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민의 세설신어] [220] 체수유병(滯穗遺秉)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입력 2013.07.24. 02:59 정조는 특이한 임금이었다. 경연(經筵)에서 신하의 강의를 듣지 않고 자신이 직접 강의를 했다. '시경'을 강의할 때 전후로 내준 숙제만 800문항이 넘었다. 큰 학자라도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 많았다. 신하들은 끊임없는 임금의 숙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이 강의에서 단연 이채를 발한 학생은 정약용이었다.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척척 대답해서 제출했다. 정조가 다산의 답안지에 어필(御筆)로 내린 평가가 이랬다. "백가의 말을 두루 인증해 출처가 끝이 없다. 평소의 온축이 깊고 넓지 않고는 이렇게 할 수가 없다." 다산의 작업 비결은 생활화된 메모의 습관에서 나왔다. 옛글을 읽다가 한 구절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