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고규홍의 나무편지 172

큰비에 쓰러진 나무를 보내드리고 또 하나의 느릅나무를 떠올립니다

[나무편지] 큰비에 쓰러진 나무를 보내드리고 또 하나의 느릅나무를 떠올립니다 ★ 1,191번째 《나무편지》 ★ 장마 끝나고, 이제 본격 휴가철입니다. 내일부터는 휴가 떠나는 분들로 길 위를 오가기가 불편하지 싶습니다. 그래도 무덥고 축축한 이 계절, 며칠만이라도 일상을 떠나서 몸과 마음을 충분히 쉬게 해 주어야 할 때입니다. 나무 이야기에 뭐 달리 휴가라는 게 있어야 할 이유가 없지만, 편하게 쉬시는 때에 굳이 피곤하게 해 드리지 않으려, 휴가 떠나기 전날 한낮에 “휴가 잘 다녀 오시라”는 인사 말씀으로 《나무편지》 띄워 올립니다. 오늘 《나무편지》에 담은 나무는 〈정선 봉양리 느릅나무〉입니다. 얼마 전에 새로 천연기념물에 지정한 ‘정선 봉양리 뽕나무’와 가까이 있는 큰 나무입니다. ‘정선 봉양리 뽕나무..

바라보기만 해도 머리가 맑아진다는 우리나라 최고의 덩굴식물

[나무편지] 바라보기만 해도 머리가 맑아진다는 우리나라 최고의 덩굴식물 ★ 1,188번째 《나무편지》 ★ 숲 길을 한참 걷다 보니, 발목 안쪽의 안복사뼈 부근의 살갗이 따끔거리고 쓰라렸습니다. 오랜만에 오래 걸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신발이 오래된 탓도 있는 듯합니다. 헌 신발 붙들고 궁상떨지 말고 좋은 새 신발 하나 사야 하겠습니다. 동백나무 숲으로 널리 알려진 전라북도 고창 선운사에서였습니다. 선운사 동백나무 숲이야 워낙 널리 알려진 숲이지만, 그보다는 ‘잠깐 서 있으면 머리를 맑게 해 주는’ 〈고창 삼인리 송악〉의 안부가 궁금했습니다. 가만히 짚어보니 꽤 오랜만의 만남인 듯해 설렘이 더 컸습니다. 송악은 우리 토종 식물로 아이비 종류의 하나, 그러니까 ‘한국의 아이비’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렇게 써..

나리 종류 화려하게 피어날 천리포 바닷가 숲길로 초대합니다.

[나무편지] 나리 종류 화려하게 피어날 천리포 바닷가 숲길로 초대합니다. ★ 1,187번째 《나무편지》 ★ 황금빛으로 노랗게 피어난 모감주나무 꽃이 피고지는 장마철, 큰 비 내려 시름 깊어진 남녘과 달리 중부의 일부 지역에는 그저 흐린 날씨에 비는 오락가락하는 정도입니다. 모두 평안하신지요. 봄에 피어 장마 드는 즈음까지 참 오래 피어있는 꽃 클레마티스로 오늘의 《나무편지》를 시작합니다. 클레마티스는 우리말로 ‘큰꽃으아리’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원예종으로 선발한 새 품종이 많아서, ‘큰꽃으아리 종류’라고 해야 할 겁니다. 오래 전, 아마도 대략 십오년 전쯤에 띄운 《나무편지》에서는 큰꽃으아리 종류의 덩굴로 담벼락을 가득 채운 집에서 살고 싶다고 했던 적이 있을 만큼 좋아하는 꽃입니다. 이번 주말까지 이 ..

몸과 마음의 만병을 몰아내는 만병초 꽃에 담긴 치명적 화려함

[나무편지] 몸과 마음의 만병을 몰아내는 만병초 꽃에 담긴 치명적 화려함 ★ 1,186번째 《나무편지》 ★ 오늘의 《나무편지》에서는 몇차례 예고해 드렸던 것처럼 5월 중에 화려하게 피어났던 꽃 ‘만병초’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이미 시들어 떨어진 꽃 이야기로 《나무편지》를 쓰는 일은 여느 때만큼의 설렘이 동반되지 않는 게 사실입니다. 더구나 주중에 몇 곳의 숲을 찾아가 여러 종류의 여름 꽃을 보고온 뒤여서 더 그렇기도 합니다. 그렇기는 해도 다시 돌아보게 되는 봄꽃이 언제 다시 보아도 그저 좋기만 한 ‘만병초’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물론 내년 봄이면 다시 피어날 꽃이기야 하지만, 세상의 모든 꽃은 단 한번씩만 피어난다는 생각을 하자면 지난 봄의 만병초 꽃을 돌아보는 일은 지금 한창 꼬무락거리는 여름 ..

한여름에 피어난 목련 꽃, 그리고 지금 한창인 수국과 노루오줌 꽃

[나무편지] 한여름에 피어난 목련 꽃, 그리고 지금 한창인 수국과 노루오줌 꽃 [나무편지] 한여름에 피어난 목련 꽃, 그리고 지금 한창인 수국과 노루오줌 꽃 ★ 1,185번째 《나무편지》 ★ 드디어 목련이 피어났습니다. 여름에 피어나는 두 종류의 목련이 모두 피었습니다. 올 봄부터 유난스러웠던 여느 꽃들처럼 두 종류의 여름 목련도 조금 이르게 피어난 것 아닌가 싶습니다. 꽃이 철 이르게 피어나는 건 아주 좋지 않은 일입니다. 자손을 번식시키기 위해서 나무는 꽃을 피워서 꽃가루받이를 완성해줄 매개동물(대개는 벌과 나비, 딱정벌레 같은 곤충이겠지요)을 불러들여야 하잖아요. 그 위대한 생명 활동을 완성하려면 꽃이 피어날 때에 맞춰 그 꽃을 찾아올 매개곤충도 깨어나야 하는데 그게 서로 맞지 않으면 애써 피운 꽃..

짧았던 봄의 기억을 오래 간직하게 하는 여러 봄꽃들을 보내며

[나무편지] 짧았던 봄의 기억을 오래 간직하게 하는 여러 봄꽃들을 보내며 ★ 1,184번째 《나무편지》 ★ 빠르게 스쳐지나간 지난 봄을 함께 했던 꽃들을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지금은 이제 여름 꽃 마중을 채비해야 할 시간이니까요. 하나하나 오래 더 오래 바라보며 그냥 봄의 시간 속에 머무르고 싶은 봄꽃의 기억은 누구에게나 남아있겠지요. 지난 봄날에 담은 사진첩을 뒤적이며 한참 바라보지만 짧았던 지난 봄날의 햇살을 누구보다 화려하게 그러안고 피어난 꽃들을 모두 보여드리기 어렵겠지요. 그 중에 만병초 꽃만큼은 더 풍성하게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그냥 넘어가기 싫을 만큼 예쁘게 피어났던 만병초 종류의 꽃들은 다른 일이 없다면 다음 《나무편지》에서 보여드릴까 하고 오늘은 매발톱꽃, 그리고 이미 꽃잎 떨군 알리움과..

프루스트의 마들렌 향기처럼 지금 이 순간을 더 오래 기억하기 위하여

[나무편지] 프루스트의 마들렌 향기처럼 지금 이 순간을 더 오래 기억하기 위하여 ★ 1,183번째 《나무편지》 ★ 대부분의 목련 꽃이 떨어질 즈음에 향기로 피어나는 목련 종류의 또다른 나무가 있습니다. 초령목(招靈木, Michelia compressa (Maxim.) Sarg.)이라는 이름의 나무입니다. 초령목은 목련과의 나무인데, 한자로 표기한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영혼 혹은 귀신을 불러오는 신령한 나무이지요. 아예 ‘귀신나무’라고 부르기도 하는 특별한 나무입니다. 공식적으로는 쉬는 날이 아니었던 월요일을 끼어 화요일까지 편안히 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셨을 수요일 아침입니다. 이 아침의 《나무편지》에서는 초령목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옛날에는 초령목이 우리나라에 자생하지 않고, 일본에서 들..

비 내리고 바람 불어 속절없이 쓰러진 한 그루의 아름다운 느릅나무

[나무편지] 비 내리고 바람 불어 속절없이 쓰러진 한 그루의 아름다운 느릅나무 ★ 1,182번째 《나무편지》 ★ 연휴였지요. 비는 한여름 장맛비처럼 이어졌지만, 그래도 즐거이 보내셨겠지요. 괌 지역을 할퀴고 지나간 태풍은 방향을 틀어서, 어느 쪽으로 들이닥칠지 아직은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만 우리 사는 한반도가 직접 영향권에 들지는 않을 듯하다고는 합니다. 이번 태풍이 이르다 싶었지만, 지난 태풍의 기록을 꼼꼼히 살펴보니 그 동안 5월 태풍이 아주 없었던 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태풍은 없었다는데, 이번 태풍 소식으로 조금이나마 긴장하게 된 건 우리를 둘러싼 자연과 기후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겠지요. 태풍 세력은 약해졌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하니, 계속해서 잘 지..

‘장미의 계절’… 우리 함께 《부천상동도서관 나무강좌》에서 만나요

[나무편지] ‘장미의 계절’… 우리 함께 《부천상동도서관 나무강좌》에서 만나요 ★ 1,181번째 《나무편지》 ★ 어쩌는 수 없이 ‘장미의 계절’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곳곳에 장미꽃 만발한 오월 말입니다. 어디라도 장미 꽃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장미는 참 많은 사람들의 큰 사랑을 받는 ‘꽃 중의 꽃’이 맞습니다. 심지어 셰익스피어도 “내가 아는 꽃 중에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는 이야기를 남겼을 정도이니까요. 종류도 참 많습니다. 아마도 단일 식물 종 가운데에 가장 많은 품종이 선발된 나무가 장미일 겁니다. 이 땅에 선보였던 장미의 품종은 무려 2만5천 종류가 넘고, 그 가운데 지금까지 우리 곁에서 여전히 피고지는 장미 꽃도 7천 종류가 넘는다고 합니다. 사람의 힘이 대단한 건지, 장미가 대단한 건지 모르..

아름다운 도시 ‘서울’을 진정 훌륭한 도시로 지키기 위해서는……

[나무편지] 아름다운 도시 ‘서울’을 진정 훌륭한 도시로 지키기 위해서는…… ★ 1,178번째 《나무편지》 ★ 어린 시절의 학교에는 어떤 나무가 있었는지 기억하시나요? 등 꽃 활짝 피어난 학교 그늘에 우두커니 앉아 어린 시절 뛰놀던 초등학교 교사 옆의 큰 은행나무를 떠올립니다. 학교는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교까지 도시에서 다양한 나무를 풍요롭게 만날 수 있는 곳이지요. 아마도 우리 모두에게 특히 도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모두에게는 그렇지 싶습니다. 울타리의 개나리 꽃에서 시작한 봄은 아늑한 그늘 쉼터의 보랏빛 등 꽃으로 이어지고, 울긋불긋한 봄 꽃 모두 지고 나면 짙은 초록 빛 그늘의 느티나무 은행나무 혹은 벚나무 양버즘나무 숲이 아이들을 끌어들입니다. 대개의 학교는 어린 시절에 쉽게 만날 수 있는 작지..

섭씨 40도의 사월 … 결국 낙화 채비까지 마친 ‘오월의 꽃’들

[나무편지] 섭씨 40도의 사월 … 결국 낙화 채비까지 마친 ‘오월의 꽃’들 ★ 1,177번째 《나무편지》 ★ 이 즈음이면 가까운 친구들의 살가운 연락에 대거리하기를 “오동나무 꽃 지면 만나자”고 했습니다. 그리 오래된 이야기도 아니고 고작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그랬습니다. 노루귀 복수초에서 시작한 봄꽃은 수선화 튤립 목련 벚나무를 거쳐 이팝나무 개화에 이르렀지요. 그리고 이팝나무 꽃잎이 파르르 낙화 채비를 서두를 때면 철쭉과 함께 보랏빛 오동나무 꽃이 피어났습니다. 그게 대개는 오월 중순쯤이었습니다. 그 오동나무 꽃 지고나면 성마르게 피어났던 봄꽃들은 대개 한 숨 돌리곤 합니다. 그래서 봄 나무 답사를 정리하면서 여유를 갖고 만나자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올 봄 철쭉도 이팝나무도 오동나무도 벌써 다 ..

피부병에서 속병까지 고칠 수 있다는 신목으로 살아남은 큰 나무

[나무편지] 피부병에서 속병까지 고칠 수 있다는 신목으로 살아남은 큰 나무 ★ 1,176번째 《나무편지》 ★ 지난 주에 드린 《나무편지》에서는 대한민국 열혈청년 김창수가 ‘김구’라는 이름을 얻게 된 자리로 기억되는 김천의 느티나무 숲을 이야기했습니다. 별 생각 없이 잠깐 다리쉼이나 할 겸 들렀던 작은 숲이었는데, 그 숲에 그런 의미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냥 지나는 길이라고 쓰기는 했습니다만, 그냥 지나는 길은 아니었죠. 김천 월곡리의 큰 나무를 찾던 중이었는데, 주변의 길을 몇 차례 오가면서도 나무를 찾지 못해 헤매던 중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을 찾아 나무의 위치를 묻는 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마을 안쪽으로 들어선 길이었습니다. 작은 우체국이 있는 마을 안으로 들어서던 길에 바로 ..

‘눈물처럼 후드득 떨어지는’ 동백꽃 낙화음을 가슴 깊이 담으려

[나무편지] ‘눈물처럼 후드득 떨어지는’ 동백꽃 낙화음을 가슴 깊이 담으려 1,172번째 《나무편지》 시인 조용미는 “푸른빛과 섞이는 붉은빛 따라간 칠량에서 마량까지 늙고 오래된 푸조나무가 있는 당전마을을 지나치고 말았다”고 했습니다. 푸조나무가 있는 당전마을, 바다쪽으로 너른 들이 펼쳐진 참 풍요로운 마을입니다. 시인은 “밤나방처럼 가만히 붙어 몇백 년이라도 꽃살문을 떠메고 있으려는 커다란 나비경첩이 주는 무거움도 내려놓고 꽃살문 앞 떠난다 마량 간다 까막섬 간다”(조용미, ‘마량 간다’ 중에서)고 노래했습니다. 푸조나무가 있는 당전마을을 스쳐 지나야 하는 시인의 ‘마량’은 전남 강진군 마량면, 바닷가 마을입니다. 충남 서천 바닷가에도 마량이 있고, 마량포구가 있습니다. 푸조나무가 아니라 동백나무 숲으..

이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팝나무의 평온한 풍경에 스민 한 나절

[나무편지] 이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팝나무의 평온한 풍경에 스민 한 나절 1,171번째 《나무편지》 나무가 아름다운 고을, 전남 순천의 가만한 봄 소식, 꽃 소식 전해 올리면서, 선암사도 순천만도 낙안읍성도 찾지 못하고 아쉽게 그냥 돌아왔다고 지난 번 1,170번째 《나무편지》에서 말씀드렸습니다. 그래도 그 날, 오후 한나절은 순천을 대표할 만큼 크고 아름다운 나무 곁에 머무를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고만 말씀드렸지요. 오늘 《나무편지》에서 보여드리는 〈순천 평중리 이팝나무〉가 바로 그 나무입니다. 이팝나무 종류를 이야기할 때마다 늘 첫손에 꼽는 아름다운 나무입니다. 고속도로 승주나들목에서 가까운 곳이어서 굳이 순천을 다녀가는 길이 아니라 해도 이 부근에 가까이 가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잠시라도 ..

산수유 꽃봉오리 송글송글 맺히고, 매화는 꽃잎을 열었습니다

[나무편지] 산수유 꽃봉오리 송글송글 맺히고, 매화는 꽃잎을 열었습니다 얼마 전 《나무편지》부터 맨 끝에 난데없이 “1168번째” “1169번째” 라는 별 쓸데 없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사실 그 동안 대관절 몇 통의 편지를 띄웠는지 좀 궁금했습니다. 돌아보면 2000년 5월에 처음 띄우고, 24년이 지나는 동안 한 주도 빠뜨리지 않고 띄운 게 몇 차례나 될까 하는 게 궁금한 거였습니다. 그런데 확인할 길은 없었습니다. 윈도우7으로 업그레이드하던 2009년에 치명적인 실수를 하는 바람에 2009년 이전의 모든 자료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궁금증을 풀지 못한 채 지냈습니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아주 오래 전에 자료 보관용으로 만들어 놓고 혼자서만 참고하던 블로그가 있던 게 문득 생각나기에 접속해 봤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