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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의 꽃 이야기 54

너덜너덜, 수피가 지저분한 나무 워스트5

너덜너덜, 수피가 지저분한 나무 워스트5 [김민철의 꽃이야기]김민철 기자입력 2025.02.04. 00:05    나무에 잎이 없는 겨울이면 수피(나무껍질)가 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개성이 있다고 해야할까, 지저분하다고 해야할까. 수피가 독특하게 벗겨지는데 그렇게 아름답지는 않은 나무들이 있다. 오늘은 수피가 너덜너덜 지저분한 나무들 이야기다.◇물박달나무 수피, 포스트잇 붙여놓은듯그중에서도 물박달나무는 단연 수피가 개성 있는 나무다. 회색 또는 회갈색 수피는 말 그대로 너덜너덜하다. 제법 큰 조각이 겹겹이 붙어 있다. 그래서 ‘할 일이 많아 포스트잇을 겹겹이 붙여 놓은 것 같다’는 표현도 보았다.                                                      ..

'여수의 사랑' 동백나무는 왜 눈물을 뚝뚝 흘릴까

'여수의 사랑' 동백나무는 왜 눈물을 뚝뚝 흘릴까 [김민철의 꽃이야기]김민철 기자입력 2025.01.21. 00:05업데이트 2025.01.21. 08:33   ‘여수의 사랑’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이 1995년 낸 첫 소설집이다. 표제작 ‘여수의 사랑’은 정선과 자흔이라는 두 20대 여성이 주인공이지만 발랄한 이야기가 아니다. 요즘 젊은 세대가 주로 고민하고 방황하는 취업이나 연애 이야기도 아니다. 딱 한 세대 전인 90년대 두 20대 여성은 무엇 때문에 지쳐서 힘겹게 살아갈까.화자인 정선은 여수가 고향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죽자 아버지는 두 딸과 함께 바다로 뛰어들었다. 아버지와 동생은 죽었지만 혼자 살아남았다. 그 트라우마로 고향을 단 한번도 다시 찾지 않았다. 월세를 반분(半分)할 룸메이..

오 헨리 '마지막 잎새'에서 얻는 식물 지식 몇 가지

오 헨리 '마지막 잎새'에서 얻는 식물 지식 몇 가지 [김민철의 꽃이야기]김민철 기자입력 2025.01.07. 00:05   오 헨리의 단편 ‘마지막 잎새’는 내용 소개가 필요할까 싶지만 간단히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난한 화가 존시는 폐렴에 걸려 삶의 희망을 잃고 창밖으로 보이는 담쟁이덩굴 잎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 잎이 다 떨어지면 자기도 죽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존시는 남은 담쟁이 잎을 셉니다.마지막 한 잎이 남은 밤, 북풍이 사납게 몰아쳤지만 다음 날도 그 잎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본 존시는 다시 삶의 의욕이 생겨 병이 낫지만 아래층에 사는 늙은 화가가 폐렴으로 죽습니다. 그 마지막 한 잎은 존시의 이야기를 들은 늙은 화가가 밤새 몰래 그려놓은 것이었습니다. 마지막 부분은 다음과 같습..

올해 꽃 질문 2·3위는 큰금계국·산딸나무, 1위는?

올해 꽃 질문 2·3위는 큰금계국·산딸나무, 1위는? [김민철의 꽃이야기]김민철 기자입력 2024.12.24. 00:05  올 한해 우리 국민들이 가장 이름을 알고 싶어 한 꽃은 무엇일까. 꽃이름을 알려주는 앱 ‘모야모’에 올 한해 꽃 이름 질문이 가장 많았던 순서를 문의했다. 이 순위를 보면 국민들의 꽃 이름에 대한 관심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개망초가 압도적 1위, 이상기온 때문?1위는 압도적으로 개망초였다. 2·3위 질문 건수가 2만건대 후반인데 개망초 질문 건수는 4만건대였다. 개망초는 여름부터 가을까지 주변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라 해마다 꽃 질문 순위 5위 이내에 들었지만 1위에 오른 것은 처음 보았다. 모야모 관계자는 “올해 이상기온으로 개망초가 늦게까지 핀 것이 영..

어느날 오른손이 브로콜리로 변한 남자

어느날 오른손이 브로콜리로 변한 남자 [김민철의 꽃이야기]김민철 기자입력 2024.12.09. 11:51업데이트 2024.12.10. 00:05   어느날 아침 갑자기 손이 브로콜리로 변해버린 남자가 있다. 이유리의 단편 ‘브로콜리 펀치’에 나오는 남자에게 일어난 일이다.브로콜리.화자가 이 남자친구를 데리고 병원이 가자 사람들은 ‘어머 브로콜리 저거 정말 오랜만에 보네’, ‘저렇게 큼직한 브로콜리가 되다니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겠는걸’이라고 한마디씩 하느라 시끄럽다. ◇결이 다른 이유리식 판타지 소설 사람의 손이 브로콜리로 변했다니. 무슨 소리인가 싶지만 이유리 소설에서 이 정도는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유리 소설집 ‘브로콜리 펀치’에 있는 다른 소설에선 죽은 아버지가 나무로 변신해 연애까지 하고(‘..

인터내셔널가에서 목련까지

인터내셔널가에서 목련까지 [김민철의 꽃이야기]김민철 기자입력 2024.11.26. 00:05   29일 동인문학상을 받는 김기태 이름 앞에는 ‘한국문학의 가장 뜨거운 신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202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할 때부터 “범상치 않은 작가의 출현”이라는 심사평을 받았고, 이후 작품을 낼 때마다 주목을 받으며 젊은작가상, 이상문학상 우수상 등을 받았다. 이제 첫 소설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낸 작가치고는 이례적인 관심과 찬사다.◇9편의 평범한 사람들 이야기이 소설집엔 단편소설 아홉 편이 실렸다. 공통점이 있다면 현실적인 소재와 주변에서 본 듯한 평범한 인물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이런 것도 쓸 수 있구나’,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육질 남자나무, 미끈한 여자나무

근육질 남자나무, 미끈한 여자나무 [김민철의 꽃이야기][224회]김민철 기자입력 2024.11.12. 00:00   우리나라 나무 중에서 특이하게도 보디빌더처럼 근육질 몸매를 뽐내는 나무가 있습니다. 바로 서어나무입니다. 지난 주말 설악산에 갔다가 아주 근사한 서어나무를 만났습니다. 제가 본 서어나무 중에서 가장 근육이 발달한, 그러니까 ‘미스터 코리아’ 서어나무였습니다.설악산 서어나무. ◇숲에서 근육질 뽐내는 보디빌더, 서어나무서어나무는 줄기가 매끈하면서도 울퉁불퉁 근육질 모양을 하고 있어서 멀리서 보아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주로 전국 숲의 계곡 근처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줄기가 근육질이고 잎이 타원형이면서 끝이 꼬리처럼 길게 뾰족하면 확실히 서어나무입니다.서어나무라는 이름은 한자어가 ‘서목(西木)..

'대도시의 사랑법'에 나오는 꽃들

'대도시의 사랑법'에 나오는 꽃들 [김민철의 꽃이야기]김민철 기자입력 2024.10.29. 00:00업데이트 2024.10.29. 08:59   박상영 연작소설 ‘대도시의 사랑법’ 중 ‘우럭 한점 우주의 맛’에 나오는 장면이다. 사랑싸움 하는 듯한 두 사람은 남녀가 아니라 남남 커플이다. ◇개나리꽃으로 사랑싸움하는 두 남자 이 소설집엔 모두 4편의 중·단편이 나오는데 화자가 동일하다. ‘우럭 한점 우주의 맛’에서 암 투병 중인 엄마를 간병하면서 지내는 화자 ‘영’은 5년 전 사귄 형의 편지를 받는다. 그는 화자에게 알면 알수록 불가사의한 인물이었다. 학생운동을 한 과거에 사로잡힌 채 화자가 미국을 좋아한다며 꾸짖고 자신이 게이임이 드러날까봐 노심초사했다. 위 인용문도 화자가 공원에서 애정 표현을 하자 사..

단풍나무보다 더 붉게 물드는 가을 전령사… 열매에선 짠맛 나지요

[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단풍나무보다 더 붉게 물드는 가을 전령사… 열매에선 짠맛 나지요붉나무김민철 기자입력 2024.10.21. 00:30  요즘 양지 바른 산 가장자리나 둘레길을 걷다 보면 잎이 막 붉게 물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잎자루에 좁은 잎 모양의 ‘날개’가 있는 나무가 있다면 붉나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붉나무는 전국적으로 자라는 옻나뭇과 나무입니다. 우리나라만 아니라 중국·일본·대만과 동남아까지 널리 분포합니다. 최대 높이가 7m 정도인, 그리 크지 않은 나무입니다.동글동글한 열매가 열린 붉나무(위쪽 사진). 잎자루(아래 사진 동그라미)엔 얇은 '날개'도 달려 있어요. /김민철 기자 옻나뭇과 나무여서 꽃이나 열매, 잎 모양이 옻나무·개옻나무 비슷한 느낌을 주지만 다음과 같은 ..

추석 즈음 피는 물매화가 주연인 소설

추석 즈음 피는 물매화가 주연인 소설 [김민철의 꽃이야기]김민철 기자입력 2024.09.17. 00:00  물매화는 추석 즈음에 피는 꽃입니다. 그래서 요즘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에 물매화 사진이 많이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전상국의 단편 ‘물매화 사랑’은 물매화로 시작해 물매화로 끝나는 소설입니다. 작가의 소설집 ‘온 생애의 한순간’에 첫번째로 실려 있는 소설인데, 물매화 싹이 막 나오는 무렵부터 마침내 꽃이 피기까지 과정이 다 담겨 있습니다. 물매화가 주인공인 소설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물매화, 이름 알면 유난히 좋아하는 꽃 소설은 시어머니·남편과 갈등으로 가지울이라는 산촌에 칩거하는 한 여성 시각으로 쓰여 있습니다. 집 근처엔 요양을 온 한 남자가 있습니다. 이 남자는 집에 들렀다가 물매..

뇌종양 판정 받고 흔들리는 50대, 리시안셔스 꽃다발 주문했지만...

뇌종양 판정 받고 흔들리는 50대, 리시안셔스 꽃다발 주문했지만... [김민철의 꽃이야기]김민철 기자입력 2024.09.03. 00:00   서유미 작가의 단편 ‘토요일 아침의 로건’은 갑자기 뇌종양 판정을 받은 50대 중년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그는 벌써 4년째 토요일 아침마다 영어선생님 젤다와 2시간씩 비즈니스 영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로건은 그의 영어 이름입니다.◇중년의 위기에서 보이기 시작한 꽃영어도 늘고 회사에서도 승진해 미국 지사 발령을 앞두고 있는데 위기가 찾아옵니다. 건강검진에서 뇌종양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의 삶이 예전과 같을 수 없겠지요. 미국행도 힘들 것 같습니다. 우선 젤다에게 영어 공부를 그만두겠다고 통보해야하는데 선뜻 말하지 못하고 망설입니다. 소설은 로..

신안 맹그로브숲 성공하면 얻는 순기능 5가지

신안 맹그로브숲 성공하면 얻는 순기능 5가지 [김민철의 꽃이야기]김민철 기자입력 2024.08.20. 00:00업데이트 2024.08.20. 17:35   동남아 등 열대·아열대 지역에 가면 큰 강 하구, 바닷가에서 맹그로브숲을 볼 수 있습니다. 맹그로브는 뿌리가 문어 다리 모양으로 물 밖으로 튀어나와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대만 맹그로브숲(쓰차오 그린터널)처럼 숲 사이로 보트나 카약을 타고 다니는 관광코스도 적지 않습니다.코타키나발루에서 가장 큰 섬 '가야섬'에서 카약을 타고 맹그로브 숲을 누비다보면 맹그로브 숲에 사는 게나 바닷 속 조개가 내뱉는 공기 방울도 볼 수 있다. /코타키나발루=이미지 기자 ◇탄소 흡수·저장 능력 뛰어나 주목맹그로브는 태풍, 쓰나미 등 자연재해로부터 해안 침식이나 피해를 막아..

마타리

[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1m 이상 큰 키에 황금색 꽃과 꽃대… 무더운 날엔 좋지 않은 냄새 풍겨요마타리김민철 기자입력 2024.08.05. 00:30   마타리에 꽃이 핀 모습. /김민철 기자벌써 마타리 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숲이나 풀밭 등 양지바른 곳에서 가장 인상적인 꽃은 황금색 마타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선 마타리는 꽃도 꽃대도 황금색이고 키가 1m 이상으로 커서 시선을 확 끄는 식물입니다. 숲에 가지 않더라도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주변 언덕 등에서 큰 키에 노란색 물결이 하늘거리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마타리 무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마타릿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서식 환경이 까다롭지 않아 전국의 산과 들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여름부터 시작해 늦게는 10월까지도 볼 ..

해피트리, '마음에 없는 소리'에서 생기 주는 반려식물로

해피트리, '마음에 없는 소리'에서 생기 주는 반려식물로 [김민철의 꽃이야기]김민철 기자입력 2024.07.23. 00:00업데이트 2024.07.23. 09:12   ‘마음에 없는 소리’는 김지연 첫 소설집의 표제작입니다. 작가 고향인 거제로 보이는 해안가 소도시를 배경으로, 할머니가 운영하다 휴업한 작은 식당을 이어받아 소고기뭇국과 멸추김밥을 메뉴로 개업하는 35세 여성 이야기입니다.◇”해피트리 잘 가꾸어야 식당도 안 망할 것”고향 또래들은 어느덧 번듯하고 안정적인 삶을 찾아가는데 화자는 ‘아무 것도 안 하지는 않았는데 딱히 무얼 했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처지에 있습니다. 시에서 지원해 주는 청년 사업의 커트라인에 딱 걸리는 나이 만 35세지만 생일이 보름 정도 지나 지원금도 받지 못합니다. 그러나 ..

달맞이꽃 터지는 소리, 들어볼까요?

달맞이꽃 터지는 소리, 들어볼까요? [김민철의 꽃이야기]김민철 기자입력 2024.07.09. 00:00   길가 등 여기저기에 노란 달맞이꽃이 피기 시작했다. 달맞이꽃을 보면 박완서 단편 ‘티타임의 모녀’가 떠오른다. 이 작품은 부자집 아들인 운동권 남편과 사는 여공 출신 아내의 소외감과 불안을 그린 소설인데, 달맞이꽃이 중요한 상징으로 나오고 있다. 1993년 발표한 소설이므로 그 당시 시대 상황을 감안해 읽으면 좋을 것이다.◇달맞이꽃 필 때처럼 신경 곤두세우는 남편주인공은 파출부인 엄마가 자신이 사는 대형 아파트에 와서 이것저것 감탄하며 파출부 티를 내는 것이 못마땅하다. 주인공은 고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하고 공장에서 일하다 위장취업한 남편을 만났다. 아들 지훈이를 낳아 서울 변두리 3층집 옥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