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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의 나무편지

언 땅을 뚫고 일어서는 꽃들과 함께 하는 더 싱그러운 봄마중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2. 5. 15:41

[나무편지] 언 땅을 뚫고 일어서는 꽃들과 함께 하는 더 싱그러운 봄마중

  ★ 1,217번째 《나무편지》 ★

  설 앞입니다. 해마다 《나무편지》에서 드리는 말씀인데요. 우리는 음력 설을 쇠는 바람에 ‘새해 인사’를 꼭 두번씩 할 수 있어 더 좋습니다. 그래서 다시 인사 올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설 지나면 이제는 곧바로 봄 마중 채비를 해야 합니다. 대개의 경우 설날은 2월에 들어있고, 2월은 여느 달보다 짧고 빠르게 지납니다. 그러면 3월, 학교의 대문이 활짝 열리고, 꽃샘바람 다가온다 해도 봄입니다. 게다가 입춘도 지났으니까요.

  오늘 《나무편지》에서는 그래서 ‘봄 마중’ 채비로 준비한 천리포수목원의 프로그램을 소개합니다. 뭐 지난 해 여름부터 이어온 거니, 그리 대단한 건 아닙니다. 함께 천리포수목원 숲길을 걸으며 나무들의 안부를 묻고, 나무들이 들려주는 봄 마중 이야기를 듣는 프로그램입니다. 지난 여름, 천리포수목원의 원장님께서 제안하면서 시작한 나무 관찰 프로그램으로, 다달이 두 차례씩 진행한 겁니다. 격주로 진행해야 하는 일정이 버겁기는 했습니다. 또 주로 주말 일정으로 진행하다보니, 오가는 길의 교통 상태가 만만치 않아 몸이 고단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숲을 찾아오신 여러 참가자 분들과 함께 숲길을 걸으며 나무들의 안부를 짚어갈 때면 고단함은 금세 사라지곤 했습니다. 참가하시는 분들도 모두 좋아하셨지만, 그보다 더 좋은 건 제 자신이었습니다. 제가끔의 계절에 가장 돋보이는 풀꽃과 나무들을 찾아 귀기울이고, 그들이 건네주는 생명의 아우성을 나무를 대신해 함께 걷는 분들에게 전해드리는 일은 즐겁고 보람되지 않을 수 없잖아요. 그냥 혼자였다면 다달이 두번씩 천리포에 간다는 일이 그리 쉽지 않았을 겁니다. 프로그램에 얽매어 어거지로라도 찾아간 숲은 언제나 그만큼 큰 보람이 있는 일이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번번이 주말 도로의 정체가 심했지만, 나무와의 교감이 남겨주는 싱그러움이 살아 있어 좋았습니다.

  그 프로그램을 지난 겨울 동안 잠시 쉬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봄이 오는 길목에서 가장 먼저 떠올린 프로그램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올 봄은 그렇게 시작합니다.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나무칼럼니스트 고규홍과 함께 하는 ‘나무들의 봄마중’》 예약 페이지로 들어가시게 됩니다. 참가 가능한 날짜를 먼저 선택하신 뒤에 예약하시면 됩니다. 3월에는 셋째 일요일인 17일과 다섯째 일요일인 31일에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많은 성원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https://bit.ly/3LEQccA <== 천리포수목원 예약 페이지 바로가기

  17일과 31일은 고작 보름 차이이지만 풍경은 분명히 다를 겁니다. 3월 중순인 17일이면 아직 봄마중이 좀 이르다 생각하시겠지만, 천리포수목원에는 ‘봄길맞이의 대표적 상징’이랄 수 있는 설강화가 절정을 이룹니다. 설강화는 2월 들어서면서 이미 피었거든요. 어제의 텔레비전 뉴스에서도 천리포수목원의 봄꽃들이 보여졌다고 하는데요. 아마도 설강화 군락의 절정은 올 봄 프로그램 첫 날인 17일에 절정을 이룰 겁니다. 대개 군락을 이루어 자라고 2월부터 피어 이른 봄 내내 천리포수목원의 봄을 환하게 밝히는 참 예쁘고 앙증맞은 꽃입니다. 설강화의 싱그러운 자태를 맞이하며 누구보다 먼저 봄의 기운을 느끼시려면 31일보다 17일이 더 좋을 겁니다.

  또 17일에는 복수초 노루귀도 절정을 이룰 겁니다. 복수초는 개화 기간이 길어서 그 뒤에도 볼 수야 있지만, 복수초 다운 느낌은 이 즈음이 더 좋습니다. 하지만 개화 기간이 짧은 편인 노루귀는 3월 말에는 보기 어렵지 싶어요. 겨울을 보낸 봄꽃들의 생명력을 누구보다 먼저 맞이하기 위해서라면 아마도 17일이 딱 좋은 날입니다. 4월으로 넘어가는 3월 31일이 되면 언땅을 뚫고 일어선 봄꽃들의 싱그러움을 조금 줄어들겠지요. 설강화는 3월 중순까지만 피어 있어도 대략 50일 넘게 피어있는 셈이 될테니까요. 물론 설강화 종류 가운데에 조금 늦게 피는 종류도 있지만, 언땅을 뚫고 솟아오르는 설강화의 생명력을 느끼기에는 늦지 싶습니다.

  올 봄의 두번째 프로그램을 진행할 3월 31일 즈음에는 설강화 외에 다른 꽃들이 더 피어나겠지요. 자연의 흐름을 예단할 수 없고, 또 기후 변화가 극심한 이 즈음이니 아직 확언하기야 어렵습니다만, 아마 이 즈음에는 복수초 노루귀 설강화 외의 다른 꽃들을 만나게 될 겁니다. 그 중에 먼저 떠오르는 건, 설강화 꽃 시들어 떨어진 자리에서 피어날 크로커스입니다. 주황색을 비롯해 흰색 보라색 등 다양한 빛깔로 피어나는 크로커스가 이 즈음에 숲을 찾는 상춘객을 반겨 맞이할 겁니다. 아직 목련의 개화는 이르겠지만, 그래도 봄길맞이의 상징인 여러 꽃들을 만나게 될 겁니다.

  오늘 《나무편지》에서 짐작한 3월 17일과 31일의 사정은 그야말로 ‘짐작’ 수준입니다. 짐작이 그대로 맞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만, 대강 정도는 맞을 겁니다. 제 짐작이 혹시 정확히 맞지 않더라도 천리포수목원의 숲길을 걷는 일은 어느 날을 선택하시든 봄마중으로 더 없이 싱그러운 일이 될 겁니다.

  봄꽃들 이야기를 풀어내다 보니, 마음은 벌써 봄의 한가운데에 들어선 듯 설렙니다. 이 설레는 즐거움에 함께 하시기를 기다리며 오늘의 《나무편지》는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오늘 《나무편지》에 담은 맨 위의 사진은 ‘설강화 새싹’이고, 두번째는 프로그램 홍보 사진이며, 세번째와 네번째는 설강화 꽃, 다섯번째는 복수초, 여섯번째는 노루귀, 일곱번째와 여덟번째는 크로커스 꽃입니다.

  고맙습니다.

2024년 2월 5일 아침에 1,217번째 《나무편지》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