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2024/11 56

김동일의 《 새벽이 오는 소리》

새벽이 오는 소리             김동일 나지막 속삭이듯아버지 마당 쓰는 싸리비질 소리 샘물 긷는 어머니물독을 채우는 소리 듬성듬성교회당 종소리산 등성이 넘어오고 아버지 어머니맞절구질보리방아 찧는다 우리는 쉽사리 옛것을 버리고 잊어버린다. 전 인구의 7할 이상이 아파트에 사는 나라에서 마당도, 우물도, 방아도 쓸모 없는 것이 디어 버렸다. 아침 저녁이면 울리던 교회 종소리도 민원에 밀려 자취를 감췄다.이 시는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나버린 농촌의 풍경을 되새김질 하게 한다. 쓸 것도 없는데 아버지는 마다을 쓸고 어머니는 우물가로 물 길러 나간다. 읍내는 멀어도 교회 종소리는 맑고, 한 끼를 넘어가기 위해  아버지 어머니는 디딜방아로 향한다.이 모든 일들이 닭아 울기 전 새벽이 부지런함을 일깨운다.

집단 포기에 기자도 놀랐다, 스님과 신부님 ‘독특한 산행’

쉴 땐 뭐하지 호모 트레커스집단 포기에 기자도 놀랐다, 스님과 신부님 ‘독특한 산행’카드 발행 일시2024.11.26에디터김영주강원도 정선군엔 독특한 걷기 동호회가 있다. 스님과 신부님, 목사님이 뭉쳐 함께 걷는 ‘님과 함께’ 옛길걷기 모임이다. 첫 모임은 2년 전, 정선읍의 어느 짬뽕집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정선을 대표하는 절인 정암사 천웅 주지스님과 당시 정선종합사회복지관장으로 일하던 조원행(50) 신부가 “같이 정선의 옛길을 걸어 보자”고 한 게 발단이다. 여기에 스님과 신부를 따르는 ‘신도’가 따르면서 걷기모임은 어느덧 50~60명이 됐다. 님과 함께는 한 달에 한 번, 정선을 비롯한 강원도의 길을 걷는다. 총무를 맡는 권혜경씨는 “정선에 사는 사람들이 주축이지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했다...

‘살아있는 장례식’ 연 김언희 “예술가는 두 번 죽는다”

‘살아있는 장례식’ 연 김언희 “예술가는 두 번 죽는다”중앙일보입력 2024.11.25 00:01위성욱 기자 지난 23일 진주 와인바 사건의 장소에서 김언희 시인(가운데 뒷모습)과 후배 시인들이 이야기고 있다. 김 시인은 자신의 얼굴이 나오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위성욱 기자지난 23일 오후 3시 경남 진주 경상대학교 인근 와인바에서 ‘살아 있는 장례식’이 열렸다. 198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뒤 『트렁크』라는 파격적인 시집을 내놓으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던 김언희(71) 시인이 성윤석·조말선 등 후배 시인들 몇 명에게 ‘작별인사’를 하겠다고 연락해 만들어진 자리였다.일흔이 넘은 김 시인은 최근 의사로부터 ‘심장 박동기’를 달지 않으면 위험한 순간이 올 수도 있다는 취지의 경고를 받았다. 온화한 걸음걸이..

(202) 금불급고(今不及古)

[정민의 세설신어] (202) 금불급고(今不及古)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입력 2013.03.20. 03:05     근세 홍콩의 저명한 서화 수장가 진인도(陳仁濤·1906~1968)가 쓴 '금궤논화(金匱論畵)'를 읽었다. 지금 그림이 옛것만 못한 원인을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그림에서 지금이 옛날에 미치지 못하는(今不及古) 것은 무엇 때문인가? 옛사람은 생활이 간소하고 질박해서 먹고살 도리를 구해야 하는 급박함이나 세상에 이름을 남기겠다는 마음이 없었다. 그래서 일생토록 기예를 익혀, 오랜 뒤에는 절로 신묘한 조화를 두루 갖추게 된다. 지금 사람은 물질의 유혹에 빠져 생활에 아등바등한다. 입고 먹는 것을 다만 그림에만 의지한다. 조잡한 작품을 마구 그려 대량 생산하거나, 이름난 거장의 그림을 따라 익혀..

[15] 매실이 익을 무렵 콩국수를 먹지

[정수윤의 하이쿠로 읽는 일본] [15] 매실이 익을 무렵 콩국수를 먹지정수윤 작가·번역가입력 2024.07.10. 23:50업데이트 2024.07.11. 07:54  후드득 소리에귀도 새콤해지네매실 비ふるおと みみ なるうめ あめ降音や耳もすふ成梅の雨푹푹 찌는가 싶더니 요즘은 날마다 비 소식이다. 장마에 들었다. 장마는 비를 뜻하는 옛 우리말 ‘맣’이 길 장(長)을 만나 생긴 말이다. 과연 비가 길게도 내린다. 습한 공기가 대기에 꽉 차 수영장 물속을 걷듯이 축축하고 묵직하게 발걸음을 옮긴다. 숲길을 걷다 보니 발밑 여기저기 초록색 열매가 떨어져 있다. 매실이다. 그렇구나. 장마철은 매화나무에서 매실이 익어서 떨어지는 계절이구나.일본에서는 장마를 매실 매(梅)에 비 우(雨)를 붙여 ‘梅雨(쓰유)’라고 한다..

내구연한 5

내구연한 5 눈 깜짝할 사이여행을 다녀왔다 삼 박 하고 나흘 동안수만 리 만행을 떠난 승려가 된 듯고요히 적막에 면벽한 피정인 듯감금과 해방 사이를 들락거렸다 수인이 되어염려를 가장한 감시와안녕을 빙자한 검사 속에서언제인가 한번을 마주쳐야 할죽음과 만났다 일 년의 내구연한을 선고받은 사람과내일도 모르면서천년을 살듯이 이스트처럼 부푼헛꿈을 꾸는 동안와르르 벚꽃이 지고구름은 한바탕 눈물을 쏟고산을 넘어갔다 분명히 집을 떠나왔는데여전히 나는 아집 속에 떠돌고 있는 것이다 생명과 문학 2024 겨울호

1925년 홍수로 유실된 북한산 ‘산영루’ 마지막 모습 사진에 담아

024년 11월 24일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 / 성서 주간신문기획특집사진에 담긴 고요한 아침의 나라1925년 홍수로 유실된 북한산 ‘산영루’ 마지막 모습 사진에 담아[ 사진에 담긴 고요한 아침의 나라] 7. 북한산리길재 선임 기자입력 2024.11.20.10:27수정 2024.11.20.10:27  노르베르트 베버 총아빠스 일행이 크뤼거 독일 총영사와 함께 1911년 6월 5일 북한산 산행을 하다 잠시 쉬고 있다. 유리건판, 1911년 북한산,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아카이브 소장 한국 사진.독일 총영사 크뤼거 초청으로 북한산 산행노르베르트 베버 총아빠스는 1911년 6월 5일 독일 총영사 크뤼거 박사의 초청으로 북한산 산행을 했다. 크뤼거는 1907..

유물과의 대화 2024.11.26

한강이 남긴 것들

한강이 남긴 것들나호열 (시인)   2024년 10월 10일 스웨덴 한림원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대한민국의 소설가 한강을 선정했다. 우리나라 최초, 아시아 여성 작가로 최초, 거기다가 50대 초반의 젊은 작가가 영예를 안았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는 환호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2023년 통계에 따르면 연간 6만 2천 여종의 책이 출간되었는데 연간 독서량은 7권에 불과하며, 만 부가 팔리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는 나라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탄생했다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 아닐 수 없지 않은가!   이에 부응하여 그동안 발간되었던 한강의 소설집들을 다시 읽어보겠다고 서점으로 달려가는 통에 순식간에 100만부를 돌파했다는 뉴스가 잇달아 들려왔다. 나도 서가 모퉁이에서 그 책을 찾아냈지만『채식주의자』(2007..

바람과 놀다

바람과 놀다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들이 더 많이 살고 있는고향으로 갑니다어느 사람은 서쪽으로 흘러가는 강이냐 묻고어느 사람은 죽어서 날아가는 먼 서쪽하늘을 그리워합디다만서천은 에둘러 굽이굽이 마음 적시고꿈을 입힌 비단 강이어머니의 품속 같은 바다로 잦아드는 곳느리게 닿던 역은 멀리 사라지고역 앞 허름한 여인숙 어린 종씨는어디서 늙고 있는지누구에게 닿아도 내력을 묻지 않는 바람이 되어혼자 울다가 옵니다

인터내셔널가에서 목련까지

인터내셔널가에서 목련까지 [김민철의 꽃이야기]김민철 기자입력 2024.11.26. 00:05   29일 동인문학상을 받는 김기태 이름 앞에는 ‘한국문학의 가장 뜨거운 신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202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할 때부터 “범상치 않은 작가의 출현”이라는 심사평을 받았고, 이후 작품을 낼 때마다 주목을 받으며 젊은작가상, 이상문학상 우수상 등을 받았다. 이제 첫 소설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낸 작가치고는 이례적인 관심과 찬사다.◇9편의 평범한 사람들 이야기이 소설집엔 단편소설 아홉 편이 실렸다. 공통점이 있다면 현실적인 소재와 주변에서 본 듯한 평범한 인물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이런 것도 쓸 수 있구나’,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의 고비를 넘고 넘어 30년… 아주 특별한 은행나무(1)

[나무편지] 죽음의 고비를 넘고 넘어 30년… 아주 특별한 은행나무(1)  ★ 1,261번째 《나무편지》 ★   워낙 유명한, 더구나 우리 《나무편지》를 살펴보시는 분들에게라면 너무너무 잘 알려진 우리의 은행나무를 오늘의 《나무편지》에서 보여드리렵니다. 두 주 전에 〈대구 현풍휴게소 소원의나무〉를 보여드렸지요. 그때의 답사길에 찾아본 나무입니다. 조마조마하게 단풍드는 시기를 손꼽으며 뉴스에 등장한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의 노란 단풍 풍경을 보고 재우쳐 찾게 된 것이었습니다. 노란 단풍잎이 화려한 사진이 첨부된 뉴스를 확인한 사흘 뒤의 주말이었습니다. 고작 사흘 지난 뒤이니, 은행나무의 화려한 단풍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그 사이에 기온이 뚝 떨어진 날이 있어, 조마조마하기도 했..

현각 스님 연 끊은 과학자 모친, 어느 날 편지 1통을 보내왔다

마음 챙기기 백성호의 궁궁통통2현각 스님 연 끊은 과학자 모친, 어느 날 편지 1통을 보내왔다카드 발행 일시2024.11.22에디터백성호백성호의 궁궁통통2세상에 문제없는 인생이  과연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모두의 삶에는나름의 문제가 있습니다.저는 그 문제로 인해우리가 자유롭고, 지혜로워진다고생각합니다.왜냐고요?문제를 품고서 골똘히궁리하고,궁리하고,또궁리하는 과정을 통해솔루션을 얻기 때문입니다.그게 결국삶에 대한 깨달음입니다.그러니궁리하고 궁리하면통하고 통합니다.‘백성호의 궁궁통통2’에서는그런 이치를 담습니다.#궁궁통1푸른 눈의 수도자현각 스님은미국에서 엘리트였습니다.예일대에서철학과 문학을 전공했고,하버드대 대학원에서비교종교학을 공부했습니다.현각 스님은 경북 문경 봉암사에서 수행할 때 석 달간 아예..

붓다를 만나다 2024.11.22

[235] 영어도 고생이 많다

[양해원의 말글 탐험] [235] 영어도 고생이 많다양해원 글지기 대표입력 2024.11.22. 00:22  눈꺼풀이 이불만큼 무거워졌다. 시드는 가을, 밤이 길어진 탓인가. 오줌보가 슬슬 보채건만 두꺼운 휘장(揮帳)이 아침잠을 꼬드긴다. 해가 뜨긴 떴나? 커튼으로 스며든 빛으로는 가늠하기 어렵다. 이불 속에서 휴대전화로 해돋이 시각 알아보다 잠기운을 빼앗기고 말았다. ‘일출몰’ ‘월출몰’ 옆에 적힌 ‘시민박명(薄明)’ 때문에.‘항해박명’ ‘천문박명’은 짐작이 가는데 ‘시민박명’은 무슨 뜻이람? 해 뜨기 전이나 해가 진 뒤에도 맨눈으로 사물을 알아보고 바깥에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는데…. 영어에 답이 있었다. civil twilight. ‘civil’을 곧이곧대로 ‘시민(市民)’으로 옮긴..

구둔역에서

구둔역에서 어느 사람은 떠나고어느 사람은 돌아오고어느 사람은 영영 돌아오지 않고어느 사람은 끝끝내 잊혀지지 않고저 홀로 기다림의 키를 세우고저 홀로 그리움을 아로새기는저 느티나무와 향나무구둔역에 오는 사람들은모두 그 무엇이 된다눈길 닿는 곳허물어지고 낡아가는 그 무엇의 주인공이 되어쿵쿵 가슴을 울리며 지나가던 청춘의 기차를속절없이 기다리는 것이다그러다가 나는 누구의 구둔역인가 속말을 되뇌어보기도 하는 것이다

달랑 보낸 'ㅇㅇ' 을 둘러싼 동상이몽...20대 "불쾌", 50대 "바쁘니까"

달랑 보낸 'ㅇㅇ' 을 둘러싼 동상이몽...20대 "불쾌", 50대 "바쁘니까"[WEEKLY BIZ] 젊은 세대일수록 초성 답변 자체가 성의 없다는 의견 많아조성호 기자입력 2024.11.21. 17:12업데이트 2024.11.21. 18:33   WEEKLY BIZ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6096일러스트=김영석“본인이 내린 지시에 대해 제가 ‘ㅇ’ 하고 답하면 기분이 좋을까요? 메신저에선 ‘ㅇ’ 한 글자만 ‘띡’ 보내니 이건 반말보다도 더 성의 없는 것 아닌가요.”지난해 판교의 한 스타트업에 입사한 A(28)씨는 그의 직속 상사인 크리스(35·가명)와의 메신저 대화가 영 불편하다. 요즘 여느 스타트업처럼 영어 이름을 쓰지만 그의 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