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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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의 맛 (해장국편) 10

이어지는 맛. 도봉산 콩나물국밥

이어지는 맛. 도봉산 콩나물국밥  도봉구에는 도봉산이 있다  도봉구에는 도봉산이 있다. 도봉산은 예부터 많은 사람이 사랑해 온 명산名山으로 도봉구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다. 대부분의 관광객은 도봉산에 가기 위해 도봉구를 찾는다. 사계四季에 따라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도봉산은 가고 또 가도 지루하지 않다. 어디 가서 도봉구에 산다고 이야기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이야기가 도봉산일 정도로 도봉구에 대한 이미지는 도봉산에서 시작한다. ‘도봉구’라는 이름 역시 도봉산에서 유래한 것으로 도봉산은 도봉구 그 자체다. 이쯤되면 도봉구에 도봉산이 있는 게 아니라 도봉산이 있기 때문에 도봉구가 있다. 도봉산 아래에는 등산객을 맞이하는 다양한 식당이 있다. 예로부터 한국의 명산으로 꼽혀 온 도봉산 아래에는 그 명성에 걸맞은 여..

방학동을 지키는 ‘머슴해장국’

방학동을 지키는 ‘머슴해장국’도봉구의 산업화와 방학동  방학동은 도봉구 가운데에 있는 행정권역이다. 북쪽으로는 도봉동과 인접하고 남쪽으로는 창동, 쌍문동에 닿아있는 방학동은 도봉구의 중간에서 동서로 뻗어있는 지역이다. 동의 이름을 딴 지하철역 방학역이 있고 도봉구청이 자리한 동이기도 하다. 또한 동의 서쪽에는 다양한 역사문화유산이 자리하고 있다. 세종의 둘째 딸이자 한글 창제에 도움을 주었다는 기록이 전하는 정의공주의 묘, 조선시대 여러 일화로 유명한 연산군의 묘, 서울특별시 지정보호수 1호인 방학동 은행나무, 일제강점기 우리 문화유산을 지켜낸 간송 전형필의 옛집과 ‘풀’이라는 시로 유명한 김수영 시인을 기리는 문학관까지. 다양한 역사문화유산이 있다는 것은 이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살아왔던 곳이라는 반증이..

쌍문2동 골목에는 ‘골목순대국’이 있다

쌍문2동 골목에는 ‘골목순대국’이 있다  도봉구의 옛 중심, 쌍문2동  도봉구는 서울 동북부에 위치한 동네다. 북으로는 경기도 의정부와 양주에 접해있는 도봉구는 서울 최북단에 위치한 곳으로 옛날에는 경기에 속했던 지역이다. 역사 속에서 도봉구는 경기도 양주이기도 했고, 고양이기도 했다. 조선후기와 일제강점기를 거쳐 점차 주변으로 서울의 권역이 확대되면서 도봉구도 서울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서울특별시 도봉구는 행정권역으로는 서울이면서 역사적인 경험은 경기와 공유하는 복합적인 정체성을 가진 곳이다. 지금껏 도봉구의 맛집 이야기를 실컷 했으면서 갑자기 왜 다시 도봉구에 대한 딱딱하고 재미없는 설명을 하는지 의아할 테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할 맛집이 자리한 쌍문2동에 대해서는 이런 소개가 꼭 필요..

지친 몸을 채우다 ‘남원전통추어탕’

지친 몸을 채우다 ‘남원전통추어탕’  바쁘고 지친 일상, 마음까지 채워줄 무언가  정신없이 보내는 하루.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아직 깨지 않은 몸을 이끌고 집을 나선다. 학교나 일터로 가는 길에는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가득하다. 사람이 가득한 버스나 지하철에서 내려 부지런히 걸어 도착한 곳에는 쉴 새 없이 예정된 일과가 펼쳐진다.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의 열정을 쏟아내고 나면 집에 돌아오는 길엔 방전된 배터리처럼 아무 기력이 없다. 그리고 또 다시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탈출구를 찾아보지만 주변 모든 사람들이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다보면 진정한 여유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먼 곳에 있는 것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몸과 마음이 결국엔 하나라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몸..

도봉에서 느끼는 동해바다, ‘곰치집’

도봉에서 느끼는 동해바다, ‘곰치집’  생선요리 먹기 힘든 오늘  어렸을 적 생선은 밥상 위에 자주 올라오는 단골 반찬이었다. 풍족하지 않았던 시절 밥상에 올라가 있는 생선은 얼마나 탐스럽고 맛있게 보였는지. 서툴게 뼈를 발라 살을 골라내고 있자면 부모님께서 능숙한 솜씨로 큰 살덩이를 골라 밥숟가락에 얹어주시곤 했다. 입안 가득 퍼지는 맛은 지금까지도 행복한 장면으로 기억된다. 지금은 위험하다며 권하지 않은 방법이지만 가끔 가시가 목을 찌를 때면 밥을 크게 한술 떠서 꿀떡 삼키는 것이 그 시절의 민간요법이었다. 생선으로 하는 요리도 다양했다. 소금간만 해서 간단히 구워먹기도 했고 감자나 무를 가득 넣고 갖은 양념과 함께 조림을 하거나 국물 가득 탕을 끓이기도 했다. 요리법에 따라 맛은 더 다양..

도봉시장의 추억, 전남집과 자매집

도봉시장의 추억, 전남집과 자매집도봉시장을 아시나요?  도봉에는 여러 시장이 있다. 창동의 신창시장이나 방학동의 도깨비 시장처럼 아직까지 성업 중인 큰 규모의 시장은 다양한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제공한다. 이와 더불어 각 동에는 동네의 골목을 책임지는 작은 규모의 시장들도 여럿이다. 얼마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무대가 되었던 쌍문동의 백운시장이나 도봉옛길 인근에 위치한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신도봉시장이 그러하다. 여기 언급되지 않은 여러 시장과 지금은 사라져버린 시장까지 더하면 정말 많은 시장이 도봉구에 있었다. 도봉의 어느 곳에 살더라도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시장은 있었다. 이렇게 시장이 많았던 것은 도시화 산업화와 관계가 깊다. 전통시대의 사람들은 비록 거래가 ..

도봉산 아래 터 잡은 ‘영수네 감자국’

도봉산 아래 터 잡은 ‘영수네 감자국’ 그럼, 영수네 감자국 아세요?  도봉에 온 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였다. 이제 막 도봉에서 살게 되었음을 밝히고 동네에 대한 이야기를 지인들과 나누고 있자니 화제는 자연스레 맛집으로 옮겨갔다. 역시나 지역에 대한 이해는 ‘맛’에서부터 시작하는구나 싶은 생각에 내가 아는 맛집 이야기를 이래저래 풀어놓았다. 그랬더니 자리에 함께했던 누군가가 말했다.   “그럼, 영수네 감자국 아세요?”  도봉에서 이제 막 시작한 나는 저 한 문장만으로도 그 식당이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우선 사람 이름을 떡 하니 걸어놓은 상호명에서는 그 자체로 강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걸린 이름을 보아하니 사장님 자녀의 이름일 가능성이 높은데 보통 자식 이름으로 장사하는 집은 임하는 자세부..

발간사

발간사 국가나 사회의 발전을 가늠하는 척도는 경제적 소득의 증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요소는 계층 간, 세대 간, 지역 간의 공감 능력을 기반으로 하는 소통과 유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비추어볼 때 우리는 비약적인 경제발전과 정치, 사회적 민주화를 통해 개인적 삶의 만족을 어느 정도 충족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였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근의 조사에 따르면 OECD 38개국 중에서 36번째로 삶의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우리 삶을 둘러싸고 있는 치열한 경쟁과 물질적 풍요의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상대적 박탈감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으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삶을 위무하는 자족自足의식을 갖지 못할 때 소외와 단절의 아픔이 다가오기도 합..

들어가며

들어가며 음식飮食은 문화다. 하나의 음식에는 셀 수도 없이 다양한 것들이 들어가 있다. 그중에는 재료와 시간, 만든 이의 정성이 있고 오랜 시간 동안 정제되어 온 다양한 비법이 들어가 있다. 가문에서 내려오는 비전祕傳의 조리법도 있고 현대 과학기술의 정수가 녹아든 조미료도 있다. 또한 음식에는 시간과 공간도 있다. 잔치 음식, 명절 음식, 제사 음식처럼 특정한 때를 상징하는 음식도 있고 지역마다 집안마다 즐겨먹는 음식이 다르듯 공간을 대표하는 음식도 있다. 이러한 음식 여럿이 모여 하나의 상차림에서 조화롭게 구성되어 있는 모습은 과장 좀 보태서 작은 우주와 다름없다. 음식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 먹을 수 있도록 만든 물건, 또는 마시고 먹는 행위 그 자체를 일컫는다. 음식이라는 단어 속에서 우리는 여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