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2024/11/14 4

[13] 꽃잎의 색처럼 시대의 색도 변한다

[정수윤의 하이쿠로 읽는 일본] [13] 꽃잎의 색처럼 시대의 색도 변한다정수윤 작가·번역가입력 2024.06.12. 23:52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수국이어라쪽빛으로 변하는어제와 오늘 あじさい紫陽花やはなだにかはるきのふけふ 나의 일본인 친구 마이코는 홋카이도에서 중학생에게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우리는 십몇 년 전쯤 도쿄에서 같이 문학 수업을 들으며 친해진 사이다. 그때 마이코는 하이쿠를 쓰는 시인이 되고 싶다고 했고, 나는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지금 마이코는 삿포로의 정서를 담은 하이쿠를 동인지나 작은 모임에 발표하며 학교에서 아이들을 지도한다. 하루는 그런 마이코와 라인으로 통화하다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슌챵, 요즘 학교에서 보면 어린 친구들이 한국을 얼마나..

친구 0명, 전화도 한달 한번…관계빈곤, 가난만큼 무서운 이유

친구 0명, 전화도 한달 한번…관계빈곤, 가난만큼 무서운 이유중앙일보입력 2024.11.13 00:56업데이트 2024.11.13 09:40신성식 기자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구독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지난해 12월 서울 동대문구의 한 1인 가구를 방문해 건강 음료를 전달하고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이렇게 전화해 준 게 고맙지요."광주광역시 서구 정종문(53)씨는 11일 오후 기자의 전화를 받고 이렇게 말했다. 한 달에 한 번 전화가 올까 말까 한데, 기자의 전화가 오니 반가웠던 모양이다. 정씨는 2017년 6월 뇌출혈로 쓰러져 우측이 마비된 후 요양병원 세 곳을 전전했다. 지난해 6월 5년 넘는 병원 생활을 접고 지금의 임대주택으로 나왔다. 정씨는 친구도 이웃도 없다. 전화나 카카오톡 통화하..

일제 때 고향 떠난 지광국사탑, 113년만에 돌아와 섰다

일제 때 고향 떠난 지광국사탑, 113년만에 돌아와 섰다중앙일보입력 2024.11.13 00:01강혜란 기자 일제에 의해 반출된 지 113년 만에 강원도 원주에 우뚝 선 국보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이 12일 복원 기념식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보존처리 과정에서 탑 기단석 네 귀퉁이의 사자상 네 개도 되찾아 ‘완전체’를 이뤘다. [사진 국가유산청]일제강점기인 1911년 반출됐던 국보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이하 지광국사탑)이 113년 만에 고향인 원주의 법천사지 유적전시관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경복궁 야외에 서 있던 것을 2016년 보존처리를 위해 해체한 뒤 8년 만이다. 높이 5.39m, 무게 39.4톤에 달하는 이 탑은 고려시대 석탑 가운데 가장 조형미가 뛰어난 걸작으로 불린다.“마치 늙고..

유물과의 대화 2024.11.14

서포에서

경남 사천시  서포에서 바다 앞에 서면 우리 모두는 공손해진다.어떤 거만함도, 위세의 발자국도멀리서 달려와 발밑에 부서지는 포말에 눈이 먼 기도문이 된다. 바다의 푸른 팔뚝에 문신처럼 박힌 거룩한 포용을 가슴에 담을 뿐. 바다 앞에 서면 우리 모두는 서로의 섬이 된다.보지 않으려 해도 볼 수밖에 없는 수평선으로 달려가위태로운 줄타기의 광대가 되는 자신을 떠올리거나수평선의 끝을 잡고 줄넘기를 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거나무의식적으로 손을 길게 내밀어 고무줄처럼 수평선을 끌어당기고 싶다면아직 우리는 살아 있는 것이다.좀 더 살아야 하는 것이다. 시작 메모>오랜만에 바닷가에 닿았다. 짙은 어둠 속을 더듬거리다 보니 문득 섬에 닿았다. 바다의 낭만 속에 숨은 온갖 생명들의 숨소리와 힘겨운 노동의 거룩함이 밤새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