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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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의 나무편지 174

숲에 펼쳐진 생명의 비밀과 Wood Wide Web 의 치명적 ‘오류’

[나무편지] 숲에 펼쳐진 생명의 비밀과 Wood Wide Web 의 치명적 ‘오류’  ★ 1,253번째 《나무편지》 ★   기온이 갑자기 떨어졌다 싶어, ‘가을인가’ 싶기는 한데, 그래도 낮에 조금만 걸어도 땀이 송송 솟아오르는 건 여전합니다. 물론 햇살이 덜 따가운 게 사실이기는 해요. 기상청의 ‘가을’ 기준에 이르려면 앞으로 보름 쯤 더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루 평균 기온이 높아서는 아무래도 올 가을 단풍도 그리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따라옵니다. 엊그제 소개해드린 책 《육두구의 저주》은 이런 시기에 맞춤한 책이었지 싶습니다. 안타깝게도(이건 내게만 그런 거겠지만요) ‘박경리 문학상’의 최종 수상은 프랑스 작가에게 돌아갔습니다만, 그래도 아미타브 고시는 주목해야 할 ..

〈박경리문학상〉후보인 인도 작가가 짚어본 기후위기의 본질

[나무편지] 〈박경리문학상〉후보인 인도 작가가 짚어본 기후위기의 본질  ★ 1,252번째 《나무편지》 ★   엊그제 《나무편지》에서 미리 말씀드린 것처럼 주중에 《나무편지》 한번 더 올립니다. 기후 위기에 대한 특별한 책 《육두구의 저주》 이야기입니다. 나무 이야기를 기다리시는 분들께는 번거롭게 해 드리는 일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나무를 이야기하면서 ‘기후’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니, 번거로워 마시고 편안히 받아들여주시기 바랍니다. 더구나 지난 주 추석 연휴를 보내시면서 ‘날씨’ 이야기를 하지 않은 분이 없으실 듯도 한 계제이니, 맞춤한 이야기가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듭니다. 갈수록 붕괴 일로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나무 이야기’가 아니라 해도 기후 상황에..

[나무편지] 풍요로운 한가위 명절 연휴, 즐거이 보내세요!

[나무편지] 풍요로운 한가위 명절 연휴, 즐거이 보내세요!  ★ 1,250번째 《나무편지》 ★   한가위 명절 연휴 한복판입니다.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 고향 가시는 길, 어디쯤이실지 모르겠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모두 뵙고, 서둘러 돌아오시는 길일 수도 있겠지요. 모두에게 풍요로운 우리의 명절 한가위입니다. 이미 지난 금요일 저녁부터 고향 가는 길이 분주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어디에 계시든 풍요로운 명절 연휴, 즐거이 보내시기를 바란다는 인사 올립니다.   고맙습니다.2024년 9월 16일 추석 전 날 아침에 1,250번째 《나무편지》 올립니다.  - 고규홍 드림

백년 쯤 전 …… 우리나라에서 가장 처음 심은 칠엽수 종류

[나무편지] 백년 쯤 전 …… 우리나라에서 가장 처음 심은 칠엽수 종류  ★ 1,248번째 《나무편지》 ★   굳이 날짜까지 헤아려 보지는 않았지만, 서울 나들이는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늘 혼자 다니는 답사 길이지만, 내게는 아주 귀한 ‘도반’이 있습니다. 제가 잘 몰랐던 큰 나무를 찾아 길머리를 잡고 안내해주는 고마운 사람입니다. 아직 한낮의 햇살은 뜨겁고, 조금만 걸어도 나무 그늘이 간절해지는 지난 주 중에, 그를 만나러 전철을 타고 서울에 갔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도반과 ‘낮술’을 겸한 점심을 즐겁고 고맙게 나눈 뒤에 찾아간 나무가 오늘 《나무편지》에 전해드리는 칠엽수 종류의 나무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칠엽수 종류 가운데에 ‘가시칠엽수’라고 해야 합니다. 《국가표준식물목록》의 추천명을 본격적으..

입추 처서 다 지나고 백로 앞에서도 시들지 않는 장한 생명력

[나무편지] 입추 처서 다 지나고 백로 앞에서도 시들지 않는 장한 생명력  ★ 1,247번째 《나무편지》 ★   여름. 참 긴 여름입니다. 입추 처서 다 지나고도 기세가 꺾이지 않은 여름입니다. 다음으로 찾아올 절기는 ‘백로(白露)’네요. 곧 달력도 한 장 넘어가기도 하겠고요. 긴 세월 동안 계절의 흐름을 아주 정확하게 일러주던 절기였지만, 이제 절기를 어떤 표지로 여길 만한 시대는 아니라고 봐야 하지 싶습니다. 올 가을 단풍은 어떤 모양으로 찾아지 궁금합니다. ‘초록 낙엽’이 유난했던 지난 해 가을이 떠오릅니다. 단풍 빛깔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당연히 날씨의 흐름인 걸 생각하면 걱정부터 앞서네요.   팔월 초에 준비해놓고 아직 전해드리지 못한 나무 이야기가 ‘무궁화’였습니다. ‘무궁화의 날’인 8..

칠백 년 긴 세월을 씨앗에 품고 살아남은 고려시대의 붉은 연꽃

[나무편지] 칠백 년 긴 세월을 씨앗에 품고 살아남은 고려시대의 붉은 연꽃  ★ 1,245번째 《나무편지》 ★   아직도 한낮의 햇볕은 견디기 어려울 만큼 뜨겁습니다. 아! 이렇게 써놓고 보니, 한낮이 아니면 좀 견딜 만하다는 이야기가 되겠네요. 그렇지 않은가요? 입추 지나면서 아침과 밤에는 좀 나아진 듯합니다. 입추 지났다는 마음의 안도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기상 정보를 살펴보았습니다. 이달 들어서 제가 사는 곳 기준으로 8월1일 최저기온이 27.3도였고, 2일은 28.2도, 3일은 27.2도였습니다. 10일까지 6일과 9일만 25.6도로 26도 아래로 내려갔지만, 다른 날들은 모두 27도 근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에는 최저기온이 화수요일이 26도, 목금요일은 25도, 그리고 토요일은 2..

꽃 지고 다시 피고 … 열매 맺고 씨앗 맺는 한여름의 나무살이

[나무편지] 꽃 지고 다시 피고 … 열매 맺고 씨앗 맺는 한여름의 나무살이  ★ 1,244번째 《나무편지》 ★   지난 한 주 동안은 많은 분들이 휴가였던 모양입니다. 수도권 시내의 한가한 교통 사정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지요. 주중에는 지방의 일정이 있어서 고속도로에 올랐는데요. 고속도로는 휴가 철임을 체감할 수 있을 만큼 정체 상황이었습니다. 평소에 두 시간 조금 넘는 거리의 길을 지난 목요일에는 거의 다섯 시간 걸려 갈 수 있었습니다. 한 해 중에 가장 피로가 높은 시기인 한여름의 휴가철이었던 겁니다. 하지만 이번 주, 다음 주, 기상청 중기예보에 나오는 이달 중순까지도 찌는 듯한 무더위는 식지 않는다는 예보를 보니, 숨이 막힐 듯합니다.   숲의 나무들은 이 무더위 속에서도 제 살림살이를 잘 ..

흰 눈 쌓인 한라산의 겨울 풍경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

[나무편지] 흰 눈 쌓인 한라산의 겨울 풍경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  ★ 1,243번째 《나무편지》 ★   난데없이 오늘의 《나무편지》를 한겨울 제주 한라산 풍경으로 시작합니다. 무더운 날씨 이어지며 겨울 찬바람이 그리워서 그랬습니다. 대서 중복 다 지나고 이번 주만 넘기면 다음 주에는 입추가 들어있고, 그 다음 주에는 말복이 있습니다. 이번 주가 고비이겠지요. 아니 그리 생각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오랫동안 계절의 흐름을 살피는 기준인 이십사절기가 맞아야 그렇겠지요. 하지만 진작에 물러갔어야 할 장마전선이 아직 우리 머리 위에 머무르며 크고 작은 비를 쏟아내는 상황이니, 이번 주 넘긴다고 날씨가 편안해지리라 기대하기가 쉽지 않네요. 갈수록 절기가 맞지 않지만, 달력 짚어보면서 마음이라도 가라앉혀..

사람살이의 크고 작은 모든 일이 베풀어지는 마을 중심의 나무

[나무편지] 사람살이의 크고 작은 모든 일이 베풀어지는 마을 중심의 나무  ★ 1,242번째 《나무편지》 ★   우리 문화를 ‘소나무 문화’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지요. 우리 곁에 소나무가 많이 자라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소나무만큼 좋아하는 나무도 없기도 한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소나무 못지않게 우리 민족, 특히 농경문화 시절에 민중의 문화를 지배한 나무가 있습니다. 나무 종류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뭉뚱그리자면 ‘당산나무’입니다. 소나무가 우리 문화의 상징으로 지배적이었던 건 사실이지만, 그건 우리 문화 가운데에 ‘선비문화’에 경도된 것 아닐까 생각됩니다. 선비가 아닌 평범한 우리 민중의 문화를 상징하는 나무는 ‘당산나무’라 해야 할 겁니다. 지역마다 마을마다 당산나무로 삼는 종류가 다양해서 당산나무라고..

마을 모든 생명의 유일한 젖줄인 우물을 지켜온 큰 나무

[나무편지] 마을 모든 생명의 유일한 젖줄인 우물을 지켜온 큰 나무  ★ 1,241번째 《나무편지》 ★   회화나무 꽃송이가 길 위에 한가득 내려앉았어요. 이맘 때의 어디에서라도 볼 수 있는 풍경이겠죠. 꽃 피고 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건만 새로 피어난 꽃을 바라볼 때와 달리 길 위에 시들어 떨어진 꽃을 바라볼 때의 느낌은 참 다릅니다. 바라보는 사람 없이 적적히 피었다가 떨어진 꽃송이는 더 그렇습니다. 본성에 따라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사람들의 비질에 씻겨 청소차에 실려 추방되어야 하는 쓰레기 신세인 걸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도 나뭇가지에 열매 맺힐 흔적만큼은 남겨놓았으니, 떨어진 회화나무 꽃으로서야 할 일 다 하고 떨어진 셈이겠지요.   수북이 쌓인 사진첩에서 그 동안 만났던 회화나무..

물 많은 장마철이면 떠오르는 왕버들 종류의 특별한 나무

[나무편지] 물 많은 장마철이면 떠오르는 왕버들 종류의 특별한 나무  ★ 1,240번째 《나무편지》 ★   비 내리는 지금 그곳에는 어떤 나무가 눈에 들어오시는가요. 사람마다 마을마다 지금 눈에 들어오는 좋은 나무는 제가끔 다르겠지요. 장마 들어도 어김없이 여름이면 화려한 꽃을 피우는 수국 무궁화 배롱나무를 먼저 바라보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맑고 시원한 그늘의 느티나무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마을도 있을 겁니다. 물 많은 장마철이면 제게도 먼저 떠오르는 나무가 있습니다. 물푸레나무, 시무나무, 그리고 오늘 《나무편지》에 보여드리는 왕버들이 그런 나무입니다.   졸졸 흐르는 개울 물 소리에 어울리는 나무들입니다. 모두 물을 좋아해서 물가에서도 잘 자라는 나무들입니다. 그 가운데 물과 가장 친한 나무는 아..

사진으로는 경이로운 생명력을 표현하기 어려운 큰 나무

[나무편지] 사진으로는 경이로운 생명력을 표현하기 어려운 큰 나무  ★ 1,239번째 《나무편지》 ★   오늘 《나무편지》에서 이야기할 나무는 사진으로 그 경이로운 생김새를 온전히 표현할 수 없는 나무입니다. 경상북도기념물로 보호하는 〈청도 명대리 뚝향나무〉입니다. 뚝향나무는 향나무의 변종으로 위로는 기껏해야 3~4미터 정도 오르는 게 고작이지만, 옆으로 뻗어나가는 가지 펼침은 매우 장대한 나무입니다. 마치 앉아있듯이 낮게 깔린다 해서 앉은향나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북 지역에서 자라는 한국 특산종인데, 오래 전부터 둑을 보호하기 위해 많이 심던 나무여서 뚝향나무라는 이름으로 부르다가 굳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청도 명대리 뚝향나무〉는 효를 극진히 실천한 인물이어서 ‘절효(節孝)’라고 불..

[나무편지] 봄과 여름 사이를 풍성하게 채우는 향기가 아름다운 꽃

[나무편지] 봄과 여름 사이를 풍성하게 채우는 향기가 아름다운 꽃  ★ 1,236번째 《나무편지》 ★   지금 숲에는 봄의 끄트머리에서 피어난 꽃이 피워낸 향기로 가득합니다. 귀신도 불러낼 만큼 강렬한 향기를 가진 꽃, ‘초령목(招靈木)’입니다. 초령목은 목련 종류에 속한 나무입니다. 대개 5월 중순 쯤에 고운 유백색의 꽃이 피어나는 나무로, 천천히 한 송이 두 송이 피어나 대략 보름 정도에 걸쳐 그 좋은 향기를 풍겨옵니다. 6월 초인 지금, 한창 절정인 시기는 지났지만, 그래도 여전히 꽃은 남아있습니다. 그토록 강렬했던 지난 5월 말의 그 향기만큼은 아니어도 나무 주변을 지날 때면 코끝으로 다가오는 향기를 알아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나무이지만, 제주도와 흑산도 외에는 자생하는 초령목..

여름을 슬기롭게 맞기 위해 마음 깊이 담아두어야 할 봄꽃들

[나무편지] 여름을 슬기롭게 맞기 위해 마음 깊이 담아두어야 할 봄꽃들  ★ 1,235번째 《나무편지》 ★   5월 가고 6월, 봄 지나 여름입니다. 지난 주말에는 올 들어 두번째 태풍이 발달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아직 위협적인 세력은 아닙니다. 그 동안은 5월까지 대략 2개에서 3개의 태풍이 발생했다는데, 올해는 너무 적어 문제라고 합니다. 그게 안심할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는 굳이 덧붙일 일 없겠지요. 태풍뿐 아니라, 기록적 폭염과 집중 호우까지 벌써부터 여름을 맞이하는 조짐이 심상치 않습니다. 어쩌는 수 없지요. 모두가 우리가 지은 일인 걸요. 6월 들어서면서, 지난 봄 내내 《나무편지》에 담으려고 갈무리해두었던 봄꽃과 나무들의 이미지를 돌아보았습니다.   이제 6월인데 봄꽃, 봄나무들에 더 붙들..

하늘과 땅과 구름과 바람 그리고 사람과 나무와 시(詩)를 생각합니다

[나무편지] 하늘과 땅과 구름과 바람 그리고 사람과 나무와 시(詩)를 생각합니다  ★ 1,233번째 《나무편지》 ★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 달린 가설 무대/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농무(農舞)〉 중에서)  생각지도 않았는데, 다시 또 시(詩)를 이야기하게 됐네요. 그럴 수밖에요. 지난 번 《나무편지》에서는 〈서산 해미읍성 느티나무〉를 이야기하려고 나희덕 시인의 시 〈해미읍성에 가시거든〉을 떠올려 “나무를 시로 배웠다”는 말씀을 올린 것뿐이었는데요. 엊그제 신경림 시인이 돌아가셨어요. 다시 시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내 손이 비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내 마음은 더 가난하다는 것을 비로소 알면서./거리를 날아다니는 비닐 봉지가 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