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묻는다, 인간이란 무엇인가중앙일보입력 2024.10.22 00:40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는다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사진)를 읽는 일은 피에 젖은 텍스트를 업고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는 것과 같다. 『소년이 온다』를 한달음에 읽어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다지 길지 않은 이 장편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종종 쉬고, 자주 한숨을 쉬어야 한다. 『소년이 온다』는 한국 현대사가 낳은 구상도(九相圖)이기 때문이다. 구상도란, 인간의 시체가 어떻게 부패해가는지를 두 눈 똑똑히 뜨고 보라고 권하는 그림 장르다. 시체가 즐비했던 1980년 5월 광주를 다루는 『소년이 온다』 역시 불가피하게 시체에 대한 묘사를 담는다. “그녀는 십대 후반이나 이십대 초반의 자그마한 여자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