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혼자 중얼거리다 185

스승의 날

오래된 메일함을 정리하다가 한 통의 메일을 빌견했다. 날짜를 보니 2002년 6월 말쯤이다. 어느 학생이 기말고사가 끝난 후 수강 소감을 보낸 것이다. 기말고사가 끝나면 제일 머리 아픈 것이 성적처리인데 이 학생은성적 처리마감 이후에 편지를 보냈다. 성적이 이상하다는 둥, 성적을 올려달라는 둥 적지 않은 학생들의 민원에 시달리던 기억도 떠오른다.교수로서 학생들에게 엄격하기도 했지만 때로는 학생들에게 배운 것도 많다.  다 지난 일이다.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번 1학기때 수원캠퍼스에서 교수님의 "철학의 이해"를 수강하였던 학생입니다. 제가 교수님께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까닭은 다름이 아니라 진심으로 교수님의 수업을 참 감명 깊게 들었기 때문입니다. 올해 대학이라는 곳에 처음 와서 전공을 포함한 여러가지 과..

탑과 나무가 있는 풍경

🌿 탑과 나무가 있는 풍경 나호열 얼마동안이나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서 있었니? 바람의 수작에 울컥 꽃을 토해내거나 균열을 일으키며 모서리가 떨어져 나가는 풍경 속의 고요를 담아낸 하늘은 저리도 고운데 아무 것도 동여매지 못한 허리띠 같은 길이 숨는다 죽은 채로 태어나 그냥 사는 일과 흙에 목숨을 대고 태어나 죽어가는 일이 서로를 닮으려는 엇갈린 꿈이다 뼈와 살을 덜어내고 서로에게 그림자를 걸치며 봄을 지나가고 있다 늙는 것이 아니라 낡아가는 기쁨을 누리며 또 우리는 얼마나 서로를 바라보고 있어야 하니? 사람과 나누는 대화보다 나무나 바위처럼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세월을 들려주는 무언의 대화가 좋다 어느 해 어느 월 의성 조탑동 전탑을 보고 의성읍 탑리 학교가 내려다 보이는 탑리 5층 석탑과 눈을 마주..

화개 花開

419국립묘지에 몇 그루 매화나무가 있다 팻말에는 매실나무라 쓰여있다. 꽃 필때 혹은 관상이 주가 될 때는 매화나무요, 열매가 열릴 때 혹은 매실수확을 주로 할때는 매실나무라 부른다. 화개 花開 혼자보다는 둘이 좋고 둘보다는 여럿이 좋았을 때 지나고 가지 끝에 한 송이 매화에 그믐달이 숨네 미련없이 떠나는 인연은 홀연히 흩날리고 그래도 활짝 웃어는 봐야지 그윽하게 퍼지는 문 여는 소리 화개

조롱 받는 새

할 말은 많은데 말문을 열 수 없는 날이 있다. 말하자니 변명이고 한 마디 더하면 거짓말장이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날 오래 전 시가 나를 위로해 준다 조롱 받는 새 슬퍼도 울고 기뻐도 울고 노래해도 운다고 조롱 받는다 조롱 속에서 사람들이 조롱 밖의 새에게 한 웅큼의 모이와 물을 준다 너에게 자유가 있어야 할 텐데 《 낙타에 관한 질문 》(리토피아 2004)

그리움

옛날 성동역에서 출발한 경춘선 열차가 정차하던 신공덕역 부근 문득 그리뭄이라는 단어가 그리워져서 마구 달려갔다. 기차는 저 앞에 세월은 더 그 앞에... 공릉동 철길 공원 따미 카페 그 겨울의 찻집에[는 아직 늙어보지 못한 청춘 몇몇 ... 공릉동 철길 공원 따미 카페 앞 (방학동 발바닥 공원 언저리에도 있다) 날개만 남겨두고 떠나버린 나 아닌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