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예뻐서 슬픈 2019 (E북) 10

시와 현실

Q 요즘 시가 어렵다고 합니다. 본인의 작품은 어떻습니까? A. 시를 감상하는 독자의 능력에 따라 시가 어렵기도 하고 쉽기도 한 것이 아닐 까요? 어째든 연상에 의한 추리가 서너 단계를 넘어가면 독자는 시인의 키워드를 찾기 어려우므로 어느 단계에서 비유를 조절하는냐가 관건이 될 듯 싶습니 다. 저의 시는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어렵게 쓸 능력이 없습니다) Q 문학의 영역이 점점 위축되어 가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희망이 있을까요? A. 디지털 시대에 활자문화는 위축될 수밖에 없겠지만 아날로그적 감성은 인간 본연의 본능일테니 초급학교부터 예술적 감성을 키우는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문학의 소멸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언제나 문학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던 것이 조그만 위안이 되겠습니다..

반생 半生

반생 半生 유채꽃밭에 서면 유채꽃이 되고 높은 산 고고한 눈을 보면 눈이 되고 불타오르는 노을을 보면 나도 노을이 되고 겨울하늘 나르는 기러기 보면 그 울음이 되고 싶은 사람아 어디서나 멀리 보이고 한시도 눈 돌리지 못하게 서 있어 눈물로 씻어내는 청청한 바람이려니 지나가는 구름이면 나는 비가 되고 나무를 보면 떨어지는 나뭇잎 되고 시냇물을 보면 맑은 물소리가 되는 사람아 하루 하루를 거슬러 올라와 깨끗한 피돌기로 내 영혼에 은어떼가 되리니 나는 깊어져 가고 너는 넓어져 가고 그렇게 내밀한 바다를 만들어가는 어디에 우리의 수평선을 걸어놓겠느냐 목숨아, 사람아

오월에 전화를 걸다

오월에 전화를 걸다 누구든 내게 오라고 오래 서 있는 공중전화를 보면 땅에 누워 눈물 흘리는 작약처럼 멀리, 저 머얼리 향기를 보내고 싶다 얼굴은 바람에 흩어지고 목소리는 새가 남기는 그림자처럼 어디든 날개의 꿈을 펄럭이듯 그저 멀리, 저 멀리 달그락 꽃잎 한 장에도 붉어지는 젊은 날 심장의 들날숨 소리 못다 쓴 편지의 여백으로 오월은 혼자 부끄러워지는가 손길 닿는 곳마다 문득 푸르러지는 오월에 부재중의 나에게 걸려오는 저 발자국 소리 깊어지는 수심을 살피며 안부를 묻는 당신은 누구신가

마천루와 신기루 사이

마천루와 신기루 사이 살다 보면 신기루가 보인다 높이 솟아올라 하늘에 닿는 집이 길도 없는 사막 저 멀리에 흘러가는 영화의 앤딩처럼 하늘거린다 하염없이 걸어와 이윽고 내 마음에 닿고 보니 그저 감옥에 불과했구나 평생을 미워했던 한 사내도 그토록 찾아 헤매던 오아시스도 내가 만든 감옥이었구나 오늘도 눈물 저편에 가물거리는 신기루 저 하늘에 하느님은 어디에 계시나 수 만 마리의 나비떼가 완성되지 못한 꿈속에서 씨앗처럼 날아오른다 이것을 희망이라 불러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