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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 407

서양 선교사들, 동아시아인 와인으로 유혹해 포교 활동

서양 선교사들, 동아시아인 와인으로 유혹해 포교 활동 중앙선데이 입력 2022.01.22 00:21 업데이트 2022.01.22 00:42 와글와글 이기지가 서양신부 비은을 만나 와인을 처음 체험한 남당(南堂). [사진 손관승] 탕 루오왕(湯若望)은 죽음을 석 달 앞두고 기억이 비상한 코레아 환관을 불렀다. 정신이 더 혼미해지기 전에 중국에서의 활동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그 조선인은 ‘코리아 렉스(Corea Rex)’가 귀국하면서 체계적인 교육을 해달라고 맡겨놓았던 내시(內寺) 출신이었다. 17세기 독일에서 라틴어로 출판된 ‘중국 포교사’에 수록된 내용이다. 탕 루오왕의 본명은 요한 아담 샬 본 벨, 흔히 아담 샬로 불리던 독일 출신 예수회 신부로 청나라의 과학기술을 총괄하던 흠천감정(欽天監正·기상청장..

문화평론 2022.01.22

“巨富 기생, 양반 욕보인 농부… 18세기 조선은 격동의 시기”

“巨富 기생, 양반 욕보인 농부… 18세기 조선은 격동의 시기” ‘만오만필’ 발굴·번역한 안대회 교수 유석재 기자 입력 2021.12.28 03:36 /김연정 객원기자 안대회(60·사진) 성균관대 교수는 대학생 시절인 1984년 여름 연세대 중앙도서관에서 목록에도 없는 책과 마주했다. 첫장을 펼쳐보니 몰락한 양반 청년이 유리걸식(流離乞食)하다 서울에서 과거시험을 보는데, 그를 꿈에서 본 서울 양반가의 도움을 얻어 마침내 커닝으로 급제했다는 기이한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저자는 이야기 끝에서 한탄한다. “아! 길흉화복은 모두 미리 정해져 있으니 사람의 힘으로 어찌해 볼 것이 아니다.” 그 책은 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1812년(순조 12년)의 야담집 ‘만오만필(晩悟謾筆)’이었다. 저자는 무명의 남인 선비 정..

문화평론 2021.12.28

세잔, 비운의 화가 묘사 졸라 소설 보고 ‘30년 우정’ 깼다

[문소영의 영감의 원천] 세잔, 비운의 화가 묘사 졸라 소설 보고 ‘30년 우정’ 깼다 중앙선데이 입력 2021.12.18 00:21 업데이트 2021.12.18 02:31 폴 세잔과 에밀 졸라 폴 세잔 ‘생트 빅투아르 산’ 1897, 미국 볼티모어 미술관(사진1). [사진 위키미디어 커먼스] “어느 날 그(에밀 졸라)의 책 『작품』을 받았지. 그 책은 정말 충격이었어. 그가 날 속으로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게 됐거든. 한마디로 아주 나쁜 책인 데다가 다 틀린 얘기야.” 후기인상주의 화가 폴 세잔(1839~1906)이 후배 화가와 와인을 마시다가 울분을 터뜨리며 한 말이다. 사실주의 소설가 에밀 졸라(1840~1902)는 세잔의 30여 년 지기였다. 중학교 때 단짝이었고 성장해서도 서로의 예술과 삶에 대해..

문화평론 2021.12.23

"예수도 부처도 한 뿌리" 톨스토이·간디도 반한 바하이교

"예수도 부처도 한 뿌리" 톨스토이·간디도 반한 바하이교 중앙일보 입력 2021.11.18 00:31 백성호 기자 중앙일보 종교전문기자 백성호의 현문우답 미국 시카고의 북쪽 윌멧에는 바하이교 사원이 있다. 시카고의 명물이 된 이 사원의 기공식은 1912년에 있었다. 당시 10년 가까이 미완성 건축물이었다. 항상 공사 중인 이 건물을 보고 강철왕 앤드루 카네기가 비서에게 물었다. “저건 뭐 하는 건물이지? 왜 저렇게 더디게 올라가는 거야?” 사정을 알아본 비서가 보고했다. “바하이교 사원입니다. 전세계에 있는 종교의 경전을 낭독하는 곳입니다. 힌두교, 조로아스터교, 불교,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경전까지 말입니다. 낭독만 하고 해석은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해석을 하면 서로 싸우게 되니까요.” 미국 시..

문화평론 2021.11.23

수도권에만 왕릉 40기…세계유산 명예냐, 주거권이냐

수도권에만 왕릉 40기…세계유산 명예냐, 주거권이냐 중앙일보 입력 2021.11.18 00:03 유성운 기자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장릉(사적 제202호)에서 보이는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공사 현장. 지난 9월에 촬영한 사진이다. 심석용 기자 “입주자들의 간절한 마음을 당연히 알죠. 그곳에 소위 돈 많고 여유 있는 사람들이 입주하는 게 아니잖아요. 다만 법은 지키는 것이니 좋은 해결책을 찾아야 할 텐데,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네요.” 17일 수화기 너머로 문화재위원회 A 위원의 긴 한숨이 들렸다. 김포 장릉의 경관을 가린다고 해서 일명 ‘왕릉뷰 아파트’로 불리는 인천 검단 신도시 아파트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진 지 4개월째. 내년 6~9월 입주 예정이지만, 문화재청이나 건설사 측이나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

문화평론 2021.11.19

[1차 세계대전] 佛베르됭 전투

8개월간 쏟아진 포탄 6000만발… 병사 70만명이 참호서 죽어갔다 [주경철의 히스토리아 노바] [53] [1차 세계대전] 佛베르됭 전투 주경철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입력 2021.11.09 03:00 1918년 11월 11일, 휴전 조약이 발효하면서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났다. 전례 없이 처참했던 4년 동안의 전쟁은 큰 상처를 남겼다. 세계는 대전(大戰) 이전과 이후로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살의 공포를 모르던 호시절(Belle Epoque)은 영영 지나갔다. 지옥 같았던 이 전쟁은 현대 세계를 향한 불가역적 변화의 시발점이었다. 프랑스 북동부 베르됭에서 벌어진 전투는 세계 1차대전 최악의 전투 중 하나로 꼽힌다. 독일군은 처음부터 베르됭을 차지하기 위해 대량 살상을 계획하고 엄청난 포격으로..

문화평론 2021.11.09

한국적 미감의 정체성을 구현하는 구성과 색감을 찾으려고 한 화가 하인두.

화가 하인두, 좋아한 방아잎 향기처럼 ‘휘발성 삶’ 살아 중앙선데이 입력 2021.11.06 00:21 업데이트 2021.11.08 11:17 예술가의 한끼 한국적 미감의 정체성을 구현하는 구성과 색감을 찾으려고 한 화가 하인두. 화가 하인두는 시인 천상병과 친했다. 두 사람은 용모도 성격도 너무 다르다. 하인두가 깔끔하고 섬세한 미남에 약간 선병질적이라면 천상병은 울퉁불퉁한 얼굴에 큰 목소리로 거침이 없었다. 가난한 나에게 내가 오천원을 달라 할 때도 만원을 달라 할 때도 너는 “알았다” “알았다” 했다. 인두야 너나 나는 더 살아야 된다. 너는 화가, 나는 시인이다. 잊지말라 요놈아 ! (‘내가 아는 화가, 천상병’, 계간 화랑 1987년 겨울호) 천상병은 인사동을 베이스캠프로 하여 아는 사람을 만나..

문화평론 2021.11.08

조선 단청의 그 색, 돌 깨뜨려 시간으로 갈아 만들었죠

조선 단청의 그 색, 돌 깨뜨려 시간으로 갈아 만들었죠 중앙일보 입력 2021.10.19 00:03 지면보기지면 정보 김정연 기자 문화재청 전통단청 시범사업으로 보수작업을 마친 전북 전주 경기전 실록각. [사진 김현승] “이렇게 진한 색을 내려면 칠하고 말리기를 몇 번이고 반복해야 하는 시간과의 싸움인데, 진짜 잘 나왔어요” 최근 새단장을 한 강원 동해 삼화사 무문전의 단청 사진을 보여주며 가일전통안료 김현승(58)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색색의 단청에 칠해진 안료는 그가 만든 것이다. 삼화사는 문화재청이 2019년 시작한 ‘전통단청 시범사업’ 대상 중 한 곳이다. 문화재의 단청을 보수할 때 전통 안료와 아교를 사용하도록 한 사업이다. 서울 종로 탑골공원 삼일문, 가평 현등사 등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김..

문화평론 2021.10.19

노비제, 사실과 편견 사이

노예보다 농민에 가까워…가족구성도 평민과 비슷 중앙일보 입력 2021.10.16 00:10 노비제, 사실과 편견 사이 조선 후기 화가 김득신(1754~1822)의 ‘노상알현도(路上謁見圖)’. 길에서 우연히 만난 양반과 상민의 모습이 조선시대의 신분 질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진 평양조선미술박물관] 지난 칼럼(9월 17일자)에서 조선 노비제의 추이, 노비의 평민화 정책을 살펴보았다. 부모 중 한쪽이 노비면 자식도 노비가 되던 조선 전기의 정책 기조에서, 17세기가 되면서 아버지가 양인이면 말할 것도 없고 어머니가 양인이라도 자식이 양인이 되는 정책으로 바뀌었다고 서술했다. 약간의 논란은 예상했지만 실제 댓글은 더 흉흉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개 “조선을 미화한다” “조선 유학자들은 대부분 ..

문화평론 2021.10.17

괴벨스 “유대인은 악마의 화신”… 안네 “인간은 선한 존재”

[프리미엄][오디오 선생님] 괴벨스 “유대인은 악마의 화신”… 안네 “인간은 선한 존재” 안네와 괴벨스의 일기 정효진 양영디지털고 역사 교사 김연주 기자 입력 2021.10.06 09:14 지난달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교에 ‘안네 프랑크 센터’가 문을 열었어요. 독일 나치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희생자인 안네 프랑크(1929~1945)가 가족과 숨어 살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은신처는 1960년 박물관으로 문을 열어 관광 명소가 됐는데, 이번에 미국에 처음 분원이 생긴 거예요. 이 밖에 독일 베를린, 영국 런던 등에도 관련 기관들이 있습니다. 안네의 짧은 삶이 지금까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그가 남긴 ‘일기’ 덕분이에요. 역설적이게도 안네 같은 유대인 탄압에 앞장섰던 ‘나치의 선전 장관’..

문화평론 2021.10.07

“오징어게임 시즌2? 힘들어서 당분간은…” 황동혁 감독 인터뷰

“오징어게임 시즌2? 힘들어서 당분간은…” 황동혁 감독 인터뷰 이혜운 기자 입력 2021.09.28 13:21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비(非)영어권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가 현재까지 선보인 모든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7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열린 ‘코드 콘퍼런스 2021′에 참석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 경영 책임자(CEO)가 한 말이다. 현재 ‘오징어 게임’은 미국·영국 등 76개국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작품은 2008년 황동혁 감독이 직접 기획해 각본까지 쓴 작품이다. 28일 그에게 ‘오징어 게임’에 대한 다양한 궁금증들을 물었다.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오징어게임' 주인공 성기훈..

문화평론 2021.09.29

MZ·실버 1028명 답했다“우리 사이 나쁘지 않아요”

[아무튼, 주말] “힘내렴, 나 땐 너만큼 못했단다”… 올 추석엔 ‘쿨한 라떼’ 어때요? MZ·실버 1028명 답했다 “우리 사이 나쁘지 않아요” 김미리 기자 신지인 기자 입력 2021.09.18 03:00 일러스트=안병현 #1. 인천에 사는 취업준비생 조모(28)씨는 작년 추석 분홍색으로 염색한 머리로 큰아버지 댁에 갔다. “안 그래도 취직 어렵다는데 그렇게 벌겋게 염색하면 뽑아주겠니?” “결혼도 어서 해야지”…. 쉴 새 없이 날아오는 큰아버지 잔소리를 막아준 방패는 할머니(86)였다. “아서라! 요즘엔 여자들 결혼 안 하는 거 흉 아니더라. 돈 잘 벌면 혼자 사는 게 최고지 뭣 하러 결혼해서 스트레스 받냐? 머리도 연예인처럼 예쁘기만 한데 뭘!” 조씨는 “50대 큰아버지보다 80대 할머니가 훨씬 쿨한..

문화평론 2021.09.21

도시들 운명 바꾼 구겐하임 미술관

“富를 흐르게 하라”... 구겐하임家, 미술관 짓고 자선사업 [홍익희의 新유대인 이야기][19] 도시들 운명 바꾼 구겐하임 미술관 홍익희 전 세종대 교수 입력 2021.09.14 00:00 한국이 철강 산업과 조선 산업 강자로 부상하자 몰락하는 도시들이 있었다. 철강업의 쇠퇴와 함께 배 만드는 일감마저 빼앗겨 쇠락의 길을 걷던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의 빌바오가 그런 도시였다. 이러한 빌바오를 유명 관광지로 탈바꿈시킨 건 구겐하임 미술관이다. 빌바오시가 1억유로(약 1380억원)를 들여 ‘도시 재생’ 사업의 하나로 유치한 미술관이다. 1997년 미술관이 공개되자 3년간 관광객이 약 4백만명 방문하면서 5억유로 경제적 효과를 도시에 안겨줬다. 빌바오시는 세금으로 1억유로 이상을 거두어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

문화평론 2021.09.14

전사의 검과 여성 장신구 함께 발굴된 핀란드 무덤 50년 미스터리

1000년 전 무덤서 나온 ‘여장 바이킹’… DNA 검사 했더니 [이영완의 사이언스카페] 전사의 검과 여성 장신구 함께 발굴된 핀란드 무덤 50년 미스터리 DNA 검사로 남·여 특징 같이 가진 ‘클라인펠터 증후군’으로 밝혀져 존경 표시 깃털 흔적도… “사회적 존중, 성별 아닌 기여에 따른 것”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2021.08.17 03:00 일러스트=이철원 지난 도쿄 올림픽에서 한 국가대표 여자 선수를 두고 젠더(성) 논란이 불거졌다. 이 선수는 짧게 자른 머리 때문에 인터넷에서 ‘페미니스트 아니냐’며 부당하게 공격을 받았다. 우주 관광을 가는 시대에 특정 외모로 성(性)을 규정하는 시대 역행적인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래도 선수는 운동하기에 편해서 짧은 머리를 한다고 담담하게 대응했다. 과녁 앞..

문화평론 2021.08.17

디자인 연구자 박해천의 K-중산층을 만든 디자인 5

지펠·디오스·쏘나타… 별나고 멋진 K중산층 만든 디자인 [당신의 리스트] [21] 디자인 연구자 박해천의 K-중산층을 만든 디자인 5 디자인 연구자 박해천 편집디자인=홍은주 편집디자인=김형재 입력 2021.07.28 03:00 이 글의 제목은 영국의 팝아트 작가 리처드 해밀턴의 1956년 작 ‘오늘의 가정을 이토록 색다르고 멋지게 만든 것은 무엇인가?’에서 빌려왔다. 당대의 대중문화에서 수집한 이미지들을 콜라주한 이 작품은 전후 소비 사회가 만들어 놓은 새로운 일상 경관을 독특한 화법으로 표현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우리도 해밀턴처럼 우리의 일상 경관을 바꿔놓은 디자인들을 수집해보면 어떨까. 본격 소비 사회에 진입한 지 30여 년이 지난 만큼, 자원은 무궁무진하다. 1980년대 후반 이후 한국의 중..

문화평론 2021.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