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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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래 시인의 시통공간(詩通空間).271 - 나호열

조승래 시인의 시통공간(詩通空間).271 - 나호열기자명 뉴스경남  입력 2025.02.10 10:17 수정 2025.02.10 18:10 댓글 0가만히 다가오는 것들나 호 열꽃 피는 순간을 보려다 설핏 잠들었을 때기척도 없이 내 몸을 감싸는 어둠처럼얼굴에 내려앉는 시간의 발자국처럼가만히 다가오는 것들이 있다어느날 예고도 없이 떨어져 나간 문고리처럼그렇게 슬픔으로가만히 다가오는 것들이 있다그렇게내게 남은 꿈은 꿈꾸지 않는 일이다한 번도 만나지 못한 당신과 이별하듯가만히 다가오는 것들은나의 어리석음을 알려주는 자명종이다- (시와정신, 2024 겨울)◇ 시 해설나호열 시인의 시어 ‘가만히 다가오는 것’을 가만 생각해 보면 느낌이 온다. 꽃이 피면서 갑자기 확 피지 않고 노을 지고 어둠이 와도 절벽처럼 갑자기..

카테고리 없음 2025.02.27

물음을 견디는 노력

[철학 쪽지]물음을 견디는 노력국민일보 2024. 12. 28. 00:32 박은미 철학커뮤니케이터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연설은 마치 한 편의 단편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작가는 상당한 시간을 들여 소설을 쓰는데 그만큼의 인생과 맞바꿔도 좋다고 결심할 만큼 중요하고 절실한 질문들 속으로 들어가 머물 수 있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의 연설내용 중 철학을 하는 나에게 꽂힌 문장은 “하나의 장편소설을 쓸 때마다 나는 질문들을 견디며 그 안에 산다”는 문장이었다.철학은 물음의 학, 즉 좋은 물음을 묻는 능력을 훈련하는 학문이다. 그런데 현실을 살아내야 하는 우리는 물음을 회피하고 싶어진다. 물음을 묻기보다는 빠른 답을 얻고 싶어진다. 대학에서 강의할 때 ‘물음의 힘’에 대해 설명하면서 물은 적이 ..

철학 강의실 2025.02.27

동해 묵호 ‘추억 여행’

명태 그득했던 덕장, 북적이던 로터리… 겨울 끝자락에 떠올린 ‘눈부신 옛 풍경’[박경일기자의 여행]문화일보입력 2025-02-27 09:10묵호항 일대가 내려다보이는 덕장마을의 가장 높은 자리에서 본 모습. 사진 왼쪽 등대 아래가 누추하고 좁은 달동네 골목에다 벽화를 그려 넣어 관광명소가 된 ‘논골담길’이다. 사진 오른쪽은 묵호의 과거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주택가.■ 박경일기자의 여행 - 옛모습 사라지기 전에… 동해 묵호 ‘추억 여행’몇년새 관광명소 된 ‘논골담길’묵호 중심이었던 ‘발한 삼거리’술집·백화점·극장 사라졌지만과거의 풍경 박제된 듯한 골목허름해보이는 6층 삼본아파트영화 ‘봄날은 간다’ 촬영하기도밤새 내린 눈에 눈부신 백사장푸른 바다 앞 ‘망상캠핑리조트’동해=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p..

20세기의 유산, 공산주의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

20세기의 유산, 공산주의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중앙일보입력 2025.02.27 00:28지면보기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나는 비교적 많은 여행을 했다. 목적이 있는 여행이었기에 배우고 얻은 것도 많았다. 1961~1962년, 1년 가까이 미국에 머물렀고 유럽을 거쳐 귀국했다. 세계여행을 한 셈이다. 10년이 지난 72년에도 한 학기를 미국 대학에 가 있었고, 두 번째 세계여행을 시도했다. 40세부터 90을 넘길 때까지 공산 러시아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를 찾아보았다. 그러는 동안에 20세기 들어 공산 국가들의 탄생과 쇠퇴의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 과정에서 세계의 정신문화와 ..

문화평론 2025.02.27

‘월광’을 연주하듯 ‘풀’을 낭송하면

‘월광’을 연주하듯 ‘풀’을 낭송하면중앙일보입력 2025.02.27 00:20                                                                               성민엽 문학평론가베이다오는 지난 50년간의 중국 시를 대표하는 시인입니다. 망명 시인으로 유명한 그는 시가 난해하기로도 유명한데, 자신의 시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나는 내 시의 의미를 모른다”라고 답한 적이 있습니다. 시의 의미는 시인의 의도와 같은 것이 아니며, 시인의 의식적 및 무의식적 의도를 벗어나 시와 독자 사이에서 새롭게 생성되는 것이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한국 현대시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인 김수영의 ‘풀’은 시의 의미라는 문제를 검토하는 데에 좋은 예가 되어 줍니..

김부식과 삼국사기

[신문은 선생님] [뉴스 속의 한국사] 이자겸·묘청의 난 겪은 고려, 혼란 정리하려 역사서 만들었죠김부식과 삼국사기유석재 기자기획·구성=윤상진 기자입력 2025.02.27. 00:50  현재 우리나라에서 전해지는 책 중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서인 ‘삼국사기(三國史記)’의 일부가 경매에 나왔다는 뉴스가 나왔어요. ‘삼국사기’는 1573년 경북 경주 일대에서 인쇄한 옥산서원 소장본, 옥산서원 판본과 비슷한 목판을 1512년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판본 등 50권 9책을 갖춘 완질본(권수가 완전하게 갖추어진 책) 2건이 국보로 지정돼 있습니다. 이번에 나온 ‘삼국사기’ 일부는 16세기 후반 자료로 알려졌어요. 5권 분량인데 시작가는 1억5000만원이었답니다. ‘삼국사기’는 과연 어떤 책일까요?삼국사기를 쓴 고려 ..

유물과의 대화 2025.02.27

‘눈부신 햇살’

‘눈부신 햇살’      나호열(1953- ) 아침에 눈부신 햇살을 바라보는 일이 행복이다눈뜨면 가장 먼저 달려오는해맑은 얼굴을 바라보는 일이 행복이다아무도 오지 않은아무도 가지 않은새벽길을 걸어가며꽃송이로 떨어지는햇살을 가슴에 담는 일이 행복이다 가슴에 담긴 것들 모두 주고도더 주지 못해 마음 아팠던사랑을 기억하는 일이 행복이다  인간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생명의 고귀함과 자연과의 일체감을 누리는 것이라 시인은 외치고 있다. 거슬러 올라가 생명의 근원은 빛, 그 햇살은 밝음과 열, 공기와 물을 거느리고 모든 생명 자체를 조건없이 공평하게 녹색으로 키운다. 생명 전체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문명의 폐해,인간의 이기심이 망가뜨린 자연의 질서는 인간만이 회복시킬 수 있다는 생명사상이 우리의 반성을 촉구하고 ..

[218] 십년독서(十年讀書)

[정민의 세설신어] [218] 십년독서(十年讀書)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입력 2013.07.10. 03:05  밤낮 책만 읽는 허생을 보던 아내는 부아가 끓었다. 꽁한 표정으로 한마디 던진다. "그깟 책은 읽어 뭐하우. 밥이 나와, 쌀이 나와." 허생은 책에서 눈도 떼지 않고 건성으로 대답한다. "공부가 아직 부족해." "식구들 쫄쫄 굶기면서 책을 읽고 있으면 배가 부른가 보지? 물건을 만들든가, 장사라도 하든지." "기술도 밑천도 없는 걸 어찌 하나." 하는 말마다 염장을 지른다. "밤낮 글 읽더니 못 한다는 말만 배웠소? 차라리 도둑질이라도 배우든지." 견디다 못한 허생이 책을 탁 덮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안타깝다. 내 십년독서가 이제 겨우 7년인데 나머지를 못 채우는구나."그는 뭐가 애석했..

설악산 울산바위

[신문은 선생님] [산 이야기] '바위 거인'이 다가오는 듯한 압도감… 속초 시내에서도 잘 보인대요설악산 울산바위신준범 월간 산 기자입력 2025.02.24. 00:30업데이트 2025.02.25. 11:14   지난해 2월 눈에 뒤덮인 설악산 울산바위. 울산바위는 최고봉 높이가 873m, 둘레가 4㎞에 이르는 큰 돌산으로, 강원도 속초 시내에서도 보인답니다. /속초시 지난달 산악인들 사이에 슬픈 소식이 전해졌어요. ‘설악산 사나이’로 불린 유창서 산장지기가 87세로 사망했다는 소식이었지요. 그는 1971년부터 2009년까지 약 40년간 설악산에서 산장을 운영하고 설악산 구조대의 초대 대장으로 활동하며 400명 이상을 구조한 분이에요. 수십 년간 설악산 자연보호에도 앞장섰는데, 지금도 바람이 되어 설악산..

[나무편지] 발맘발맘 다가온 봄꽃의 경이로움 … 지금 이 순간의 풍년화

[나무편지] 발맘발맘 다가온 봄꽃의 경이로움 … 지금 이 순간의 풍년화   ★ 1,276번째 《나무편지》 ★   중부지방에서도 고로쇠나무 수액 채취를 시작했다는 뉴스가 눈에 들어옵니다. 지난 한 주 내내 바람 차가웠어도, 봄은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왔습니다. 남녘에서는 벌써 복수초 노루귀 바람꽃, 그리고 매화까지 피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왔어요. 봄입니다. 기온도 낮았고, 길 위의 바람이 차가웠지만, 봄을 기다리는 마음 때문이었는지 무언지 모를 봄 기운을 또렷이 느낄 수 있었던 지난 며칠이었지 싶습니다. 그렇게 봄은 우리 안에 서둘러 스며듭니다. 여름 길어지고 봄 짧아진다는 예보대로라면 풀과 나무들도 서둘러야 할 겁니다. 오늘의 《나무편지》에서는 지난 주에 다녀온 천리포수목원의 봄꽃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

시는 깨달음의 경전이 아니라 가슴으로 쓰는 기도문이다.

나의 시, 나의 시론나호열  북 북은 소리친다속을 가득 비우고서가슴을 친다한 마디 말밖에 배우지 않았다한 마디 말로도 가슴이벅차다그 한 마디 말을 배우려고북채를 드는 사람이 있다북은 오직 그 사람에게말을 건다한 마디 말로평생을 노래한다   - 『당신에게 말걸기』 (2007) 시는 깨달음의 경전이 아니라 가슴으로 쓰는 기도문이다.나호열 시 공부에 입문한 지 오십 년, 고희를 맞이하여 시선집『울타리가 없는 집』(2023)를 냈습니다. 첫 시집『담쟁이덩굴은 무엇을 향하는가』(1989)를 발간한 이후 시집『안부』(2021)까지 21권의 시집 중에서 200편을 선정하기로 하고 작품을 고르기 시작했습니다, 얼추 천 오백 편의 시에서 어떻게 골라낼까 고심을 했는데 의외로 짧은 시간에 선정 작업이 끝났습니다. 내게는 ..

미나리도 꽃이 핀다 ---정희경

문철수의 시로 보는 세상서천신문 기사입력 2025-02-14 10:12 미나리도 꽃이 핀다 ---정희경  개망초 흐드러져 둔덕에 꽃이 피고베이고 베인 몸 미나리도 꽃이 피네흰 물결 출렁이는 팔월 뭇별들이 내렸나발목을 담근 물에 베인 자리 싹이 올라속 비운 투명의 피 초록의 저 몸부림기다림 흰 꽃으로 피네 미나리도 꽃 피네 돌봄을 받지 않아도, 관심을 두지 않아도 때가 되면 대지를 하얗게 수놓는 꽃이 있다. 학술적으로 개화시기가 6월에서 7월까지라지만 반년 이상은 피고지고를 반복한다. 대접받지 못하지만 참 끈질긴 꽃 개망초다.요즘 새롭게 생겨난 풍자 단어 하나가 ‘키세스단’이다. 영하의 아스팔트 위에서 알루미늄 은박지를 몸에 두르고 자신의 뜻을 온몸으로 부르짖는 분들을 초콜릿 제품에 비유한 것이다. 판박이..

공부할 시 2025.02.20

경북 경산

지극정성 부모의 기도 들었나…‘학사모 쓴 부처’ 붉게 떠오르다[박경일기자의 여행]문화일보입력 2025-02-20 09:18업데이트 2025-02-20 09:19동틀 무렵의 팔공산 갓바위. 갓바위 부처가 그윽하게 세상을 굽어보고 있다. 팔공산은 대구와 경계를 이루고 있지만, 갓바위는 경산에 있다. 가장 짧게 오를 수 있는 코스도 경산 쪽이다.■ 박경일기자의 여행 - 수험생들의 소원 깃든 곳… ‘경북 경산’대구 - 경산 경계 위치한 갓바위‘한 가지 소원 들어준다’ 전설에입시시즌이면 학부모들로 붐벼수직 벼랑끝 바위굴 속 홍주암무협지 나올 법한 기이한 모습시청도 백화점도 사라진 서상길주민들 ‘이발소’라도 간직하려십시일반 모아 작은박물관 세워카페로 변신한 ‘안 부잣집 한옥’담장 너머 ‘노거수 라일락’ 장관경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