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지학 爲己之學의 詩 내게 던지는 가장 어려운 질문은 ‘왜 시를 쓰는가?’이다. 차라리 ‘왜 사냐?’ 묻는다면 사소하기는 하나 절실한 많은 이유를 들 수 있겠는데, ‘왜 시를 쓰는가?’의 질문이야말로 내가 평생 스스로에게 던진 풀리지 않는 화두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무수히 많은 시의 정의를 넘어서는 나만의 정의를 찾기 위해서? 그리하여 현상을 넘어서서 숨은 듯 존재하고 있는 세계를 탐구하기 위해서? 아니다. 내게는 타고난 문재文才도 이 세상에 대한 강열한 소명의식도 없다. 단지 나를 둘러싸고 있는 먹고 사는 일, 사람들과의 불화로부터 빚어지는 아름답지 않은 세상 풍경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을 뿐이고, 존재하지 않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간절히 염원하는 유토피아를 향해 나 자신의 무력함과 왜소함을 고백하고자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