이야기를 할 때마다 늘 해 왔던 말이 다시 떠오릅니다. 나무를 찾는다는 건 곧 ‘마음 속에 그리움을 쌓아가는 일이다’라는 겁니다. 태풍과 함께 여름 지나고, 단풍 아름다운 가을, 그리고 엄동설한의 겨울 지나야 다시 목련 꽃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 새 봄에 다시 목련 꽃을 만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때 다시 만나게 될 꽃은 지금 내 눈 앞에 피어있는 지금 이 꽃은 아니라는 생각에 더 오래 머무르게 됩니다.

   아. 참! 오늘 《나무편지》 제목에서 소개하겠다고 한 ‘새 친구’를 소개해야 하겠네요. ‘제인’(정확히는 ‘제인플랫’입니다만 내게는 그냥 ‘제인’인)이라는 이름의 별목련입니다. 이 목련은 천리포수목원에 목련이 피어날 때면 나 홀로 조용히 찾아가는 곳에 서 있는 아주 작고 어린 나무입니다. 우연히 그 길을 지나치며 만나게 됐는데, 유난스레 눈길이 갔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봄 올 때마다 꼭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 ‘새 친구’입니다. 그래봐야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이 꽃을 만날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몇 번만이라도 그리운 옛 친구를 찾는 것처럼, 살갑게 맞이하렵니다. 바로 위의 사진이 작지만 화려하고, 어려서 더 예쁜 내 친구 ‘제인’입니다.

   고맙습니다.

2024년 4월 22일 아침에 1,228번째 《나무편지》 올립니다.

  - 고규홍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