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2025/02 46

거제 동백·순천 매화… 늦은 만큼 설레는 ‘봄 마중’

거제 동백·순천 매화… 늦은 만큼 설레는 ‘봄 마중’문화일보입력 2025-02-13 08:56업데이트 2025-02-13 08:57붉은 동백꽃이 터널을 이룬 봄날의 거제 지심도 모습. 선착장에서 마을로 올라가는 길이다.■ 봄꽃여행 추천 명소거제 지심도 섬 전체가 동백숲장흥 천관산엔 국내 최대 규모순천 금둔사는 매화 향기 가득제주 한림공원 뒤늦은 수선화혹한에 뒤이어 폭설까지…. 겨울이 아직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남녘에서는 봄꽃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막바지 겨울 추위로 첫 꽃소식이 예년에 비해 많이 늦었다.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던 봄소식이라 반가운 마음도 더 하다. 절정의 순간 모가지가 툭 떨어지는 선홍빛 동백의 본격적인 개화는, 봄을 앞둔 이즈음이 시작이다. 차가운 가지에 성글게 꽃을 피우는 매화도,..

카테고리 없음 2025.02.18

[23] 과메기와 정어리에 기대어

[정수윤의 하이쿠로 읽는 일본] [23] 과메기와 정어리에 기대어정수윤 작가·번역가입력 2024.11.13. 23:59업데이트 2024.11.14. 00:11   소슬바람아말린 정어리 등에바다의 빛깔木(こ)がらしや目刺(めざ)しにのこる海(うみ)のいろ 어제는 문득 과메기가 먹고 싶었다. 요즘처럼 아침저녁으로 으스스한 늦가을 바람이 등골에 스밀 무렵 생각나는 계절 음식이다. 꽁치를 바닷바람에 꾸덕꾸덕하게 말려서 한입 크기로 썰어 깻잎, 봄동, 쪽파, 청양고추, 마늘 등과 함께 쌈장에 싸 먹는다. 김이나 미역으로 싸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기도 한다. 갈색으로 윤기가 반드르르하게 도는 과메기는 차고 깨끗한 바람에 잘 말라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았다. 각종 채소와 해조류 사이로 쫀득쫀득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생선 살..

[64] 하늘이 내게로 온다

[신수진의 마음으로 사진 읽기] [64] 하늘이 내게로 온다신수진 예술기획자·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입력 2023.07.07. 03:00   김지혜, City Space s17, 2013. 명동이 다시 북적인다. 팬데믹 동안엔 텅 빈 거리가 낯선 충격이더니 다시 관광객으로 가득한 거리를 보니 반갑고도 그새 또 낯설다. 도시에서 오래 생활해 본 사람들은 높은 건물, 복잡한 교통, 북적이는 사람들 모습이 늘 한결같지 않다는 걸 잘 안다. 저 멀리 보이는 작은 하늘도 매 순간 다른 빛이고, 차와 사람들로 꽉 막힌 도로도 깊은 밤이면 거짓말처럼 한적해진다. 도시를 가장 도시답게 하는 건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이다.김지혜 작가는 변화무쌍한 도시를 좋아한다. 익숙해서 잘 안다는 건, 때론 작은 변화도 알아챌 수 있을 만..

[217] 무료불평(無聊不平)

[정민의 세설신어] [217] 무료불평(無聊不平)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입력 2013.07.03. 03:03  료(聊)는 부사로 쓸 때는 '애오라지'로 새기고, 보통은 힘입다, 즐긴다는 의미로 쓴다. 무료(無聊)하다는 말은 즐길 만한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다. 옛글에서는 흔히 무료불평(無聊不平)이라고 썼다. 회재불우(懷才不遇)! 재주를 품고도 세상과 만나지 못했다. 꿈이 있고 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데 세상은 나를 외면하고 쓸모없는 사람 취급을 한다. 이때 생기는 마음이 무료불평이다. 마음에 맞는 일이 없어 무료하고, 그 끝에 남는 것이 불평이다. 불평은 마음이 들쭉날쭉 일정하지 않아 울근불근하는 상태다.유성룡(柳成龍·1542~1607)이 우성전(禹性傳)에게 쓴 짧은 편지에서 "그의 글은 앞..

'자기 앞의 생' 미모사, 소설 소품에서 영화 주연급으로

'자기 앞의 생' 미모사, 소설 소품에서 영화 주연급으로 [김민철의 꽃이야기]김민철 기자입력 2025.02.18. 00:05업데이트 2025.02.18. 08:20   소설 ‘자기 앞의 생’과 넷플릭스 영화 ‘자기 앞의 생’은 어느 것이 더 유명할까. 둘 다 얘깃거리가 참 많은 작품이다.소설 ‘자기 앞의 생’은 프랑스 소설가 로맹 가리가 1975년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발표해 그해 공쿠르상을 받았다. 그는 이미 1956년 발표한 소설 ‘하늘의 뿌리’로 이 상을 받은 적이 있다. 공쿠르상은 같은 작가에게 다시 주지 않는 것이 원칙인데 그는 최초로 이 상을 두 번 받았다. 하지만 그가 1980년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두 사람이 동일 인물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1970년대 말 인기..

고철 시집 『극단적 흰빛』: 모든 슬픔을 부끄럽게 하는 시

모든 슬픔을 부끄럽게 하는 시나호열 ( 시인· 문화평론가) 모든 슬픔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지닌 복합적 감정의 유령이다. 생멸, 미래에 대한 불안, 외로움과 분노, 폭력과 갈등 등등의 부유물이기도 하다. 고철의 세 번째 시집『극단적 흰빛』은 그 슬픔의 극단을 ‘흰빛’으로 요약한다. ‘흰빛’의 사전적 의미는 ‘눈과 같이 밝고 선명한 빛깔’이지만 동시에 더 이상 더럽혀지지 않는 깨달음을 내포하고 있다. ‘끝닿은 낭떠러지처럼 / 한발 물러설 수 없는 /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 때’ (「극단적 흰빛」2연)를 마주치지 않은 사람은 ‘실감나지 않는 흰빛이 생기’는 광경을 볼 수가 없다. 고철 시인은 ‘우리들은 우리들의 우리들에 의한 / 전쟁을 겪었었’(「보육원 생각」부분)음에도 ‘세상은 고요하고 고요’(「보육원..

2030세대, 민주주의를 의심하다

2030세대, 민주주의를 의심하다중앙선데이입력 2025.02.15 02:01업데이트 2025.02.15 02:28한때 민주주의는 ‘목놓아 부르던 이름’이었다. 이젠 아니다. 대통령부터 사법부까지 민주주의의 주요 제도들은 불신받고 있다. 젊은 세대일수록 더하다.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다.동아시아연구원(EAI)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2~23일 성인 1514명을 대상으로 웹서베이(web survey)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한국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하여 어느 정도 만족하는가’(0~10점)라는 질문에 20대(18~29세)는 5.08점으로 전 연령대에서 60대(5.07점) 다음으로 낮은 점수를 줬다. 전체 평균(5.36점)에도 미치지 못한다.그래픽=이현민 기자특히 20대 남성은 4..

문화평론 2025.02.17

“2000리 물길 20년 오가며 북한 뗏목꾼들 삶 담았죠”

“2000리 물길 20년 오가며 북한 뗏목꾼들 삶 담았죠”중앙선데이 입력 2025.02.15 00:02서정민 기자 ‘압록강 뗏목꾼의 노래’ 사진전 여는 조천현1997년부터 북중 접경지역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조천현 사진가. 그는 지금 압록강 뗏목과 뗏목꾼을 담은 사진전을 진행 중이다. 김상선 기자거대한 강줄기를 따라 몸집이 큰 무언가가 느릿느릿 움직이고 있다. 울퉁불퉁한 갈색 비늘로 온 몸을 덮은 물고기 같기도, 주둥이를 물속에 처박고 날개를 넓게 편 새 같기도 하다. 가까이서 보니 통나무들을 엮어 만든 수 십 척의 ‘뗏목’이다. 우주선을 타고 달나라를 오가는 시대에 뗏목이라니!2월 4일부터 3월 4일까지 인천 중구 공항서로에 위치한 스타파이브 갤러리에서 사진가 조천현의 사진전 ‘압록강 뗏목꾼의 노래’가..

‘재개통 한달’ 경기 북부 교외선 여행(3)

송추계곡이든 의정부 부대찌개든…입석이어도 50분이면 가는 '춘식이'중앙선데이입력 2025.02.15 00:02업데이트 2025.02.15 11:46‘재개통 한달’ 경기 북부 교외선 여행                       일영역은 교외선 유일한 복선 구간으로 상행(오른쪽)과 하행 열차가 교행한다. 김홍준 기자대곡역. 아이 하나. 손가락으로 V자를 계속 그리고 있었다. 의정부역. 다른 아이 하나. 신나게 뛰었다. 아빠가 이제 그만 타자고 따라다녔다. 이 아이들을 잇는 선 하나. 좀 길다. 30.5㎞. 이름하여 교외선. 이 철로의 한쪽 끝과 다른 쪽 끝에서 아이들은 설렘에 부풀어 풍선처럼 날아올랐다.지난 9일 대곡역. 이호영(7)군 가족은 의정부로 향했다. “(경)전철도 타보고, (제일)시장도 가서 맛난..

202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가담 / 박연

202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가담 / 박연가담  박 연  우, 너는 언젠가 영가들은 창문으로 다닌다는 말을 했지. 그 뒤로 밤이 되면 커튼을 쳐두었다. 낯선 영가가 갑자기 어깨를 두드릴까 봐. 두려운 일은 왜 매일 새롭게 생겨날까. 가자지구에서 죽어가고 있는 사람들. 소년들은 처음 보는 사람을 쏘았겠지. 총알이 통과한 어린 이마와 심장. 고구마 줄기 무침 먹으면서 봤다. 전쟁을 멈추지 않는 나이 든 얼굴들.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빌미로 이익을 얻으려 한다는 말을 들었어. 맨발로 거리를 걷고 싶다. 너는 내가 추워할 때 입김을 불어줄 테지. 거리에서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입혀 둔 스웨터를 보자. 보라색 바탕에 웃는 얼굴이 수놓아져 있던 스웨터를 기억해? 표정이 어딘지 모르게 음흉해서, 음흉이..

[216] 이매망량(魑魅魍魎)

[정민의 세설신어] [216] 이매망량(魑魅魍魎)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입력 2013.06.26. 03:22  이매망량(魑魅魍魎)은 우리말로 두억시니 또는 도깨비의 지칭이다. 정도전(鄭道傳)은 '사이매문(謝魑魅文)'에서 이매망량을 "음허(陰虛)의 기운과 목석(木石)의 정기가 변화해서 된, 사람도 아니고 귀신도 아니며, 이승과 저승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존재"로 보았다. 이매망량은 음습한 곳에 숨어 있다가 사람을 홀려서 비정상적 행동을 하게 만든다. '사기'의 오제본기(五帝本紀)에 나온 풀이에는 "이매魑魅)는 사람 얼굴에 짐승의 몸뚱이로 발이 네 개다. 사람을 잘 홀린다"(魑魅人面獸身四足, 好惑人)고 했다. '산해경'에는 "강산(剛山)에는 귀신이 많다. 그 모습은 사람 얼굴에 짐승의 몸뚱이를 했고, 다리..

[22] 당신의 용은 안녕하십니까

[정수윤의 하이쿠로 읽는 일본] [22] 당신의 용은 안녕하십니까정수윤 작가·번역가입력 2024.10.30. 23:50   찬 이슬이여구멍에는 분명히용이 들었다つゆさむ あな りゅう露寒や穴にはきっと龍がいる 찬 바람이 부니 뱀의 구멍이 열리는 계절이 왔다. 입동이 다가오면 개구리나 뱀처럼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지 못하는 변온동물은 살기 위해 땅속으로 들어가 겨울잠 준비를 한다. 나는 숲길을 걷다가 흙바닥에 뚫린 주먹만 하게 동그란 구멍을 발견할 때마다 그 안으로 기다란 몸을 구불구불 집어넣었을 뱀의 차고 미끄러운 피부를 상상한다. 긴 시간 잠을 자야 하니 맛있는 걸 많이 먹고 통통하게 살이 올랐을까. 구멍의 크기로 뱀의 허리둘레를 가늠해 본다. 꽤 큰 녀석이다. 먹이를 구하러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녀석과 마주쳤..

Rich Men North of Richmond(2023)

[박은식의 보수주의자의 Rock] 그 노래는 어떻게 보수 우파의 찬가가 됐나Rich Men North of Richmond(2023)박은식 의사입력 2025.02.14. 00:02업데이트 2025.02.14. 09:40   일러스트=양진경미국 대선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하던 2023년 9월. 가난한 노동자 올리버 앤서니(Oliver Anthony)가 부른 ‘리치먼드 북쪽의 부자들(Rich Men North of Richmond)’이 발표되자마자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다는 기사를 봤다. 꾸준히 음원을 내며 차트에 들기는커녕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공장에서 일하다 두개골 골절상을 당한 후유증으로 일용직만 전전하던 이가 전 세계 음악인들이 동경하는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그것도 2주씩이나? 세계 최초 ..

문화평론 2025.02.14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 "상대를 적이 아닌, 거래 상대로 봐라"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 "상대를 적이 아닌, 거래 상대로 봐라"중앙일보입력 2025.02.14 00:23업데이트 2025.02.14 10:59업데이트 정보 더보기지면보기백성호 기자중앙일보 종교전문기자 구독6일 서울 종로구 총무원 청사에서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만났다. 그의 최우선 관심사는 ‘선(禪)명상’이다. 종단 차원에서도 명상에 한껏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이유가 궁금했다. 우선 진우 스님의 출가담부터 물었다.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서산 대사의 법맥이 제자인 편양 언기 스님에게 이어졌다. 편양 스님의 일대기를 담은 『양치는 성자』를 읽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양치는 성자』는 진우 스님의 은사이자 대강백으로 통하던 백운 스님이 썼다. 김현동 기자.왜 출가하셨나. ..

붓다를 만나다 2025.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