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우리 함께 사는 사람들 2( 1984) 6

조명기구 가게에서

조명기구 가게에서 아직 영혼이 깃들지 않은 아기의 얼굴 電球들은 반짝인다 작으면 작은대로 어울리고 큰 것들은 저 홀로 당당히 뽐내기도 하면서 아직 이어지지 않은 전선의 끝에 아득히 아득히 내가 서 있다 잠재된 필라멘트의 혈관 속으로 뜨겁게 흘러드는 나의 목숨 궁휼한 하나님의 뜻대로 흔들리는 뭇별과도 같이, 누구인가 스윗치를 내리고 스스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저 이는

시작 노트

내 몸의 피와 살을 버리고 사람들은 창가에 있고 싶어 한다. 창는 하나의 통로이다. 막연하게 열려 있는 통로를 바라보기를 사람들은 좋아한다. 인간이 인간에게 이르는 길, 인간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 우리가 일생동안 추구하고열망하고 있는 것은 우리의 숨쉬는 가슴 속에 펄덕이는 핏줄 속에 퍼덕이고 있는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다. 괄호친 그 무엇을 향하여 내가 서 있고 그 통로를 사이에 두고 창이 있다. 그 창이 내게는 시가 되고 나의 시는 끊임없이 세상을 거부하는 자유의 몸짓이다. 나는 가급적이면 내 몸의 피와 살을 버리고 살고 싶다. 살아가면서 버려지는 피와 살로 일구어지는 시가 존재할 수 있기를, 이윽고는 하나의 빈 새장으로, 저무는 들판에 버려질 수 있기를, 꿈꾸면서 시를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