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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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 397

감고당길, 북촌 여행의 시작점

[서울이야기] 감고당길, 북촌 여행의 시작점 허성준 기자 강지혜 인턴기자 김민철 인턴기자 입력 2013.05.25 10:00 인사동에서 북촌으로 가는 길목, 사람들이 한산한 오전에는 옛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감고당길이 있다. 풍문여고 정문에서 정독도서관까지 이르는 길이다. 작년에 발표된 새로운 주소 체계에 따른 공식행정명은 율곡로 3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출구에서 나와 안국동 사거리에서 북쪽으로 가면 된다. 폭이 10m가 채 되지 않는 이 길은 최근 주말이면 수많은 북촌여행 인파가 몰려드는 ‘핫스팟’이 되었다. 감고당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숙종 임금이 인현왕후 민씨 친정을 위해 지어준 집 ‘감고당’이 이 길 중간에 있는 덕성여고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감고당길 주변 북촌은 경복..

문화평론 2023.01.04

속리산 화양계곡과 송시열

도그마로 변질된 노론, 물의 이치를 거스르다 중앙일보 입력 2022.12.23 00:38 업데이트 2022.12.23 14:45 속리산 화양계곡과 송시열 김정탁 노장사상가 속리산 한 자락 물길인 화양(華陽)계곡은 말 그대로 아름답다. 이름에 빛(華)이 있으니 흐르는 물과 흰 바위가 빛을 받으면 얼마나 찬란히 드러날까. 또 지명에 양(陽)이 있으면 물 건너 위쪽을 뜻한다. 그러니 화양은 물 건너 위쪽에 햇빛을 받아서 환히 빛나는 곳이다. 그래선지 화양동은 오래전부터 신선이 사는 곳을 일컬었다. 그 계곡이 속리(俗離), 즉 세속(俗)과 단절된(離) 산에 위치하니까 화양계곡은 사뭇 노장다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런데 화양계곡에 막상 들어서면 이런 분위기는 금세 흐트러진다. 화양계곡 한가운데 위치한 만동묘와 우..

문화평론 2022.12.25

이제는 진짜 블랙리스트를 만들 때

이제는 진짜 블랙리스트를 만들 때 이종호_ 편집위원 지난해 10월 중순 동생이 “형 이름도 있던데” 하며 보내준 한국일보 보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서 내 이름을 보았다. 별 감흥은 없었다. 얼마 지나 최순실 게이트의 와중에서 다시금 블랙리스트 문제가 떠올랐을 때는 친구 몇몇이 연락을 해왔다. “SBS 저녁뉴스에 네 이름 나왔더라.” 덕분에 연락이 뜸하던 지인들과 재접속이 되기도 했다. 나는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문재인 당시 후보의 문화예술계 멘토단에 이름을 넣어달라는 지인의 요청에 며칠 망설이다가 결국 동의했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은 물론 그 때문이다. 그전까지는 어떤 식으로든 현실정치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영 어색하고 어설프게 느껴져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해본 적이..

문화평론 2022.12.19

108년 된 춘포 도정공장, 거대한 설치미술이 되다

108년 된 춘포 도정공장, 거대한 설치미술이 되다 중앙일보 입력 2022.11.22 00:02 업데이트 2022.11.22 01:42 업데이트 정보 더보기 지면보기 이은주 기자 구독 조덕현 화가가 춘포에서 영감 받아 그린 ‘&memoir’, 260x588㎝. [사진 PKM갤러리] 녹슨 철대문, 어릴적 그림책에서나 본 듯한 단순한 형태의 건물, 내부 천장에 정교하게 얽히고설킨 목재, 삐그덕거리는 나무 바닥···. 그곳엔 평범하게 생긴 게 하나도 없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걸음걸음이 감탄의 연속이다. 108년의 시간을 간직하고 있는 곳, 키 큰 나무들 사이 햇살도, 비바람에 떨어져 풀밭에 뒹구는 모과 열매도 치밀하게 계획된 설치미술 같다. 익산역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춘포면 옛날 도정..

문화평론 2022.11.22

지적 파륜(破倫)

지적 파륜(破倫) 중앙일보 입력 2022.11.11 00:46 업데이트 2022.11.11 00:56 업데이트 정보 더보기 지면보기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새말새몸짓 이사장 문명은 전체가 다 지적(知的) 산물이다. 문명의 모든 것은, 심지어 예술까지 의도를 가지고 하는 생각의 결과로 태어나기 때문이다. 지적이라는 말은 감각, 관습, 감정, 습관, 집단 등에 맹목적으로 복종하지 않고, 숙고에 따르는 삶의 태도를 가리킨다. 삶의 높이와 효과가 모두 지적인지의 여부로 결정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숙고하는 일에서 더 큰 효과를 내게 하는 장치로 인간은 ‘논리’를 개발했다. 논리를 따라야 숙고의 효과가 보장된다. 논리를 ‘생각의 규칙’ 혹은 ‘말의 질서’라고 해도 된다. 당연히 논리는 인간이 ..

문화평론 2022.11.11

“세상에 나쁜 떡볶이란 없다”

‘궁극의 떡볶이’ 찾아 방방곡곡 순례하는 괴짜들… “세상에 나쁜 떡볶이란 없다” [아무튼, 주말] ‘떡볶이 마스터’와 함께한 망우동 골목 떡지순례 ‘망우동 3대 떡볶이집’ 중 하나인 ‘홍이네떡볶이’는 떡볶이 국물에 대파를 잔뜩 넣어 단맛과 감칠맛을 살린다./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입력 2022.11.05 03:00 국민 간식 떡볶이는 누구나 좋아하지만 홍금표(32)씨만큼 진심인 경우도 드물 듯하다. 그는 2020년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국내 최고 떡볶이 전문가를 가리기 위해 개최한 ‘배민 떡볶이 마스터즈’ 대회에서 1000대1 경쟁률을 뚫고 우승을 차지했다. ‘떡볶이 마스터’ 홍씨는 우승 후 소감을 밝히면서 “평소 떡볶이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 경험을 토대로 ..

문화평론 2022.11.08

“양반·평민 따로 없다” 못다 핀 정여립의 평등세상

“양반·평민 따로 없다” 못다 핀 정여립의 평등세상 중앙일보 입력 2022.10.28 00:34 업데이트 2022.10.28 00:46 업데이트 정보 더보기 지면보기 전북 진안군 죽도 김정탁 노장사상가 조선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비극적인 사건은 무엇일까. 사람이 많이 죽은 것으로 보면 단연 기축옥사(1589)이다. 기축옥사는 선조 때 정여립(鄭汝立)이 모반을 꾀했다는 상소로 촉발되었는데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 모반을 도모했는지 불투명하다. 정여립이 전제 왕정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졌던 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생각을 행동에 옮기려 했는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정여립은 진술할 기회도 없이 체포되자마자 죽었고, 그가 쓴 글과 서신은 모두 불태워져 이런 의혹이 더욱 증폭되었다. 기축옥사, 조선 최대의..

문화평론 2022.10.28

경춘선

[뉴스 속의 한국사] 춘천서 멈췄던 횡단 철도의 꿈… 90년 만에 이뤄진대요 입력 : 2022.10.27 03:30 경춘선 ▲ ①1939년 6월 완공된 춘천역의 모습. ②경춘철도주식회사에서 발행한 연선안내 팸플릿. 펼치면 경춘철도 연선약도가 있고, 뒷면에는 역 간 거리나 운임표 등이 실려 있었어요. ③1960~1970년대 청량리역사의 모습이에요. ④경춘선이 처음 운행을 시작하던 1939년부터 32년 동안 경춘선의 출발역은 성동역이었어요. 지금은 사라진 성동역의 모습. /서울생활사박물관 강원도 춘천과 속초를 잇는 동서(東西) 고속화철도가 지난 18일 착공됐어요. 계획대로 이 철도가 2027년 완공되면 서울 용산을 출발해 춘천을 거친 열차가 99분 만에 속초에 도착할 수 있다고 해요. 서울에서 춘천까지는 기..

문화평론 2022.10.27

을지로·익선동·홍대… 세계가 주목한 서울 안의 100개 도시

[모종린의 로컬리즘] 을지로·익선동·홍대… 세계가 주목한 서울 안의 100개 도시 해외 언론도 인정하는 서울의 동네 경쟁력 골목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지역도 함께 떠 글로벌 경쟁력 높일 해법 ‘동네’서 찾아야 영어 상용화 지구 지정도 적극 추진해볼 만 ‘브랜드 동네’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져야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저자 입력 2022.10.14 03:00 서울 안의 100개 도시(One Hundred Cities within Seoul). 2015년 7월 뉴욕타임스가 서울 여행을 소개한 기사의 제목이다. 서울의 매력을 동네의 다양성에서 찾은 것이다. 뉴욕, 런던, 도쿄, 파리 등 우리가 선망하는 글로벌 도시도 모두 동네가 강한 도시다. 동네마다 주민의 생활 문화에서 배..

문화평론 2022.10.14

특정 정파 스피커 된 공영방송…KBS 수신료 분리 안 무섭나

특정 정파 스피커 된 공영방송…KBS 수신료 분리 안 무섭나 중앙일보 입력 2022.10.13 00:03 박영환KBS 기자 나는 고발한다. J’Accuse…!구독 왼쪽은 2017년 KBS 총파업 때 고대영 당시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 장면. 오른쪽은 지난 7월 KBS노동조합 등이 김의철 KBS 사장 퇴진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촉구하는 모습. 그래픽=김경진 기자 “우리는 사실 보도보다 '정의로운 보도'에 관심이 있다.” 2017년 국정감사장에서 나온 민주노총 언론노조 KBS본부 성재호 기자(당시 본부장)의 발언이다. 사실을 넘어선 정의가 과연 존재할까? 언론인이라면 누구나 궤변으로 여길 것이다. 방송법의 세 가지 보도 원칙도 객관·공정·균형이다. 정의는 특정 사실을 뉴스로 접한 ..

문화평론 2022.10.13

200년 전 과학자가 보여주는 위기 대처법

[민태기의 사이언스토리] 200년 전 과학자가 보여주는 위기 대처법 코로나에 이어 태풍·폭우 등 기상이변까지 기후변화와 에너지·식량 위기 한꺼번에 닥쳐 감자 수프와 조리 기구 개발해 식량난 해결한 18세기 과학자 벤저민 톰슨의 실용적 연구 현재 복합 위기 해결책 찾아갈 방향 보여줘 민태기 에스앤에이치연구소장·공학박사 입력 2022.09.30 03:00 최근 수도권 집중호우와 태풍 힌남노는 기상이변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음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탄소 중립으로 기후 위기를 막겠다는 시나리오는 오히려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은 세계 각국이 전쟁과 인플레까지 겹치며 당장 급한 불부터 꺼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에너지와 식..

문화평론 2022.09.30

소설 ‘뿌리’ 쿤타 킨테의 고향, 노예·황금·상아의 대륙

소설 ‘뿌리’ 쿤타 킨테의 고향, 노예·황금·상아의 대륙 중앙일보 입력 2022.09.23 00:54 지면보기 또 하나의 신대륙 ‘사하라 이남’ 김기협 역사학자 북아메리카·남아메리카·오세아니아, 세 대륙은 ‘신대륙(New World)’으로 불린다. 아시아·유럽·아프리카 ‘구대륙(Old World)’과 대비된다. 아메리카가 15세기 말에, 오세아니아가 17세기에 ‘발견’되었다는 사실에는 이론의 여지가 있다. 사람이 살던 곳이고 더러는 고도의 문명을 꽃피우기도 하던 곳인데, 꼭 유럽인의 눈에 들어와야만 그 존재가 시작된 것처럼 볼 수 있는가. 그러나 역사의 큰 흐름에 비추어서는 이들을 신대륙으로 보는 데 의미가 없지 않다. 고유의 문명과 문화가 철저하게 파괴되거나 무시되고 구대륙에서 퍼져나온 역사의 흐름에 ..

문화평론 2022.09.23

‘프랑스의 예쁜 마을’ 처럼, 선진국 품격은 시골에 있다

‘프랑스의 예쁜 마을’ 처럼, 선진국 품격은 시골에 있다 중앙선데이 입력 2022.09.17 00:20 업데이트 2022.09.17 03:03 업데이트 정보 더보기 지면보기 POLITE SOCIETY 스페인의 자하라.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잘 묘사한 문학작품들이 많다. [사진 박진배] 1938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우리 마을(Our Town)’은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연극작품 중 하나다. ‘우리 읍내’ 등의 제목으로 한국에서도 여러 번 무대에 올랐고, 국악인 이자람이 각색하여 공연한 적도 있다. 이 작품은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묘사한 걸로 유명하다. 셔우드 앤더슨(Sherwood Anderson)이 쓴 미국의 대표 근대소설 『와인즈버그, 오하이오(Wines..

문화평론 2022.09.19

朱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박정훈 칼럼] 朱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중화 세계관에 빠진 朱子의 후예들… 중국서도 오래전 죽어 사라진 주자가 한국 좌파 진영에선 펄펄 살아 날뛰니 기가 막힌 일이다 박정훈 논설실장 입력 2022.09.16 00:19 2017년 12월 중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베이징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문대통령은 3박4일간 10끼중 8끼 일정을 우리측 인사들과 가져 '혼밥' 논란을 빚었다./조선DB 유교의 본산 성균관이 추석 전 발표한 차례상 가이드 라인을 보고 배신감을 느꼈다는 사람이 많았다. 성균관은 상차림이 9가지를 넘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전도 부치지 말라고 했다. 산적·나물·포·탕에서 배·사과·대추며 송편·약과까지 5열 횡대로 상을 꽉 채워야 예의인 줄 알았던 사람들로선 “왜 이제..

문화평론 2022.09.16

박유하 “‘제국의 위안부’ 소송… 할머니가 아니라 주변인이 일으켰다”

박유하 “‘제국의 위안부’ 소송… 할머니가 아니라 주변인이 일으켰다” 새 책 ‘역사와 마주하기’ 내고 기자회견 연 박유하 교수 유석재 기자 입력 2022.09.01 03:00 /남강호 기자 “‘제국의 위안부’는 위안부를 비판한 책이 아니라 (위안부) 운동을 비판한 책이었다. 위안부 문제가 정치화됐고 진보 진영에서 담론을 주도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다른 견해는 정치적으로 비난과 적대의 대상이 됐다.” 31일 정년을 맞은 박유하(65·사진) 세종대 명예교수가 새 책을 내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책 제목은 ‘역사와 마주하기’(뿌리와이파리). 새로운 한·일 관계 수립을 제안하는 내용이다. 박 교수는 이 책에서 “자신들의 주장에 이의 제기를 했다는 이유로 한 권의 책을 법정에 가두어 두고 8년 동안 비난 혹은 침묵..

문화평론 2022.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