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고의 세월 속에 풍화된 기다림과 성찰의 시학 박영우 (시인, 경기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우리들의 삶이란 사막에서 길을 찾고 또한 길이 없으면 새로운 길을 만들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하지만 새로운 길을 찾고 만들어가는 일이란 어쩌면 수행의 길이요, 고행과도 같은 길이다. 더군다나 시를 쓰는 시인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목적지가 없는 길을 평생토록 묵묵히 걸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 길에는 왕도가 없다. 오직 온갖 번뇌와 외로움만이 황량한 사막의 모래 언덕처럼 가득할 뿐이다. 나는 어느 날 그 모래언덕 어디쯤에서 나호열 시인을 만났다. 사실 만난 지는 꽤 오래되었다. 한 이십여 년쯤 되었을까. 어쩌면 더 오래 되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시 해설을 쓰는 지금 이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