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 인식의 먼 길 「 담쟁이 덩굴은 무엇을 향하는가」- 나호열 시집 / 정한용(시인 . 평론가) 시에 관해 이야기할 때 가장 친숙하며 낯익은 용어 중 하나는 ''서정성''이다. 어찌보면 이젠 낡아빠져 더 이상 새로운 의미를 줄 것 같지 않은 이 용어가, 그러나 지금도 많은 시를 이야기할 때 가장 적절한 말이며, 동시에 그럴수록 잘못 이용되는 경우도 흔하다. 객관을 자아화시키되 자아에 의해 굴곡되지 않고, 단지 투영만 할 수 있는 정확한 인식체계라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아와 대상의 중간지점 어디쯤에서 우리는 늘 머물게 마련인데, 지금 이 자리에서 나호열의 시를 이야기하면서도 그런 부담감을 지울 수 없다. 사물은 본질과 언어상징이라는 두개의 축 사이에서 변증적으로 우리의 것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