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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의 꽃 이야기 39

생전 장례식 치른 할머니, 오롯이 도라지꽃이 되다

생전 장례식 치른 할머니, 오롯이 도라지꽃이 되다 [김민철의 꽃이야기]김민철 기자입력 2024.06.25. 00:00   “나 죽은 뒤에 우르르 몰려와서 울고불고한들 무슨 소용이야. 살아 있을 때, 누가 누군지 얼굴이라도 알아볼 수 있을 때 한 번 더 보는 게 낫지.”홍민정 작가의 장편동화 ‘모두 웃는 장례식’에 나오는 할머니는 이렇게 말하며 돌아오는 자신의 75번째 생일에 생전 장례식을 치르겠다고 한다. 할머니는 유방암 암세포가 온몸으로 퍼져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할머니 치마에 수놓은 도라지꽃이 동화의 주인공은 초등학교 6학년 윤서다. 여름방학을 하자마자 엄마가 일하는 상하이로 떠날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할머니가 생전 장례식을 치르겠다고 하자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

봄망초

[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계란프라이’ 닮은 꽃… 개망초와 달리 줄기 속 비어 있죠봄망초김민철 기자입력 2024.05.13. 03:00   요즘 공터 등에서 흰 꽃잎에 가운데는 노란색을 띤 꽃이 무더기로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꽃을 좀 아는 사람이라면 개망초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요즘 피는 것은 대부분 봄망초로, 개망초와는 약간 다릅니다.                                  봄망초에 꽃이 피어 있는 모습. 봄망초는 4월부터 6월까지 꽃을 피워요. /김민철 기자먼저 개망초는 국화과 두해살이풀이에요. 두해살이풀은 가을에 싹을 틔워 잎을 만들고 그 상태로 겨울을 보낸 뒤, 봄이 오면 꽃과 열매를 만드는 식물을 말해요. 개망초 이외에도 냉이, 애기똥풀 등이 ..

80년대 서울대생들의 혼돈과 사랑, 그 속에 핀 꽃들

80년대 서울대생들의 혼돈과 사랑, 그 속에 핀 꽃들 [김민철의 꽃이야기]김민철 기자입력 2024.04.30. 00:05업데이트 2024.04.30. 08:35  이연수 작가의 장편소설 ‘도림천 연가’는 1980년대 서울대생들의 이야기다. 성식이라는 서울대 82학번을 통해 당시 젊은이들의 문화, 운동권 정서 그리고 사랑을 솔직하게 담았다. 도림천은 서울대 앞을 지나 안양천으로 합류하는 하천이다.◇ “등꽃이 피면 여기 오자”이 소설의 기본적인 뼈대는 성식과 미현이라는 캠퍼스 커플의 사랑 이야기다. 이 커플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 싸우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정신착란’과도 같은 첫사랑 이야기가 가슴 저리면서도 애틋하게 담겨 있다.성식은 여자애가 먼저 웃고 인사하며 호감을 표현하는 것이 좋지만 ‘또..

뉴욕타임스가 1개면 털어 쓴 이 나무 교체 움직임

뉴욕타임스가 1개면 털어 쓴 이 나무 교체 움직임 [김민철의 꽃이야기] 김민철 기자 입력 2024.04.16. 00:05업데이트 2024.04.16. 00:11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30일자에 ‘한국, 제국주의 없는 벚꽃 구해(Wanted in South Korea: Imperialism-Free Cherry Blossoms)’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1면부터 시작해 5면 전체를 할애한 대형 기사였습니다. 한일 양국 간 오랜 벚꽃 논쟁을 소개하면서 한국에서 일고 있는 왕벚나무 교체 움직임을 조명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뉴욕타임스 3월30일자 1면과 5면(오른쪽 아래 빨간 테두리). 한일간 100년 왕벚나무 원조 논쟁과 한국에서 일고 있는 왕벚나무 교체 움직임을 다루었다. ◇100년 원조 논쟁했는데 다른..

벚꽃 개화 시기 예측, 맞출 방법이 있다는데...

벚꽃 개화 시기 예측, 맞출 방법이 있다는데... [김민철의 꽃이야기] 김민철 기자 입력 2024.04.02. 00:00업데이트 2024.04.03. 08:20 올봄 유난히 곳곳에서 ‘벚꽃 없는 벚꽃축제’가 열렸습니다. 서울 송파구는 지난달 31일 석촌호수 벚꽃이 만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폐막식을 치렀습니다. 송파구는 지난해에는 축제가 열리기도 전에 벚꽃이 져버리는 낭패를 겪었습니다. 속초시는 지난달 30~31일 벚꽃 없는 ‘영랑호 벚꽃축제’를 연 다음 벚꽃 만개가 예상되는 6~7일 벚꽃축제를 한번 더 열기로 했습니다. 속초시는 “하늘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고 했습니다. 벚꽃 개화 시기는 여의도 벚꽃 축제 등 지역 축제나 행사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이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수백만 건의 빅 ..

국립중앙박물관 뜰에 찾아온 봄

국립중앙박물관 뜰에 찾아온 봄 [김민철의 꽃이야기] 김민철 기자 입력 2024.03.19. 00:00업데이트 2024.03.19. 14:36 지난 주말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뜰과 ‘오솔길’엔 봄기운이 완연했습니다. 양지바른 곳이라 그런지 다른 곳보다 봄이 일찍 찾아온 것입니다. 먼저 박물관 앞뜰엔 매화 향기가 가득했습니다. 이곳 뜰에는 꽃받침이 붉은색인 백매도 있었지만 꽃받침이 연두색인 청매가 많았습니다. 이곳 매화가 피었으니 청계천 매화거리, 봉은사, 낙선재 등 다른 서울 매화 명소에도 꽃이 피었거나 곧 필 것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 매화. 산수유도 노란색 물을 들였고 양지바른 곳엔 벌써 진달래도 피어 있습니다. 기상정보업체 웨더아이는 올해 진달래의 개화 시기가 전국적으로 평년보다 1~5일 정도 빠를 것이..

백석 시 ‘흰 바람벽이 있어’ 바구지꽃의 정체는?

백석 시 ‘흰 바람벽이 있어’ 바구지꽃의 정체는? [김민철의 꽃이야기] 김민철 기자 입력 2024.02.20. 00:00 김민철의 꽃이야기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84750 백석의 시 ‘흰 바람벽이 있어’는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과 함께 시인의 절창 중 하나로 꼽힙니다. 흰 바람벽이 화자 의식의 스크린 구실을 하는 절묘한 착상으로 쓰여진 시입니다.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도 나오는 시인데, 이 시 마지막 부분에 생소한 ‘바구지꽃’이 나옵니다. ◇바구지꽃, 시인이 높이 여긴 4가지 중 하나 시인이 가장 사랑하는 것들,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한 것들 4가지 중 하나로 바구지꽃을 든 것입니다. 시인이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에서 절망..

1억부 작가가 쓴 녹나무의 비밀

1억부 작가가 쓴 녹나무의 비밀 [김민철의 꽃이야기] 김민철 논설위원 입력 2024.02.06. 00:00 김민철의 꽃이야기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84750 히가시노 게이고의 ‘녹나무의 파수꾼’은 5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이지만 술술 읽혔습니다. 주인공 레이토는 직장을 잃고 복수심으로 공장 기계를 훔쳤다가 경찰에 붙잡힙니다. 이때 그동안 알지 못했던 부자 이모 치후네가 나타나 레이토를 유치장에서 나가게 해주는 조건으로 녹나무 파수꾼으로 일하라고 합니다. ◇녹나무 동굴에서 하는 ‘기념’? 녹나무는 도쿄에서 전철로 1시간 간 다음 다시 버스로 20여분 더 달려야 나오는 신사에 있었습니다.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전설을 가진 나무였습니다. 소설엔 ..

‘순이삼촌’에서 만난 제주도 나무 4가지

‘순이삼촌’에서 만난 제주도 나무 4가지 [김민철의 꽃이야기] 김민철 논설위원 입력 2024.01.23. 00:05 김민철의 꽃이야기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84750 얼마 전 제주도에 갔을 때 파란 겨울 하늘을 배경으로 대추 모양의 노란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나무들을 많이 보았다. 멀구슬나무인데, 우리나라 남해안과 제주도 민가 주변에서 흔히 자라는 나무다. 이 나무를 보니 4·3사건을 다룬 현기영 중편소설 ‘순이삼촌’이 떠올랐다. ◇제주도에서 같은 날 멀구슬나무에 돼지 잡는 이유 소설은 화자가 할아버지 제사에 맞추어 고향 제주에 내려갔다가 순이삼촌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순이삼촌은 어려서부터 가깝게 지낸 친척 ..

야생화 찍는 남자, 라일락 같은 남자... 25세 여성의 선택은?

야생화 찍는 남자, 라일락 같은 남자... 25세 여성의 선택은? [김민철의 꽃이야기] 김민철 논설위원 입력 2024.01.09. 00:00업데이트 2024.01.10. 09:58 김민철의 꽃이야기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84750 양귀자 장편소설 ‘모순’이 요즘 베스트셀러 순위에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20년도 더 전에 읽은 기억이 있는 소설인데 무슨 일인가 싶었다. 이 책은 1998년에 처음 나온 소설이다. 26년 전이다. ◇26년전 나왔지만 여전히 베스트셀러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보니 이 소설이 국내소설 4위였고 2판 84쇄를 팔고 있었다. 26년 전이면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한 해이고 IMF로 온 국민이 고통받던 시기였다. ‘역..

민들레 이름 되찾은 사연

민들레 이름 되찾은 사연 [김민철의 꽃이야기] 김민철 논설위원 입력 2023.12.26. 00:00 올해 마지막 ‘김민철의 꽃이야기’는 제가 올 한해 쓴 꽃이야기 25편 중 7편을 골랐습니다. 제가 괜찮게 썼다고 생각하는 형태, 그러니까 제가 쓰고 싶은 형태에 가까운 꽃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해에는 더 재미있는 꽃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1. [김민철의 꽃이야기] 토종 민들레가 식물목록에서 사라졌다 토종 ‘민들레’가 우리나라 대표 식물목록에서 사라졌다는 내용이었습니다. 2020년 자생식물목록을 만들 때 토종 민들레를 삭제해 토종 민들레 이름을 정확히 불러주려면 ‘털민들레’로 불러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는 식물에 대한 종 분류 변경이 불가피하면, 학명을 바꿀 때 국명(한 국가에서..

조광조, 정말 ‘走肖爲王’ 나뭇잎 때문에 죽었을까

조광조, 정말 ‘走肖爲王’ 나뭇잎 때문에 죽었을까 [김민철의 꽃이야기] 김민철 논설위원 입력 2023.12.12. 00:00업데이트 2023.12.12. 00:46 김민철의 꽃이야기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84750 4년 전 가을 서울 교보빌딩 광화문글판엔 ‘나뭇잎이/벌레 먹어서 예쁘다/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별처럼 아름답다’는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생진의 시 ‘벌레 먹은 나뭇잎’에서 따온 문구였습니다. 그런데 벌레가 나뭇잎에 글씨까지 썼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조선 중종 때 젊은 개혁정치가 조광조(趙光祖·1482~1520)는 기묘사화로 사약을 받습니다. 그런데 그 발단이 벌레가 나뭇잎에 쓴 글씨 때문이었다는 것이 지금까지 알려..

“사과나무 열매 맺는 인생 시기는 바로···”

103세 김형석 교수 “사과나무 열매 맺는 인생 시기는 바로···” [김민철의 꽃이야기] 김민철 기자 입력 2023.11.28. 00:00업데이트 2023.11.28. 00:14 김민철의 꽃이야기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84750 몇 년 전 은희경 장편 ‘새의 선물’에 나오는 사과꽃 이야기를 쓸 때 사과꽃 향기를 어떻게 묘사해야할지 참 난감했습니다. ‘맑고 시큼하다’는 것 말고는 사과꽃 향기에 대한 마땅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사과꽃을 주의깊게 관찰한 적이 없기 때문이겠지만, 글로 향기를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걸 절감했습니다. 그러다 기대도 하지 않고 찾아간 사과농장에서 그 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오규원 시인의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오규원 시인의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김민철의 꽃이야기] 김민철 논설위원 입력 2023.10.31. 00:00 김민철의 꽃이야기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84750 오규원 시인(1941∼2007)의 시 ‘한 잎의 여자’는 많은 사람이 애송하는 시입니다. 1978년 나온 이 시는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로 시작합니다. 물푸레나무는 우리나라 산속 계곡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입니다. 10m 이상 자라는 큰 키 나무인데, 서울 등 도시 주변의 산에서도 볼 수 있지만 수형이 좋아 공원에 심어놓은 것도 볼 수 있습니다. 서울역 고가도로를 개조해 만든 ‘서울로701..

꽃이름 찾다 보면 반드시 ‘여왕벌’에 이른다

꽃이름 찾다 보면 반드시 ‘여왕벌’에 이른다 [김민철의 꽃이야기] 김민철 논설위원 입력 2023.10.17. 00:00 김민철의 꽃이야기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84750 지난 2월 한국식물분류학회 학술발표회장. 남명자 전 안동 온혜초등학교 교장이 들어서자 10여명의 학자들이 다가와 인사를 청했다. 그동안 남 전 교장 블로그 등을 통해 연구에 도움을 받은 학자들이 감사 인사를 전하기위해서였다. ◇블로그엔 2만3000여건의 방대한 식물 자료 남 전 교장은 티스토리 블로그 ‘여왕벌이 사는 집’ 운영자다. 여왕벌은 남 전 교장의 닉네임이다. 그의 블로그에 가면 지난 15년 동안 축적한 2만3000여 건의 방대한 식물 비교 자료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