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니 나의 사랑니 김세영 8월의 끝가지에 매달려서 매미, 애끓게 울던 날 잇몸 속에 갇혀서 누구의 혀, 한 번 깨물어보지 못하고 사랑니, 속앓이 했다 사랑니의 울음소리에 개미핥기처럼 다가온 그녀 숨소리는 뜨거운 태풍이었다 진공청소기 혀가 입속의 개미들을 핥으며 들어왔다 미처 깨물 사이도 없이 .. 내가 읽은 시(짧은 감상) 2010.07.25
존재가 사라진 세계에 던져진 풍경의 기록 - 최윤경의 시 존재가 사라진 세계에 던져진 풍경의 기록 나호열(시인) 변화무쌍한 요즘의 날씨는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준다. 삼한사온이 사라진따뜻한 겨울인 듯 싶더니, 3월에 내리는 폭설, 다시 영하로 떨어지는 4월의 수은주는 외부 환경에 적응하려는 민감한 몸의 반응을 일으킨다. 따뜻함에 .. 내가 읽은 시(짧은 감상) 2010.04.30
나옹스님 토굴가 나옹스님 토굴가 靑山疊疊彌陀窟 청산첩첩미타굴 滄海茫茫寂滅宮 창해망망적멸궁 物物拈來無罣碍 물물염래무가애 幾看松亭鶴頭紅 기간송정학두홍 報化非眞了妄緣 보화비진료망연 法身淸淨廣無邊 법신청정광무변 千江有水千江月 천강유수천강월 萬里無雲萬里天 만리무운만리천 첩첩쌓인 푸른산.. 내가 읽은 시(짧은 감상) 2010.01.31
먹고 사는 일 먹고 사는 일 / 이사랑 이른 아침 산비탈 밭에 댕겨온 어머니 말씀 숲속에서 날아온 멧비둘기가 밭에다 심어 논 콩 죄다 파먹었다 개망초 덤불 속에 숨은 고라니가 해가 잠든 사이 고구마 새순 죄다 따먹었다 내 어머니가 이랑마다 뿌린 땀 죄다 훔쳐 먹었다 나눠 줄 게 그거 밖에 더 있냐? 냅둬라 모두.. 내가 읽은 시(짧은 감상) 2010.01.27
젖음, 생명의 근원을 묻는 고통의 熟考 젖음, 생명의 근원을 묻는 고통의 熟考 나호열( 시인, 『시와 산문』편집위원) 이경교 시인을 만난 것이 삼 년 전쯤일까? 내가 잠시 몸담고 있던 문학회의 초청 강연자로 짧은 해후를 했을 때, 그의 단호한 어조와 형형한 눈빛에 놀라고, 시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단련이 무엇인가를 그는 이미 .. 내가 읽은 시(짧은 감상) 2009.08.20
황금빛 주단 황금빛 주단 저녁 무렵, 베란다로 이어지는 주방문이 수상쩍다 누군가 꼭 서 있을 것 만 같은 묘한 기색이 들어 문을 살그머니 열었더니만 이런 세상에나, 눈부시게 아름다운 황금빛 주단이 발아래로 깔린다 그 한 자락을 끌어당기려 해도 도저히 잡을 수가 없어 그냥 깔아 둔 채로 멍하니 서 있다 한.. 내가 읽은 시(짧은 감상) 2009.05.09
2070년 헤이리 카메라타 2070년 헤이리 카메라타는 류승도 헤이리 깊숙한 언덕 중간쯤에 2007년도의 음악감상 카페 카메라타가 있다 몬드리안의 수평 수직 원색 평면구성을 생각게 하는 현대식 시멘트 건축물이다 저녁 8시 갓 지났는데, 늦가을의 어둠은 죽음처럼 깊다 카페 안은 사방 그림자 색이고, 음악은 더 폴링 리브즈 분.. 내가 읽은 시(짧은 감상) 2009.03.24
제일 양장점 제일 양장점 김상숙 한 땀 한 땀 양장, 본을 뜨고 있다 실밥 잇듯 주욱 들어선 제일시장 난전 모퉁이 낙타처럼 가슴이 빈약한 여자가 늦은 밤 꽃무늬 레이스 천에 또박또박 희망의 쵸크를 긋는다 자르고, 붙이고, 덧대고 캄캄한 좌판마다 하나 둘 꽃이 핀다 가봉假縫 없이 자르고 박은 기성복들이 질주.. 내가 읽은 시(짧은 감상) 2009.02.06
여보 당신 여보 당신 신채린 여보는 같을여, 보배보 자를 써서 보배같은 사람이란 뜻이란다 당신은 당할당, 몸신 자를 써서 내 몸 같은 사람이라는 뜻이란다 여보 당신이라는 말속에는 그대를 내 몸처럼 아끼고 보배처럼 귀히 여기는 마음이 깃들어 있단다 여보, 당신, 알고 보면 참 아름다운 말이란다 부를 때마.. 내가 읽은 시(짧은 감상) 2009.01.31
검침원 검침원 전건호 대문 좀 열어주세요 당신을 검침하러왔거든요 얼마나 피 뜨거운지 에돌아 온 길의 경사 어떠한지 엉성한 거푸집에서 삼킨 음식과 한숨도 점검합니다 환희 가득한 시절 은밀한 속삭임 천당과 지옥 넘나들던 순간 계량기엔 다 기록되어 있어요 생의 고비마다 쿵쿵 뛰던 심장박동 무모하.. 내가 읽은 시(짧은 감상) 2009.01.27
무덤에서 떡 먹기 장성혜 무덤에서 떡 먹기 장성혜 하루가 무덤 속 같다면 나오세요. 어디로 갈지 방향 잡지 못하겠으면 중앙박물관으로 가세요. 깨진 약속이나 삐걱거리는 식탁은 잊으세요. 지하도에서 떡 파는 할머니 만나면 망설이지 말고 바람떡을 사세요. 입구에 화살표가 기다리고 있을 거에요. 떡이 든 가방을 메고 구.. 내가 읽은 시(짧은 감상) 2009.01.18
발해(渤海)의 한 우물터에서 윤준경 발해(渤海)의 한 우물터에서 윤준경 그때 작았던 것들은 커지고 그때 컸던 나는 점점 작아져서 이제는 길길이 우거진 수풀 사이 물벌레의 서식처일 뿐인데, 내 위에 뜨던 달과 별, 스치던 바람과 나에게서 나르시스를 찾던 많은 소년과 소녀의 얼굴을 기억할 수 없고, 아직 샘물이 솟아올라 내가 우물.. 내가 읽은 시(짧은 감상) 2009.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