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2024/11/12 9

안부 安否

안부 安否 안부를 기다린 사람이 있다안부는별일 없냐고아픈 데는 없냐고 묻는 일안부는잘 있다고이러저러하다고 알려주는 일산 사람이 산 사람에게산 사람이 죽은 사람에게고백하는 일안부를 기다리는 사람과안부를 묻는 사람의 거리는여기서 안드로메다까지 만큼 멀고지금 심장의 박동이 들릴 만큼 가깝다꽃이 졌다는 슬픈 전언은 삼키고꽃이 피고 있다는 기쁨을 한 아름 전하는 것이라고안부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날마다 마주하는 침묵이라고안부를 잊어버리는 사람이 있다그러나 안부는 낮이나 밤이나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가리지 않고험한 길 만 리 길도 단걸음에 달려오는작은 손짓이다어두울수록 밝게 빛나는개밥바라기별과 같은 것이다평생 동안 깨닫지 못한 말뜻을이제야 귀가 열리는 밤안부를 기다리던 사람이내게 안부를 묻는다기다..

안부 (2021.12) 2024.11.12

햄릿이냐 돈키호테냐

[김진영의 자작나무 숲] 햄릿이냐 돈키호테냐 김진영 연세대 노어노문학과 교수입력 2024.11.11. 23:58   일러스트=이철원 우디 앨런의 30년 전 영화 ‘부부일기’(Husbands and Wives)가 떠오른다. 남편과 헤어진 여자가 새 애인을 만나 침대에서 사랑을 나누던 중 머릿속으로 두 남자를 여우와 고슴도치에 비교하는 장면이다. 여자는 이어서 주변 친구들마저 두 유형으로 분류하기 시작하고, 그 바람에 사랑은 시들해진다. 무릇 모든 피조물이(그들의 사랑 방식마저도) 여우와 고슴도치로 나뉜다는 우디 앨런식 유머를 제대로 음미하려면, 고대 그리스 시인 아르힐로쿠스의 다음 명제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여우는 많은 것을 알고, 고슴도치는 큰 것 하나를 안다.’이 명제의 본질은 상반된 두 기질을 비..

[200] 하정투석(下井投石)

[정민의 세설신어] [200] 하정투석(下井投石)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입력 2013.03.06. 03:05  홍대용(洪大容·1731~1783)이 1766년 연행(燕行)을 다녀왔다. 그는 연경에서 만난 엄성(嚴誠)·육비(陸飛)·반정균(潘庭筠) 등 세 사람의 절강 선비들과 필담으로 심교(心交)를 나누고, 의형제까지 맺고 돌아왔다. 홍대용은 귀국 후 그들과 나눈 필담과 서찰을 정리해서 책자로 만들어 가까운 사람들에게 돌려 보였다. 이 일은 당시 지식인 사회의 단연 뜨거운 화제였다. 박제가는 안면이 없던 홍대용을 직접 찾아가 실물 보기를 청했고, 이덕무는 그 글을 읽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반발과 비방도 만만치 않았다. 김종후(金鍾厚·1721~1780)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홍대용이 비린내 나는 더러운 원..

‘소원의 나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고속도로 휴게소 느티나무

[나무편지] ‘소원의 나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고속도로 휴게소 느티나무  ★ 1,259번째 《나무편지》 ★   지난 주말에는 바깥으로 나가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토요일의 라디오는 “경부고속도로의 143킬로미터 구간이 정체”라고 알리는 걸 봐서는 거의 모든 도로가 정체라고 봐야 하지 싶었습니다. 주말 도로 정체를 조금이라도 덜 겸(사실은 정체를 견디기 어려워서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렇게 이야기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평소에 주말 이동은 피하는 일상입니다만, 지난 주말에는 남녘에서 일정이 있어서, 고속도로에 올랐습니다. 금요일 춘천에서 학교 강의를 마친 뒤부터 토요일 늦은 밤까지 경상남도의 최남단까지 거의 한반도 한바퀴를 도는 일정이었습니다. 그 길 곳곳이 정체였습니다. 늦은 단풍을 느낄 수 있는 올 가..

황량한 갯벌, 홀린듯 걸었다…동서 가로지른 ‘韓 산티아고’

쉴 땐 뭐하지 호모 트레커스황량한 갯벌, 홀린듯 걸었다…동서 가로지른 ‘韓 산티아고’카드 발행 일시2024.11.12에디터김영주지난 9월, 산림청은 동서트레일 1~4구간 개통을 알렸다. 동서트레일은 충남 태안 안면도에서 경북 울진 망향정에 이르는 849㎞ 숲길로 1~4구간은 태안 꽃지 해안부터 서산군 팔봉산(364m) 아래까지 53㎞에 이른다. 기존의 걷기 길이 라운드 트렉(round trek)이나 백두대간처럼 종단 길인 데 반해, 동서트레일은 충청도와 경상도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트레일이다. 충남 내포숲길이나 경북 죽령 옛길 등 수백 년 역사가 담긴 길과 문화유산을 지난다. 또 곳곳에 야영지를 마련해 백패커(배낭 도보 여행자)를 위한 장거리 트레일로 자리 잡을 예정이다. 산림청이 이 길을 ‘한국의 산티아..

카테고리 없음 2024.11.12

석모도에서 晩秋의 바다와 만났다

붉게 물든 칠면초, 기도발 좋은 산사… 석모도에서 晩秋의 바다와 만났다[아무튼, 주말]당일치기로도 알찬'석모도 바람길' 여행석모도=박근희 여행기자입력 2024.11.09. 00:45업데이트 2024.11.09. 09:57    멀지 않은 곳에서 만추를 만끽하고 싶다면 강화군 석모도로 갈 일이다. '석모도 바람길'을 걷다 보면 포도주를 뿌린 듯 붉디붉은 칠면초 군락이 마중나온다. /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가을바람을 맞으며 고독을 잘근잘근 씹고 싶을 때, 홀로 사색에 빠지고 싶을 때, 걸어볼 만한 길이 있다. 강화도 20개 코스를 엮은 ‘강화나들길’ 중 11코스인 ‘석모도 바람길(바람길)’이다. 강화군의 서쪽 섬, 석모도에서 꼭 가봐야 할 ‘빅 3′ 명소는 물론이고 만추(晩秋)의 단상을 퍼즐처럼 엮어 놓은..

시를 품은 한국 소설, 특유의 공감 문화 세계가 알게 되다

시를 품은 한국 소설, 특유의 공감 문화 세계가 알게 되다중앙선데이입력 2024.10.12 00:20업데이트 2024.10.17 14:13K문학 쾌거, 왜 한강인가노벨상 위원회는 올해 문학상 수상자를 잘 골랐다. 그들은 현재의 우리 문명이 병들었다고 진단하고 그 환부를 보여준 예술가를 정확하게 골랐다. 그들에게 상을 주고 싶다. 한국문학을 세계에 알리는 문학잡지 AZALEA(진달래)를 창간하고 편집장 노릇을 거의 20년간 하면서, 이날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던가!왜 한강인가. 대륙을 가리지 않고 세계의 젊은 세대는 모두 K-컬처에 홀딱 빠졌다는데, 그래서 K-문학이 이 흐름에 합류한 것인가? 어떤 한국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관측은 한강의 작품을 정확하게 읽지 못하고 또한 세계 ..

근육질 남자나무, 미끈한 여자나무

근육질 남자나무, 미끈한 여자나무 [김민철의 꽃이야기][224회]김민철 기자입력 2024.11.12. 00:00   우리나라 나무 중에서 특이하게도 보디빌더처럼 근육질 몸매를 뽐내는 나무가 있습니다. 바로 서어나무입니다. 지난 주말 설악산에 갔다가 아주 근사한 서어나무를 만났습니다. 제가 본 서어나무 중에서 가장 근육이 발달한, 그러니까 ‘미스터 코리아’ 서어나무였습니다.설악산 서어나무. ◇숲에서 근육질 뽐내는 보디빌더, 서어나무서어나무는 줄기가 매끈하면서도 울퉁불퉁 근육질 모양을 하고 있어서 멀리서 보아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주로 전국 숲의 계곡 근처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줄기가 근육질이고 잎이 타원형이면서 끝이 꼬리처럼 길게 뾰족하면 확실히 서어나무입니다.서어나무라는 이름은 한자어가 ‘서목(西木)..

구둔역에서

https://www.youtube.com/watch?v=NhIqNR61RG0  구둔역에서                나호열  어느 사람은 떠나고어느 사람은 돌아오고어느 사람은 영영 돌아오지 않고어느 사람은 끝끝내 잊혀지지 않고저홀로 기다림의 키를 세우고저홀로 그리움을 아로새기는저 느티나무와 향나무구둔역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그 무엇이 된다눈길 닿는 곳허물어지고 낡아가는   그 무엇의 주인공이 되어쿵쿵 가슴을 울리며 지나가던 청춘의 기차를속절없이 기다리는 것이다그러다가 나는 누구의 구둔역인가속말을 되뇌어보기도 하는 것이다시집[안녕, 베이비 박스: 시로여는 세상 기획시선 015]2019작곡,  노래 박제광구둔역에서

시와 노래 2024.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