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수윤의 하이쿠로 읽는 일본] [25] 시금치도 아는 부끄러움정수윤 작가·번역가입력 2024.12.11. 23:50업데이트 2024.12.12. 02:45 뿌리가 빨개부끄러움이 많은시금치ね あか はず そう根が赤きこと恥かしきほうれん草 시금치도 부끄러움을 안다. 뿌리 쪽이 발갛게 물든 채소를 보고 하이쿠 시인 스즈키 다카오(鈴木鷹夫·1928~2013)는 노래했다. 특히 추운 겨울 눈보라에 맞서 한파를 이겨 내고 자라난 노지 시금치는 뿌리가 더욱 붉다. 고난과 역경을 이겨 낸 시금치가 수오지심(羞惡之心)을 더 잘 아는지도 모른다.자기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악행을 미워하는 마음. 맹자는 이것이 없으면 인간이 아니라고 했다. 시금치의 빨간 뿌리에는 피를 만드는 망간과 철분이 풍부하다. 부끄러움을 아는 일..