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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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에 묻다 214

벼슬 멀리한 장인, 연암이 과거 포기하자 오히려 기뻐해

벼슬 멀리한 장인, 연암이 과거 포기하자 오히려 기뻐해중앙일보입력 2024.11.15 00:32연암 박지원의 청빈했던 친·인척이숙인 동양철학자·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명분과 절개를 닦지 않고, 가문과 지체를 밑천 삼아 조상의 덕을 판다면 장사치와 뭐가 다를까. 이에 양반전을 짓는다.” 불면증에 시달리던 스무살 무렵의 연암 박지원은 ‘양반전’ ‘학문을 팔아먹는 큰 도둑놈전’ 등 작품 9편을 짓는다. 병을 이기기 위해 시도한 글쓰기가 시대의 아픔을 해학으로 풀어낸 명작으로 탄생한 것이다. 44세(1780년)의 연암은 연행 사절단에 끼여 청국을 방문하는데, 그 5개월의 여행 기록 『열하일기』는 우리 시대의 고전이 되었다. 영국에 셰익스피어가 있다면 우리나라에 박지원이 있다고 할 만큼 그를 우리나라 최고의 대..

한강 20년 과선배 마광수, ‘즐거운 사라’ 쓰고 감방 갔다

세상과 함께 시대탐구 1990년대한강 20년 과선배 마광수, ‘즐거운 사라’ 쓰고 감방 갔다카드 발행 일시2024.10.15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왼쪽)과 고(故) 마광수 교수. 연세대 국문학과 동문이다. 중앙포토한국 최초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은 1970년생으로 연세대 국어국문학과를 나왔습니다. 대학 측은 작가가 동의하면 명예박사 학위를 주거나 교수로 초빙할 계획입니다. 20년 일찍 같은 과를 다닌 이가 있습니다. 1951년생 고(故) 마광수 교수. 하지만 두 사람의 궤적은 판이합니다. 2016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받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산문과 믿을 수 없을 만큼 폭력적인 내용의 조합이 충격적”(가디언) 등의 해외 호평이 쏟아졌습니다. 1992년..

식민지 근대화론, 대한제국 자력에 의한 근대화 성과 부정

식민지 근대화론, 대한제국 자력에 의한 근대화 성과 부정중앙선데이입력 2024.09.21 00:01지면보기근현대사 특강 〈끝〉 조선의 근대화 어떻게 볼 것인가‘근현대사 특강’을 마무리하면서 1945년 광복 후 역사 가운데 무엇을 담을까 고심했다. 필자는 ‘근대’가 없는 현대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해 왔다. 요즈음 언론에 오르내리는 ‘식민지 근대화론’이나 ‘뉴라이트’ 문제는 근대를 어떻게 보느냐와 직결되는 현대사적 현상이다. 필자가 피해 갈 수 없는 주제이다.일제, 나라 병합하기 전 역사부터 병합3·1 독립 만세운동 기폭 지점의 두 장면. 국장 예행 참여 군중이 대한문 앞 광장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이태진]‘식민지 근대화론’은 한국사의 근대인 대한제국과 고종 시대의 근대화를 인정하지..

歲寒然後 知松柏之後彫(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

歲寒然後 知松柏之後彫(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중앙일보입력 2024.09.12 00:09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명필 추사 김정희 선생은 누명을 쓰고 제주도에 귀양 갔다. 귀양 초기엔 더러 위문을 오는 사람이 있더니만, 세월이 흘러 ‘추사는 이제 끝났다’는 상황이 되자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제자 이상적(李尙迪)만이 중국에서 구입한 책과 서화용품 등을 싸들고 추사를 찾아왔다. 감동을 받은 추사는 『논어』의 이 구절을 들어 “‘추워진 연후에야 소나무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알 수 있다’고 하더니, 네가 바로 소나무 잣나무처럼 변함없는 사람이구나!”라고 칭찬하며, 허름한 집 한 채와 소나무와 잣나무 각 두 그루씩 그린 그림을 선물했다. 그게 바로 오늘날 국보 180호로 지정된 ‘세한도(歲寒圖)’다. 훗날 ..

고통은 받아들이되, 딱 그만큼만 아파하세요

[마음을 찾는 사람들] 고통은 받아들이되, 딱 그만큼만 아파하세요정신의학과 명상 접목 앞장채정호 서울성모병원 교수김한수 기자입력 2024.08.07. 00:30 채정호 교수는 "틈 날 때마다 병원 곳곳을 걸으며 스스로 자연과 연결된 것을 느낀다"며 "사람이나 반려동식물 혹은 반려석(돌)이라도 정해서 세상과 연결된 느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우리는 흔히 ‘잘 산다’라면 ‘부자’를 생각하지요. 제가 만나는 환자분 중에는 부자가 많아요. 그분들은 사는 것이 힘들어서 죽고 싶어졌기에 저를 만나러 옵니다. 통장에 있는 숫자는 ‘나’가 아닙니다. ‘잘 산다’는 것은 부자가 아니라 ‘잘 있다’ ‘잘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잘 존재한다는 것은 ‘지금 여기’에 잘 있는 것입니다. 잘 존재하기..

사라진 옛 기차와 철길, 32년 기관사 사진첩에선 오늘도 달린다

사라진 옛 기차와 철길, 32년 기관사 사진첩에선 오늘도 달린다중앙선데이입력 2024.06.29 01:25업데이트 2024.06.29 03:42허정연 기자 28일 철도의 날, ‘철도 덕후’ 류기윤 KTX 기장류기윤 한국철도공사 기장이 KTX 기관실에서 운행 준비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이 기관차는 딱 봐도 7000호대 초기형 새마을호예요. 후속 모델인 7100호대의 비둘기 도색과 엔진룸 난간이 없으니까요. 7000호대 기관차는 유선형 지붕에 파란색 띠 도색이 특징입니다. 이전까진 일본 기차처럼 지붕이 직각이었다가 미국제 디젤기관차 모습으로 바뀌었죠.”지난 25일 서울역에서 만난 류기윤(52) 한국철도공사 KTX 기장이 눈을 반짝였다. 그의 손엔 철도청 광고가 실린 1973년 10월 22일자 신문이 들..

로또 당첨금 들고 튄 직장동료…국토종주 자전거길로 추격하다

로또 당첨금 들고 튄 직장동료…국토종주 자전거길로 추격하다중앙선데이입력 2024.06.01 00:35업데이트 2024.06.01 11:07유주현 기자   국내 최초 ‘자전거 로드무비 소설’ 쓴 정진영 작가국토종주 자전거길인 전북 진안군 모래재를 달리는 사람들. [사진 한국관광공사 오정식]중소기업 회식자리에서 사장이 호기롭게 뿌린 로또가 1등에 당첨된다. 당첨금을 들고 사라진 과장을 잡아오면 연봉 1000만원을 올려 주겠다는 사장의 약속에 직원들은 SNS 속 단서를 찾아 때 아닌 자전거 국토종주에 나선다.국내 최초 ‘자전거 로드무비 소설’이 나왔다. 직장인에게 느닷없이 주어진 5박 6일간의 일상탈출을 그린 정진영 작가(일러스트)의 신간 『왓 어 원더풀 월드』(북레시피). 자전거여행이라는 낭만적인 테마에 고..

사회적 약자와의 동행이 필요한 이유

능력·성취 따른 보상이 공정하다고? 그저 운이 좋았을 뿐중앙일보입력 2024.05.30 00:28업데이트 2024.05.30 08:15  사회적 약자와의 동행이 필요한 이유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과·정책학과 교수·의사내 책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에서도 고백했듯이, 나는 거의 30년 전 연세대 의과대학에 꼴등으로 합격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끝난 뒤 합격증을 받았다. 기막히게 운이 좋았다. 뒷문을 닫고 들어갔지만 대학에서 그럭저럭 좋은 성적을 받았다. ‘왜 가난하고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이 더 아픈 걸까?’ 고민하던 나는 의과대학을 졸업하던 해에 경제학 공부를 시작했다. 공중보건의사를 마친 뒤 본격적인 경제학 공부를 위해 박사과정에 지원했다.성공의  8할은 국가·부모 덕분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당연해저..

‘설득 경영’ 빛난 노량해전, 일본의 대륙 진출 300년 늦췄다

‘설득 경영’ 빛난 노량해전, 일본의 대륙 진출 300년 늦췄다중앙선데이입력 2024.05.25 00:29윤동한의 ‘충무공 경영학’  ⑥ 〈끝〉정유재란 때 칠천량에서 대패한 원균의 조선 수군은 궤멸 상태였다. 1597년 8월 3일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용 교지를 받은 이순신은 13척의 배를 추려 명량에서 133척의 일본 수군과 맞붙어 대승한다. 그리고 일본 수군의 보복을 피해 몇 번의 피난을 한 후 목포 앞 고하도와 완도 옆 고금도에서 수군 재건을 시도했다. 명나라 진린의 수군도 힘을 합치면서 드디어 조명(조선·명나라) 수군 연합군이 탄생했다.왜군 최소 1만 5000명 살상 전과 올려                                                             현충사 앞 필사..

고령화 먼저 겪은 일본… 병상은 줄고, 편의점·약국은 늘었다

고령화 먼저 겪은 일본… 병상은 줄고, 편의점·약국은 늘었다[김철중의 생로병사]日 재활병원은 식사 안갖다줘…환자가 식당으로 가는게 원칙노인환자 늘면서 간병·돌봄 감당불가… ‘셀프케어’가 국가정책편의점 5만·약국 6만개… 여기 갈 수 있으면 혼자 살 수 있어김철중 기자입력 2024.05.07. 00:14업데이트 2024.05.07. 06:09  일러스트=이철원 일본의 재활 병원은 식사를 환자들이 누워 있는 병상으로 가져다주지 않는다. 환자들이 밥을 먹으려면, 병동마다 둔 식당으로 나와야 한다. 혼자 먹고 싶다면, 1인용 테이블에 앉아서 먹으면 된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은 휠체어를 타든, 간병인의 부축을 받든, 식당으로 나와야 끼니를 때울 수 있다. 먹고살려고 병실 밖으로 나오는 셈이다.재활 병원은 뇌졸중..

퇴계 가족의 애환과 수신제가의 품격

퇴계 가족의 애환과 수신제가의 품격중앙일보입력 2024.05.03 00:26      퇴계 이황의 뜻밖의 고백                                                          이숙인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책임연구원한국 사람 누구나 퇴계를 알지만 잘 아는 사람은 드물다. 학술의 최고봉을 이룬 조선을 대표하는 학자, 중국과 일본도 인정한 주자(朱子) 이래 최고 학자, 학덕으로 지역의 품격을 높인 스승. 익히 알려진 사실들이다. 그러다 보니 그를 향한 존경이 지나쳐 미화되고 포장되면서 퇴계는 그만 인간의 모습을 탈각한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되었다. 우리가 퇴계를 그리워하는 것은 신이 된 퇴계가 아니라 인간 퇴계의 온기일 것이다. 그가 늘 간직한 ‘고결함을 유지하면서 올바..

돈 많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올라가는 경계 ‘50억원’

돈 많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올라가는 경계 ‘50억원’‘2024 하나은행 웰스리포트’ 발표김희래 기자입력 2024.04.26. 03:00   50억~60억원대 재산을 가진 자산가보다 40억원대 재산을 보유한 사람의 삶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삶의 만족도가 보유한 총자산 규모와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었던 셈이다.25일 하나금융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4 하나은행 웰스리포트’를 발표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2007년부터 매년 부자들의 금융 형태를 보고서로 내고 있다. 올해는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를 특별 항목으로 추가했다. 보고서는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경우를 부자로, 금융자산이 1억원 미만인 경우를 일반 대중으로 규정했다. 이번 조사는 총 26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보고서에 ..

“1만 킬로미터 걷고 또 걸어, 암 선고·우울증 모두 떨쳐냈어요”.. 이래서 ‘치유의 길’

“1만 킬로미터 걷고 또 걸어, 암 선고·우울증 모두 떨쳐냈어요”.. 이래서 ‘치유의 길’ 제주방송 김지훈2024. 4. 18. 16:04 올레 길 27개 코스 437㎞, 20회 이상 완주 ‘걷기 달인들’ 함께 걷고 간담회.. 집계 후 1만 ㎞ 이상 완주자 20명 달해 “몸과 마음의 건강 회복, 새로운 나와 인생의 발견 기회” 제주올레 19코스 함덕서우봉해변 (제주올레 제공) #“걷기는 세상의 번뇌와 나태, 두려움을 기반으로 한 고통스런 정신적 습관에서 벗어나, 사랑과 평화로 나아가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최기선. 77살. 올레 길 51회 완주) 43살에 유방암 선고, 53살엔 자궁 근종으로 적출수술까지 겪은 최기선씨. 앞서 33살 젊은 나이에 3살 아들을 잃고, 신앙에 의지하면서 봉사하는 삶을 ..

7080 은퇴 선배들이 권하는 ‘돈·삶·몸’

조선경제머니 “이거 참 좋더라”... 7080 은퇴 선배들이 권하는 ‘돈·삶·몸’ 은퇴 로드맵 짜기, 막막하시죠? 인생 선배들의 꿀팁 알려드려요 [왕개미연구소] 이경은 기자 입력 2024.04.15. 07:36업데이트 2024.04.15. 07:56 “은퇴한다는 게 상상이 안 갔어요. 40년 일하고 퇴직했는데, 사회에서 밀려난 느낌이 듭니다.” “퇴직 후 처음엔 집에 있는 게 좋았는데 어느 순간 답답해지더군요. 나만의 일상 루틴을 만들어서 밖에 나가니까 훨씬 낫습니다.” “바쁘게 일하다가 얻는 휴일이 가장 꿀맛이란 걸, 퇴직하니까 알겠네요.” 누구나 겪지만 막상 닥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은퇴 생활,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막막하다. 이럴 땐 한 발 앞서 은퇴를 경험한 인생 선배들의 충고가 가장 피부에 ..

주물공장 노동자에서 ‘100쇄’ 소설가로...김동식은 누구인가

[인터뷰] 주물공장 노동자에서 ‘100쇄’ 소설가로...김동식은 누구인가 기자명 이상문 기자 입력 2024.04.06 08:00 사진(제공) : 안규림 1,000편이 넘는 소설을 썼다. 100쇄를 찍은 소설집까지 나왔다. 30만 부 이상 팔려 나갔다. 눈과 귀뿐인가. 콧구멍도 커진다. 100쇄란 좀 쓴다 하는 작가들에게도 꿈의 숫자. 조세희, 조정래, 공지영, 은희경 그리고 정유정에 이르는, 엄청 유명한 이들에게나 벌어지는 일이니, 이 사람 무척이나 경이롭다. 김동식(38)은 수해 전 이미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하지만 아직 그를 모르는 이도 많다. 3년 전 소설가 은희경 인터뷰 제목을 ‘소설을 위로해줘’라 달았던 기억이 난다. 과거의 영화(?)에 비하면 소설이 외면당하는 시절 아닌가. 그의 소설이 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