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2024/11/07 7

안부 安否

안부 安否 안부를 기다린 사람이 있다안부는별일 없냐고아픈 데는 없냐고 묻는 일안부는잘 있다고이러저러하다고 알려주는 일산 사람이 산 사람에게산 사람이 죽은 사람에게고백하는 일안부를 기다리는 사람과안부를 묻는 사람의 거리는여기서 안드로메다까지 만큼 멀고지금 심장의 박동이 들릴 만큼 가깝다꽃이 졌다는 슬픈 전언은 삼키고꽃이 피고 있다는 기쁨을 한아름 전하는 것이라고안부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날마다 마주하는 침묵이라고안부를 잊어버리는 사람이 있다그러나 안부는 낮이나 밤이나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가리지 않고험한 길 만 리 길도 단걸음에 달려오는작은 손짓이다어두울수록 밝게 빛나는 개밥바라기별과 같은 것이다평생 동안 깨닫지 못한 말뜻을이제야 귀가 열리는 밤안부를 기다리던 사람이내게 안부를 묻는다기..

하루가 다르게 짧아지는 '예술'

[전문기자의 窓] 하루가 다르게 짧아지는 '예술'김성현 문화전문기자입력 2024.11.06. 00:21 신유청 연출, 황정은 각색, 조승우 주연, 예술의전당 연극 '햄릿' 공연 장면. /예술의전당 과연 햄릿이 유언을 남겼던가? 배우 조승우의 주연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셰익스피어 연극 ‘햄릿’을 보다가 문득 들었던 의문이었다. 전반 공연 시간만 1시간 45분. 웬만한 영화 한 편이 끝날 시간이지만, 20분의 중간 휴식 이후에 다시 1시간에 이르는 후반부가 이어졌다. 총 3시간의 연극 마지막 장면에서 극중 덴마크 왕궁은 이미 복수와 음모의 연쇄 폭발로 선혈이 낭자하다. 그런데 쓰러진 왕자 햄릿은 절친 호레이쇼에게 의미심장한 유언을 남긴다. 이국(異國) 노르웨이의 왕자에게 덴마크 왕위를 물려주라는 당부였다...

문화평론 2024.11.07

[2024 동인문학상 수상자]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소설 쓰기는 취미와 신앙 사이 어딘가… 점점 신앙에 가까워지고 있다[2024 동인문학상 수상자]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황지윤 기자입력 2024.11.06. 01:49업데이트 2024.11.06. 09:36  올해로 55회를 맞은 동인문학상은 ‘파격’을 선택했다. 등단 3년 차 신예 소설가 김기태(39)가 쓴 첫 소설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에 수상 영광을 안겼다. 연애 예능 출연자, 아이돌 팬, 대형 마트·공장에서 일하는 20대 청춘, 학생들에게 ‘자본론’을 읽히는 고등학교 교사 등 2020년대를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로 북적이는 소설집이다.동인문학상은 2000년 개편 이후부터 단편이 아닌 소설 단행본에 시상해 왔다. 2000년 이후 작가가 처음 출간한 책이 수상작으로 뽑힌 첫 사례다. 등단..

詩人의 詩人 탐험 - 金光林의은둔생활

詩人의 詩人 탐험 - 金光林의은둔생활이유경     월간조선 11월호  일본과 대만에서 더 유명       이것은 일본 세이주사(靑樹社)의 世界詩人叢書 가운데 ⑤로 나온 「김광림시집(キム クワンリム·金光林 詩集)」 1995년 판에 대한 소개 말이다. 총서⑥은 프랑스의 대중詩人 자크 프레베르의 詩集이고, ⑦은 현존하는 프랑스 최고의 詩人이며 비평가인 이브 본느프와의 최신 詩集.   북한 원산에서 태어나 대학을 한 학기까지 다니고 南으로 탈출해온 金光林 시인(72)은 지난 53년 동안 14권의 시집, 8권의 詩論-에세이集 등 많은 저서를 남기고 있다. 오래 전부터 한국에서보다 일본과 대만 詩壇에서 더 많이 알려져 온 그는 특히 1996년엔 일본 최대의 동인 단체인 「地球」로부터 외국인으로선 처음으로 「地球賞」..

'112년 만의 귀향' 지광국사탑 법천사지 유적전시관內 복원

'112년 만의 귀향' 지광국사탑 법천사지 유적전시관內 복원 허윤희 기자입력 2023.12.29. 03:00    국보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이 2016년 전면 해체·수리 시작 전 서울 경복궁 뜰에 서있는 모습. 국보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이 고향인 강원도 원주 법천사지 내 유적전시관에 복원된다. 문화재청은 오랜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지광국사탑 복원 위치를 유적전시관 실내로 결정했다고 28일 밝혔다. 가장 아름다운 승탑(僧塔)으로 평가받는 지광국사탑은 일제강점기 오사카로 불법 반출됐다가 다시 경복궁으로 돌아오는 등 1975㎞를 떠돈 끝에 112년 만인 지난 8월 고향 원주로 귀향했다.문화재위원회 건축문화재분과는 최종적으로 탑을 어디에 복원할지 두 가지 안을 두고 논의해왔다. 탑이 원래 있던 야..

‘복합문화공간’ 불 밝힌 남해 작은마을

“보리암 보러왔다 아예 눌러앉았소”… 소박한 외지인이 차린 책방 골목을 걷다[박경일기자의 여행]문화일보입력 2024-11-07 09:16업데이트 2024-11-07 10:16뭐가 그리 궁금했을까. 마을 탐방 중이던 상주초 1학년 학생들이 ‘은모래마을책방’을 엿보고 있다. 사진 속의 3명이 ‘1학년생 전원’이다. 사진은 마을 탐방을 인솔하던 윤제진 담임선생님이 찍었다.■ 박경일기자의 여행 - ‘복합문화공간’ 불 밝힌 남해 작은마을지족마을 ‘밝은달빛 책방’프랑스 여행중 시골책방에 반해서울서 회사운영하다 은퇴 당겨책방 공간서 사진전·음악회도‘버는 일’ 대신 수고·열정 다해“설레며 손님 기다리는 게 장사”은모래비치 협동조합 책방경남 첫 대안학교 학부모들 모여주민공유 ‘은모래마을책방’운영인터뷰했던 기자가 책방지기..

정은율 시집 『눌러주세요』 : 삶의 슬픔을 꽃으로 피우는 시

跋文  삶의 슬픔을 꽃으로 피우는 시나호열(시인· 문화평론가) 詩는 깨달음의 경전이 아니라가슴으로 쓰는 기도문이다   1.  시인 詩人을 일러 광인狂人이라 하기도 하고 곡비哭婢라 부르기도 한다. 광인이라 함은 시대를 앞서가는 까닭에 당대의 사람들에게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예지자叡智者를 말하고 곡비라 함은 말뜻 그대로 ‘대신 울어주는 사람’을 일컫는다. 자신의 아픔을 여러 가지 이유로 드러낼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울어주는 존재인 것이다. 여기에 시인을 가인歌人이라 덧붙인다면 어떨까? 오늘날과 같이 다양한 시류詩類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시가 노래가 되는, 이른바 전통 서정시는 낡은 것, 또는 시대의 흐름에 걸맞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는 까닭에 가인이라 불리는 시인은 매우 드물다. 공자가 편찬한 시경詩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