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2025/02/14 6

202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가담 / 박연

202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가담 / 박연가담  박 연  우, 너는 언젠가 영가들은 창문으로 다닌다는 말을 했지. 그 뒤로 밤이 되면 커튼을 쳐두었다. 낯선 영가가 갑자기 어깨를 두드릴까 봐. 두려운 일은 왜 매일 새롭게 생겨날까. 가자지구에서 죽어가고 있는 사람들. 소년들은 처음 보는 사람을 쏘았겠지. 총알이 통과한 어린 이마와 심장. 고구마 줄기 무침 먹으면서 봤다. 전쟁을 멈추지 않는 나이 든 얼굴들.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빌미로 이익을 얻으려 한다는 말을 들었어. 맨발로 거리를 걷고 싶다. 너는 내가 추워할 때 입김을 불어줄 테지. 거리에서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입혀 둔 스웨터를 보자. 보라색 바탕에 웃는 얼굴이 수놓아져 있던 스웨터를 기억해? 표정이 어딘지 모르게 음흉해서, 음흉이..

[216] 이매망량(魑魅魍魎)

[정민의 세설신어] [216] 이매망량(魑魅魍魎)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입력 2013.06.26. 03:22  이매망량(魑魅魍魎)은 우리말로 두억시니 또는 도깨비의 지칭이다. 정도전(鄭道傳)은 '사이매문(謝魑魅文)'에서 이매망량을 "음허(陰虛)의 기운과 목석(木石)의 정기가 변화해서 된, 사람도 아니고 귀신도 아니며, 이승과 저승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존재"로 보았다. 이매망량은 음습한 곳에 숨어 있다가 사람을 홀려서 비정상적 행동을 하게 만든다. '사기'의 오제본기(五帝本紀)에 나온 풀이에는 "이매魑魅)는 사람 얼굴에 짐승의 몸뚱이로 발이 네 개다. 사람을 잘 홀린다"(魑魅人面獸身四足, 好惑人)고 했다. '산해경'에는 "강산(剛山)에는 귀신이 많다. 그 모습은 사람 얼굴에 짐승의 몸뚱이를 했고, 다리..

[22] 당신의 용은 안녕하십니까

[정수윤의 하이쿠로 읽는 일본] [22] 당신의 용은 안녕하십니까정수윤 작가·번역가입력 2024.10.30. 23:50   찬 이슬이여구멍에는 분명히용이 들었다つゆさむ あな りゅう露寒や穴にはきっと龍がいる 찬 바람이 부니 뱀의 구멍이 열리는 계절이 왔다. 입동이 다가오면 개구리나 뱀처럼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지 못하는 변온동물은 살기 위해 땅속으로 들어가 겨울잠 준비를 한다. 나는 숲길을 걷다가 흙바닥에 뚫린 주먹만 하게 동그란 구멍을 발견할 때마다 그 안으로 기다란 몸을 구불구불 집어넣었을 뱀의 차고 미끄러운 피부를 상상한다. 긴 시간 잠을 자야 하니 맛있는 걸 많이 먹고 통통하게 살이 올랐을까. 구멍의 크기로 뱀의 허리둘레를 가늠해 본다. 꽤 큰 녀석이다. 먹이를 구하러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녀석과 마주쳤..

Rich Men North of Richmond(2023)

[박은식의 보수주의자의 Rock] 그 노래는 어떻게 보수 우파의 찬가가 됐나Rich Men North of Richmond(2023)박은식 의사입력 2025.02.14. 00:02업데이트 2025.02.14. 09:40   일러스트=양진경미국 대선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하던 2023년 9월. 가난한 노동자 올리버 앤서니(Oliver Anthony)가 부른 ‘리치먼드 북쪽의 부자들(Rich Men North of Richmond)’이 발표되자마자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다는 기사를 봤다. 꾸준히 음원을 내며 차트에 들기는커녕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공장에서 일하다 두개골 골절상을 당한 후유증으로 일용직만 전전하던 이가 전 세계 음악인들이 동경하는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그것도 2주씩이나? 세계 최초 ..

문화평론 2025.02.14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 "상대를 적이 아닌, 거래 상대로 봐라"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 "상대를 적이 아닌, 거래 상대로 봐라"중앙일보입력 2025.02.14 00:23업데이트 2025.02.14 10:59업데이트 정보 더보기지면보기백성호 기자중앙일보 종교전문기자 구독6일 서울 종로구 총무원 청사에서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만났다. 그의 최우선 관심사는 ‘선(禪)명상’이다. 종단 차원에서도 명상에 한껏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이유가 궁금했다. 우선 진우 스님의 출가담부터 물었다.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서산 대사의 법맥이 제자인 편양 언기 스님에게 이어졌다. 편양 스님의 일대기를 담은 『양치는 성자』를 읽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양치는 성자』는 진우 스님의 은사이자 대강백으로 통하던 백운 스님이 썼다. 김현동 기자.왜 출가하셨나. ..

붓다를 만나다 2025.02.14

박서

박서 나는 망치다한번 내리치면 뼛속까지 못이 박힌다고 다들 한 주먹에 나가떨어졌다 그렇게 어두운 밤 골목을 바람으로 떠돌 때 조금 유식한 주먹 형님이 내게 말했다 주먹도 고상하게 쓰면 스포츠가 되는거야 비행기도 타고 돈도 벌어 학벌도 필요 없는 박서가 되는거야 아니 박사 말고 영어로 바악서 그래서 나는 바악서가 되었다한 발짝 등 뒤에는 낭떠러지 임전무퇴 몸으로 탱크가 덮쳐와도 눈을 감으면 안되지 성난 황소가 되어 앞으로 앞으로 가벼운 풋 워크로 주먹을 날리면 내 눈에는 낙엽처럼 쓰러지는 그림자만 보였다 그러나 그 누구도 바람을 피하는 재주는 없어 한 방에 보내려다 맷집이 없는 나는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정년도 명퇴도 없이 나는 자루가 없는 망치가 되어버린거야 그래도 가끔은 가위에 눌려 허공과 섀도복싱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