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운세 오늘의 운세 / 나호열 늦게까지 이루어지니 서두르지 말 것! 목 잘린 불상의 얼굴은 찾을 길 없다 주어가 빠진 삶 손에 쥐어야 살아있는 것 같은 피어나는 뭉게구름 나는 생각에 잠긴다 잘린 목에 웃는 얼굴과 우는 얼굴을 차례로 올려 놓아본다 주어를 찾다가 평생을 도둑맞을 것 같다 우리는서로에게슬픔의 나무이다97 2013.05.13
강가에서 강가에서 / 나호열 물비린내가 난다. 거기 누구? 잠시 멀어졌다가 이내 돌아오는 풀 냄새, 무엇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 머물겠다고 뿌리내리려는 생이 꿈틀거리며 울고 있다는 것이다. 더듬거리는 손에 정적이 잡혔다가 저만치 안개로 달아나 버리고 훅, 흐느낌처럼 물비린.. 우리는서로에게슬픔의 나무이다97 2013.05.10
나는 물었다 나는 물었다 / 나호열 나는 물었다 나무에게, 구름이며 꽃에게 흐르는 길이며 강물에게 그들은 말하지 않고 조용히 몸짓으로 보여주었다 일인극의 무대 굴뚝이 연기를 높이 피워 올렸다 절해고도 표류자의 독백처럼 표정이 없는 희망이 되는 사전에 없는 어휘가 되는 물음들 아직 전달되.. 우리는서로에게슬픔의 나무이다97 2013.05.09
울진 적송 울진 적송 / 나호열 이십 년 책 보시와 사십 년 사람공부가 울울한 적송 한 그루만 못하다 수십 척 올곧은 자세를 일으키기 위해 뿌리째 휘어지는 굴복이 얼마나 많았겠나 저 허공에 막막한 길 있다고 뚝심 하나로 비탈에 서서 먼 발치로 굽어보는 세상이 멀어 힘찬 팔뚝으로 부질없는 바.. 우리는서로에게슬픔의 나무이다97 2013.05.07
다시 시월을 추억함 다시 시월을 추억함 / 나호열 먼 길을 돌아 벼랑 앞에 선 사람아 아느냐, 험한 비탈 비스듬히 발목을 묻은 나무들의 올곧은 마음을, 왜 서로 기대지 않고 왜 서로 어루만지지 않고 왜 서로 바라보지 않고 그저 그렇게 하염없이 멈추어 서 있기로 하였는지 묶였다 풀려지는 바람 같은 그 손.. 우리는서로에게슬픔의 나무이다97 2013.05.04
시월을 추억함 시월을 추억함 / 나호열 서러운 나이 그 숨찬 마루턱에서 서서 入寂한 소나무를 바라본다 길 밖에 길이 있어 산비탈을 구르는 노을은 여기저기 몸을 남긴다 生이란 그저 神이 버린 낙서처럼 아무렇게나 주저앉은 풀꽃이었을까 하염없이 고개를 꺾는 죄스런 모습 아니야 아니야 머리 흔들.. 우리는서로에게슬픔의 나무이다97 2013.05.03
우리는 서로에게 슬픔의 나무이다. 6 우리는 서로에게 슬픔의 나무이다. 6 / 나호열 하늘을 찌를 듯이 곧게 치솟아 오른 그런 나무보다 등허리가 구부러져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할 것 같은 그런 나무를 보면 따스하다 눈물 가득찬 바람 같은 것 텅 빈 허공 어디에라도 기대어 서서 눈에 보이지 않는 손길을 골라 하냥 걸어 빈 .. 우리는서로에게슬픔의 나무이다97 2013.05.01
우리는 서로에게 슬픔의 나무이다. 5 우리는 서로에게 슬픔의 나무이다. 5 / 나호열 -반쪽의 은행나무에게 아픔을 주고 싶지 않은 사람 눈물이 되고 싶지 않은 사람 여름날 해질 무렵 바람처럼 그렇게 싱그러움이 되고 싶은 사람 어느 날 문득 들여다본 당신의 가슴 속에 한 개의 별이 되어 반짝이고 싶은데 언제 어디서나 밝.. 우리는서로에게슬픔의 나무이다97 2013.04.30
우리는 서로에게 슬픔의 나무이다. 4 우리는 서로에게 슬픔의 나무이다 .4 / 나호열 나무들 모이면 숲이 되는데 사람의 숲에는 나무가 없다 우리는서로에게슬픔의 나무이다97 2013.04.29
우리는 서로에게 슬픔의 나무이다. 3 우리는 서로에게 슬픔의 나무이다. 3 -안개에 대하여 가만히 다가서고 싶다. 일년 내내 참았던 눈물 터지듯 이별의 편지를 쓰다 말고 문득 눈 마주치는 가을 숲 키 큰 나무이고 싶다. 그 동안 너무 많은 길과 뿌리지 않은 씨앗의 텅 빈 열매를 찾았던 수고로움 고개 숙이니 마음의 빈 터 가.. 우리는서로에게슬픔의 나무이다97 2013.04.27
우리는 서로에게 슬픔의 나무이다 . 2 우리는 서로에게 슬픔의 나무이다. 2 / 나호열 그대 옆에 가만히 서 본다 보이지 않는…… 바람에 기대어 보면 그대는 없고 속 깊은 고목의 흔들림 가끔은 깨닫는다 가슴을 덥히지 못하는 누구의 허수아비인가 문득 떠나보는 사람들 그 넓은 바다 그 무덤, 그 기슭에서 반복되는 질문은 쓰.. 우리는서로에게슬픔의 나무이다97 2013.04.25
우리는 서로에게 슬픔의 나무이다. 1 우리는 서로에게 슬픔의 나무이다 .1 평생을 배워도 되지 않을 것 같다 슬픔 병도 깊으면 친구가 되는데 슬픔 아니다, 아니다 북풍 한설로 못을 박아도 푸르게 고개를 내미는 젊은 날의 부스럼꽃 토막토막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강물에 피어 미워할 수 없는, 잊을 수 없는 슬픔은 문장.. 우리는서로에게슬픔의 나무이다97 2013.04.20
키 큰 나무 / 나호열 키 큰 나무 / 나호열 1. 슬플 때면 팔 뻗쳐 푸른 하늘 한 장 뜯어내어 눈물 닦고 그 손마저 발밑에 버리고 2. 나는 말할 수 없다. 나를 붙잡고 욕설처럼 내뱉는 삶의 더러움에 대하여 늦은 밤 식은 오뎅 국물 흘리며 포장마차를 끌고 가는 늙은 부부에 대하여 죽음을 앞두고 새벽기도회에 나.. 우리는서로에게슬픔의 나무이다97 2013.04.19
실크로드 실크로드 / 나호열 누가 이렇게 이쁜 이름 걸어놓고 황홀하게 죽어갔는가 무지개 그 양쪽 끝에서 터벅거리는 사랑 사막 지옥 우리는서로에게슬픔의 나무이다97 2013.04.18
背景 / 나호열 背景 / 나호열 갠지스 강물의 노을을 온몸에 끼얹고 장미는 피어난다 훨훨 온몸을 태우며 서러운 몸짓으로 돋아나는 가시로 툭 터뜨리는 저물녘의 배경 어느 사람은 배를 저어가고 하염없이 낚시를 드리우고 쉬임없이 걸어온 발바닥을 천천히 입맞춤하며 또 어느 사람은 한줌 재가 되어 .. 우리는서로에게슬픔의 나무이다97 2013.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