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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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타장지정 (打獐之梃)

[정민의 世說新語] [300] 타장지정 (打獐之梃)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입력 2015.02.03. 23:22 기묘사화를 일으킨 남곤(南袞)이 '유자광전(柳子光傳)'을 지었다. 글이 대단했다. 사화(士禍)를 서술한 대목이 특히 압권이었다. 어떤 사람이 끝에 시 한 구절을 써 놓았다. "마침내 속내가 그 누구와 비슷하니, 그 자신이 전기 속의 사람인 줄 몰랐네(畢竟肺肝誰得似, 不知身作傳中人)." 자기가 자기 얘기를 쓴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또 어떤 이가 다른 사람의 죄상을 신랄하게 논했다. 사람들이 초상화의 찬문(贊文) 같다고 했다. 결국 그는 장살(杖殺) 당해 죽었고 죄상을 논한 사람은 수십 년 부귀를 누렸다. 뒤에 보니 죄를 논한 사람의 행적이 앞서 죽은 사람보다 훨씬 심했다. 사람들이 또 말했다. ..

마음 가는 대로 즐기는 강원 횡성

‘금빛 억새·초록 습지’ 유화같은 횡성호…가을의 문턱, 짙어져가는 풍경을 찾아서[박경일기자의 여행]박경일 전임기자+ 구독입력 2026-09-10 09:16수정 2026-09-10 09:24■ 박경일기자의 여행마음 가는 대로 즐기는 강원 횡성 안개 낀 횡성호 아침 풍경 장관댐 수몰 마을 흔적 자료관 남겨31.5㎞ 주변 호수길 인기 코스 풍수원 성당, 韓사제 최초 건립박해 받던 신자들의 신심 가득 42번 국도 고갯길 사이 안흥면힘겹게 넘어온 버스 쉬어가던 곳허기 달래던 안흥찐빵 유명해져 오원 저수지 언덕 위 하얀 카페주인 손수 모은 LP 2만장 감상횡성=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초가을 이른 아침에 횡성호 습지에서 만난 풍경. 횡성호 습지에 낮게 깔린 안개 사이로 아침 볕이 스며들어 금빛으로 빛나고 있다. 가을..

카테고리 없음 2026.09.19

가랑잎의 힘

이제 가을이 오고 있는데 서둘러 떨어지는 나뭇잎이 아쉽다. 진공청소기 소리가 윙윙거리는 아침 오래 전 시 한편을 올린다.시답지 않아서 시집에도 넣지 않았는데 20년이 넘어 읽으니 또 그만그만하다가랑잎의 힘 동짓달 / 불씨 없는 화로에/ 어쩌자고/ 내려 쌓이는 것이냐/하늘을 우러르게 하던/ 시퍼런 지폐의 위용/ 다 어디다 버리고/ 가볍게 한 해를 /마감하는 것이냐 / 겨울 밤 찬 공기를 / 북북 그어대며 / 이 가슴으로 낙하하는 / 찢어버릴 수도 / 태워버릴 수도 없는 / 가랑잎이여 /세월을 묵비하는 탯줄 / 나는 안다 / 휴지조각보다 못한 네가 / 나무 한 그루를/ 높이 키 세웠음을 나는 안다 / 햇빛과 천둥과 세찬 비바람이 / 네가 키워낸 어느 나무의 / 힘이었음을 / 활짝 편 / 네 거칠어진..

몽골 압박에 굴복해 파병한 일본 침략

칸과 담판, 국익 챙겼으나 태풍 만나 7600명 희생중앙일보입력 2026.09.18 00:10몽골 압박에 굴복해 파병한 일본 침략이익주 역사학자·서울시립대 교수고려 충혜왕 때인 1341년, 이곡(李穀)은 친구의 처외조모인 조씨 부인의 기구한 인생사를 전해 들었다. 일곱 살 때 군인이던 아버지가 제주도에서 삼별초 군대와 싸우다가 전사했고, 열일곱 살 때 시아버지가 고려-몽골 연합군에 징발되어 일본 원정에 나섰다가 돌아오지 못했으며, 그로부터 10년 뒤에는 군인이던 남편마저 고려를 침략해온 카단(哈丹)의 몽골 반란군과 싸우다 전사했다. 그 뒤 길쌈과 바느질로 생계를 꾸리며 외동딸을 키웠지만 그 딸도 젊어서 세상을 떠났고, 딸이 남긴 손자와 손녀를 돌보면서 일흔일곱 살이 되도록 살아왔노라는 이야기였다. 남편과..

인문학에 묻다 2026.09.18

단종 초상화가 영화와 달리 후덕한 이유

단종앓이 찾아가니 ‘후덕 소년’…장릉서 깜짝 놀란 초상화 정체카드 발행 일시2026.03.19문소영논설위원moon.soyoung@joongang.co.kr경제학・예술학・문화학을 공부했고, 책 『그림 속 경제학』 『혼종의 나라』 등을 썼습니다.단종 초상화가 영화와 달리 후덕한 이유비운의 소년왕 단종이 유배된 강원도 영월군 청령포.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 돌풍에 힘입어 최근 관광객이 급증했다. 연합뉴스강원도 영월 청령포를 처음 찾았을 때부터의 인상은 언제나 ‘서글프게 아름다운 곳’이었다. 뒤로는 깎아지른 암벽, 앞으로는 강물이 휘감아 돌아 배를 타야만 들어갈 수 있는 지형은 은둔한 신선의 거처를 떠올리게 할 만큼 수려하다. 그러나 그곳이 자발적 은거가 아니라, 열여섯 소년왕 단종(1441~1457)..

초가을, 적막해서 더 아름다운 소백산

첩첩 능선 켜켜이 스민 시간 넘어…천 년 지킨 ‘돌부처’에 손을 모으다[박경일기자의 여행]박경일 전임기자+ 구독입력 2026-09-17 09:21■ 박경일기자의 여행초가을, 적막해서 더 아름다운 소백산 세찬 겨울바람·늦봄 철쭉 명소발길 적은 계절엔 숲이 길 덮어 단양~영주 산길 16.8㎞ 8시간죽령 고개는 과거 보러가던 길중턱엔 無事빌던 할머니 산신당 신라가 세운 보국사는 빈 터뿐머리 없는 돌미륵에 소원 빌어 마타리·잔대·동자·물봉선화능선 곳곳 여름 야생화 그득 비로봉 정상, 파도 같은 山群먹빛 산맥 끝엔 월악산이 선명 성혈사 나한전에 정교한 문살연꽃·물고기 등 통째 깎아 볼만오전 9시 30분쯤 소백산 연화봉대피소가 있는 제 2연화봉(1357m) 부근에서 바라본 서쪽 경관. 소백산 서쪽 모든 산의 능선이..

[299] 은산철벽 (銀山鐵壁)

[정민의 世說新語] [299] 은산철벽 (銀山鐵壁)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입력 2015.01.28. 03:00 은산(銀山)은 중국 베이징시 창핑구(昌平區)에 위치한 산 이름이다. 봉우리가 워낙 높고 험준한 데다 겨울이면 흰 눈에 늘 덮여 있어 이 이름을 얻었다. 기슭은 온통 검은 석벽으로 둘러싸여 이를 철벽이라 부른다. 그래서 은산철벽은 사람의 의지가 굳고 기상이 높아 범접할 수 없음을 비유하는 말로 많이 쓴다.권상하(權尙夏·1641~1721)가 정황(丁)의 신도비명에서 "대개 공은 실지 공부가 이미 깊어 대의를 환히 보았다. 이 때문에 변고를 만나서도 지조를 잃지 않았다. 비록 옛날에 이른바 은산철벽이라 한들 어찌 이에서 더하겠는가?"라고 썼다. 명(銘)에서도 "절해에 유배되어 죽음 앞에 더욱 굳세...

평창 대관령·진부면 여행

여긴 ‘평창군 유럽면’…우유빛 실버벨교회, 1000년 붉은 나무 숲[ESC]박미향기자수정 2026-09-11 16:26 12:54 평창 대관령·진부면 여행1400m 발왕산 수명 천년인 ‘주목’ 천국유럽 마을에 온 듯한 느낌을 선물하는 실버벨교회. 누구나 쉴 수 있는, 최근 평창에서 가장 인기 급상승 중인 건축물이다. 박미향 선임기자 성질 급한 단풍을 만났다. 무에 그리 급해서 붉은색을 벌써 입었는지. 지난달 25일 아침 8시께 강원도 평창 발왕산 천년주목숲길에 발 디뎠다. 그곳에서 ‘나 홀로’ 물든 단풍나무 한그루를 마주했다. 평창을 대표하는 발왕산은 해발 1458m로 국내에서 12번째로 높은 산이다. 보통 여행객들은 관광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도착해 그 일대 걷기 여행을 한다. 걷기 수월한 나무 데크..

전제덕 보며 하모니카 꿈 키운 박종성…17년 뒤 한 무대에

전제덕 보며 하모니카 꿈 키운 박종성…17년 뒤 한 무대에신승근기자수정 2026-09-13 19:04 재즈·클래식 하모니카 두 거장15일 오케스트라와 함께 첫 협연하모니카를 연주하는 전제덕. 기독교방송(CBS) 제공광고 “저한텐 한줄기 희망 같은 분이었어요. 고등학생 때 전제덕 선배의 음반을 듣고, 이후 공연과 인터뷰를 보면서 ‘나도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졌어요. 언젠가 한 무대에 서겠다는 생각으로 함께할 수 있는 수준의 연주자가 되겠다고 마음먹었죠.”지난 7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만난 클래식 하모니카 연주자 박종성(40)은 오는 1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심포닉 하모니카 위드 전제덕, 박종성’ 공연을 앞두고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동경했던 선배 전제덕(52)과 처음 협연 무대에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