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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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각곡류목(刻鵠類鶩)

[정민의 세설신어] [186] 각곡류목(刻鵠類鶩)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입력 2012.11.27. 23:30    후한의 명장 마원(馬援)에게 형이 남긴 조카 둘이 있었다. 이들은 남 비방하기를 즐기고, 경박한 협객들과 어울려 지내기를 좋아했다. 멀리 교지국(交址國)에 나가 있던 그가 걱정이 되어 편지를 보냈다. 간추린 내용은 이렇다."나는 너희가 남의 과실 듣기를 부모의 이름 듣듯 했으면 좋겠다. 귀로 듣더라도 입으로 옮겨서는 안 된다. 남의 잘잘못을 따지기 좋아하고, 바른 법에 대해 망령되이 시비하는 것은 내가 가장 미워하는 일이다. 죽더라도 내 자손이 이런 행실이 있다는 말은 듣고 싶지가 않다. 용백고(龍伯高)는 돈후하고 신중해서 가려낼 말이 없다. 겸손하고 검소하며 청렴해서 위엄이 있다. 그래서..

고향이 어디세요?

고향이 어디세요?나호열 시인〮· 문화평론가 오래 전 ‘생활문화사’ 강의 시간에 ‘현대문명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소재로 학생들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소련(지금의 러시아)공산주의가 몰락하고 소련의 영향력 아래에 있던 몽고에 자본주의가 유입되면서 유목민들에게 거의 자급자족의 형태로 영위되었던 목축이 재산 축적의 수단이 되었다는 이야기, 그들이 기르던 양(羊)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초지가 부족해지고 풀이 자라던 지역이 사막화되면서 그 영향으로 우리나라에도 황사가 심해졌다는 이야기 끝에 몽고 사람들의 주거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아마도 수 천 년 동안 유목민들은 한 곳에 정주하기보다는 게르(Ger)나 빠오(包)라는 이동천막에서 생활하였기에 풀이 있는 곳, 광대한 자연이 그들의 고향이고 집이었던 셈..

사진으로는 경이로운 생명력을 표현하기 어려운 큰 나무

[나무편지] 사진으로는 경이로운 생명력을 표현하기 어려운 큰 나무  ★ 1,239번째 《나무편지》 ★   오늘 《나무편지》에서 이야기할 나무는 사진으로 그 경이로운 생김새를 온전히 표현할 수 없는 나무입니다. 경상북도기념물로 보호하는 〈청도 명대리 뚝향나무〉입니다. 뚝향나무는 향나무의 변종으로 위로는 기껏해야 3~4미터 정도 오르는 게 고작이지만, 옆으로 뻗어나가는 가지 펼침은 매우 장대한 나무입니다. 마치 앉아있듯이 낮게 깔린다 해서 앉은향나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북 지역에서 자라는 한국 특산종인데, 오래 전부터 둑을 보호하기 위해 많이 심던 나무여서 뚝향나무라는 이름으로 부르다가 굳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청도 명대리 뚝향나무〉는 효를 극진히 실천한 인물이어서 ‘절효(節孝)’라고 불..

“처음보는 중국 희귀유물 수만점 서울에… 놀랍고 착잡”

“처음보는 중국 희귀유물 수만점 서울에… 놀랍고 착잡” 문화일보입력 2024-07-01 11:40유휘(왼쪽 세 번째) 중국 고궁박물원 연구원이 서울의 다보성 갤러리에서 문징명, 석각의 서화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구팡(〃네 번째) 중국문화예술촉진회 주임과 김종규(맨 왼쪽)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김종춘(맨 오른쪽) 다보성 회장 등이 함께했다. 유선우 촬영·제공■ 중국 고미술전문가들 방한… ‘다보성’소장작품 둘러봐송·명·청대 도자기·서화 등당대 삶 드러낸 고품격 작품8·15뒤 일본인이 남기고 가소장품 단계적으로 공개예정“중국 희귀 유물이 한국에 이렇게 많은 걸 처음 알았습니다. 놀랍기 그지없습니다.”예페이란 중국 베이징 고궁(故宮)박물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28일 이렇게 말했다. 도자기 감정 권위자인 그는..

1933년 개업한 ‘제비’ 다방, 그 주인은 시인 이상이었다

1933년 개업한 ‘제비’ 다방, 그 주인은 시인 이상이었다중앙선데이입력 2024.06.29 00:01업데이트 2024.06.29 06:31근대 문화의 기록장 ‘종로 모던’〈끝〉 종로의 다방조선인이 처음 개점한 다방인 카카듀의 모습을 추정해 표현한 작품. [일러스트 김민호]1936년 1월 『조선중앙일보』에는 이용악의 ‘다방’이라는 시가 실려 있다. 당시 다방이 지닌 아우라를 표현한 시였는데, 아래와 같이 시작한다.바다없는 항해에 피곤한무리들 모여드는다방은 거리의 항구인용에서 시인은 다방을 고단한 삶의 여정에 지친 무리들이 모여드는 항구에 비유하고 있다. 이어지는 부분에서는 주머니를 턴 커피 한 잔에 고달픈 생각을 위로하는 공간이라고도 한다. 시에 나타난 것처럼 당시 다방은 한편으로 암울한 굴레와도 같았던..

유물과의 대화 2024.07.01

사라진 옛 기차와 철길, 32년 기관사 사진첩에선 오늘도 달린다

사라진 옛 기차와 철길, 32년 기관사 사진첩에선 오늘도 달린다중앙선데이입력 2024.06.29 01:25업데이트 2024.06.29 03:42허정연 기자 28일 철도의 날, ‘철도 덕후’ 류기윤 KTX 기장류기윤 한국철도공사 기장이 KTX 기관실에서 운행 준비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이 기관차는 딱 봐도 7000호대 초기형 새마을호예요. 후속 모델인 7100호대의 비둘기 도색과 엔진룸 난간이 없으니까요. 7000호대 기관차는 유선형 지붕에 파란색 띠 도색이 특징입니다. 이전까진 일본 기차처럼 지붕이 직각이었다가 미국제 디젤기관차 모습으로 바뀌었죠.”지난 25일 서울역에서 만난 류기윤(52) 한국철도공사 KTX 기장이 눈을 반짝였다. 그의 손엔 철도청 광고가 실린 1973년 10월 22일자 신문이 들..

장항역

장항역무궁화호 막차를 타고 장항에 갔네자정이 가깝고 선산은 멀어몇 걸음 앞에 다가온 강물에 눈을 씻었네삐걱거리는 여인숙 문풍지 바람소리밤새도록 나를 울렸네끝내  아버지 고향에 가지 못하고타고 온 기차에 도망치듯 몸을 숨겼네장항역에 내렸네 신성여인숙도 안 보이고 강물도 안보이네장항역은 장항에 없다네그렇지 오십년이 흘렀지# 서천신문 게제 예정

생전 장례식 치른 할머니, 오롯이 도라지꽃이 되다

생전 장례식 치른 할머니, 오롯이 도라지꽃이 되다 [김민철의 꽃이야기]김민철 기자입력 2024.06.25. 00:00   “나 죽은 뒤에 우르르 몰려와서 울고불고한들 무슨 소용이야. 살아 있을 때, 누가 누군지 얼굴이라도 알아볼 수 있을 때 한 번 더 보는 게 낫지.”홍민정 작가의 장편동화 ‘모두 웃는 장례식’에 나오는 할머니는 이렇게 말하며 돌아오는 자신의 75번째 생일에 생전 장례식을 치르겠다고 한다. 할머니는 유방암 암세포가 온몸으로 퍼져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할머니 치마에 수놓은 도라지꽃이 동화의 주인공은 초등학교 6학년 윤서다. 여름방학을 하자마자 엄마가 일하는 상하이로 떠날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할머니가 생전 장례식을 치르겠다고 하자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

서얼 차별 없었던 일부일처 사회

이익주의 고려, 또 다른 500년인구 감소 우려 다처제 주장, 부인들 눈치 보다 논의 중단중앙일보입력 2024.06.21 00:53서얼 차별 없었던 일부일처 사회이익주 역사학자“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니…” 세상 불쌍한 홍길동이 하는 말이다. 허균의 소설 『홍길동전』은 공전의 히트를 쳤고, 이 말은 지금까지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같은 아버지에게서 태어났는데 어머니의 신분 때문에 차별 대우를 받아야 했던 사람들, 이들을 ‘서얼(庶孽)’이라고 한다. 정실 부인이 낳은 자식인 적자녀(嫡子女)에 대비되는 서자녀(庶子女)와 얼자녀(孽子女)를 합친 말로, 어머니의 신분이 양인이면 ‘서’, 천민이면 ‘얼’이라고 했다. 얼은 곁가지란 뜻이다. 홍길동은 양반인 홍 판..

문화평론 2024.06.22

[근대 문화의 기록장 ‘종로 모던’] 3·1운동 이후 도서관 설립 확산

1920년 취운정에 경성 첫 도서관…유길준 ‘서유견문’ 낳았다중앙선데이입력 2024.06.15 00:20업데이트 2024.06.15 06:29[근대 문화의 기록장 ‘종로 모던’]  3·1운동 이후 도서관 설립 확산 집옥재와 팔우정. 왼쪽에는 서고인 팔우정, 오른쪽에는 이층 복도로 연결된 경복궁 집옥재가 있다. 집옥재는 현재도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작은도서관으로 운영 중이다. [사진 국립민속박물관]지식은 인류의 오랜 삶 속 경륜으로 쌓이고 또 쌓인다. 급기야 인쇄술의 발전을 거쳐 책으로도 긴 축적의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그 지식은 권력을 쥐거나 그에 가까웠던 계층의 전유물과 다름없었다. 근대는 그런 두텁게 쌓인 인류 지식의 접변(接邊)이 일반인에게 널리 퍼지는 과정과 함께 닥친다. 그 매개는 바로 ‘..

유물과의 대화 2024.06.22

김결 시집 『당신은 낡고 나는 두려워요』: 공극孔隙의 슬픔과 스며듦의 미학

공극孔隙의 슬픔과 스며듦의 미학 나호열 시인·문화평론가속을 드러내는 일은 언제나 자신이 없다 김결 시인의 첫 시집 『당신은 낡고 나는 두려워요』는 기의記意를 해체하는 독특한 발화發話를 통해 의식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기억을 더듬고 스스로를 위무하는 길을 탐색하고 있다. 마치 부손蕪村의 하이쿠 「거면居眠」, “꾸벅 졸면서/ 나에게로 숨을까/ 겨울나기여”처럼 결코 그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생의 고독함을 이겨 내기 위해 또 다른 타자인 자신의 의식 속으로 스며드는 독백인 것이다. 그래서 『당신은 낡고 나는 두려워요』는 존재 간의 공극―결코 결합될 수 없는 간극―을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당신과 나의 거리는 얼마가 적당할까사랑하다가 한날한시에 같이 묻혀도 간극은 있다― 「공극」 부분 시인의 이러한 ..

성공회 집안 김용철, 온수리교회 스테인드글라스 만들어

성공회 집안 김용철, 온수리교회 스테인드글라스 만들어중앙선데이입력 2024.06.15 00:23예술가와 친구들김용철, 1976년 온수리 작업실에서. [사진 김용철]화가 김용철(1949~)은 강화도 온수리 토박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본향인 강화도 온수리에서 자랐다. 여전히 작업실은 온수리에 있다. 지금은 강화도에 엄청난 숫자의 차량이 오간다. 다리가 없던 과거에는 육지와 완전히 고립된 섬이었다. 김용철은 온수리의 길상초등학교를 졸업하고 1961년 서울의 대광중학교에 진학했다. 서울로 가는 길은 멀었다. 우선 온수리에서 십리 떨어진 초지항까지 걸어가야 한다. 초지항에서 인천 연안부두로 가는 배는 물때를 맞추어야 했기에 출항 시간이 일정하지 않았다. 겨울에는 한강과 임진강에서 흘러온 커다란 얼음 덩어리가 꽝꽝..

문화평론 2024.06.16

사람도 풍경도 아름다운 전남 고흥

쪽빛 절경 품은 산봉우리, 옛이야기 간직한 섬들… 놀러왔다 눌러앉고 싶은 곳[박경일기자의 여행]문화일보입력 2024-06-13 09:11업데이트 2024-06-13 09:47고흥의 진산(鎭山)인 팔영산 제7봉 칠성봉 정상 능선에 올라서서 지나쳐 온 봉우리를 뒤돌아봤다. 발을 딛고 있는 곳이 제7봉인 칠성봉이고, 왼쪽의 봉긋한 암봉이 제6봉인 두류봉, 오른쪽 저 아래가 제5봉인 오로봉이다.■ 박경일기자의 여행 - 사람도 풍경도 아름다운 전남 고흥여행객이 꼽은 ‘살고 싶은 곳’텃세없고 외지인에게도 호의적갯벌체험 등 ‘촌캉스’로도 딱이순신 첫 근무지 ‘무인의 고장’‘고흥서 힘자랑 말라’는 얘기도프로레슬러 김일체육관도 명소고흥10경 중 제1경 ‘팔영산’등지느러미 같은 여덟개 암봉능선 오르면 바다경관 펼쳐져알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