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2025/01/21 6

고종 황제 초상화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566] 고종 황제 초상화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입력 2025.01.21. 00:06업데이트 2025.01.21. 09:27  휘베르트 보스, 고종 황제의 초상, 1899년, 캔버스에 유채, 198.9 x 91.8 cm, 개인소장. 대한제국 고종 황제의 초상화다. 위엄 서린 황룡포가 무색하게 다소곳이 두 손을 모아 잡고 섰다. 1898~1899년 네덜란드 출신의 미국 화가 휘베르트 보스(Hubert Vos·1855~1935)가 직접 황제를 앞에 두고 그린 것이다. 보스는 로마와 파리에서 수학하고, 런던에서 초상화가로 입지를 굳힌 뒤, 1893년 미국 시카고 만국박람회에 참관했다. 시카고에서 그가 눈여겨본 건 아메리카 원주민, 이집트인과 에스키모 등 비서구권의 이국적인 여러..

유물과의 대화 2025.01.21

바람의 이력서 ---문철수

바람의 이력서 ---문철수 지나온 길을 기억하지 않는다지나온 날을 기록하지 않는다지나온 삶을 기념하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SNS가 보편화 되고 휴대전화의 기능이 고성능 카메라와 고급 사양의 컴퓨터를 대신할 정도로 발전하면서 굳이 기억할 필요 없는 세상이 되었다.휴대전화가 기념일과 심지어 모르는 길까지 척척 알려주고, 각종 SNS가 기념일과 잊고 있던 과거의 추억까지 불쑥 꺼내며 그때와 현재를 비교하기도 한다.모든 삶이 중요하지 않겠냐만 이러한 최첨단 시대에도 어떤 삶은 전혀 기억 기록 기념되지 않는 소외의 현장에 버려져 있다. 그런 삶이라고 어찌 아름답지 않을까. [문철수 시인]문철수의 시로 보는 세상서천신문 기사입력 2024-09-05 16:16

공부할 시 2025.01.21

후생

후생  저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고 다짐했다 얼굴도 없이 뼈도 없이 맹물에도 풀리면서 더러운 것이나 훔치는 생을 살지는 않겠다고 생각했다 하늘만 바라보면서 고고했던 의지를 꺾은 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무엇이든 맞서 싸우되 한 뼘 땅에 만족했던 우직함이 나를 쓰러뜨렸다 나무는 벌거벗어도 실체가 없음의 다른 말이다 벌거벗어도 보일 것이 없으니 부끄럽지 않다 당신이 나를 가슴에 품지 않고 쓰레기통에 처넣는다 해도 잠시라도 나를 필요로 할 때 기꺼이 나는 휴지가 되기로 한다 나는 당당한 나무의 후생이다  당연히 나는 원래 내가 아니었다. 각색되어 태어난 후생일 뿐이다. 내 기억 속 전생은 내 기억의 회로가 미처 성장하기도 전에 세상을 등졌다.어느 땅에서도 새로운 지역에서는 우선 나를 버려야 한다. “나를 가슴에 ..

산분장(散粉葬)

[만물상] 산분장(散粉葬)김민철 기자입력 2025.01.15. 20:38업데이트 2025.01.16. 00:08  추석 당일인 24일, 성묘(조상의 묘를 손질하고 살피는 일)를 하기 위해 전북 전주효자공원묘지를 찾은 사람들. 1997년 세상을 떠난 덩샤오핑은 “각막은 기증하고 시신은 해부용으로 쓴 다음 화장해 바다에 뿌려 달라”고 유언했다. 그의 유골은 홍콩 앞바다와 중국과 대만 사이의 바다에 뿌려졌다. 그는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난센스’라며 이 같은 유언을 남겼다. 그는 사후에 자신의 기념관을 세우지 말고 동상도 만들지 말라고 당부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영웅치고는 소박하게 삶을 마무리했다.일러스트=이철원 ▶상당수 국가에서는 화장한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바다장이 보편적인 장례 ..

문화평론 2025.01.21

'여수의 사랑' 동백나무는 왜 눈물을 뚝뚝 흘릴까

'여수의 사랑' 동백나무는 왜 눈물을 뚝뚝 흘릴까 [김민철의 꽃이야기]김민철 기자입력 2025.01.21. 00:05업데이트 2025.01.21. 08:33   ‘여수의 사랑’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이 1995년 낸 첫 소설집이다. 표제작 ‘여수의 사랑’은 정선과 자흔이라는 두 20대 여성이 주인공이지만 발랄한 이야기가 아니다. 요즘 젊은 세대가 주로 고민하고 방황하는 취업이나 연애 이야기도 아니다. 딱 한 세대 전인 90년대 두 20대 여성은 무엇 때문에 지쳐서 힘겹게 살아갈까.화자인 정선은 여수가 고향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죽자 아버지는 두 딸과 함께 바다로 뛰어들었다. 아버지와 동생은 죽었지만 혼자 살아남았다. 그 트라우마로 고향을 단 한번도 다시 찾지 않았다. 월세를 반분(半分)할 룸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