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시인들이 말하는 시창작법 12

좋은 시와 나쁜 시

좋은 시와 나쁜 시 박태일(시인, 경남대 국문학과 교수) 1 시는 제도와 관습의 산물이다. 끊임없이 이어진 시공간적 단위의 구성원이 서로 받아들이거나 받아들인 것으로 믿어온 담론 구성물일 따름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 우리 둘레 주류 시론에서 말하고 있는 시에 대한 생각은 부분 개념이거나 역사적 정의에 머문다. 처음부터 시의 본질이니 순수한 시정신이니 호들갑을 떠는 일은 수사적 부풀림이거나, 특정 시관에 대한 배타적 우월성을 굳히기 위한 꾀에 지나지 않는다. 이 점에 대한 자각을 분명히 하지 않는다면 특정 시관을 금과옥조로 일반화시키는 잘못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따라서 시와 비시의 경계는 유동적이다. 너무 느슨해서 오히려 경계의 나눔이 불필요해 보일 정도다. 어떤 작품이 시냐 시가 아니냐는 물음이 어리석..

소유의 언어와 존재의 언어

소유의 언어와 존재의 언어 김재진 시인 ‘번뇌는 없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있다고 생각하지만 번뇌는 실제로는 없다.’ 내가 한 말이 아니라 불교의 선지식 나가르주나(용수)의 말씀이다. 그런데 번뇌가 없다면 과연 글을 쓸 수 있을까? 글쓰기는 번뇌로부터 비롯된다. 물론 내 경우다. 다른 이의 경우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 알 바 아니다. 나가르주나의 말을 따른다면, 나는 ‘있지도 않은 번뇌라는 것’에 끄달려 글을 쓴다. 따라서 번뇌가 없는 순간 글이 안된다고 느낄 때도 있다. 번뇌가 없으면 글도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에겐 글을 쓰기 위해 번뇌가 필요한 것인가? 그것은 마치 필요를 위해 결과를 불러오는 것과 같다. 아닌가? 결과를 위해 필요를 만들어내는 것인가? 어쨌건 나는 번뇌 없는 세상에 살..

짧은 시를 많이 읽어라 / 이문재 시인

짧은 시를 많이 읽어라 / 이문재 시인 여기저기서 보내오는 시집 중에는 시사주간지에서 오랫동안 문학 담당 기자를 했기 때문에 출판사에서 ‘보도자료’로 보내오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다 동료, 선후배 시인들이 ‘부채의식’ 때문에 보내는 시집들도 제법 있다. 시인들은 시집 받는 것을 ‘빚’으로 여긴다. 그래서 새 시집을 펴낸 시인들은 그동안 시집을 보내온 시인들의 명단을 놓고 한나절 넘게 주소를 쓴다. 그동안 밀린 ‘시집 빚’을 갚는 것이다. 우편으로 시집을 받다 보니 몇 가지 요령이 생겼다. 출판사와 시집 장정을 보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고, 시집 맨 처음에 실린 시를 먼저 보게 된다. 그리고 나서 시집 맨 뒤에 자리 잡은 시를 본다. 그다움에 눈여겨보는 시가 짧은 시들이다. 시집 맨 처음과 맨 나중에 있는 ..

시를 잘 쓰는 16가지 방법 / 송수권 시인

시를 잘 쓰는 16가지 방법 송수권 시인 시적 표현과 진실에 이르는 길 - 상상력이란 것은 인지능력, 즉 경험을 통과했을 때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산골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는 해가 산에서 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갯가에서 자란 아이는 해가 바다에서 뜬다고 여긴다. 어린이는 돌을 단단한 장난감으로 여기나, 성숙한 어른은 돌을 용암이 굳어져서 풍상에 깨어진 인내, 인고의 표상으로 본다. 이것이 인식의 눈이며 표상능력이다. 나의 경험으로도 유형화되고 유통 언어에 걸린 시들을 몰아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음을 고백한다. 진지한 시작(詩作) 과정의 극기훈련 없이는 대중화에 물든 저속성의 시를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호우처럼 쏟아지는 정보매체의 언어에 시인은 헌신하는 것이 아니라 칩거하면서 부정하..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25.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25. 몇몇 시인들이 들려주는 시작법 사랑하라 그러면 써질지니 “시인은 진실을 말해야 한다.” 중국의 현대시인 아이칭의 에 나오는 제일 첫 문장이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속에 언어를 다는 저울을 하나씩 가지고 있으므로 시인은 양심을 속이거나 거짓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편으로 “표연히 흩어지거나 순간에 지나가버리는 일체의 것을 고정시켜 선명하게, 마치 종이 위에 도장을 찍듯이 또렷하게 독자의 면전에 드러나게” 하는 시의 기교를 함께 강조한다. 내용과 형식의 조화를 중시하는 이러한 견해는 오래 전부터 내려온 중국 시론의 전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정경융합론’을 펼친 왕부지의 시론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정(情)과 경(景)은 이름은 둘이지만, 실제로 그것은..

김남조·오세용·이건청·신달자… 한국 詩壇의 문제점 비판

[계간 '시인수첩' 봄호 좌담회] 김남조·오세용·이건청·신달자… 한국 詩壇의 문제점 비판 원로 시인들이 오늘의 한국시에 대해 쓴소리를 던졌다.이번 주 나올 계간 '시인수첩' 봄호는 김남조(89)·오세영(74)·이건청(74)·신달자(73) 시인을 초대한 좌담 '한국 현대시의 반성과 전망'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