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의 자작나무 숲] 햄릿이냐 돈키호테냐 김진영 연세대 노어노문학과 교수입력 2024.11.11. 23:58 일러스트=이철원 우디 앨런의 30년 전 영화 ‘부부일기’(Husbands and Wives)가 떠오른다. 남편과 헤어진 여자가 새 애인을 만나 침대에서 사랑을 나누던 중 머릿속으로 두 남자를 여우와 고슴도치에 비교하는 장면이다. 여자는 이어서 주변 친구들마저 두 유형으로 분류하기 시작하고, 그 바람에 사랑은 시들해진다. 무릇 모든 피조물이(그들의 사랑 방식마저도) 여우와 고슴도치로 나뉜다는 우디 앨런식 유머를 제대로 음미하려면, 고대 그리스 시인 아르힐로쿠스의 다음 명제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여우는 많은 것을 알고, 고슴도치는 큰 것 하나를 안다.’이 명제의 본질은 상반된 두 기질을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