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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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강의실 95

종교에 관한 세 철학도의 대화

종교에 관한 세 철학도의 대화중앙일보입력 2024.04.25 00:28  두 제자와 자리를 같이하게 되었다. 이군이 질문을 꺼냈다. “우리 인간에게 주어진 목적이 있습니까. 있다면 그 목적이 무엇입니까?”라고. 내가 옆자리의 박군에게 “군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교회에 열심히 참석하는 박군이 “저는 하느님께 영광 돌리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믿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 얘기를 들은 이군이 “저는 교회에 나갈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저런 얘기를 들으면 반감을 갖게 됩니다. 인간의 목적이 있으면 인간에게 있고 없으면 없지, 존재 여부도 모르는 신(神)에게 있다는 사고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반박했다.죽음이란 절망 극복하려는 바람태어날 때부터 인간 삶의 본성그 가능..

철학 강의실 2024.04.25

연말 서점가 휩쓰는 쇼펜하우어 열풍

대한민국은 왜 200년 전 꼰대 독일 철학자에 빠졌나 [아무튼, 주말] 연말 서점가 휩쓰는 쇼펜하우어 열풍 이혜운 기자 입력 2023.12.30. 03:00 요한 셰퍼가 그린 독일의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의 초상화.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대학교 도서관 “현명한 사람은 적절한 거리를 두고 불을 쬐지만, 어리석은 자는 불에 손을 집어넣어 화상을 입고는 고독이라는 차가운 곳으로 도망쳐 불이 타고 있다고 탄식한다.” 독일의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는 사회를 ‘불’에 비유했다. 인간관계에서 꼭 필요한 것은 ‘정중함과 예의’라고도 했다. 그는 ‘고독’을 찬양하고 ‘허영심’을 경계했다. 괴팍하고 냉소적이던 200년 전 독일 철학자에게 2023년 대한민국이 푹 빠졌다. 현재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위는 강용수의 ..

철학 강의실 2024.01.02

태극기에 담긴 성리학의 우주 생성 이론

태극기에 담긴 성리학의 우주 생성 이론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역사학 입력 2023.09.16. 07:30업데이트 2023.09.17. 11:45 송재윤의 슬픈 중국: 변방의 중국몽 태극기(太極旗) 속의 태극 문양은 유가 경전에 제시된 전일적(全一的)인 우주 생성의 원리를 상징한다. 중국 송대(宋代) 성리학의 발흥 과정에서 정립된 태극의 우주 생성론이 조선 유학사 500여 년의 과정을 거쳐 19세기 말엽 조선의 국기 제정에 직접적 영향을 끼쳤다. 주지하듯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1882년)에서 처음 사용된 태극기는 그 이듬해 조선의 국기로 공포되었다. 1900년 대한제국 모습을 소개한 프랑스의 일간지. 우측 상단에 태극기가 보인다. /공공부문 유교의 우주관이 담긴 국기는 전 세계에서 태극기가 ..

철학 강의실 2023.11.09

창조론과 진화론은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

백성호의 현문우답 오피니언 창조론과 진화론은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 중앙일보 입력 2023.09.01 00:32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중세 때는 그랬다. ‘종교적’이라고 하면 지나치게 비과학적이었고, ‘과학적’이라고 하면 상당히 비종교적이었다.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종교는 훨씬 더 열려 있고, 과학도 훨씬 더 발전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묻는다. “과학이 고도로 발전하면 종교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이런 물음을 던지는 사람들은 상당수 종교와 과학을 양자택일의 대상으로 본다. 마치 중세 때의 종교, 중세 때의 과학을 앞에 놓고 하나를 골라야만 했듯이 말이다. 정진석 추기경은 어릴 적 꿈이 과학자였다. 서울대 화학공학과에 입학한 적이 있는 그는 보기 드물게 과학적 사고를 가진 종교 지도자였다. 중앙포토 ..

철학 강의실 2023.09.01

철학과 함께한 70년, 지금도 희망을 찾는다

철학과 함께한 70년, 지금도 희망을 찾는다 중앙일보 입력 2022.11.11 00:43 지면보기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중학생 때 ‘인간 문제와 그 해결’ 같은 생각을 정리해 보면서 문학·종교·철학책을 많이 읽은 것이 대학에 진학하면서 철학과를 선택했던 것 같다. 그 시대에는 인문학적으로 융합된 사고나 학과가 없었기 때문에 철학은 독립된 학문이었다. 우선 서양 철학자 중에서 관심과 문제의식을 같이하는 개인들에 관한 강의와 연구가 중요했다. 그때는 칸트와 헤겔은 누구나 한번은 연구해야 하는 철학자로 꼽혔다. 학위논문을 쓰는 사람은 한 개인 중에서도 한 가지 주제를 택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일본의 철학교수 대부분이 그랬다. 어떤 교수는 헤겔을 연구하다가 헤겔의 우물에 빠져나오지 못했고, 또 그것을 자랑스럽..

철학 강의실 2022.11.11

“호랑이 잡으려면 무식한 포수가 돼라.”

백성호의 현문우답 회원전용 성철 스님의 일갈 "무식한 포수가 돼라, 그래야 호랑이 잡는다" [백성호의 한줄명상] 중앙일보 입력 2022.03.02 05:00 업데이트 2022.03.02 06:33 “호랑이 잡으려면 무식한 포수가 돼라.” #풍경1 불교에는 『종경록(宗鏡錄)』이란 책이 있습니다. 북송 시대 때 영명연수(永明延壽, 904~975)라는 선사가 지은 책입니다. 선(禪)과 교(敎)가 하나로 통하고, 세상만물이 일심(一心)임을 설파하는 내용입니다. 성철 스님은 1967년 해인사에서 100일간 법문을 했다. 당시 해인사에는 법문을 들으려는 청중으로 빼곡했다. [중앙포토] 성철 스님(1912~93)은 해인사에서 백일 동안 법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1967년 12월 4일부터 68년 2월 18일까지 법문..

철학 강의실 2022.04.13

공민왕 스승 나옹 선사…"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네"

회원전용 [백성호의 한줄명상] 공민왕 스승 나옹 선사…"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네" 중앙일보 입력 2022.01.05 05:00 업데이트 2022.01.06 15:27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네” #풍경1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노여움도 내려놓고 아쉬움도 내려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이 한시를 쓴 사람은 나옹(懶翁, 1320~76) 선사입니다. 우리는 “나옹 선사”하면 “청산은 나를 보고…”를 쓴 고려시대 스님 정도로만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옹 선사는 한국 불교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걸출한 인물이었습니다. (上) 공민왕의 스승은 나옹 선사였다 나옹 선사는 고려뿐 아니라 중국에도 이름을 드날렸던 인물이다. 중국 황제가 ..

철학 강의실 2022.02.17

틱 낫한 “나의 유골을 걷기 명상의 길에 뿌려달라.”

틱 낫한 “나의 유골을 걷기 명상의 길에 뿌려달라.” 중앙일보 입력 2022.02.10 00:37 베트남 사람에게 “어떤 나라가 가장 두렵나?”라고 물으면 십중팔구 답이 똑같다. 미국이 아니다. 중국이다. 베트남은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고, 긴 역사 속에서 중국과 숱한 전쟁을 치렀다. 『삼국지』에서 유비 사후에 제갈 공명이 정벌했다고 나오는 남만(南蠻, 남쪽 오랑캐란 뜻)이 지금의 베트남 땅이다. ‘월남(越南)’이란 명칭도 고대 중국에 있던 월(越)나라의 남쪽이란 뜻이다. ‘베트남’은 ‘월남’의 현지어 발음이다. 기원전 4세기에 월나라가 멸망하자, 남쪽으로 이주한 월나라 부족의 일부가 베트남 사람이 됐다. 기원전 111년에 한(漢)무제에게정복당한 뒤 무려 1000년 동안 중국의 지배를 받기도 했다. 그..

철학 강의실 2022.02.10

‘도덕경’ 펴낸 김정탁 교수 "모범답안 가지고 인생 살지 말자"

‘도덕경’ 펴낸 김정탁 교수 "모범답안 가지고 인생 살지 말자" 백성호중앙일보 종교전문기자vangogh@joongang.co.kr + 이메일받기 [중앙일보] 입력 2021.05.14 05:00 수정 2021.05.14 08:15 “모범답안을 가지고 인생을 살지 말자. 거기에 집착하다 보면 진정한 자신을 잃게 된다.” 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 본사에서 김정탁(67) 성균관대 명예교수를 만났다. 2019년에 그는 4년의 집필 기간을 거쳐『장자』를 출간한 바 있다. 그리고 2년 만에 노자의 『도덕경』을 최근 출간했다. 장자에 이어 노자, 노장 사상을 통째로 아우른 셈이다. 김 교수는 “산업화 시대에는 유가(儒家)의 사상이 필요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노장의 사상이 맞아떨어진다”고 강조했다. 그..

철학 강의실 2021.05.14

야만으로 되돌아가는 문명 사회

[김기현의 철학이 삶을 묻다] 야만으로 되돌아가는 문명 사회 [중앙일보] 입력 2020.10.31 00:04 문명에 절망한 계몽주의 사상가 루소 알렉상드르 뒤누이가 1770년 리옹 근처의 로슈코르동 공원에서 사색하는 루소의 모습을 그렸다. [사진 위키미디어] 장 자크 루소(1712~1778)는 스위스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활동한 계몽주의 사상가다. 그는 음악이론가·작곡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음악의 본성에 관하여 그가 촉발한 논쟁(부퐁 논쟁)은 지금도 음악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그가 작곡한 오페라 ‘마을의 점장이(Le Devin du Village)’는 오랜 기간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소설가로도 명성을 날렸고, 말년에는 식물학에도 관심을 가져 전문가를 무색하게 하였다. 주체할 수 없는..

철학 강의실 2020.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