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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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대한 내 생각 43

위기지학 爲己之學의 詩

위기지학 爲己之學의 詩 내게 던지는 가장 어려운 질문은 ‘왜 시를 쓰는가?’이다. 차라리 ‘왜 사냐?’ 묻는다면 사소하기는 하나 절실한 많은 이유를 들 수 있겠는데, ‘왜 시를 쓰는가?’의 질문이야말로 내가 평생 스스로에게 던진 풀리지 않는 화두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무수히 많은 시의 정의를 넘어서는 나만의 정의를 찾기 위해서? 그리하여 현상을 넘어서서 숨은 듯 존재하고 있는 세계를 탐구하기 위해서? 아니다. 내게는 타고난 문재文才도 이 세상에 대한 강열한 소명의식도 없다. 단지 나를 둘러싸고 있는 먹고 사는 일, 사람들과의 불화로부터 빚어지는 아름답지 않은 세상 풍경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을 뿐이고, 존재하지 않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간절히 염원하는 유토피아를 향해 나 자신의 무력함과 왜소함을 고백하고자 하..

내가 시를 쓰는 이유

내가 시를 쓰는 이유 나호열 ‘달필과 달변으로 뭇 사람을 현혹시킬 수 있을지는 몰라도....’라고 가까운 시인은 내게 말했다. 그 말은 지독한 비아냥일 수 있지만, 나는 그 말을 정수리에 깊이 꽂힌 비수로 새겨두고 아파하면서 이 글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누구에게도 문학에 자질이 있다는 평가를 받은 적이 없다. 또한 글로서 대성하겠다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도 30년 동안 시를 쓰고 있고, 시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문학을 이야기하고 있다. 풍부한 지식을 갖춘 학자들이 반드시 인격적으로 훌륭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의 지식을 전수해야하는 사람들에게 달변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정해진 시간 안에 가르쳐야 할 내용을 효율적으로 학습자에게 전달하는 능력은 무엇보..

나의 안부를 묻다

나의 안부를 묻다 나호열 지난 삼 년은 길고 길었다. 불쑥 우리 앞에 괴물로 튀어나온 역병이 공포와 불안의 막다른 골목으로 우리를 내몰았다. 세상은 단절되고 복면의 시간이 서로를 외면하게 하는 시절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는데 어느덧 황혼이 저만큼 고개를 내밀고 그리움과 외로움마저 잊어버린 채로 꽃이 피었다. 고희라 하니 안타깝고 종심이라 하니 마음이 너그러워지는 나이에 시집『안부』는 지난 사십 년의 시업을 축약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언어를 부리는 사람이 아니라 언어를 섬기는 사람으로 살고자 애써왔는데, “말에 말을 덧붙이는 중층의 언어의 두께도, 심오한 의미의 무게도 담지 않으려고 한다. 아니 가볍다는 말은 어폐가 있다. 그의 시들은 가벼워져 가는 언어의 무게를 느끼게 하는 아이러니한 힘을 가지고 있다...

시를 쓰기 위하여 시를 쓴다

시를 쓰기 위하여 시를 쓴다 굳이 이야기 하지 않아도 ‘시의 정의’는 무수히 생성되고 소멸한다. 지구는 하나이지만 지상에 살고 있는 사람 수 만큼의 세계가 존재하듯이 ‘시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은 시인의 수만큼 많을 것이다. 똑같은 지문, 똑같은 음성을 가진 사람들이 없듯이 각자의 방식으로 시를 쓰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시가 펼쳐 놓은 다양한 층위는 더욱 간절하게 강고한 시의 도그마를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시를 쓰기 위하여 시를 쓴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는 나의 시가 하나의 전범典範이 되기를 욕망하는 넋두리라고 고백한다. 오 십 년 동안 써온 ‘수 천 편의 시들이 과연 시가 되는 것인가?’ 하는 회의懷疑와 두려움은 아무리 쌓아도 탑이 되지 못하는 난국 難局의 증명이기도 하지만 시를 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