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우鬪牛
투우鬪牛 그랬었지. 붉은 천 펄럭이는 깃발을 향해무조건 돌진하던 철 모르던 시절도 있었지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불끈 코힘을 내뿜으며 오만과도 같은뿔을 믿었지그때는 화려했었어, 흙먼지가 일도록터져나오는 함성과 박수갈채만 있으면두려운 것이라곤 없었지신기루 같았어온톤 환각제뿐인 붉은 깃발은 사랑이 아니었어사랑 뒤에 숨은 그림자, 그것은 분노였어깨달을 새도 없이 사납게 길러진 우리,풀 대신 피 냄새를 맡으며 자라난 우리밭갈이나 달구지를 모는 대신원형경기장에 길들여진 그것이우리의 선택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에고슴도치처럼 소심하게등에 꽂힌 무수한 창칼에도 아픔을 모르는 채또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는늙은 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