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예술 시대]
“베끼기 귀재 된 AI의 표절·저작권 침해, 법적 책임은 사람 몫”
[SPECIAL REPORT - AI 예술 시대]
부작용 막을 법·제도 시급
이재규 변호사가 법률가로서 ‘챗GPT 현상’에 대한 시각을 밝히고 있다. 최영재 기자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의 활용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저작권 침해와 표절 등 각종 법률 분쟁이 빈번해 질 것이란 전망이 끊이지 않는다. 이재규 법무법인 태평양 AI팀 파트너 변호사를 만나 법률가가 바라보는 ‘챗GPT 현상’에 대한 시각을 들었다. 공학도 출신의 이 변호사는 중소벤처기업부 AI제조데이터전략위원회 데이터제도 분과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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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AI에게 변호사 시험을 보게 했더니 합격 점수를 넘었다고 한다.
“그건 ‘알파고’가 바둑으로 이세돌 9단을 이겼던 것보다 쉬웠을 것이다. 미국 변호사 시험은 주어진 질문을 분석해서 핵심 키워드를 찾아내고 관련 정보를 종합해 문장으로 제시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일은 AI가 가장 잘하는 일이다. 그러나 당장은 변호사를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AI로 어떤 스타일의 예술작품을 만들어 달라 지시하는 것처럼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한 역할은 아직 변호사의 영역이다.”
AI를 활용한 표절 우려가 나온다.
“챗GPT를 비롯해 지금까지 나온 인공지능은 인간의 결과물을 학습해 흉내 내는 방식이다. 과거의 데이터를 잘 종합해서 보여주는 건 인간의 노동력을 굉장히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사용하게 해준다. 그러나 AI가 창의성을 갖고 있진 않다. 기존 데이터를 찾고 연산해서 종합하는 것이다. 어떤 스타일의 그림이나 소설을 만들어 달라고 지시하는 인간의 의지가 더 중요하단 얘기다.”
법적 분쟁이 일어나면 어떻게 되나. AI를 처벌할 순 없지 않나.
“당연히 AI를 이용해 이득을 얻는 사람이 책임을 지는 게 법 논리에 맞다. 예컨대 A회사가 인공지능 서비스를 만들고, 이용자B가 이 서비스를 이용해 작가C의 그림과 유사한 위작(僞作)을 만들어 팔았다고 가정해 보자. 인공지능이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B가 이득을 얻었기 때문에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 대상이 될 것이다.”
형사 책임은 없나.
“고의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하는 작품을 만든다면 당연히 형사 책임도 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작가의 작품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책임 소재가 복잡해진다. 이런 경우 인공지능을 만든 회사가 인공지능 서비스 작동 방식을 설명하고 저작권 침해 등의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설계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회사가 이를 증명하고 이용자도 일부러 저작권을 침해한 게 아니라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 개별적으로 법원에서 판단하게 될 것이다.”
AI 발전 속도를 법이 못따라간다는 지적도 있다.
“인간을 뛰어넘는 자연어를 쓰는 AI가 이렇게 빠르게 나올 것이란 예상을 못해 아직 법적 규제에 지배적인 담론이 없다. 각계의 입장이 달라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논의할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은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 이후 AI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적이 없어 최근 수준의 AI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 AI 악용을 막을 방법은 이제 논의해야 하는 단계란 얘기다. 다만 우려가 있더라도 기술은 계속 발전할 것이고 이를 막는 방법도 마련될 것이다.”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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