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칼과 집 1993 77

덫 당신이 주신 기쁨 아직 꽃 피우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주신 슬픔 아직 아물지 않았습니다 겨울이므로 기다림의 자세 그대로입니다 혈관 속으로 맑은 바람이 차 오르고 한 눈금씩 가슴은 여물어 갑니다 당신이 주신 기쁨 어떤 꽃으로 피울까요 당신이 주신 슬픔 어떤 향기로 보여드릴까요 겨울이므로 기다림의 자세 그대로 입니다 깊은 잠에 작은 길들이 열리고 한 모금씩 마셔 보는 눈물은 아직 익지 않았습니다 나는 길 잃은 순한 짐승을 위해 열매 하나로 남아 있겠습니다 겨울이므로 아직 길은 멉니다

칼과 집 1993 2021.01.24

몽고를 꿈꾸다

몽고를 꿈꾸다 - 상계동· 25 그들은 우리와 다르다 그들은 집을 사고 팔지 않는다 그들은 집을 가지고 이사를 다닌다 그들은 투기를 모르고 그들은 전세도 월세도 모른다 그들은 야크와, 양과 말들과 함께 초원에서 초원으로 이사를 한다 그들은 파오라는 집을 접어서 힘센 니귀에 싣고 철새처럼 무리지어 함께 이사를 한다 그들은 초원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그들의 양식이 되어주는 가축을 식구처럼 가까이 한다 그들은 하늘과 가장 가까이 사는 사람들 그들도 우리와 같이 몽고족이다

칼과 집 1993 2020.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