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고규홍의 나무편지

숨가쁘게 달려온 봄꽃들의 찬란한 봄 노래를 바라보며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3. 28. 13:46

[나무편지]

숨가쁘게 달려온 봄꽃들의 찬란한 봄 노래를 바라보며

  ★ 1,224번째 《나무편지》 ★

   온 땅에 봄 기운 우우 퍼지자 나무들이 풀꽃들이 일제히 봄노래를 외장쳐 부릅니다. 빠르게 다가오는 봄 기운에 발걸음도 따라서 분주해지고, 눈길도 한층 바빠집니다. 그래봤자 사람의 눈으로는 이 봄을 일일이 다 바라볼 수도 없고, 봄의 걸음걸이를 사람의 말로 꼼꼼히 적을 수 없습니다. 한꺼번에 피어나는 봄꽃들을 《나무편지》에 온전히 담을 재간이 없습니다. 게다가 해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봄의 속도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도 봄길잡이에 나서는 마음을 어지럽게 합니다.

   봄 숲에서 한 밤과 두 낮을 머무르고 돌아와 가만히 봄꽃들을 돌아봅니다. 지난 2월 초에 드린 《나무편지》에서 3월 중순인 지난 주말에는 아마도 ‘설강화’가 절정을 이룰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야기를 써 드렸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말 천리포수목원 숲의 설강화들은 절정을 조금 지난 상태였습니다. 물론 아직 설강화 꽃은 넉넉히 남아있기는 했습니다만, 순백의 꽃송이를 피워올린 이른 봄의 싱그러움을 머금은 꽃송이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이미 시들어 떨어질 채비를 마친 꽃들이 많았다는 이야기입니다.

   3월 말인 다음 주말에 만개할 것으로 예상했던 ‘크로커스’ 꽃은 지난 주말이 가장 보기 좋은 상태였습니다. 그러니까 《나무편지》에서의 예상을 열흘 이상 빗나간 것입니다. 아무렇게나 짚어본 예상도 아니고, 엑셀 프로그램으로 정리한 제 답사 기록 표와 사진들을 비교해 살펴보면서 한 예상이었을 뿐 아니라, 봄이 조금씩 빨라지는 이 즈음의 기후 상태를 보아 조금 앞당긴 것이었음에도 그랬습니다. 크로커스 때문에 3월 말에 천리포수목원 답사를 예정하신 분들께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비교적 개화기간이 짧은 크로커스는 한 주일 더 지나면 거의 다 시들어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크로커스 꽃은 지난 주가 절정이었지 싶습니다. 그 사이에 노랗게 삐죽 꽃을 피워올린 건 수선화 종류였습니다. 아마도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에는 온갖 종류의 수선화가 예쁘게 피어날 것입니다. 수선화 종류와 함께 붓꽃 종류도 개화를 시작했습니다. 물론 아직은 성마른 몇 종류만 꽃을 피웠습니다. 수선화와 붓꽃에 속하는 종류는 워낙 다양합니다. 그 다양한 종류들이 약간의 시간 차이를 두고 번갈아 피어나기 때문에 더 넉넉하고 화려한 봄날의 답사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드디어 목련 종류가 피어나겠지요. 천리포수목원 운영팀에서는 올 목련축제의 시작을 이번 주 금요일로 잡았습니다. 아무래도 좀 이르지 싶긴 합니다만, 매일 나무를 관찰한 운영진의 결정이니 그런가보다 해야 하겠지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천리포수목원의 목련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4월 중순이라고 이야기했고, 그 시기에 목련축제를 열였는데, 올해는 그보다 보름 정도를 빠르게 잡은 겁니다. 축제 기간 중에는 평소에는 다양한 목련 종류를 볼 수 있는 비공개구역까지 공개하고, 비공개구역 산책을 예약 받는 중입니다. 저도 그 프로그램 중의 하나를 진행합니다. 천리포수목원 홈페이지나 네이버 예약 페이지를 통해 예약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 《나무편지》에는 어떤 풀꽃을 담아야 할지 생각이 왔다갔다 합니다. 설강화를 담자니 크로커스 앙증맞은 꽃이 걸리고, 풍년화를 담자니 영춘화가 걸리고, 복수초를 담자니 산수유가 마음에 남습니다. 지나칠 정도로 빨랐다 싶은 앵초도 담아야 하는데, 삼지닥나무 향기가 콧등을 떠나지 않습니다. 이제 만개할 수선화와 붓꽃은 어떻겠습니까. 봄은 언제나 이처럼 한꺼번에 달려옵니다. 오늘의 《나무편지》에서는 하릴없이 피어난 순서대로 설강화와 크로커스만 담고 그들만큼 예쁘고 싱그럽게 피어난 봄꽃들은 나중에 다시 보여드리기로 약속드립니다.

   오늘 《나무편지》에 담은 사진은 위에서부터 두 장은 ‘설강화’이고, 그 다음 넉 장은 ‘크로커스’이며, 맨 끝의 사진은 버드나무 종류의 봄꽃입니다.

   이 아침에 다시 천리포 숲에 갑니다. 다시 봄꽃들 잘 살펴보고 다음 주 《나무편지》에서도 천리포 바닷가 숲의 봄꽃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24년 3월 25일 아침에 1,224번째 《나무편지》 올립니다.

  - 고규홍 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