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낭만시인 첫걸음 11

낭만시인 첫걸음 시창작 10강

낭만시인 첫걸음 시창작 10강 ■ 사물의 현상으로부터 연상 聯想까지 ! 사이시옷     나호열 저 멀리한 마리 학이 앉아 있는 듯가까이 다가가면서로 포근히 기대어사이 시옷사람(人)들이네 흙이 물과 불이 만나 이룩한우주를 향해 펼친 날개사이시옷의 물결을 보네  - 시집 『안부』(밥북 기획시선 30, 2021) ■ 나호열 충남 서천 출생. 『월간문학』(1986), 『시와 시학』(1991)으로 등단. 경희대학교 대학원 철학과 졸업. 시선집 『울타리가 없는 집』(2023), 『바람과 놀다』(2022), 시집 『안부』 (2021), 『안녕, 베이비 박스』 (2019), e- book 『예뻐서 슬픈』 (2019) 등 다수. ■ 해설 “기와를 노래함”이라는 부제가 달린 작품이다. 이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시인은 포개..

낭만시인 첫걸음 시창작 9강

낭만시인 첫걸음 시창작 9강 ■ 관념을 의인화하기 너와집         박미산 갈비뼈가 하나씩 부서져 내리네요아침마다 바삭해진 창틀을 만져보아요지난 계절보다 쇄골 뼈가 툭 불거졌네요어느새 처마 끝에 빈틈이 생기기 시작했나 봐요칠만 삼천 일을 기다리고 나서야내 몸속에 살갑게 뿌리 내렸지요, 당신은문풍지 사이로 흘러나오던따뜻한 온기가 사라지고푸른 송진 냄새가시기 전에 떠났어요, 당신은눅눅한 시간이 마루에 쌓여있어요웃자란 바람이, 안개가, 구름이허물어진 담장과 내 몸을 골라 밟네요하얀 달이 자라는 언덕에서무작정 기다리지는 않을 거예요, 나는화티에 불씨를 다시 묻어놓고단단하게 잠근 쇠빗장부터 열겁니다나와 누워 자던 솔향기 가득한한 시절, 당신그립지 않은가요?             -2008 세계일보 신춘문예> ..

낭만시인 첫걸음 시창작 8강

낭만시인 첫걸음 시창작 8강  ■ 풍경(대상)의 묘사와 주제의 드러냄 한겨울 햇살 껴안고 폐사지 마당 한켠에서 졸고 있는 고양이, 기대앉은 계단 옆에는 까치밥 매달린 감나무 그림자가 고양이를 덮쳤다 풀어주었다 심심풀이 장난을 친다그림자 한 점 없는 때 묻지 않은 산골 햇살, 홀쭉 들어간 고양이 배와 쳐진 눈자위 뭉친 털과 축 처진 꼬리를 자근자근 펴준다 한겨울 추위를 녹신하게 피라고 한 땀 한 땀 수면 침을 놓는다 적멸보궁 寂滅寶宮에 든 고양이 생보살, 남녘 하늘로 날아가려나 기지개를 펴며 다리를 뻗는다 햇살이 야윈 양쪽 겨드랑이를 들어올린다 날개가 돋는지 두 팔을 펼치고 햇살 속으로 스며든다따뜻한 고요를 박차고 일어서는 노란 복수초, 어둠을 지나 흰 눈 파헤치고 일어선다황금 촛불을 든다         ..

낭만시인 첫 걸음 시창작 7강

낭만시인 첫 걸음 시창작 7강  ■ 심리적 거리란 무엇인가?.  형님을 데리고  정병근 천지에 나 닮은 이가, 수심에 가득 찬 이가 전철역 출구 앞에 행방 없이 서 있다 납작하고 깡마른 얼굴에 툭 튀어나온 입을 위로 꽉 다물고 어쩌면 나 같은 상념에 젖는지 소란의 바깥으로 눈을 보낸 채 아니면 아닌 모양으로 서있다 차들은 지나가고 나는 에이고 외로워져서 남인 듯 명랑하게 그를 부른다 그이는 나를 얼핏 못 알아보다가 아, 어머니의 장자가 나를 알아본다 “근아” 하고 부르던 어린 날의 그이가 내 앞에 있다 -날이 춥심더. 잠바가 엷은 거 같네. 오늘은, 산 밑 당집에서 돼지머리 썰어 먹던 이야기 말고 수박을 들고 어느 절집에 찾아갔던 이야기 말고 고시촌을 떠돌던 정 씨 이야기 말고 낙산 비탈 방에 기거하며 ..

낭만시인 첫 걸음 6

낭만시인 첫 걸음 6 ■ 현대적 삶의 증언 모던타임즈       최서림 왼쪽 눈은 인조백합이 만개해 있다.오른쪽 눈은 독거미가 진을 치고 있다.전쟁 같은 평화 속에서자기 자신조차 믿을 수 없는 자들,영감 고리오의 콧날을 가졌다.노파 일리나의 갈고리 손을 가졌다.에프 원 경주대회 같은 세상 속에서생의 브레이크가 파열된지도 모르고,어디로 굴러떨어지는지도 모르고굴러가는 자들의 입이 점점뭉크빛 공포로 벌어지고 있다.  - 시집 『가벼워진다는 것』 (현대시학 기획시선 16, 2021)■ 해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층적으로 오버랩되어 나타난다. 유기적 일체성을 상실한 ‘인조백합을 가진 인간’이 있는가 하면, 이기적 인간사회에서 낙오된 발자크 소설에서의 ‘고리오 영감’도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노파 일리나’도..

낭만시인 첫 걸음 시창작 5강

낭만시인 첫 걸음 시창작 5강  ■ 애매어의 활용 는개라는 개        배세복 사내가 창밖을 내다보니개 한 마리 벤치에 엎드려 있다젖은 몸이 어딜 쏘다니다 돌아왔는지가로등 불빛에 쉽게 들통났다서서히 고개 돌려보니곳곳에 개들이 눈에 띄었다야외 체력단련기구 위에도지친 여러 마리의 개들차가운 철제 의자에 젖어 있었다 당신이 떠난 후로 습관처럼밤은 또 개를 낳았다그것들은 흐리고 가는 울음이다가가끔은 말도 안 되게 젖기도 한다어떤 밤은 안개라는 이름으로 부옇게또 다른 밤은 번개로 울부짖다가이 밤은 그냥 조용한 는개 된다너는 개다 너는 개다 너 는개다이 정도면 키울 수 있겠다 싶어사내가 불을 끈다 천천히 이불 당긴다  - 『볼륨』 4집 (2021)  ■해설  엄밀히 말해서 애매曖昧와 모호模糊는 다른 뜻을 지닌다..

낭만시인 첫걸음 시창작 4강

낭만시인 첫걸음 시창작 4강 ■ 상식을 뒤집어 보기 모르는 사람        김나영 그가 뒤통수를 내어준다나도 내 뒤통수를 깃털처럼 내어준다 뒷사람에게우리는 뒤통수를 얼굴로 사용하는 사이무덤덤하게 본척만척 서정과 서사가 끼어들지 않아서 깔끔하지서로 표정을 갈아 끼우지 않아도평생을 함께하지 반복해서 노력하지 않아도서로 가까이 다가가지 않을 권리를 위하여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비행기를 타고 내릴 때서로 헐렁헐렁한 고무줄 바지가 되지어떤 좌석에 앉아서 굵고 짧은 잠에 빠져들 때입을 벌리고 자도 보자마자 잊히니까평화롭지 정면이나 측면이나 측백나무처럼한결같지 동일하게 지루해도 숨통이 트이지 내 뒤통수와 모르는 사람의 뒤통수가내 등뺘와 모르는 사람의 등뼈가내 엉덩이와 모르는 사람의 엉덩이가 물컹하게 겹친 적 있..

낭만시인 첫걸음 3강

낭만시인 첫걸음 3강 ■ 어머니를 비유하기흰 수건 권영옥 채전은 나비에게 경계 너머에만 있습니다나비가 울타리를 넘어와 파밭을 돌더니어제처럼 손을 비빕니다나비 손이 파꽃 위에 봉긋이 모아질 때장맛비가 날아와 파꽃을 텁니다 생전처럼 마음 급한 나비는둔덕을 돋우느라 손톱 밑이 새까맣습니다눈을 떴다 감았다잠깐의 쪽잠도 힘듭니다 왜 손바닥만 비빌까나비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안구에 흰구름이 끼고, 자면서도 웅얼웅얼 파꽃이 비에 엎어질까파 씨가 뿌리내리지 못할까 엄마인지 단박에 알아버렸습니다 어미의 파뿌리를 딛고 선 나도 파꽃 여자 입니다.  -시집 『모르는 영역』 (현대시학 시인선 068, 2021)  권영옥 아주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문학박사)시집 『계란에 그린 삽화』로 작품 활동 시작시집 『청빛 ..

낭만시인 첫걸음 - 2 강

낭만시인 첫걸음 - 2 강  ■ 현대시가 난해해지는 것은 부조리한 현상의 추상화抽象化에 있다.■ 현상(사물)에 대한 단순한 묘사가 아니라 그 현상에 함축된 삶의 의미를 통찰하 는 것이 좋은 시를 쓰는 지름길이다. ■ 오늘의 시우리가 돌담 아니던가요? 곽성숙 친구 집 들어가는 돌담을 걷다가 바람을 솎아주고 가는 길을 내어준다는 제주의 돌담은, 바람의 길이라는 말이 생각났어요 제주 구럼비 마을에서 들은 파풍이라는 말도 떠올랐어요 破風, 놀라운 말이 아니던가요? 바람을 깨기 위해서 필요한 제주 돌들의 구멍, 그런 바람의 길을 가슴에 몇 개씩은 품고 살아가는 우리들이 아니던가요? 하나는 나를 위해, 하나는 당신을 위해, 하나는 못 견딜 이 삶을 위해, 들어오는 문은 다 다른데 안에서는 드글거림이 같은 이..

낭만시인 첫 걸음 - 시창작 1 강

낭만시인 첫 걸음 - 시창작 1 강 ■ 시의 정의* 영원불변한 시의 정의 존재하지도 존재할 수도 없다 ! * 모든 예술은 창작자(예술가)의 창의력에 따라 새롭게 태어난다! * 그러나 시에 필요한 요소는 존재한다! ■ 에즈라 파운드(Ezra Pound)가 말하는 좋은 시에즈라 파운드는 시의 요소를 ‘센스, 사운드, 이미지, 톤’ 네 가지로 설명하였다.  1. 센스(sense) * 표현에 있어서 상식적 진술이 아니라 맛있는 감각 * 시는 설명이 아니다  2. 사운드(sound)*운율. 우리 말이 지니고 있는 의성어, 의태어 사용 등*시조 時調가 지닌 율격에 관심을 가진다. 3434 3543 3434   3. 이미지(image)* 시중유화 詩中有畵 : 시를 읽어 가는 동안 우리의 마음속에 그 려지는 그림을 ..

시창작은 시 읽기부터

모든 사람은 표현의 욕구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언어를사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러나 언언어가 내포하고 있는 여러 기능때문에 시로 드러내기는 쉽지 않습니다낭만시인 첫걸음은 여러 경향의 시를 읽고, 분석을 통해 시쓰기의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총 10강의 내용은 한 편씩의 시를 제시하고 함께 감상하면서 시 쓰기에 필요한 여러 요소들을 검토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시창작에 관심을 가진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2024년 7월 나호열 * 강의록은 복사가 가능하나 출처를 밝혀 사용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