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 / 윤석산(尹錫山) 뿔 초식의 질긴 기억이 스멀스멀 몸으로 스며들 때가 있다 날카로운 발톱도 치명의 송곳니도 갖지 못한 쫓기는 자의 슬픔 그 슬픔을 용서하지 못할 때 불끈 뿔은 솟구쳐 오른다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한숨과 눈물로 범벅이 된 분노는 높은 굴뚝을 타고 오르는 연기가 되거나 못으.. 내 시와 시집에 대한 평론 2020.03.22
목발 1 /이동훈 목발 1 / 나호열 자유는 스스로 그러한 것이라고 배웠다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갈구하는 것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라고 깨우쳤다 그러나 나는 스스로 말없이 행하는 사물들을 업신여기고 값어치를 치르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이 세상의 속박과 결탁하면서 수인에게 .. 내 시와 시집에 대한 평론 2020.03.04
숲으로 가는 길... 나호열 [중앙 갤러리 초대 최한나의 맛있는 시 감상 (228)] 숲으로 가는 길... 나호열 최봄샘 기자 승인 2020.01.07 08:52 시집 "안녕, 베이비 박스" 펴낸 나호열 시인 사진 / 최봄샘 숲으로 가는 길 나호열 오래전 떠나온 초원을 그리워하는 낙타처럼 먼 숲을 향하여 편지를 쓴다 하늘을 향해 무작정 기도.. 내 시와 시집에 대한 평론 2020.01.07
불구 (不具)의 시대를 걸어가는 목발의 기록 <해설> 불구 (不具)의 시대를 걸어가는 목발의 기록 강만수 시인은 고통을 즐기는 자이다. 화려한 기쁨보다는 보잘 것 없는 일에 가슴이 쓰리고 주위에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개별자로서의 존재를 물을 때 고독해지는 자이다. 이 말은 필자의 이야기인 동시에 시인 나호열이.. 내 시와 시집에 대한 평론 2018.12.27
없는 것 속에서 있는 것들 없는 것 속에서 있는 것들 황정산(시인, 문학평론가) 언어는 존재하는 것들을 대신하는 기호이거나 있어야 할 것을 불러내는 주술의 수단이다. 그래서 그것을 통해 사람들 간에 의사소통을 하고 욕망을 대신하거나 그것을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 하지만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행하면서도 .. 내 시와 시집에 대한 평론 2018.11.30
못난 못난 -신성리 갈대밭에서 / 나호열 아들 아버지 형 아우 오라버니 지아비 할아버지 학생 스승…… 이 빛나는 이름 앞에 못난을 붙여 호명하면 일제히 고개 숙이며 앞으로 나아간다 수많은 내가 흰머리 휘날리며 바람의 매를 맞고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를 알고 있다』, 문학.. 내 시와 시집에 대한 평론 2018.07.26
아무개/ 최한나 최한나의 맛있는 시 감상(183) // 아무개 / 나호열 중앙뉴스 2018.01.29 09:03 시집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를 알고 있다』 펴낸 나호열 시인 아무개 나호열 머리도 뎅강 쳐주고 꼬리도 사정없이 잘라주세요 몸통 속의 오장육부도 뼈도 아끼지 말고 발라주세요 자, 뭐가 남았나요 이제 아.. 내 시와 시집에 대한 평론 2018.01.30
지현아/ 나호열 시집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를 알고 있다』 지현아/ 나호열 시집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를 알고 있다』 (시인동네) 새벽이 오면 강은 스스로 나무가 된다 빛깔도 향기도 없는 수만 송이의 꽃을 피우는 나무 어둠을 딛고 아스라이 바라보는 수묵의 너른 품 정갈한 백자를 닮은 얼굴은 기쁨과 슬픔을 곱게 풀어놓은 듯하다 밤을.. 내 시와 시집에 대한 평론 2018.01.15
별똥별이 내게 한 말 별똥별이 내게 한 말 사랑은 한 번이면 족한 것 사랑은 순간을 영원으로 되돌리는 것 사랑은 모든 길을 버리고서야 찾아오는 것 *2016년 《천태산 은행나무 시제》 발표 * 시집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를 알고 있다』. (시인동네 2017) 태양계 공간에 흩어져 있거나 떠다니는 작은 물체.. 내 시와 시집에 대한 평론 2018.01.11
말을 말하기/ 시: 말의 행방/황정산 말을 말하기 황정산(시인, 문학평론가) IT 기술의 발전으로 이룩된 현대사회는 정보 과잉의 사회이기도 하다. 널리 보급된 IT 기기들은 우리의 삶에 각종 정보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 넘치는 정보들이 대부분 말로 되어있기에 우리의 삶은 말들로부터 시작해서 말들로 끝난다. 눈을 뜨면 .. 내 시와 시집에 대한 평론 2017.12.25
I - It 이 계절에 좋은 시 읽기 / 구재기 I - It 오늘도 그가 왔다 굳은 표정과 말 없는 침묵으로 말을 거는 그에게 오히려 나는 할 말이 없다 낯이 익은 탓인지 온갖 비밀로 가득 찼던 몸을 기꺼이 내게 열어주지만 그는 언제나 나에게는 삼인칭의 이름 찬란했던 봄이 가고 딱딱한 눈물이 남는 나무처럼 부드러운 나의 손길에도 깊.. 내 시와 시집에 대한 평론 2017.12.07
부재의 탄주와 타자의 울음소리/ 이현서 수평선에 대한 생각 그리워서 멀다 외로워서 멀다 눈길이 먼저 달려가도 닿을 수 없는 너를 향하여 나는 생각한다 목을 매달까 저 아슬한 줄 위에 서서 한바탕 뛰어볼까 이도저도 말고 훌쩍 넘어가 버릴까 매일이라는 절벽을 힘들게 끌어당기며 나는 다시 생각한다 아직도 내게는 수평선.. 내 시와 시집에 대한 평론 2017.12.05
가을을 지나는 법 가을을 지나는 법 가을은 느린 호흡으로 멀리서 걸어오는 도보여행자 점자를 더듬듯 손길이 닿는 곳마다 오래 마음 물들이다가 툭 투우욱 떨어지는 눈물같이 곁을 스치며 지나간다 망설이며 기다렸던 해후의 목 매인 짧은 문장은 그새 잊어버리고 내 몸에 던져진 자음 몇 개를 또 어디에.. 내 시와 시집에 대한 평론 2017.10.30
허무한 초월자의 모습으로 서서 축적된 허무를 노래하다 허무한 초월자의 모습으로 서서 축적된 허무를 노래하다 유희주 (시인․ 소설가) 가끔은 가장 빛나는 나이에 듣던 음악으로 돌아가 본다. 공중에 발을 띄워 놓고 걸어도 무방한 때였으니 그 때의 정열은 땅 위에 있지 않고 공중을 떠돌았다. 서서히 땅에 붙들리고 땅 속에 땀과 사랑과 .. 내 시와 시집에 대한 평론 2017.09.26
불화의 상상력과 ‘내밂’의 시학 불화의 상상력과 ‘내밂’의 시학 박 진 희 나호열 시인은 얼마 전 그의 열여섯 번째 시집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를 알고 있다』(시인동네, 2017)를 상재했다. 시집을 내고 나면 은행에 잔고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말을 몇몇 시인들에게서 들은 적이 있는.. 내 시와 시집에 대한 평론 2017.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