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고규홍의 나무편지 149

저무는 해 보람되이 마무리하시고 복된 새해 즐거이 맞이하세요

[나무편지] 저무는 해 보람되이 마무리하시고 복된 새해 즐거이 맞이하세요 흰 눈이 참 많이 내린 크리스마스 시즌 지나고, 이제 이천이십이년의 마지막 주일입니다. 돌아보면 모두에게 여러 일들이 있었겠지요. 좋은 일 못지 않게 나쁜 일도 있었을 것이며, 슬픈 일 못잖게 기쁜 일도 많았을 겁니다. 언제나 그렇겠지만, 내내 좋은 일, 기쁜 일만 있을 수 없는 것처럼 나쁜 일, 슬픈 일만 있지도 않았습니다. 달력 바꾸어 건다고 해서 그런 사람살이가 바뀔 리도 없겠지요. 이 땅의 큰 나무를 찾아, 나무에 담긴 사람살이의 무늬를 짚어내고, 나무 이야기를 엮어내는 일 또한 달라질 것 없습니다. 그래도 해가 바뀐다는 까닭에 지난 일들을 한 매듭 지어 돌아볼 짬을 가질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지 싶습니다. 이천이십삼년..

좋은 크리스마스 맞이하시고, 저무는 한 해 훌륭히 마무리하세요

[나무편지] 좋은 크리스마스 맞이하시고, 저무는 한 해 훌륭히 마무리하세요 시계가 멈췄습니다. 책상에 자리하고 앉아서 고개 들면 바라보이는 책장의 벽시계가 멈췄습니다. 고장은 아닐테고 언제 갈아끼웠는지 기억나지 않는 건전지가 다 된 모양입니다. 공교롭게 책상 위에 놓인 작은 탁상시계도 비슷한 시간에 건전지가 다 닳았는지, 함께 멈추었습니다. 시간을 보려면 휴대전화기를 들어올려 화면을 깨우거나 늘 켜있는 에이오디 기능의 손목시계를 들여다 봐야 하겠지만 잠시 시간을 모르는 채 가만히 앉아 있기로 했습니다. 두 개의 멈춘 시계가 작업실의 시간이 모두 멈추어놓았습니다. 새 건전지는 새해가 시작되는 이천이십삼년 일월일일에 새로 끼워넣을 생각입니다. 멈춘 시간 안에 가만히 머무르겠습니다. 크리스마스입니다. 한 해를..

사람의 보금자리를 헐어내면서까지 살려낸 한 그루의 큰 나무

[나무편지] 사람의 보금자리를 헐어내면서까지 살려낸 한 그루의 큰 나무 지난 번에 띄운 《나무편지》에서 보여드린 서울의 큰 나무, 〈서울 화양동 느티나무〉에 이어 오늘의 《나무편지》에서도 서울의 큰 나무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서울 화양동 느티나무〉 못지않게 널리 잘 알려진 오늘의 나무는 〈서울 방학동 은행나무〉입니다. 1968년에 지정번호 ‘서 10-1’의 산림청 보호수로 지정 보호해 오다가 2013년 3월에 서울특별시 기념물로 승격 지정한 나무입니다. 〈서울 방학동 은행나무〉 이야기는 제가 요즘 연재중인 ‘경향신문’ 칼럼 ‘큰 나무 이야기’의 지난 11월1일치 지면에 소개하기도 했고, 이 칼럼은 제 홈페이지 ‘칼럼’ 게시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문의 지면이 너무 작아, 다 할 수 없었던..

느릅나무과의 대표 수종인 느릅나무 가운데에 최고의 느릅나무

[나무편지] 느릅나무과의 대표 수종인 느릅나무 가운데에 최고의 느릅나무 [나무편지] 느릅나무과의 대표 수종인 느릅나무 가운데에 최고의 느릅나무 이태 전 경상북도, 지난 해 충청북도 그리고 올해의 서울 지역까지, 골골샅샅 헤집어 찾아 다니며 만난 큰 나무 가운데에 인상적인 나무는 많이 있습니다. 《나무편지》에서 전해드리겠다고 마음 먹고 갈무리해 둔 폴더에 쌓인 파일들은 넘칩니다. 시간 지나면서 그냥 쌓인 파일들을 피씨의 ‘휴지통’으로 보내고 만 나무 이야기도 꽤 많습니다. 돌아보면 지난 몇 해 동안만 그랬던 건 아닐 겁니다. 나무를 찾아 정처없이 떠돈 지난 이십삼 년의 세월에서 만난 크고 작은, 그리고 참 아름다운 나무 이야기는 끝이 없습니다. 사람 이야기 못지 않게 나무 이야기도 끊임없이 이어질 수밖에 ..

도시에서 낙엽을 밟으며 가을의 시정을 느낀다는 것은……

[나무편지] 도시에서 낙엽을 밟으며 가을의 시정을 느낀다는 것은…… 낮 길이가 짧아지는 게 느껴지던 즈음에 어느 자리에서 그런 말을 했습니다. “낙엽 떨어진 거리를 걸으며, 가을의 시정詩情을 느낄 수 있으면 참 좋겠는데, 도시에서는 낙엽을 그냥 두지 않고 곧바로 쓸어버려서 아쉬워요.” 그러자 함께 하신 어떤 분께서 “낙엽을 그냥 두면 여러 문제가 생긴다”면서 “낙엽 쌓인 길이 미끄러워지면 넘어져서 크게 다칠 수도 있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게 맞는 말이지요. 가을 기운을 느끼겠다고 공연히 폼 잡는 사이에 누군가는 미끄러워진 길을 걸으며 넘어져 크게 다칠 수 있는 게 맞는 말입니다. 도시라는 공간이 가지는 어쩔 수 없는 한계입니다. 그게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지난 주에 잠깐 들이닥쳤던 비에도 도시 곳곳에..

의문의 원효로 ‘심원정터’를 말없이 지켜온 느티나무 노거수군

[나무편지] 의문의 원효로 ‘심원정터’를 말없이 지켜온 느티나무 노거수군 오늘의 《나무편지》는 다시 서울의 나무 이야기입니다. 용산문화원 뒤편 언덕에는 심원정(心遠亭)이란 정자 터가 있습니다. ‘심원정’이라는 현판이 걸린 정자가 있긴 하지만, 이는 새로 지은 정자이고 원래의 정자는 오래 전에 사라진 상태입니다. ‘심원정터’라고 해야 하는 거죠. 바로 곁에 용산문화원이 있고, 그 곁 언덕 위의 작은 공원이 바로 ‘심원정터’입니다. 알려진 대로라면 이 자리는 임진왜란 때에 명나라 쪽의 심유경(沈惟敬)과 왜군의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가 강화를 교섭한 장소입니다. 그 증거로 ‘왜명강화지처비(倭明講和之處碑)’란 기념비까지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왜명강화지처비’를 비롯한 실제 역사적 사실에 대한 고증에는 여러 ..

고려 공민왕의 흔적에서 조선시대 관원의 녹봉 관리 자취까지

[나무편지] 고려 공민왕의 흔적에서 조선시대 관원의 녹봉 관리 자취까지 ‘곤지암 소머리국밥’은 널리 알려졌지만, ‘곤지암’이 대관절 바위인지, 절집인지 헷갈릴 수 있습니다. 뭐 그런 예를 들자면 한이 없을 겁니다. 오늘 《나무편지》에서 이야기할 ‘광흥창’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 마포의 ‘광흥창역’은 잘 알아도 정작 ‘광흥창’이 뭐하는 데인지를 아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는 이야기이지요. 우리 사람살이의 긴 역사를 간직한 지역이 한두 곳 아니고, 긴 역사를 바탕으로 한 이름은 입에 익어도 그 내력을 우정 짚어보는 일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누구를 탓하려는 게 아니라, 도시 생활이라는 게 죄 그런 거 아닌가 싶다는 거죠. 오늘 《나무편지》에서 전해드리려는 나무가 바로 광흥창터 공민왕사당에 있는 회화나무와 느티..

가을의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품고 길섶에 피어난 팜파스글래스 꽃차례

[나무편지] 가을의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품고 길섶에 피어난 팜파스글래스 꽃차례 마음이 급한 것일까요? 가을 다가오는 속도가 느리지 않나 싶습니다. 충남 지역에 때아닌 폭염특보까지 내렸던 지난 금요일에 충남 태안의 천리포수목원에 다녀왔습니다. 구월 중순에 폭염특보라니요. 그 날 천리포수목원은 무척 더웠습니다. 한여름 무더위에 견줄만한 뜨거운 날씨였습니다. 이제 그만 여름을 떠나보내려는 나무들의 몸짓은 뚜렷했지만, 아직 가을 빛깔은 채 올리지 않았습니다. 물론 화려한 단풍도 아직은 이릅니다. 좀더 기다려야 합니다. 단풍이 아름댜우려면 앞으로도 거의 한 달은 기다려야 할 겁니다. 그저 이맘때면 이른 봄에 꽃 피어나기 기다리는 것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날짜를 손꼽아보곤 합니다. 천리포수목원의 가을 풍경을 압도하는..

흥선대원군 이하응이 사랑했던 별서의 들고난 사람살이를 지킨 소나무

[나무편지] 흥선대원군 이하응이 사랑했던 별서의 들고난 사람살이를 지킨 소나무 ‘거리두기 해제 후 첫 명절 연휴’를 절호의 기회로 생각하고 단단히 채비했습니다. 멀리 떠나려는 게 아니라 가까운 곳을 천천히 여유로이 헤집고 다닐 기회라 생각했습니다. 서울 노거수 조사에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되리라는 짐작이었지요. 사람도 자동차도 많은 서울 지역의 노거수를 찾아다니는 건 언제나 매우 번거로운 일이거든요. 혼잡한 교통과 번거로운 주차 사정을 생각하면 서울 지역 답사는 당연히 걸어서 다니는 게 좋습니다. 지난 봄부터 서울 지역의 큰 나무를 답사하는 과정에 몇 차례는 자동차를 이용해 이동했지만, 그때마다 혼잡한 도로 사정을 버텨내기가 버거웠고, 겨우 목적지에 다다랐어도 자동차를 주차하지 못해, 한참 돌아다니다가 목..

태풍 피해 이겨내고 천 년을 살아남은 크고 아름다운 은행나무

[나무편지] 태풍 피해 이겨내고 천 년을 살아남은 크고 아름다운 은행나무 폭풍전야의 고요한 아침입니다. 위험지역에서 살짝 벗어난 중부지방이라고는 해도, 비와 바람은 결코 편안하지 않으리라는 예보입니다. ‘한 번도 예상 못한 피해’가 올 수도 있다는 태풍의 위세는 전혀 꺾이지 않은 채 조금씩 다가옵니다. 오늘 내일 이틀 동안은 모두, 특히 태풍이 직접 올라온다는 남부지방에 계신 분들은 조심하셔야 하겠습니다. 전문가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재산 피해는 어쩔 수 없어도, 인명 피해만큼은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태풍 잘 견뎌 넘기시고, 수요일쯤에는 모두 편안한 마음으로 명절 채비 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태풍은 벼락과 함께 들녘에 홀로 우뚝 서 있는 큰 나무에게 가장 큰 위협입니다. 몰려오는 ..

[나무편지] 조선 문신 ‘이교면’의 돌 기념으로 심은… 최고의 상수리나무 노거수

[나무편지] 조선 문신 ‘이교면’의 돌 기념으로 심은… 최고의 상수리나무 노거수 여름의 끝, 팔월의 마지막 주 월요일입니다.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경술국치’의 치욕적 사건이 벌어진 날이기도 합니다. 처서處暑 지나자 바람 결에 스민 가을 빛이 또렷이 느껴집니다. 무더위로 잠시 주춤했던 발길 재우쳐, 단풍 들고 잎 지기 전에 더 많은 나무들을 찾아보아야 하겠습니다. 지난 주 중에는 비를 맞으며 서울 동대문구 일대의 큰 나무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우산을 들고 걸어서 이동해야 하는 길이어서 번거로웠지만, 도심 특히 우리 역사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 서울에서의 나무 답사는 힘든 만큼 특별한 결과가 적지 않습니다. 몇 그루의 의미 있는 나무를 살펴보았습니다만, 서울의 나무 이야기는 다음 기회..

〈하동 평사리 위민정 팽나무〉는 〈푸조나무〉의 잘못입니다.

[나무편지] 〈하동 평사리 위민정 팽나무〉는 〈푸조나무〉의 잘못입니다. [나무편지] 〈하동 평사리 위민정 팽나무〉는 〈푸조나무〉의 잘못입니다. 안녕하세요. 고규홍입니다. 아침에 띄운 《나무편지》에 잘못이 있었습니다. 제목과 본문에 나무 이름을 〈하동 평사리 위민정 팽나무〉라고 했는데, 그건 〈하동 평사리 위민정 푸조나무〉의 잘못이었습니다. 돌아보니 제가 《나무편지》에 이 나무를 두 번 소개했는데요. 처음에는 ‘팽나무’로 쓰고 뒤에 또 소개할 때에는 ‘푸조나무’로 썼네요. 굳이 변명을 올리자면, 이 나무에 대한 기초 정보에 오류가 있었는데, 그걸 별 의심 없이 그대로 따른 것이었습니다. 위의 사진은 2008년에 이 나무를 찾았을 때에 나무 아래에 놓여있던 ‘보호수 표지석’입니다. 이 표지석에는 나무 종류를..

백성의 고된 삶을 위로하기 위한 ‘위민정’을 지켜온 팽나무

[나무편지] 백성의 고된 삶을 위로하기 위한 ‘위민정’을 지켜온 팽나무 ‘백성의 시름을 위로하기 위한 자리’로 점지하여, ‘위민정慰民亭’이라는 이름을 붙인 자리가 있습니다. 때로는 간단히 ‘백성을 위한 자리’라는 뜻에서 ‘위민정爲民亭’이라고 쓰기도 한다는 오붓한 자리입니다. 한자 뜻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한글 발음이 똑같을 뿐 아니라, 그 속뜻에서도 큰 차이가 없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경상남도 하동 평사리 팽나무 그늘이 바로 그런 자리입니다. 난데없이 요즘 사람들의 입길에 오르내리는 팽나무입니다. 팽나무는 산림청 보호수로 지정한 천삼백 그루가 넘을 만큼 많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남부지방에는 느티나무 못지않게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입니다. 하동 평사리 팽나무를 처음 찾아와 ‘위민정’이라는 이름을 붙..

[나무편지] 이름만으로도 무더위를 식혀줄 듯한 물푸레나무 큰 나무 한 그루

[나무편지] 이름만으로도 무더위를 식혀줄 듯한 물푸레나무 큰 나무 한 그루 팔월의 첫날 아침입니다. 태풍 하나가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스쳐 지나가는 듯한데, 또 하나의 태풍이 올라온답니다. 바람은 크지 않을 듯한데, 비를 많이 몰고 온다네요. 태풍 탓에 한낮의 더위는 조금 식는다고는 해도 열대야가 이어진답니다. 초복 중복 다 지나고 이번 주말은 입추立秋입니다만 폭염은 이제 시작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아직은 태풍도 폭염도 안심하기에는 이르지 싶습니다. 아마 이번 주는 더위를 피해 잠시 쉬는 휴가를 보내는 분들이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한 해 중에 가장 견디기 어려운 더위가 이 즈음일테니, 쉬어가는 게 더 좋을 겁니다. 즐겁고 평안한 휴가 보내시기 바라면서 《나무편지》 전해 올립니다. ‘무더위..

[나무편지] 더 좋은 나무 이야기를 찾으려 애쓰다가 한 권의 책 때문에……

[나무편지] 더 좋은 나무 이야기를 찾으려 애쓰다가 한 권의 책 때문에…… 하루 종일……. 한 권의 책을 찾느라 하루 종일을 보냈습니다. 책장 어딘가에 틀어박혀있을 듯해서 책등만 나란히 드러난 책장을 한바퀴 훑었습니다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천칠 년에 출판된 책인데, 눈에 보이지 않으니, 내가 이 책을 오래 전에 봤다는 건 착각이었나보다 생각했습니다. 좋은 책이어서 지금이라도 구하려고 인터넷 서점을 찾아보니 품절이었습니다. 혹시 중고도서로 구할 수 있나 싶어 검색해보니, 몇 권의 책이 있었고,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음에도 값은 애초 정가의 네 배 정도로 정해져 있었습니다. 중고서점 운영하시는 분들이 책의 가치는 정확히 아시더라고요. 품절된 좋은 책의 값은 천정부지로 매기는 게 다반사이거든요. 너무 비싸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