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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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의 나무편지 148

이십 리마다 한 그루… 우리의 관심 밖에서 사라져가는 것들

[나무편지] 이십 리마다 한 그루… 우리의 관심 밖에서 사라져가는 것들 ★ 1,219번째 《나무편지》 ★ 가만가만 상상해 봅니다. 그저 상상입니다. 길을 걷다가 눈에 익숙한 한 그루의 나무를 만나는 경우 말입니다. 어린 시절 동무들과 숨바꼭질하며 놀던 큰 나무를 만난다고 하죠. 다른 건 둘째 치고 우선 나무를 보고, “아, 이제 다 왔구나” 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골목을 따라가면서 울타리 곁에서 잘 자란 팔손이의 너른 잎사귀들을 스치고, 이어지는 담장 아래 쪽에 옹색하게 마련한 화단에서 피어난 채송화 분꽃 바라보며 조금 더 걷습니다. 화단 끝 자락에서 능소화가 덩굴을 이뤄 담벼락을 휘감고 오른 집이 나오는데, 그 집 안쪽에서 걸음 소리에 반가운 큰 개가 온 마을이 울리게 ‘컹컹’ 짖습니다. 그 집이 바로..

[나무편지] 낯섦 혹은 새로움으로 맞이한 큰 나무와 오래된 《나무강좌》

[나무편지] 낯섦 혹은 새로움으로 맞이한 큰 나무와 오래된 《나무강좌》 ★ 1,218번째 《나무편지》 ★ 고향에 잘 다녀오셨지요. 어머니 아버지 안부도 잘 살피셨지요. 저는 이번 설 연휴 앞에 몸살 감기를 앓았습니다. 조금 힘든 몸살이었습니다. 혹시라도 가족에게 전염이라도 될까 저어되어 제사는 어찌하나 걱정했는데 제사에 참여하기 위해 찾아와야 할 다른 가족들 가운데 어린 아기까지 심한 감기에 걸렸다기에 아예 다 취소하고 그냥 평소의 휴일처럼 지내게 됐습니다. 다행히 조금 나아진 상태로 연휴를 보내기는 했습니다만, 갈수록 회복의 속도가 늦어지는 게 조금은 서글픕니다. 설 연휴 지나면서 다시 또 한 가지 알려드릴 일부터 전하겠습니다. 바로 내일 2월의 둘째 수요일의 일입니다. 잘 아시는 이야기입니다만, 부천..

언 땅을 뚫고 일어서는 꽃들과 함께 하는 더 싱그러운 봄마중

[나무편지] 언 땅을 뚫고 일어서는 꽃들과 함께 하는 더 싱그러운 봄마중 ★ 1,217번째 《나무편지》 ★ 설 앞입니다. 해마다 《나무편지》에서 드리는 말씀인데요. 우리는 음력 설을 쇠는 바람에 ‘새해 인사’를 꼭 두번씩 할 수 있어 더 좋습니다. 그래서 다시 인사 올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설 지나면 이제는 곧바로 봄 마중 채비를 해야 합니다. 대개의 경우 설날은 2월에 들어있고, 2월은 여느 달보다 짧고 빠르게 지납니다. 그러면 3월, 학교의 대문이 활짝 열리고, 꽃샘바람 다가온다 해도 봄입니다. 게다가 입춘도 지났으니까요. 오늘 《나무편지》에서는 그래서 ‘봄 마중’ 채비로 준비한 천리포수목원의 프로그램을 소개합니다. 뭐 지난 해 여름부터 이어온 거니, 그리 대단한 건 아닙니다. 함께 ..

조용히 꿈틀거리지만,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겨울 숲

[나무편지] 조용히 꿈틀거리지만,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겨울 숲 ★ 1,215번째 《나무편지》 ★ 바닷가 겨울 숲에 다녀왔습니다. 천리포수목원입니다. 겨울 숲은 언제라도 평안합니다. 월든의 헨리 데이빗 소로가 겨울 숲을 좋아한 건 무성했던 잎 내려놓고, 솔직하게 드러낸 나무의 속내를 그대로 오래 바라볼 수 있는 때문이었지만, 천리포수목원의 겨울 숲이 좋은 건 무엇보다 한적하다는 겁니다. 이곳을 처음 찾았던 26년 전만 하더라도, 일반인의 출입을 제한하던 때여서, 언제라도 한적했습니다만, 요즘은 그때만큼 한가로운 날은 전혀 없습니다. 고작해야 사람들의 발길이 비교적 뜸한 이 계절이 그나마 한적하다 할 수 있습니다. 빈곤퇴치를 비롯해 집 없는 이들을 위한 노숙인 지원단체를 설립하고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작은 꽃

[나무편지]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작은 꽃 ★ 1,214번째 《나무편지》 ★ 뜬금없이 따뜻한 봄볕 받고 피어나는 제비꽃이 떠올랐습니다. 봄볕이 그리웠던 모양입니다. 사진첩에서 제비꽃 사진을 뒤적여 끄집어냈습니다. 더없이 화려한 빛깔로 피어난 꽃인데, 그들이 마침 자리잡은 곳들은 그야말로 ‘아무데나’ 였습니다. 누가 일부러 심어 키우지 않아도 알아서 저절로 아무데나 찾아가 뿌리 내리고 주어진 생명의 한 살이를 말없이 살아가는 풀꽃입니다. 가만히 돌틈에서 피어난 제비꽃 바라다보며 겨울 날의 이른 아침을 맞이합니다. 하드디스크를 좀더 뒤적여 보니, 시인 안도현의 ‘제비꽃에 대하여’라는 시(詩)도 눈에 띕니다.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간다”로 시작하고는 “제비꽃에 대..

물가에 서 있는 옛 ‘훈장님’이 심어 키운 함양 목현리 구송

[나무편지] 물가에 서 있는 옛 ‘훈장님’이 심어 키운 함양 목현리 구송 ★ 1,213번째 《나무편지》 ★ 2024년 새해 첫 주, 잘 보내셨지요. 오늘 《나무편지》에서는 먼저 지난 《나무편지》에서 잘못 적은 내용부터 고치고 시작하겠습니다. 새해 첫 편지인 지난 주 《나무편지》는 별다른 내용 없이 ‘새해 인사’만으로 짧게 채웠습니다. 일단 초고를 만들고, 사진을 넣어 html 코딩을 마친 뒤에 평소처럼 한번 더 살펴보니, 고쳐야 할 문장과 오탈자가 눈에 띄었습니다. 다시 살펴보면서 잘 고치기는 했습니다. 그래놓고는 홈페이지 솔숲닷컴에는 고친 파일을 올렸는데, 아뿔싸! 《나무편지》를 발송하는 메일링시스템에는 고치기 전 파일을 업로드하고 말았습니다. 문장이 엉망이었던 건 둘째 치고, 《나무편지》를 오래 이어..

2024년입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나무편지] 2024년입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1,212번째 《나무편지》 ★ 2024년입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나무와 더불어 풍성하고 건강한 나날 이어가시기 바랍니다. 그 곁에 《나무편지》가 함께 할 수 있음을 더 없이 큰 영광과 감사로 마음 깊이 간직하겠습니다.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제게도 올에 해야 할 일들이 적지 않습니다. 지난 해에 마음먹었지만 채 마무리하지 못한 일도 있고, 또 새로 시작해야 할 일도 있습니다. 모두가 우리 곁의 큰 나무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뜻을 새기는 일입니다. 직장에 갑작스레 사표를 내고 나무를 찾아다닌 지 26년째입니다. 제대로 된 준비도 갖추지 못한 채 《나무편지》를 처음 띄운 건 2020년 5월 8일이었으니, 그것만도 25년 된 일입니다. ..

풍요로운 나무와 함께 2024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나무편지] 풍요로운 나무와 함께 2024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1,211번째 《나무편지》 ★ 성탄절, 즐거이 잘 보내셨는지요. 마침 성탄절이 월요일이어서 토일요일에 이어서 사흘 내내 쉴 수 있었던 풍요로운 연휴를 보내시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2023년 한해가 다 지나갑니다. 며칠 안 남은 2023년의 며칠 동안은 아마도 지난 한 해를 마무리하기보다는 다가오는 새해를 어찌 맞이할 것인가를 궁리하는 데에 더 많은 생각을 들여야 하겠지요. 언제나 지나온 것을 돌아보기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것을 계획하고 대비하는 게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니까요 올 한해의 《나무편지》도 오늘로 마무리하게 됩니다. 다음 주에 띄우게 될 다음 《나무편지》는 2024년 새해 첫 편지가 되겠지요. 그러니까 〈진천 신척리 ..

‘머무르고 싶은 곳’ 고창에서 만난 싱그러운 개울가 큰 숲

[나무편지] ‘머무르고 싶은 곳’ 고창에서 만난 싱그러운 개울가 큰 숲 ★ 1,209번째 《나무편지》 ★ 사람 좋아하는 데에 꼭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니듯이, 마을을 좋아하는 데에도 굳이 내세울 이유가 따로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올 한햇동안에도 꽤 많은 마을을 돌아다녔는데요. 그 중에 유난히 정이 드는 마을이 있어서 꺼낸 말입니다. 전라북도 고창군이 그런 곳이었습니다. 딱히 고창군을 좋아하는 단 하나의 이유를 내세울 수 없다 하더라도 따지고 들자면 많은 이유를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굳이 어느 하나를 딱 짚어서 이야기하기 어려울 뿐이라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사실 전라북도 고창군은 생태적인 환경에 친근감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정이 들지 않을 수 없는 아름다운 고장입니다. 여름부터 겨울..

‘인조대왕 계마행’으로 불리는 특별한 은행나무의 노란 가을

[나무편지] ‘인조대왕 계마행’으로 불리는 특별한 은행나무의 노란 가을 ★ 1,208번째 《나무편지》 ★ 바람 매섭던 한 주일 잘 보내셨겠지요. 주말에 머물렀던 강원도 춘천과 경상북도 봉화는 아침 기온이 영하 8도, 영하 12도까지 내려갔습니다. 추울 것이라는 예보는 알고서도 바보처럼 옷을 제대로 챙기지 못해 이틀 내내 매운 바람에 덜덜 떨며 지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좋은 사람, 좋은 나무, 좋은 이야기로 가득 채워진 이틀이었기에 차가운 바람 너끈히 이겨낼 만큼 따뜻했습니다. 이제 한 해의 끝자락인 십이월, 겨울입니다. 그냥 보내기 아쉬운 지난 가을의 나무 이야기로 이 아침의 《나무편지》 띄웁니다. 지난 주 《나무편지》에서 알려드린 〈부천 상동도서관 나무강좌〉 소식, 한번 더 전해드리고 나무 이야..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길’과 부천의 ‘상동도서관 나무강좌’

[나무편지]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길’과 부천의 ‘상동도서관 나무강좌’ ★ 1,207번째 《나무편지》 ★ 한 주간, 기껏해야 이레밖에 안 되는 동안에 날씨가 깜짝 놀랄 만큼 오락가락했습니다. 남쪽 지방인 전라남도 담양에서 보낸 지난 수요일과 목요일은 늦여름 못지 않게 따뜻해 웃옷을 벗어놓고 다닐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다음 날인 금요일의 강원도 춘천에서는 한겨울 복장도 모자라지 싶을 만큼 바람이 차가웠습니다. 언제나 온기가 배어 있는 도서관에서조차 겉옷을 벗어놓지 못했지만 옷깃을 스미는 한기를 견디기 힘들었어요. 계절의 온전한 흐름이 붕괴되어버린 즈음입니다. 그야말로 정신 바짝 차리고 맞이해야 할 날들입니다. 오늘 《나무편지》에서는 우선 지난 2017년 봄부터 지금까지 다달이 한 차례씩 이어가고 ..

마로니에, 가시칠엽수, 서양칠엽수, 일본칠엽수 …… 그리고 칠엽수과자

[나무편지] 마로니에, 가시칠엽수, 서양칠엽수, 일본칠엽수 …… 그리고 칠엽수과자 ★ 1,206번째 《나무편지》 ★ 옛날에 많이 부르던 노래에 ‘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겠지’로 시작하는 노래가 있습니다. 철따라 피고 지는 ‘마로니에’ 이야기로 시작하는 노래입니다. 그때는 그랬습니다. 이 나무의 통일된 우리 이름이 없었던 시절이었으니까, 처음 이 땅에 들어올 때의 그곳에서 부르던 이름을 그대로 부르는 게 뭐 별다를 일 아니었지요. 게다가 ‘마로니에’라는 외국어 이름에서 배어나오는 이국정서가 묘하게 다가와 더 근사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마로니에 공원’이라는 이름은 그 노래가 아니라도 많이 불리던 이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말 이름이 버젓이 있는 경우에도 외국어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는 나무도 있습니..

날씨의 혹독한 혼란 속에서 불현듯 떠오른 이른 봄 노루귀 꽃

[나무편지] 날씨의 혹독한 혼란 속에서 불현듯 떠오른 이른 봄 노루귀 꽃 ★ 1,205번째 《나무편지》 ★ 영하의 날씨를 몰고온 가을 초임의 바람이 몹시 맵습니다. 이제 고작해야 십일월 중순이건만 옷깃에 스미는 바람은 엄동설한을 품었습니다. 열흘 쯤 전인 십일월 초에는 경북 경주의 기온이 27.2도까지 오르며 무더위를 보인 날씨가 입동 지난 이번 주에는 영하 7도까지 뚝 떨어졌습니다. 고작 열흘 정도 사이에 무려 30도 이상의 기온 차이가 납니다. 이럴 수 있는 건지, 이래도 되는 건지 ……. 걱정입니다. 가을비 내리고 추워진다는 예보가 있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짐작하지 못했습니다. 한겨울에나 입어야 할 겨울 옷들을 끼어입고 아침 바람을 맞이합니다. 지난 주 월요일에 띄운 천이백네 번째 《나무편지》..

비 내리고, 바람 불어 … 우리의 가을이 서글피 떠나갑니다

[나무편지] 비 내리고, 바람 불어 … 우리의 가을이 서글피 떠나갑니다 ★ 1,204번째 《나무편지》 ★ 비 차갑게 내리고, 바람 세차게 불어 …… 또 하나의 가을이 떠나갈 채비를 마무리합니다. 지구 반대편 유럽에는 세 시간 동안 이백 밀리미터의 물폭탄을 동반한 태풍으로 전례 없는 피해를 받았다는 심상치않은 뉴스가 눈에 띄는 아침입니다. 종작없는 계절의 흐름에 마음은 편치 않습니다. 어쨌든 우리 곁에 잠깐 머무른 가을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고, 결국은 여름도 가을도 우리 곁을 떠납니다. 그리고 다시 또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나무와 함께 맞이하게 되겠지요. 올 단풍은 여느 가을에 비해 신통치 않았다고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십니다. 원주시의 유난스러운 홍보와 ‘은행나무 축제’ 때문에 ‘원주 반계리 은행나..

온갖 벌 나비와 하나 되어 이룬 생명의 환희, 가을의 서정

[나무편지] 온갖 벌 나비와 하나 되어 이룬 생명의 환희, 가을의 서정 ★ 1,201번째 《나무편지》 ★ 나무들처럼 이 가을을 매우 분주하게 보내는 중입니다. 매오로시 봄과 가을은 언제나 그렇습니다. 모두 잘 지내셨지요. 아침에 띄울 《나무편지》를 이제야 올립니다. 지난번 《나무편지》에서 말씀드렸던 ‘일본의 큰 나무 답사’는 즐거이 잘 다녀왔습니다. 지난 화요일 저녁에 돌아왔는데요. 그 다음 수요일부터 연달아 이어지는 일정이 빽빽이 채워져 있는 바람에 닷새 동안 푸지게 만났던 나무들의 사진조차 여태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어제는 ‘천리포수목원’에 다녀왔습니다. 천리포 숲에는 이 계절이면 반드시 피어나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꽃 ‘진다이개미취’ 꽃이 한창입니다. 바로 위의 사진입니다. 진다이개미취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