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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의 나무편지

목련 꽃 화창한 이 봄이 더 아름다운 까닭을 기억합니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4. 8. 15:18

[나무편지]

목련 꽃 화창한 이 봄이 더 아름다운 까닭을 기억합니다.

  ★ 1,226번째 《나무편지》 ★

   눈길 머무르는 곳마다 목련 꽃이 한창입니다. 도시의 아파트 건물들 사이로 난 작은 산책길에도, 학교의 식당 건물 앞 볕 좋은 곳에도, 한적한 지방 소도시의 도서관 앞뜰에도, 수목원 식물원 길섶에도 어김없이 목련이 활짝 피었습니다. 지금은 도무지 어쩔 도리 없는 목련의 계절입니다. 대개는 흰 색의 백목련 종류가 지금 한창입니다만, 가끔은 서둘러 피어난 자목련 종류도 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목련은 지금이 절정이라고는 하지만, 앞으로도 며칠 동안은 우리의 봄을 지켜주겠지요.

   풀꽃들 가운데에도 성마른 성질의 풀꽃도 있는 듯합니다. 지난 주에 천리포수목원 숲길에서 우연히 만난 앵초가 그렇습니다. 앵초의 꽃은 대개 4월 말이나 5월 되어야 피어나곤 합니다. 그래서 아직은 앵초 꽃을 찾으려 생각지도 않았는데, 발길을 돌리는 길섶에서 화사하게 피어난 앵초 종류의 꽃을 본 겁니다. 앵초 종류 가운데에는 올 봄에 가장 먼저 피어난 꽃입니다. 일찌감치 봄을 맞이하려는 성질을 누르지 못하고 급하게 피어난 겁니다. 생각지도 않았다가 만나게 되어 더 반가운 앵초 꽃입니다.

   지난 주에 가장 절정을 이룬 봄꽃은 수선화였습니다. 수선화는 비교적 긴 시간동안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즈음에 정말 싱그러운 노란 색으로 피어난 수선화는 대략 한 달에 가까운 시간 동안 숲의 봄 바람을 상큼하게 불러올 겁니다. 그게 하나의 수선화가 꽃을 피워서 한 달 내내 피어있다는 이야기는 아니고요. 다양한 종류의 수선화들이 순서에 맞춰 차례대로 피어나면서 한 달 내내 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많은 종류 가운데에 가장 먼저 피어난 수선화 종류는 꽃송이가 작고 앙증맞아 예쁜 수선화 종류입니다.

   활짝 펼쳐진 바깥 쪽 여섯 장의 꽃잎을 배경으로 가운데에 나팔 모양으로 발달하는 독특한 부분이 다른 꽃들과 유난히 다른 수선화만의 특징이지요. 이 부분을 ‘부관(副冠)’이라고 부릅다. 수선화 종류들은 이 부관과 꽃잎의 모양에서 서로 다른 특징을 보여줍니다. 바로 위의 수선화는 ‘나팔수선’이라고 부르는데요. 이 꽃은 여섯 장의 꽃잎이 보일락말락할 정도로 작고 꽃잎 안쪽의 부관이 유난히 크게 발달하는 종류입니다. 그밖에도 꽃잎이 겹으로 피어나는 종류도 있고, 붉은 빛으로 피어나는 종류도 있습니다. 또 봄 더 깊어지면 꽃송이가 더 큰 수선화들도 꽃을 피울 겁니다.

   오늘 《나무편지》에서 세번째로 보여드리는 꽃은 ‘삼지닥나무’의 꽃입니다. 지금 한창인 이 꽃은 향기가 참 좋습니다. 숲길을 함께 걷다가 이 꽃이 피어난 근처를 지날 때면 누구라도 “이 향기는 어느 꽃이 뿜어내는 건가요?”라는 질문을 던지곤 하는 꽃입니다. 삼지닥나무라는 이름의 이유를 알려면 노란 꽃을 활짝 피운 이 나무 앞에 잠시 머물러야 합니다. 그리고는 땅으로 솟아오르는 줄기에서부터 천천히 살펴보면 됩니다. 처음 올라운 줄기가 셋으로 갈라지고 그 셋은 또다시 제가끔 셋으로 갈라지고, 그 위에서도 또..... 그렇게 가지가 셋으로 갈라진다 해서 붙은 이름인 거죠.

   향기가 좋은 꽃이라고 했는데요. 거기에도 시한이 있습니다. 비교적 긴 시간 동안 피어있는 상태로 그 좋은 향기를 풍기는 꽃이지만, 일정한 시간이 지나고나면 그 향기는 변합니다. 향기의 쓰임새가 다한 경우라면 향기가 변하면서 때로는 좀 불쾌한 냄새로 바뀝니다. 그게 얼마 동안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만, 분명한 건 지금의 이 좋은 향기도 수명이 있다는 겁니다. 삼지닥나무 꽃의 아름다운 향기를 맛보시려면 지금 서둘러야 합니다.

   끝으로 붓꽃을 보여드립니다. 역시 종류가 많은 풀꽃이어서, 붓꽃 종류의 꽃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아직 그리 급하지 않습니다. 이상하게도 우리말 이름인 ‘붓꽃’보다 이 식물의 라틴어 학명인 ‘아이리스’가 더 많이 알려진 꽃입니다. 이 봄에 가장 먼저 피어난 붓꽃 종류는 지난 3월 초였습니다. 고작해야 10센티미터 정도 높이로 솟아오른 작은 꽃대에서 더 없이 화려한 무늬로 장식한 꽃을 피웠습니다. 그러나 붓꽃의 다양한 종류를 더 풍성하게 만나려면 아직은 좀 기다리셔야 합니다.

   아! 오늘은 천리포수목원 설립자인 고 민병갈 님이 돌아가신 날입니다. 해마다 천리포수목원에서는 이 날, ‘민병갈 추모 기념일’ 행사를 치릅니다. 우리의 봄을 더 풍요롭게 맞이할 수 있도록 우리의 수목원을 일궈준 설립자 민병갈 님을 기억해야 하는 날입니다. 목련 꽃 아름다운 봄날, 목련을 유난히 좋아했던 민병갈 설립자를 생각합니다. 950종류의 목련 꽃과 함께 이 땅의 봄이 더 아름다울 수 있는 까닭입니다.

   지금 한창인 목련 꽃 이야기는 돌아가서 정리하여 다음 《나무편지》에서 전해드리겠습니다. 모두 풍요로운 봄 지내시기 바랍니다.

   오늘 《나무편지》에 담은 사진은 위에서부터 두 장은 ‘앵초’, 그 다음 두 장은 ‘수선화’, 그 뒤의 두 장은 ‘삼지닥나무’, 그리고 맨 끝의 두 장은 ‘붓꽃’입니다.

   고맙습니다.

목련 꽃 화창한 2024년 4월 8일 아침에 1,226번째 《나무편지》 올립니다.

  - 고규홍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