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내가 쓴 시인론·시평 200

삶의 현장과 죽음의 리얼리티Reality

삶의 현장과 죽음의 리얼리티Reality나호열   죽음은 우리에게 해를 입힐 수 없는데, 죽음이란 실제로 죽음이 일어나기 전까지 우리에게 해를 입힐 수 없지만, 죽음이 일어났을 때는 우리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해를 입을 수 없는 것이다. 죽음이 우리에게 해를 입힐 수 없다면, 죽음은 나쁜 것이 아니다. 적어도 죽은 사람에게는 나쁜 것이 아니다.                 - 에피큐로스 Epicuros  현장現場만큼 강열한 인상印象을 남기는 것은 없다. 인상의 힘이 강력할수록 현장의 기록은 선명한 만큼 건조해진다. 조광현 시인의 다섯 편의 시는 우리 곁에 가까이 있음에도 짐짓 모르는 체 하거나, 결말을 유보하고 싶어하는 노년의 삶과 죽음 사이에 놓인 경계를 환기시킨다. 그러면서 살다가 사라져야 하는 존재의..

깨진 거울 속에 웅크린 자아의 풍경/ 주영란 시집 즐거운 몰락

깨진 거울 속에 웅크린 자아의 풍경 나호열(시인 ․ 경희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 1. 『즐거운 몰락』은 주영란의 첫 시집이다. 신인의 첫 시집을 마주한다는 설렘과 기대는 각별한 것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시집의 첫 장을 펼치는 순간부터 당혹감에 짓눌리게 된다. 희망에 기만당하..

누란累卵의 삶이 꿈꾸는 누란樓蘭으로 가는 길 : 강동수 시집 누란樓蘭으로 가는 길

누란累卵의 삶이 꿈꾸는 누란樓蘭으로 가는 길 나호열(시인, 경희대 사회교육원 교수) 삶(Life itself)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삶의 의미(The meaning of life)가 중요하다 - 니체 1. 플라톤은 현상 속에 깃들어 있는 본질, 또는 원형을 이데아Idea라고 규정했다. 말하자면 의자에는 의자의 원리가 숨어 ..

검이불루儉而不陋를 무위 無爲로 읽다/ 이사랑의 시집 <<적막 한 채>>

검이불루儉而不陋를 무위 無爲로 읽다 나호열 시인, 경희대 사회교육원 교수 『적막 한 채』는 이사랑의 첫 시집이다. 몇 년 전 그의 시들을 인상 깊게 읽었고, 참신한 시인의 탄생을 예감하고 있던 터라 덥석 그의 『적막 한 채』를 들여 놓았으나 쉽게 그의 시를 이야기한다는 것이 얼마..

회상回想속에 깃든 삶의 원형에 대한 탐구 / 권재효 시집 <<너도 밤나무숲>>

회상回想속에 깃든 삶의 원형에 대한 탐구 나호열 (시인, 경희대 사회교육원 교수) - 사랑이란 우주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이다. 기억, 추억, 회상 애월에 갔었다. 봄이었는지 가을이었는지 밤은 깊었고 우리 밖에 손님은 없었던 듯, 전통차를 마셨는데, 여주인은 단아했고, 이미 전부터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