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고규홍의 나무편지 148

아름다운 도시 ‘서울’을 진정 훌륭한 도시로 지키기 위해서는……

[나무편지] 아름다운 도시 ‘서울’을 진정 훌륭한 도시로 지키기 위해서는…… ★ 1,178번째 《나무편지》 ★ 어린 시절의 학교에는 어떤 나무가 있었는지 기억하시나요? 등 꽃 활짝 피어난 학교 그늘에 우두커니 앉아 어린 시절 뛰놀던 초등학교 교사 옆의 큰 은행나무를 떠올립니다. 학교는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교까지 도시에서 다양한 나무를 풍요롭게 만날 수 있는 곳이지요. 아마도 우리 모두에게 특히 도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모두에게는 그렇지 싶습니다. 울타리의 개나리 꽃에서 시작한 봄은 아늑한 그늘 쉼터의 보랏빛 등 꽃으로 이어지고, 울긋불긋한 봄 꽃 모두 지고 나면 짙은 초록 빛 그늘의 느티나무 은행나무 혹은 벚나무 양버즘나무 숲이 아이들을 끌어들입니다. 대개의 학교는 어린 시절에 쉽게 만날 수 있는 작지..

섭씨 40도의 사월 … 결국 낙화 채비까지 마친 ‘오월의 꽃’들

[나무편지] 섭씨 40도의 사월 … 결국 낙화 채비까지 마친 ‘오월의 꽃’들 ★ 1,177번째 《나무편지》 ★ 이 즈음이면 가까운 친구들의 살가운 연락에 대거리하기를 “오동나무 꽃 지면 만나자”고 했습니다. 그리 오래된 이야기도 아니고 고작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그랬습니다. 노루귀 복수초에서 시작한 봄꽃은 수선화 튤립 목련 벚나무를 거쳐 이팝나무 개화에 이르렀지요. 그리고 이팝나무 꽃잎이 파르르 낙화 채비를 서두를 때면 철쭉과 함께 보랏빛 오동나무 꽃이 피어났습니다. 그게 대개는 오월 중순쯤이었습니다. 그 오동나무 꽃 지고나면 성마르게 피어났던 봄꽃들은 대개 한 숨 돌리곤 합니다. 그래서 봄 나무 답사를 정리하면서 여유를 갖고 만나자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올 봄 철쭉도 이팝나무도 오동나무도 벌써 다 ..

피부병에서 속병까지 고칠 수 있다는 신목으로 살아남은 큰 나무

[나무편지] 피부병에서 속병까지 고칠 수 있다는 신목으로 살아남은 큰 나무 ★ 1,176번째 《나무편지》 ★ 지난 주에 드린 《나무편지》에서는 대한민국 열혈청년 김창수가 ‘김구’라는 이름을 얻게 된 자리로 기억되는 김천의 느티나무 숲을 이야기했습니다. 별 생각 없이 잠깐 다리쉼이나 할 겸 들렀던 작은 숲이었는데, 그 숲에 그런 의미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냥 지나는 길이라고 쓰기는 했습니다만, 그냥 지나는 길은 아니었죠. 김천 월곡리의 큰 나무를 찾던 중이었는데, 주변의 길을 몇 차례 오가면서도 나무를 찾지 못해 헤매던 중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을 찾아 나무의 위치를 묻는 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마을 안쪽으로 들어선 길이었습니다. 작은 우체국이 있는 마을 안으로 들어서던 길에 바로 ..

‘눈물처럼 후드득 떨어지는’ 동백꽃 낙화음을 가슴 깊이 담으려

[나무편지] ‘눈물처럼 후드득 떨어지는’ 동백꽃 낙화음을 가슴 깊이 담으려 1,172번째 《나무편지》 시인 조용미는 “푸른빛과 섞이는 붉은빛 따라간 칠량에서 마량까지 늙고 오래된 푸조나무가 있는 당전마을을 지나치고 말았다”고 했습니다. 푸조나무가 있는 당전마을, 바다쪽으로 너른 들이 펼쳐진 참 풍요로운 마을입니다. 시인은 “밤나방처럼 가만히 붙어 몇백 년이라도 꽃살문을 떠메고 있으려는 커다란 나비경첩이 주는 무거움도 내려놓고 꽃살문 앞 떠난다 마량 간다 까막섬 간다”(조용미, ‘마량 간다’ 중에서)고 노래했습니다. 푸조나무가 있는 당전마을을 스쳐 지나야 하는 시인의 ‘마량’은 전남 강진군 마량면, 바닷가 마을입니다. 충남 서천 바닷가에도 마량이 있고, 마량포구가 있습니다. 푸조나무가 아니라 동백나무 숲으..

이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팝나무의 평온한 풍경에 스민 한 나절

[나무편지] 이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팝나무의 평온한 풍경에 스민 한 나절 1,171번째 《나무편지》 나무가 아름다운 고을, 전남 순천의 가만한 봄 소식, 꽃 소식 전해 올리면서, 선암사도 순천만도 낙안읍성도 찾지 못하고 아쉽게 그냥 돌아왔다고 지난 번 1,170번째 《나무편지》에서 말씀드렸습니다. 그래도 그 날, 오후 한나절은 순천을 대표할 만큼 크고 아름다운 나무 곁에 머무를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고만 말씀드렸지요. 오늘 《나무편지》에서 보여드리는 〈순천 평중리 이팝나무〉가 바로 그 나무입니다. 이팝나무 종류를 이야기할 때마다 늘 첫손에 꼽는 아름다운 나무입니다. 고속도로 승주나들목에서 가까운 곳이어서 굳이 순천을 다녀가는 길이 아니라 해도 이 부근에 가까이 가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잠시라도 ..

산수유 꽃봉오리 송글송글 맺히고, 매화는 꽃잎을 열었습니다

[나무편지] 산수유 꽃봉오리 송글송글 맺히고, 매화는 꽃잎을 열었습니다 얼마 전 《나무편지》부터 맨 끝에 난데없이 “1168번째” “1169번째” 라는 별 쓸데 없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사실 그 동안 대관절 몇 통의 편지를 띄웠는지 좀 궁금했습니다. 돌아보면 2000년 5월에 처음 띄우고, 24년이 지나는 동안 한 주도 빠뜨리지 않고 띄운 게 몇 차례나 될까 하는 게 궁금한 거였습니다. 그런데 확인할 길은 없었습니다. 윈도우7으로 업그레이드하던 2009년에 치명적인 실수를 하는 바람에 2009년 이전의 모든 자료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궁금증을 풀지 못한 채 지냈습니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아주 오래 전에 자료 보관용으로 만들어 놓고 혼자서만 참고하던 블로그가 있던 게 문득 생각나기에 접속해 봤습니..

긴 겨울의 끝, 봄의 첫 자리에서 나무와 땅을 물들이는 붉은 꽃

[나무편지] 긴 겨울의 끝, 봄의 첫 자리에서 나무와 땅을 물들이는 붉은 꽃 남녘에선 복수초 매화 개화 소식이 빠르게 한 무더기씩 다가옵니다. 매화 피어나는 이 즈음에 함께 피어나는 붉은 꽃이 있습니다. 동백나무 꽃입니다. 동백나무의 개화를 이야기할 때마다 그 시기를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남쪽 바닷가 마을에서 자라는 크고 작은 동백나무들은 벌써 꽃을 피웠고, 싱그러운 채로 땅 위에 떨어진 꽃송이까지 다 시들어 스러졌을 겁니다. 그러나 동백나무 꽃의 명소라 할 수 있는 곳들에서는 삼월 들어서, 그것도 삼월 중순 넘어야 겨우 피어납니다. 개화시기를 한 마디로 모아서 이야기하기 어려운 까닭입니다. 충남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 숲의 축제 준비 소식도 있습니다.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 숲도 삼월 중순 되면 붉은 꽃을..

봄마중 채비에 나선 늦겨울 은행나무의 싱그러운 아침

[나무편지] 봄마중 채비에 나선 늦겨울 은행나무의 싱그러운 아침 이제 더 기다릴 게 없습니다. 이 즈음이라면 꽃샘바람 잎샘추위가 분명 댑차게 찾아올 걸 모르지 않지만, 나무는 그래도 봄마중에 나섭니다. 아직 사람들의 겉옷은 바뀌지 않았지만, 두꺼운 겨울 옷깃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에 담긴 한기는 한결 덜합니다. 이제는 겨울을 떠나보내고 화창한 봄 마중을 채비해야 합니다. 나무들이 언제나처럼 봄마중의 맨 앞자리에 나섰습니다. 꼭 한 해 전 이맘 때 찾아본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의 이 즈음 소식이 궁금합니다. 가을이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은행나무로 여기며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는 은행나무입니다. 크고 아름다운 은행나무로는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를 따를 나무 없을 겁니다. 대개는 온 잎이 노랗게 물드는 가을..

먼 곳에서 찾아와 피어난 꽃들 … 낯설어서 더 어여쁜 꽃들의 노래

[나무편지] 먼 곳에서 찾아와 피어난 꽃들 … 낯설어서 더 어여쁜 꽃들의 노래 찬 바람 피해 따뜻한 유리온실을 찾았습니다. 잠깐 짬을 내 다녀올 수 있는 작업실 근처의 작은 식물원, ‘부천 호수공원 수피아식물원’에 다녀왔습니다. 아카시아 꽃을 보고 싶었던 이유도 있었습니다. 세종시의 ‘국립 세종수목원’에서 노랗게 피어난 아카시아 꽃을 보았던 게 지난 해 이맘 때였거든요. 지나치듯 들를 수 있는 곳이어서 아무 부담이 없는 걸음이었지만, 목적이 있었던 탓으로 조금은 설��습니다. 과연 아카시아 꽃을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죠. 세종수목원에서는 지난 해 이맘 때 피었던 게 사실이지만, 유리온실 안의 나무여서 개화 시기를 단정할 수는 없겠지요. 그래서 ‘안 피었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함께였습니다. ..

치앙마이 2천5백미터 고지에서 만난 만병초와 벚꽃, 태국수련

[나무편지] 치앙마이 2천5백미터 고지에서 만난 만병초와 벚꽃, 태국수련 도이인타논 국립공원(Doi Inthanon National Park)은 해발 2,565m의 도이인타논 산을 중심으로 한 구역입니다. 태국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 해서 ‘태국의 지붕’이라고 불린다고도 합니다. 히말라야 산맥의 끝자락이라는 것도, 영화 ‘아바타’의 모티브가 된 산이라고도 알려져 있다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널리 알려진 국립공원이니만큼 가볍게 2시간 남짓 그리 힘들지 않게 걸을 수 있는 짧은 트레킹 코스를 개발해 관광용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관광객을 위해 트레킹 중에 살펴볼 관람 포인트를 여러 곳 설명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반가운 식물 군락지가 있었습니다. 만병초 군락지였습니다. ‘로도덴드론 Rhododendron 군락지..

설 뒤 갑작스런 한파주의보 속에도 꿈틀거리는 우리의 봄 기미

[나무편지] 설 뒤 갑작스런 한파주의보 속에도 꿈틀거리는 우리의 봄 기미 고향 마을 당산나무는 여전하겠지요! 고향 집 어머니 아버지 뵙고 돌아오셨을 설날, 잘 보내셨지요. 세상 떠나신 어머니 아버지의 넋이 묻힌 고운 동산은 어떠하던가요? 어딘지 모르게 조금씩 달라졌나요? 아니면 그때와는 눈에 띄게 달라졌던가요? 모두가 좀 달라졌다 해도 어릴 적 뛰놀던 마을 어귀의 그 큰 나무만큼은 여전하지 않던가요! 고향이랄 마을이 따로 있지도 않고, 어머니 아버지와 따로 떨어져 살아본 적도 없는지라, 가야 할 곳도 오라는 곳도 없는 처지이지만 명절 때라면 경험해 보지 않은 고향 마을을 그려보게 됩니다. 가보지 않은 곳을 그리워한 누구처럼 마음 속의 고향 마을을 떠올려 봅니다. 돌아가신 어머니 아버지 생각이 뒤이어 유난..

겨울과 봄의 아슬아슬한 경계에 살아있는 변증의 생명

[나무편지] 겨울과 봄의 아슬아슬한 경계에 살아있는 변증의 생명 겨울 숲은 오묘합니다. 겨울은 숲에 담긴 생명의 신비로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계절입니다. 겨울과 봄의 아슬아슬한 경계, 그건 어쩌면 삶과 죽음의 경계, 생명의 변증이 살아있는 경계라 할 수 있습니다. 겨울 숲에는 다 익은 열매를 떨구는 나무와 다가오는 봄을 채비하며 꽃봉오리를 피워내는 나무가 함께 있습니다. 다른 생명의 힘을 빌려 열매를 널리 퍼뜨려 다음 세대의 번성을 꿈꾸는 나무가 남은 힘을 다 하는가 하면, 그 곁에는 다시 또 새 생명을 키우려 안간힘하는 나무가 있습니다. 삶과 죽음, 혹은 떠남과 만남의 변증이 오묘하게 어우러진 계절이 이 즈음입니다. 겨울 숲을 느끼기 위해 월든 호숫가 숲으로 들어갈 결심을 했다는 소로의 생각이 읽..

연못에서 깨달음을 얻은 절집의 불상 앞 마당에 서 있는 불가의 나무

[나무편지] 연못에서 깨달음을 얻은 절집의 불상 앞 마당에 서 있는 불가의 나무 안녕하세요. 오늘은 〈부천 상동도서관의 나무강좌〉 소식부터 전해드립니다. 2017년부터 다달이 한 차례씩, 7년에 걸쳐 정기 강좌 69회와 두 차례의 ‘번외편’ 강좌까지 모두 71회를 이어온 부천 상동도서관의 〈나무강좌〉입니다. 올에는 비대면 대면 방식을 혼용해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상반기의 대면 강좌는 6월에 진행할 예정이고, 1월부터 5월까지는 네이버밴드를 통해 수강하실 수 있습니다.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시고 ‘상동도서관 나무강좌 안내 페이지’를 통해 가입하시면 됩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기다리겠습니다. https://bit.ly/3X9NDCs

사람의 향기를 하늘에 전하는 향나무처럼 싱그러운 새 날 이루소서

[나무편지] 사람의 향기를 하늘에 전하는 향나무처럼 싱그러운 새 날 이루소서 새해입니다. 이천이십삼년 첫 《나무편지》에서는 향나무 이야기를 전합니다. 줄기에서 독특한 향이 난다는 뜻에서 한자로는 목향(木香)이라고도 쓰는 향나무는 소나무 은행나무 느티나무와 함께 오래 사는 우리의 나무 가운데 하나입니다. 줄기에서 붉은 빛이 돌기 때문에 자단(紫檀)이라고 쓰기도 한 나무이지요. 대부분의 향기를 나무에서 만들어내던 오래 전에 민간에서 정성껏 심어 키운 나무입니다. 향나무의 향기는 몸과 마음을 맑게 할 뿐 아니라, 그 향기가 하늘 끝까지 뻗어나간다는 생각에서 하늘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중요한 수단으로 여겼습니다. 민간의 제사 때에는 물론이고, 불가의 여러 의식에서 향을 피우는 것도 그런 까닭에서입니다. 산림청 보..

저무는 해 보람되이 마무리하시고 복된 새해 즐거이 맞이하세요

[나무편지] 저무는 해 보람되이 마무리하시고 복된 새해 즐거이 맞이하세요 흰 눈이 참 많이 내린 크리스마스 시즌 지나고, 이제 이천이십이년의 마지막 주일입니다. 돌아보면 모두에게 여러 일들이 있었겠지요. 좋은 일 못지 않게 나쁜 일도 있었을 것이며, 슬픈 일 못잖게 기쁜 일도 많았을 겁니다. 언제나 그렇겠지만, 내내 좋은 일, 기쁜 일만 있을 수 없는 것처럼 나쁜 일, 슬픈 일만 있지도 않았습니다. 달력 바꾸어 건다고 해서 그런 사람살이가 바뀔 리도 없겠지요. 이 땅의 큰 나무를 찾아, 나무에 담긴 사람살이의 무늬를 짚어내고, 나무 이야기를 엮어내는 일 또한 달라질 것 없습니다. 그래도 해가 바뀐다는 까닭에 지난 일들을 한 매듭 지어 돌아볼 짬을 가질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지 싶습니다. 이천이십삼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