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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의 나무편지

[나무편지] 낯섦 혹은 새로움으로 맞이한 큰 나무와 오래된 《나무강좌》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2. 23. 14:54

[나무편지] 낯섦 혹은 새로움으로 맞이한 큰 나무와 오래된 《나무강좌》

  ★ 1,218번째 《나무편지》 ★

  고향에 잘 다녀오셨지요. 어머니 아버지 안부도 잘 살피셨지요. 저는 이번 설 연휴 앞에 몸살 감기를 앓았습니다. 조금 힘든 몸살이었습니다. 혹시라도 가족에게 전염이라도 될까 저어되어 제사는 어찌하나 걱정했는데 제사에 참여하기 위해 찾아와야 할 다른 가족들 가운데 어린 아기까지 심한 감기에 걸렸다기에 아예 다 취소하고 그냥 평소의 휴일처럼 지내게 됐습니다. 다행히 조금 나아진 상태로 연휴를 보내기는 했습니다만, 갈수록 회복의 속도가 늦어지는 게 조금은 서글픕니다.

  설 연휴 지나면서 다시 또 한 가지 알려드릴 일부터 전하겠습니다. 바로 내일 2월의 둘째 수요일의 일입니다. 잘 아시는 이야기입니다만, 부천 상동도서관에서 진행하는 ‘고규홍의 나무강좌’ 소식입니다. 혹시 분주히 보내시면서 잊으셨을까봐 한번 짚어드립니다. 이번 2월 강좌에서는 우리의 옛 사람들이 20리마다 이정표 삼아 심었다고 전해오는 ‘시무나무’를 ‘이달의 나무’로 먼저 말씀드리고, 지난 1월 강좌에서 시간이 모자라 채 마무리하지 못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아름다운 숲’ 이야기를 전해드리려고 준비했습니다. 이번 강좌가 벌써 83회째 강좌입니다. 언제나처럼 많은 성원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https://band.us/band/80619252 <== 상동도서관 나무강좌 밴드 바로가기

  혹시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엊그제 뉴스 가운데에는 흥미로운 소식이 있었습니다. 국제학술지인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발표된 내용인데요. 데이비드 스테이어 미국 유타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로, “나무가 많은 환경에서 걷는 활동은 두뇌 활동의 능력을 높인다”는 겁니다. 스테이어 교수의 연구 결과를 보도한 〈동아사이언스〉에 따르면 설 연휴 뒤에 찾아오는 명절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집안에 앉아 쉬는 것보다는 가까운 공원과 같은 초록 공간을 찾아 걷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입니다. 직접 숲을 걷는 건 아니라 해도 내일 우리 상동도서관 나무강좌에서라도 초록 숲과 큰 나무 이야기를 함께 하시면서 설 연휴에 쌓인 피로를 회복하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나무편지》에 보여드린 나무는 지난 2021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인천 장수동 은행나무〉의 설날 아침 표정입니다. 제사도 없이 보낸 설날 아침, 몸살 기운은 좀 남아있었지만 정신은 온전하기에 설 인사 올리려 찾아간 〈인천 장수동 은행나무〉입니다. 설날 아침이면 비교적 나무를 찾아오신 분들도 뜸하지 싶어서 이른 아침에 나무를 찾아갔더니, 보시는 것처럼 한적했습니다. 〈인천 장수동 은행나무〉 주변은 설날 이른 아침 아니면 이처럼 한적한 풍경을 보기 어려울 만큼 늘 북적이는 곳이거든요. 제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이어서 자주 찾는 나무이지만, 이처럼 한적한 나무 풍경은 처음입니다.

  게다가 나무 주변 경관이 몰라볼 정도로 깔끔하게 정돈돼 더 그랬습니다. 나무 주변 경관이 바뀌었다는 얼마 전 뉴스의 소식 그대로였습니다. 너무 말끔해진 바람에 외레 낯선 느낌까지 있어 더 좋았습니다. 〈인천 장수동 은행나무〉 경관 정비는 천연기념물 지정 심사 때에 남동구청 관계자들이 장담한 약속이었습니다. 약속대로 나무 풍경이 더 깔끔하고 넉넉해져 바라보는 마음까지 푸근해진 설날 아침이었습니다.

  자주 찾아보아서 너무나 익숙한 한 그루의 오래된 은행나무에서 느낄 수 있었던 낯섦, 다르게 이야기하면 새로움이겠지요. 새해 아침에 맞이한 나무의 새로운 느낌처럼 올 한해를 더 새롭고 풍요로운 마음으로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유 되는 분들, 그리고 설 연휴를 더 풍요롭게 보내시느라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해야 하시는 분들 모두 내일 아침, ‘상동도서관 네이버 밴드’ 나무강좌에서 뵈어요.

  고맙습니다.

2024년 2월 13일 아침에 1,218번째 《나무편지》 올립니다.

  - 고규홍 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