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고규홍의 나무편지 172

[나무편지] 나뭇가지를 24미터 펼친 ‘향나무 가운데 가장 큰 향나무’

[나무편지] 나뭇가지를 24미터 펼친 ‘향나무 가운데 가장 큰 향나무’  ★ 1,269번째 《나무편지》 ★   시간이 참 느리게 흘러갑니다. 무엇보다 우리 사는 세상에서 하루 빨리 마무리해야 할 일들이 산처럼 쌓인 탓이겠지요. 다시 또 나무 이야기 전해드려야 하는 월요일 아침이 밝았습니다. 지난 주에는 바람이 너무 차가워서, 이리저리 움직이기 어려우셨지요. 다행히 주말 지나면서부터 조금씩 풀렸습니다. 예보가 정확히 맞지는 않겠지만, 45일 기상예보를 살펴보니, 올 겨울에는 지난 주보다 더 추운 날은 없어 보입니다. 우리 곁의 시간이 머뭇대고는 있지만, 세월은 분명 겨울 지나 봄으로 흘러갑니다. 이제 곧 설 지나고 우리 곁에도 모두 함께 환하게 웃으며 맞이할 봄이 찾아오겠지요.   오늘 《나무편지》의 제목..

[나무편지] 아담한 절집을 장엄하게 하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

[나무편지] 아담한 절집을 장엄하게 하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  ★ 1,267번째 《나무편지》 ★   지난 해 말에 띄운 《나무편지》에서는 일본 시코쿠(四?) 가가와(香川)현에 속한 작은 섬 쇼도시마(小豆島)의 올리브나무를 보여드렸습니다. 쇼도시마는 그리 큰 섬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섬과 비교하자면 울릉도(72.86km²)의 두 배를 조금 넘고, 강화도(302.6 km²)의 절반쯤 되는 153.30 km²의 면적의 섬입니다. 이 섬에 사는 사람은 2만5천 명 정도인데, 그나마 점점 줄어드는 중이라고 합니다. 간장과 올리브나무로 유명한 섬이라는 건 이미 말씀드렸는데요. 오늘은 또 한 그루의 엄청난 나무를 보여드리려고 쇼도시마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일본어로 ‘소데쯔(ソテツ, 蘇?)’라고 부르는 ..

[나무편지] 2025년 첫 인사 올립니다 … “새해 큰 복 이루시기를 기원합니다!”

[나무편지] 2025년 첫 인사 올립니다 … “새해 큰 복 이루시기를 기원합니다!”  ★ 1,267번째 《나무편지》 ★   바꿔 단 달력의 첫 장을 넘겼습니다. 2025년입니다. 정신 없이 보낸 지난 해의 아픈 상처를 고스란히 남겨둔 채 새해가 시작됩니다. 엊그제 월요일 아침의 《나무편지》에서도 기원 올렸듯이 올에는 정말이지 가슴 쓸어내리는 놀랄 만한 일들이 벌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마음입니다.   마음 속에 ‘차분한 절집’으로 기억되는 김천 황악산 직지사에 다녀왔습니다. 별다른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고, 그저 “바람 좀 쐬고 오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지난 한햇동안 김천 지역에 다녀올 일은 참 많았습니다만, 부랴부랴 다녀오느라 직지사 코앞에서 돌아오곤 했기에 여유를 갖고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

죽음의 고비를 넘고 넘어 30년… 아주 특별한 은행나무(3, 끝)

[나무편지] 죽음의 고비를 넘고 넘어 30년… 아주 특별한 은행나무(3, 끝)  ★ 1,264번째 《나무편지》 ★   아직 세상 하수상하여도 지금은 ‘아침’입니다. 오늘 《나무편지》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이어온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의 남은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죽음의 고비를 간신히 넘어서서 살아남아, 마침내 세계기네스북에 등재되기까지의 긴 이야기는 지난 번 《나무편지》에서 두 차례로 나누어 말씀드렸습니다. 충분하달 수는 없어도 대강의 흐름은 알 수 있으셨을 겁니다. 혹시 더 궁금하신 게 있으면 따로 말씀해 주세요. 제가 아는 한, 혹은 더 알아볼 게 있다면 더 알아봐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이 나무를 돌아볼 때면 떠올릴 수밖에 없는 한 사람 이야기를 전해드리면서 셋으로 나누어 전해드린 〈안동..

[나무편지] 닷새 동안의 일본 큰 나무 답사 잘 다녀왔습니다만, 지금은……

[나무편지] 닷새 동안의 일본 큰 나무 답사 잘 다녀왔습니다만, 지금은……  ★ 1,262번째 《나무편지》 ★   닷새 동안의 나무 답사를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지난 주 《나무편지》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일본의 대표적 식물학자인 마키노 도미타로를 기념하기 위해 설립한 ‘마키노 식물원’을 비롯해 시코쿠 지역의 크고 아름다운 나무들을 많이 바라보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예고해드렸던 것처럼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를 바라보며 살아온 ‘용계리 사람들’ 이야기를 전해드려야 하는데, 글 한 줄이 잘 쓰이지 않네요.   지난 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의 답사로 미루어두었던 일들을 서둘러 마무리해야 하는 일에 분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 지금 우리 국민 모두가 그러신 것처럼 뒤숭숭한 이 땅의 사정에 온갖..

[나무편지] 죽음의 고비를 넘고 넘어 30년… 아주 특별한 은행나무(2)

[나무편지] 죽음의 고비를 넘고 넘어 30년… 아주 특별한 은행나무(2)  ★ 1,262번째 《나무편지》 ★   주말에 기온이 오르면서 길 위에 쌓였더 눈이 녹아내리자 그 아래에는 수북히 쌓여있던 낙엽이 드러났습니다. 폭설 아래 낙엽! 이런 일은 정말 처음입니다. 폭설로 쏟아진 주중의 눈은 단풍잎, 아니 아직 채 초록인 나뭇잎 위에 쌓였습니다. 날씨의 변화를 이야기할 때마다 ‘사상 최초’ ‘역대급’ 등의 수식어는 이제 그냥 ‘일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놀라운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지금 이 《나무편지》를 보시는 시간에, 나는 일본을 대표하는 식물학자인 마키노를 기념하기 위해 지은 〈마키노 식물원〉의 나무들을 살펴보고 있을 겁니다. 어제 일본 시코쿠에 왔습니다. 일본 나무 답사는 목요일인..

죽음의 고비를 넘고 넘어 30년… 아주 특별한 은행나무(1)

[나무편지] 죽음의 고비를 넘고 넘어 30년… 아주 특별한 은행나무(1)  ★ 1,261번째 《나무편지》 ★   워낙 유명한, 더구나 우리 《나무편지》를 살펴보시는 분들에게라면 너무너무 잘 알려진 우리의 은행나무를 오늘의 《나무편지》에서 보여드리렵니다. 두 주 전에 〈대구 현풍휴게소 소원의나무〉를 보여드렸지요. 그때의 답사길에 찾아본 나무입니다. 조마조마하게 단풍드는 시기를 손꼽으며 뉴스에 등장한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의 노란 단풍 풍경을 보고 재우쳐 찾게 된 것이었습니다. 노란 단풍잎이 화려한 사진이 첨부된 뉴스를 확인한 사흘 뒤의 주말이었습니다. 고작 사흘 지난 뒤이니, 은행나무의 화려한 단풍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그 사이에 기온이 뚝 떨어진 날이 있어, 조마조마하기도 했..

훌쩍 다가온 겨울 초입까지 수굿이 머무른 가을의 흔적들

[나무편지] 훌쩍 다가온 겨울 초입까지 수굿이 머무른 가을의 흔적들  ★ 1,260번째 《나무편지》 ★   ‘가을이 깊어졌다’고 쓰기에는 날짜가 좀 지났고, ‘겨울이 다가왔다’고 쓰기에는 날씨가 그리 춥지 않은 주말이었습니다. 그리고 주말 지나자 갑자기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습니다. 이제 추워질 모양입니다. 주 중반에 들면 낮 기온이 조금 오른다고는 하지만 그래봤자 지난 주처럼 20도까지 오르지는 않겠지요. 이제 달력을 봐도 십일월 하순에 접어드니 추워질 일만 남은 것 아닌가 싶습니다. 여름이 견디기 힘들 만큼 무더웠던 만큼 이 겨울은 여느 겨울보다 추울 것이라고 하는데, 도무지 알 수 없는 이 즈음의 날씨를 어느 하나도 확신하기는 어렵습니다.   지난 주말 붉게 물든 천리포 바닷가 숲의 나무들을 만났습니..

‘소원의 나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고속도로 휴게소 느티나무

[나무편지] ‘소원의 나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고속도로 휴게소 느티나무  ★ 1,259번째 《나무편지》 ★   지난 주말에는 바깥으로 나가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토요일의 라디오는 “경부고속도로의 143킬로미터 구간이 정체”라고 알리는 걸 봐서는 거의 모든 도로가 정체라고 봐야 하지 싶었습니다. 주말 도로 정체를 조금이라도 덜 겸(사실은 정체를 견디기 어려워서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렇게 이야기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평소에 주말 이동은 피하는 일상입니다만, 지난 주말에는 남녘에서 일정이 있어서, 고속도로에 올랐습니다. 금요일 춘천에서 학교 강의를 마친 뒤부터 토요일 늦은 밤까지 경상남도의 최남단까지 거의 한반도 한바퀴를 도는 일정이었습니다. 그 길 곳곳이 정체였습니다. 늦은 단풍을 느낄 수 있는 올 가..

아직은 노란 가을 빛깔을 잃지 않은 〈인천 장수동 은행나무〉 앞에서

[나무편지] 아직은 노란 가을 빛깔을 잃지 않은 〈인천 장수동 은행나무〉 앞에서  ★ 1,258번째 《나무편지》 ★   긴 여름 지나고 아침 기온 떨어지면서부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가을을 맞이했습니다. ‘설렘’이 아니라 ‘조마조마’였습니다. 거리의 크고 작은 나무들에는 단풍 빛깔이 조금씩 올라왔지만, 비교적 몸피가 큰 나무의 단풍은 그보다 좀 늦습니다. 단풍 빛이 제대로 오르려면 제 몸 안에 든 물을 먼저 덜어내야 하는데, 워낙 많은 물을 덜어내야 하는 큰 나무들에는 시간이 더 필요한 때문이죠. 가까이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인천 장수동 은행나무〉의 단풍이 궁금했습니다. 짬 나는 대로 찾아보았지만, 아직 만족하기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마음을 더 초조하게 한 건, ‘인천의 큰 나무’를 주제로 연재 중인 인천..

지금 단풍 빛깔은 어떤까요? 열매와 씨앗은 잘 영글었나요?

[나무편지] 지금 단풍 빛깔은 어떤까요? 열매와 씨앗은 잘 영글었나요?  ★ 1,256번째 《나무편지》 ★   도심을 흐르는 강변을 걸으며 올 가을 단풍을 생각했습니다. 시민의 힘으로 지어낸 ‘부천 시민의 강’을 천천히 걸었습니다. 이맘 때쯤이면 언제나 마음 설레며 기다리는 게 단풍입니다. 기상청의 예보대로라면 설악산의 단풍 절정기는 10월 20일, 어제이고 북한산의 절정기는 다음 주인 28일이며, 단풍의 최대 명소인 정읍 내장산의 절정기가 가장 늦어서 그 다음 주인 11월 5일입니다. 치악산과 지리산이 23일로 예고된 것까지 살펴보면 이번 주는 한반도 전체가 단풍으로 울긋불긋해지는 시기입니다. 마음 설레야 하는 게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 동안에 비해 올 가을의 단풍을 향한 설렘이 그리 크지 않습니..

노벨, 톨스토이, 디아스포라까지 … 문학의 계절에 바라본 큰 나무

[나무편지] 노벨, 톨스토이, 디아스포라까지 … 문학의 계절에 바라본 큰 나무  ★ 1,255번째 《나무편지》 ★   기적처럼 특별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한글문학이 세계문학계의 최고봉에 오른 한강 사건의 감흥은 오래 간직해야 할 일입니다. 꼭 한 달 전에 띄운 《나무편지》에서 지난 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노르웨이의 거장, 욘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을 이야기하면서 “원어의 리듬감과 번역된 한글 리듬감의 차이” 때문에 작품의 깊이를 온전히 느끼기 어려웠다고 했는데요. 이제 우리는 당당히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작품을 원어 그대로 읽을 수 있게 됐습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작품에 대해서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는 말도 취소해야 하겠습니다. 그 동안의 수상자 면면을 보자면 “그들만의 잔치..

삶의 무게가 힘겨울 때면 찾아가 쉬고 오는 참 좋은 느티나무

[나무편지] 삶의 무게가 힘겨울 때면 찾아가 쉬고 오는 참 좋은 느티나무  ★ 1,254번째 《나무편지》 ★   찾아볼 나무가 많아 머뭇거림 없이 ‘나무 답사 1번지’라고 이야기하는 충북 괴산에 다녀왔습니다. 괴산은 이른 봄부터 한겨울까지 사철 내내 찾아볼 큰 나무가 참 많습니다. 문화재(아, 참! 이제는 ‘자연유산’이라고 불러야 하겠습니다만)로 지정한 나무는 물론이고, 산림청 보호수로 지정한 나무를 비롯해 길을 가다 저절로 만나게 되는 그냥 그저 그런 나무들까지도 하나하나가 정겹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한 고장입니다. 물론 개인적 경험에 따른 주관적 생각이겠지만, 괴산은 그 이름에서부터 나무를 답사하는 데에 첫손에 꼽을 만한 곳이입니다. 괴산을 찾게 되면 언제나 제일 먼저 찾게 되는 나무가 오늘 《나무..

숲에 펼쳐진 생명의 비밀과 Wood Wide Web 의 치명적 ‘오류’

[나무편지] 숲에 펼쳐진 생명의 비밀과 Wood Wide Web 의 치명적 ‘오류’  ★ 1,253번째 《나무편지》 ★   기온이 갑자기 떨어졌다 싶어, ‘가을인가’ 싶기는 한데, 그래도 낮에 조금만 걸어도 땀이 송송 솟아오르는 건 여전합니다. 물론 햇살이 덜 따가운 게 사실이기는 해요. 기상청의 ‘가을’ 기준에 이르려면 앞으로 보름 쯤 더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루 평균 기온이 높아서는 아무래도 올 가을 단풍도 그리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따라옵니다. 엊그제 소개해드린 책 《육두구의 저주》은 이런 시기에 맞춤한 책이었지 싶습니다. 안타깝게도(이건 내게만 그런 거겠지만요) ‘박경리 문학상’의 최종 수상은 프랑스 작가에게 돌아갔습니다만, 그래도 아미타브 고시는 주목해야 할 ..

〈박경리문학상〉후보인 인도 작가가 짚어본 기후위기의 본질

[나무편지] 〈박경리문학상〉후보인 인도 작가가 짚어본 기후위기의 본질  ★ 1,252번째 《나무편지》 ★   엊그제 《나무편지》에서 미리 말씀드린 것처럼 주중에 《나무편지》 한번 더 올립니다. 기후 위기에 대한 특별한 책 《육두구의 저주》 이야기입니다. 나무 이야기를 기다리시는 분들께는 번거롭게 해 드리는 일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나무를 이야기하면서 ‘기후’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니, 번거로워 마시고 편안히 받아들여주시기 바랍니다. 더구나 지난 주 추석 연휴를 보내시면서 ‘날씨’ 이야기를 하지 않은 분이 없으실 듯도 한 계제이니, 맞춤한 이야기가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듭니다. 갈수록 붕괴 일로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나무 이야기’가 아니라 해도 기후 상황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