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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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몸(들)'으로서 위장하는 시간 : 이장욱·김승일·박참새의 시

[2025 신춘문예] 다시- '몸(들)'으로서 위장하는 시간 : 이장욱·김승일·박참새의 시문학평론 당선작김웅기입력 2025.01.01. 00:35업데이트 2025.01.02. 16:33    1. 코르푸스로서 생존하는 비범(非凡)들지금 여기 시적 주체가 들고 있는 슬로건은 적당한 생존방식, 즉 ‘잘 살아남는 법’이다. 이들에게 주어진 것은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공적 가난이자, 스스로 애정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단정 짓는 일종의 체념이다. 현실에서 잘 살아남는다는 것은 다름 아닌 ‘평범해지는 방법’과 동위를 이룬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이들은 사회 구조의 변화나 세대 갈등 해소와 같은 대의적 명분보다는 ‘평범한 일상’을 잘 영위하기 위한 자기 고투에 빠져 있는 것이라는 판단이 드는 것. 다시 말해 어쩔 수..

“시를 통해 위로천사 역할 할 수 있어서 감사”

“시를 통해 위로천사 역할 할 수 있어서 감사”문화일보입력 2024-11-22 11:39업데이트 2024-11-22 11:52이해인 수녀는 “60년을 수도자로 살며 시인으로 사람들을 위로하는 심부름 천사 역할을 한 스스로가 대견스럽다”고 했다. 이해인 수녀 SNS■ 수도원 입회 60주년 기념… 콘서트 주인공 이해인 수녀“입회전부터 언니와 신앙 편지환속않고 평생 수도자로 살아거기다 글도 쓰니 스스로 대견모두 향기 가득한 삶 살아가길” 이해인 수녀와 대화를 나누고 나면 언제나 그 여운이 길다. 밝은 목소리로 희망적 메시지를 전하기 때문일 것이다. 차분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빠른 어조로 활기차게 말하는 편이다. 대화 도중 자주 웃음을 터트려 듣는 이의 가슴에 환한 기운을 불어넣는다.알려진 것처럼 그는 지난 2..

사회주의·자본주의 양쪽 경험이 예술적 자산

사회주의·자본주의 양쪽 경험이 예술적 자산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자獨 작가 예니 에르펜베크 인터뷰황지윤 기자입력 2024.12.04. 00:37업데이트 2024.12.04. 07:39     독일 베를린에 사는 예니 에르펜베크가 책이 빼곡한 그의 서재에 섰다. 소설 ‘카이로스’는 한스와 카타리나의 뒤틀린 관계를 보여주며 베를린 장벽 붕괴 전후 독일을 비춘다. 에르펜베크는 “모든 관계는 서로 다른 힘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하지만 그 관계의 대가로 자기 자신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그녀가 그를 향해 말했다. 벌써 문을 닫았네요. 그가 그녀에게 대답했다. 커피 한잔할까요? 그녀가 말했다. 네. 그게 전부였다. 모든 것이 마치 정해진 것처럼 그렇게 되었다. 1986년 7월 1..

시를 품은 한국 소설, 특유의 공감 문화 세계가 알게 되다

시를 품은 한국 소설, 특유의 공감 문화 세계가 알게 되다중앙선데이입력 2024.10.12 00:20업데이트 2024.10.17 14:13K문학 쾌거, 왜 한강인가노벨상 위원회는 올해 문학상 수상자를 잘 골랐다. 그들은 현재의 우리 문명이 병들었다고 진단하고 그 환부를 보여준 예술가를 정확하게 골랐다. 그들에게 상을 주고 싶다. 한국문학을 세계에 알리는 문학잡지 AZALEA(진달래)를 창간하고 편집장 노릇을 거의 20년간 하면서, 이날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던가!왜 한강인가. 대륙을 가리지 않고 세계의 젊은 세대는 모두 K-컬처에 홀딱 빠졌다는데, 그래서 K-문학이 이 흐름에 합류한 것인가? 어떤 한국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관측은 한강의 작품을 정확하게 읽지 못하고 또한 세계 ..

詩人의 詩人 탐험 - 金光林의은둔생활

詩人의 詩人 탐험 - 金光林의은둔생활이유경     월간조선 11월호  일본과 대만에서 더 유명       이것은 일본 세이주사(靑樹社)의 世界詩人叢書 가운데 ⑤로 나온 「김광림시집(キム クワンリム·金光林 詩集)」 1995년 판에 대한 소개 말이다. 총서⑥은 프랑스의 대중詩人 자크 프레베르의 詩集이고, ⑦은 현존하는 프랑스 최고의 詩人이며 비평가인 이브 본느프와의 최신 詩集.   북한 원산에서 태어나 대학을 한 학기까지 다니고 南으로 탈출해온 金光林 시인(72)은 지난 53년 동안 14권의 시집, 8권의 詩論-에세이集 등 많은 저서를 남기고 있다. 오래 전부터 한국에서보다 일본과 대만 詩壇에서 더 많이 알려져 온 그는 특히 1996년엔 일본 최대의 동인 단체인 「地球」로부터 외국인으로선 처음으로 「地球賞」..

타자의 고통을 상상하는 문학

타자의 고통을 상상하는 문학중앙일보입력 2024.10.22 00:15김성중 소설가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상상은 타인의 고통에 관한 것이다. 화성을 배경으로 삼거나 지구 절반이 사라지는 세계를 떠올리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그러나 다른 이의 고통에 관한 상상은 내가 경험한 고통의 기억을 통해서만 유추하고 확장된다. ‘이만큼 아팠을까?’ 하는 마음으로 넘기는 책들. 위대한 문학은 항상 타자의 고통을 상상한다.내가 처음으로 읽은 노벨문학상 작품은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이었다. 첫 장에 부엔디아 가문의 복잡한 족보가 펼쳐졌고, ‘많은 세월이 지난 뒤, 총살형 집행 대원들 앞에 선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아버지에 이끌려 얼음 구경을 갔던 먼 옛날 오후를 떠올려야 했다’라는 문장이 기다리고 ..

시를 품은 한국 소설, 특유의 공감 문화 세계가 알게 되다

시를 품은 한국 소설, 특유의 공감 문화 세계가 알게 되다중앙선데이입력 2024.10.12 00:20업데이트 2024.10.12 10:45K문학 쾌거, 왜 한강인가노벨상 위원회는 올해 문학상 수상자를 잘 골랐다. 그들은 현재의 우리 문명이 병들었다고 진단하고 그 환부를 보여준 예술가를 정확하게 골랐다. 그들에게 상을 주고 싶다. 한국문학을 세계에 알리는 문학잡지 AZALEA(진달래)를 창간하고 편집장 노릇을 거의 20년간 하면서, 이날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던가!왜 한강인가. 대륙을 가리지 않고 세계의 젊은 세대는 모두 K-컬처에 홀딱 빠졌다는데, 그래서 K-문학이 이 흐름에 합류한 것인가? 어떤 한국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관측은 한강의 작품을 정확하게 읽지 못하고 또한 세계 ..

쉽게 쓰기 참 어렵네

[일사일언] 쉽게 쓰기 참 어렵네조규익 숭실대 명예교수·한국문학과예술연구소장입력 2024.10.04. 00:35   학창 시절부터 최근까지 많은 선생님들을 만났다. 해당 분야의 개념적 식견을 중시하는 분, 개인의 아이디어를 중시하는 분, 간결하고 쉬운 문장을 요구하는 분, 앞뒤 호응 관계의 문제만 없으면 긴 문장도 괜찮다는 분 등 취향이 다양했다. 그런 점은 당신들의 글에도 고스란히 나타나 있었다. 최근 접한 어떤 은퇴 학자의 글. 쉽지 않은 개념들의 집합이었다. 화들짝 놀라 되짚어본 내 글들에도 그런 오점들은 무수했다!오래전 어느 신문으로부터 시론을 청탁받은 적이 있다. 필자로 참여하기는 처음인 내가 미덥지 못했던 것일까. 원고를 청탁하며 ‘신문의 글은 초등학교 6학년생도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라고 ..

한 평 감옥에서 광야 떠올린 이육사…화가들이 그렸다.

한 평 감옥에서 광야 떠올린 이육사…화가들이 그렸다.중앙일보입력 2024.09.20 15:56업데이트 2024.09.20 16:07업데이트 정보 더보기홍지유 기자                                                         윤종구 '광야' 사진 교보문고1904년 태어나 1944년 중국 베이징에서 옥사했다. 태어난 지 1년 만에 을사늑약 체결로 대한제국은 일제에 외교권을 빼앗겼다. 순국한 이듬해 광복이 왔다. 40년 생은 한 번도 일제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짧은 세월 치른 옥고만 17번이다. 그러나 그의 시는 이 물리적 한계를 넘어선다. 독립운동가 이원록, 자신의 수감번호 '264'를 필명 삼은 이육사 얘기다.하지만 그의 시를 독립투사의 저항시로만 한정을 짓기..

초인 기다린 항일 저항시인, 17차례 체포돼 감옥서 순국

초인 기다린 항일 저항시인, 17차례 체포돼 감옥서 순국중앙선데이입력 2024.08.03 00:35업데이트 2024.08.05 10:18김석동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인물 탐구 ⑦ 이육사까마득한 날에하늘이 처음 열리고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렷스랴모든 山脈들이바다를 戀慕해 휘달릴 때도참아 이곳을 犯하든 못하였으리라끈임없는 光陰을부지런한 季節이 픠여선 지고큰 江물이 비로소 길을 열엇다지금 눈 나리고梅花香氣 홀로 아득하니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다시 千古의 뒤에白馬타고 오는 超人이 있어이 曠野에서 목노아 부르게 하리라저항시인 이육사. 1941년 북경으로 떠나기 전 생일에 서명을 담아 친구들과 사촌들에게 나누어준 사진이다. [사진 이육사문학관·김석동]이육사의 유작 ‘광야(曠野)’의 4연은 일제에 저항하는..

시는 언어의 사원이 아니다

시는 언어의 사원이 아니다중앙일보입력 2024.08.01 00:21업데이트 2024.08.01 15:30                                                                     성민엽 문학평론가시(詩)라는 한자는 왼쪽의 언(言)과 오른쪽의 사(寺)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글자입니다. ‘언’은 말(언어)이고 ‘사’는 절(사원)이니 시는 곧 말의 절, 혹은 언어의 사원을 뜻한다는 풀이가 매우 그럴듯해 보입니다. 언어의 사원이라고 하면 그것은 신성한 언어, 경건한 언어라는 의미로 이해될 수 있겠습니다.하지만 이 풀이는 오류입니다. ‘寺’라는 글자가 절·사원이라는 뜻을 갖게 된 것은 기원 전후 중국에 불교가 전래된 이후의 일이고, 言+寺라는 형태의 한자 ‘詩’는 그..

김수영이 숨겼던 ‘性’이란 시, 아내는 치욕 참고 발표했다 [백년의 사랑]

김수영이 숨겼던 ‘性’이란 시, 아내는 치욕 참고 발표했다 [백년의 사랑]에디터이경희김수영 시인의 아내 김현경 여사가 들려주는 ‘백년의 사랑’(5·최종)‘백년의 사랑’ 요약김수영 시인이 첫사랑에게 버림받고 방황하던 1942년 일본 유학 시절. 절친인 이종구가 ‘사랑하는 조카딸’이라며 예뻐하던 여섯 살 아래 김현경을 김수영에게 소개한다. 김현경은 이종구와 김수영을 모두 ‘아저씨’라 부르며 문학을 논한다.김현경은 첫사랑 배인철 시인을 총격으로 잃고 구설에 오른다. 김수영 시인은 고립된 김현경을 가장 먼저 찾아와 “문학하자”고 말한다. 문학이 사랑이자 구원이었던 둘은 관습을 뛰어넘어 동거하고, 결혼한다. 임신한 김현경을 두고 의용군으로 끌려간 김수영은 가까스로 탈출하지만, 포로로 붙잡혀 2년3개월간 구금된다...

어느 생물학자의 시 읽기

어느 생물학자의 시 읽기김응빈 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 교수·유튜브 '김응빈의 응생물학' 운영입력 2023.11.10 10:01사진=클립아트코리아시를 읽고 느끼는 감성과 해석의 폭과 깊이는 사람마다 다 다르다. 내 경험을 하나 소개하자면, “숲길 짙어 이끼 푸르고”로 시작하는 신석정(1907-1974) 시인의 를 읽으면 음지식물이 떠오른다. 쉽게 말해서 음지식물은 햇빛이 덜 드는 그늘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다. 식물은 빛을 받아야만 살 수 있다. 광합성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식물들은 그늘에서 벗어나려 한다. 예컨대 다른 식물이 빛을 가리면 그 식물보다 위로 가려고 길이 성장을 열심히 한다.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식물들은 햇빛을 놓고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를 음지회피라고 한다...

고향 北에 남았다 비극 맞은 ‘모던보이’ 백석과 고당 조만식

당대의 미남 시인을 불귀의 땅으로 내친 ‘붉은 편지’[아무튼, 주말][전봉관의 해방 거리를 걷다]고향 北에 남았다 비극 맞은 ‘모던보이’ 백석과 고당 조만식전봉관 KAIST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교수입력 2024.05.11. 03:00업데이트 2024.05.11. 18:39   일러스트=한상엽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히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1938)백석은 조선일보 기자로 임용된 1934년 이후 토속적 세계와 도회적 정서가 어우..

‘어둠’의 ‘사막’에 음각된 ‘나팔꽃 문신’

‘어둠’의 ‘사막’에 음각된 ‘나팔꽃 문신’ 고인환 1. 서정의 ‘맨 얼굴’ 지난 계절 문예지에 마련된 시의 자리는 풍성했다. 원로, 중진, 신진 등이 고르게 작품을 발표했으며, 다양한 소재와 주제의식은 시 읽는 재미를 쏠쏠하게 했다. 봄을 맞이한 시들이 꿈틀거리며 기지개를 켜는 듯했다. 시는 우리 사회의 ‘맨 얼굴’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이다. 일상적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면서 새로운 시적 공간을 타진하고 있는 시에서부터, 소비사회의 황량함을 재기발랄한 상상력을 통해 주조(鑄造)하고 있는 작품 그리고 자연으로부터 소외된 현실을 독특한 방식으로 포착하는 서정에 이르기까지 그 변주의 스펙트럼은 다양했다. 문제는 행복한 삶을 위협하는 은폐된 요소들을 탐색하고, 고통스럽지만 그 조건들을 끊임없이 환기하는 시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