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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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1 6

[25] 시금치도 아는 부끄러움

[정수윤의 하이쿠로 읽는 일본] [25] 시금치도 아는 부끄러움정수윤 작가·번역가입력 2024.12.11. 23:50업데이트 2024.12.12. 02:45   뿌리가 빨개부끄러움이 많은시금치ね あか はず そう根が赤きこと恥かしきほうれん草 시금치도 부끄러움을 안다. 뿌리 쪽이 발갛게 물든 채소를 보고 하이쿠 시인 스즈키 다카오(鈴木鷹夫·1928~2013)는 노래했다. 특히 추운 겨울 눈보라에 맞서 한파를 이겨 내고 자라난 노지 시금치는 뿌리가 더욱 붉다. 고난과 역경을 이겨 낸 시금치가 수오지심(羞惡之心)을 더 잘 아는지도 모른다.자기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악행을 미워하는 마음. 맹자는 이것이 없으면 인간이 아니라고 했다. 시금치의 빨간 뿌리에는 피를 만드는 망간과 철분이 풍부하다. 부끄러움을 아는 일..

[65] 내 눈에 저울 있다

[신수진의 마음으로 사진 읽기] [65] 내 눈에 저울 있다신수진 예술기획자·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입력 2023.07.21. 03:00  김우영, Hanok 7109, 2019누가 봐도 아름다운 게 있다. 생존에 유리한 조건으로 인간의 유전자에 각인되었거나, 문화적으로 안착되어 반복 학습된 것들이 대개 그렇다. 그해 비하면 짧은 시간 동안 유행처럼 번져서 추종자를 만드는 미적 표준은 한동안 선호도가 높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내가 왜 이걸 아름답다고 했는지도 기억하기 어려워진다.예술은 새로운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보자 마자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아름다움은 이미 누군가가 오래전에 만들어서 교과서에서 외워 버린 것들이니 작가는 어떻게든 다른 걸 만들어야 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신선한 충격을 주거나 낯설어..

'71년간 한국서 사목' 프랑스 출신 두봉 주교 선종

'71년간 한국서 사목' 프랑스 출신 두봉 주교 선종정아임 기자입력 2025.04.10. 22:44업데이트 2025.04.11. 10:50  13일 경북 의성 봉양면 문화마을에서 두봉 주교가 인터뷰 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6·25 전쟁 직후 한국으로 파견 나와 70년 넘게 사목 활동을 한 프랑스 출신 두봉 레나도(프랑스명 르레 뒤퐁) 주교가 10일 96세의 나이로 선종했다.천주교 소식통에 따르면 두봉 주교는 이달 6일 뇌경색으로 안동병원에서 긴급 시술을 받은 후 병원에서 치료 중이었으나, 이날 생을 마감했다.두봉 주교는 1929년 프랑스 오를레앙의 가톨릭 신자 가정에서 3남 2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21세에 파리외방전교회에 입회했고, 이후 로마 그레고리안 대학과 동대학원에서 수학하고 1953년 6..

다솔사 숲길

다솔사 숲길 늦은 겨울인가 이른 봄인가따뜻한 듯 싸늘하고 추운 듯 포근한데완강한 벽으로 밀려오는 바람 속에홑겹의 한 사내 휘청거린다오래 걸어 발걸음 무거워도 멈출 수 없다쓰러져 누우면 죽는다막차를 놓쳤으나 첫 차를 기다리는 오기로아침 해가 떠오를 때까지그렇게 나무는 세월을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불교문예 2025 여름호

언어 깨뜨린 철학자의 시집… 출간한 지 2주 만에 증쇄

언어 깨뜨린 철학자의 시집… 출간한 지 2주 만에 증쇄獨철학교수 박술의 '오토파일럿'… 첫 시집 증쇄하는 건 드문 경우황지윤 기자입력 2025.04.11. 00:51   /아침달 “F(MBTI 감정형)가 넘쳐나는 한국 시단에 신선한 T(사고형)의 시집이 나타났다. 세속의 뜨거운 광풍이 남긴 것을 이성으로 줍는다.”(전승민 문학평론가)박술(39)의 첫 시집 ‘오토파일럿’(아침달)이 화제다. 지난달 말 서울 혜화동 시집 서점 ‘위트앤시니컬’에서 진행한 낭독회는 티켓 판매 하루 만에 매진됐고, 출간 2주 만에 증쇄를 찍었다. 시인 고선경·유선혜 등을 제외하고 첫 시집 증쇄는 요즘 드문 일이다.김혜순 시인이 이례적으로 발문을 써 주목받았다. “이 시집엔 히브리어·라틴어·영어·독일어·한국어·안달루시아어 등등 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