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칼과 집 1993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1. 1. 24. 01:05

 

당신이 주신 기쁨 아직 꽃 피우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주신 슬픔 아직 아물지 않았습니다

겨울이므로 기다림의 자세 그대로입니다

혈관 속으로  맑은 바람이 차 오르고

한 눈금씩 가슴은 여물어 갑니다

당신이 주신 기쁨 어떤 꽃으로 피울까요

당신이 주신 슬픔 어떤 향기로 보여드릴까요

겨울이므로 기다림의 자세 그대로 입니다

깊은 잠에 작은 길들이 열리고

한 모금씩 마셔 보는 눈물은 아직 익지 않았습니다

나는 길 잃은 순한 짐승을 위해

열매 하나로 남아 있겠습니다

겨울이므로 아직 길은 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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