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현장과 죽음의 리얼리티Reality나호열 죽음은 우리에게 해를 입힐 수 없는데, 죽음이란 실제로 죽음이 일어나기 전까지 우리에게 해를 입힐 수 없지만, 죽음이 일어났을 때는 우리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해를 입을 수 없는 것이다. 죽음이 우리에게 해를 입힐 수 없다면, 죽음은 나쁜 것이 아니다. 적어도 죽은 사람에게는 나쁜 것이 아니다. - 에피큐로스 Epicuros 현장現場 만큼 강열한 인상印象을 남기는 것은 없다. 인상의 힘이 강력할수록 현장의 기록은 선명한 만큼 건조해진다. 조광현 시인의 다섯 편의 시는 우리 곁에 가까이 있음에도 짐짓 모르는 체 하거나, 결말을 유보하고 싶어하는 노년의 삶과 죽음 사이에 놓인 경계를 환기시킨다. 그러면서 살다가 사라져야 하는 존재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